허연, 「폐광」
- 작성일 201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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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 「폐광」
아는 사람 몇 명
땅에 묻어본 다음
존재했던 건 전부
결국에는
지층이라는 걸 알았다.
세상의 왼쪽 가슴쯤을
관통했을 이 구멍을
걸어 들어가며
복잡한 연대기를 읽는다.
결코 위대하지 않았을 말들과
싸움과 사랑과 밥이
이 쭈글쭈글한
통로에 새겨져 있다.
그 놈의 눈물은 이제껏 흐른다.
그래도 가끔은 반짝이는 게 있다.
스스로 걸어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나가는 길을 못 찾은 자들의 뼈.
▶ 시·낭송 _ 허연 -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1년 《현대시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불온한 검은 피』,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가 원하는 천사』가 있다. 산문집 『그 남자의 비블리오필리』, 『고전 탐닉』을 냈다. 한국출판학술상 시작작품상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배달하며
우리 안의 슬픈 폐광이 시커멓게 그 실체를 드러내는 것 같다.
싸움과 사랑과 밥? 복잡한 연대기는 결국 지층이 되고 스스로 걸어 들어오지 않았으므로 나가는 길을 못 찾은 슬픈 구멍의 운명들이다.
삶을 시로 투시하는 힘과 연륜을 느끼게 한다. 감상적이거나 낭만적 징후를 드러내기 쉬운 그놈의 눈물이라는 시어도 여기에서는 묘하게 반짝인다.
문학집배원 문정희
▶ 출전_『내가 원하는 천사』(문학과지성사)
▶ 음악_ 권재욱
▶ 애니메이션_ 강성진
▶ 프로듀서_ 김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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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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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건
이 시의 제목이 폐광이라는 점에서 고독이 느껴진다. 그러나 고독보다는 '아는 사람 몇 명 땅에 묻어본 다음'이 자신의 과거를 말하는 것 같은데 별로 좋은 과거같진 않다. 그리고 지층이라고 한 것을 보아 자신의 경험의 쌓임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2연에서도 연대기라는 말이 나왔듯이 안 좋은 과거에 대해 말 하는 것 같은데 차마 말 못하는 과거인지 '세상의 왼쪽 가슴쯤을 관통했을 이구멍'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과거를 나타낸다. 3연에서도 계속 암울한 과거와 현재를 말하고 있는데 아직 나는 깨달음이나 경험이 많지 않고, 그 만큼의 과거도 쌓이지 않아 완벽히 이해는 되지는 않으나 좋은 과거가 아님이라고 추측한다. 4연에서 그래도 희망을 찾은 것 같아 적어도 아주 슬픔속에서 끝난 것 같지는 않아 과거가 암울해도 미래는 밝음일 수도 있음을 통해 나도 이 세상의 암울한 현실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갈 수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였다. 완벽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알 수도 있고 나중에 나의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에 이해를 느낀다.
마지막 연이 찡,하는군요
깊어가는 밤, 어둠이 짙어가는 이 시간, 마음에 뭔가가 울컥! 합니다. "아는 사람 몇 명 땅에 묻어본 다음 존재했던 건 전부 결국에는 지층이라는 걸 알았다" 눈물이 별이 되어 반짝입니다. 항상 힘내시고, 건강하세요.
스스로 구멍을 파고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도 그 통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화석이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결코 위대하지 않았던 존재들, 어쩌면 지층 속에 자리를 잡고 겨우 안식을 얻었을 텐데, 불행하게도 빛나는 조각들과 함께 묻혀 부관참시의 수모를 당하는가 봅니다. 시 감상,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