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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와 함께 하는 화요일 첫 번째 이야기 마피아 게임 1화

  • 작성일 2016-01-04
  • 조회수 182

<추리와 함께 하는 화요일 첫 번째 이야기> [마피아 게임]1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는 네 명이었다.
죽은 마피아의 오른팔이자 친형이었던 K,
죽은 마피아의 와이프 Y,
마피아의 큰 딸 A,
그리고 마피아의 엄마 S.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건은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오후 6시 30분에 일어났다.
신고 접수를 받고 도착한 경찰이 감식반을 요청했고,
도착한 과학수사대장이 목젖에 붙은 피의 굳기로
사망시간을 추정해 냈다.
벌어진 목을 다물지 못한 채 누운 뚱뚱한 마피아 보스는,
입술이 목에 달린 것처럼 보였다.
점도를 체크하는 과학수사대장에게 익래가 다가갔다.
"사망 시간은 확실한 거지?"
수사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익래는 모여 서 있는 네 명의 피의자에게 걸어갔다.
사정청취를 한 왕순경의 말에 의하면 네 사람은 신고 시점부터 함께 있었다고 한다.
"안녕하세요."
네 사람은 동시에 익래를 돌아봤다.
"담당 형사입니다. 몇 가지 조사할 게 있어서요."
익래는 여쭤볼 게라고 하지 않고, 조사할 게,라고 했다.
네 사람의 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당신들이 죽인 거지요?"
익래를 바라보던 네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어허라?'
그런 다음 마치 내가 아니고 쟤다라는 눈빛을 바쁘게 서로 간에 나누기 시작했다.
익래는 이거 재밌다고 생각했다.
익래는 대놓고 이렇게 얘기했다.
"지금 네 분 모두 범행을 부인하는 겁니까? 그럼 이렇게 합시다. 조사실로 가셔서 함께 토론을 하는 겁니다. 그 자리에서 누가 범인인지 밝혀 내는 게 어떨까요? 재밌지 않습니까? 조사실 조명은 어둡습니다. 게임 분위기에 어울릴 겁니다. 어떻습니까?"
네 사람은 대답하지 않고 있었다.
마피아의 엄마 S가 침을 삼키고 말했다.
"재밌겠네요."
나머지 세 명도 따라 침을 삼킨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마피아의 아내 Y는,
마피아처럼 살이 찌고
표독스러워 보이는 인상의 40대였다.
Y는 익래의 오른쪽에 앉았다가
마피아의 모친 S가 옆에 앉자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익래의 뒤로 돌아가
익래의 왼편에 앉았다.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노려 봤다.
비웃음이 묻은 얼굴로
마피아의 큰 딸 A가 그들 사이에 앉았다.
마지막으로 마피아의 친형 K가 A의 왼쪽 옆에 앉았다.
"먼저 하나 확실히 해둘게 있습니다."
익래가 말을 꺼냈다.
"여러분 네 분 모두 사건이 일어나던 시점에 사건 현장에 있었습니다.
때문에 여러분 네 분에게는 모두 공범죄나 적어도 방조죄 혹은 미필적 공동정범죄가 성립이 됩니다.
그러니까 내가 밝히고 싶은 건 여러분들의 무죄나 유죄가 아니라,
누가 마피아를 죽였나,입니다.
즉 누가 실제로 그의 목을 땄...아, 죄송합니다.
목숨을 끊었냐 이죠.
이해하시겠습니까?"
네 사람이 차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좋군요. 지금까진 아주 협조적이네요.
깡패 집안 치고는...아, 죄송합니다. 말이죠.
여러분들의 이런 태도는 정상참작의 요건이 될 겁니다.
자, 그럼 긴 말 필요없이 시작하시죠."
익래가 손가락을 튕겼다.
"마피아 게임"

전직 경찰 출신이자 미국의 유명한 범죄분석가 조우커(가상인물)가 말한 것처럼
살인은 대개 세 가지 이유로 일어난다.
돈,
섹스,
복수.
그리고 그 세 가지 이유의 공통점은 바로
'욕망'이다.
인간은 스스로가 대단하고,
복잡한 존재라고 착각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인간은 단순한 존재이다.
인간이 스스로와 자기 인생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까닭은,
세상이 크고 복잡하기 때문이지
인간이 크고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 아니다.
익래는 오랜 수사 경험으로
인간이 그저 두 종류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욕망이 작은 인간,
그리고 욕망이 큰 인간.
달리 말하면 세상이 크고 복잡하다는 걸 아는 인간과
세상이 크고 복잡하다는 걸 모르는 인간...
지금 익래의 앞에 앉은 네 명의 용의자들은 익래가 보기에
전형적으로 욕망이 큰 부류에 속했다.

사건은 간단했다.
용의자 네 명 중 한 명이 술이 떡이 된 마피아의 목을 땄고,
나머지 세 명은 식탁에 앉은 채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용의자 네 명은 정황을 숨기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고,
강도나 침입자가 든 것처럼 실내를 꾸며 놓지도 않았다.
흥미로운 점은,
용의자 네 사람이 동시에 사건 신고를 해왔다는 점인데,
출동 차량에서 접수 기록을 통해 익래가 들은 네 사람의 신고 메세지는 이러했다.
먼저 죽은 마피아의 오른팔이자 친형이었던 K,
"이런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
(신고접수원1/어떻게 죽었나요?)
"살해당했습니다."
(신고접수원1/살해당했다구요?)
"네, 엄마가 죽였어요."
죽은 마피아의 와이프 Y,
"큰일났어요."
(신고접수원2/말씀하시죠.)
"남편이 살해당했어요."
(신고접수원2/살해당했다구요?)
"네, 시어르신, 그러니까 남편의 형님이 범인이죠."
마피아의 큰 딸 A,
"아빠가 죽었네요."
(신고접수원3/뭐라구요?"
"아이씨, 아빠가 죽었다구요. 죽였어요! 엄마가 아빠를!"
마지막으로 마피아의 엄마 S.
"아들이 죽었습니다. 살해당했어. 지 딸한테."
(신고접수원4/할머니?)

"엄마가 아빠를 죽이는 걸 지켜보고 있었어요!"
마피아의 큰 딸 A는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을 똑바로 받아내면서
익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자기 아빠의 목을 딴 것은 자기 엄마라는 얘기였다.
그리고 자신은 그걸 말리지도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다.
거실에 폐회로티브이라도 있어서 장면을 촬영해 두었더라면,
지옥도가 따로 없었을 것이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익래는
'반론 있나요?'하는 표정으로 마피아의 와이프Y를 쳐다봤다.
딸을 바라보는 눈길에 살기가 어리던 마피아의 와이프Y는,
익래의 눈길을 느끼고 그제서야
익래를 돌아봤다.
보톡스와 살집으로 무장한 얼굴에 둔한 웃음기를 만들어 낸
마피아의 와이프Y는
"호호호호호호"
말은 안 하고 자꾸 목젖운동만 해댔다.
"형사 선생님께서는 설마 저처럼 연약한 여자가 남편같은 깡패 목을 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호호호호호호호."
전혀 연약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목구멍을 찢을 지경이었다.
익래는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말려드는 느낌이었다.
익래는 마피아의 친형 K를 바라보았다.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이중에서 마피아의 목을 땄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당신이 되겠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뭐요?"
마피아의 친형K는 뜬금없다는 투였다.
"내가 내 동생을 왜 죽이겠소?"
맞다.
동생을 죽이는 형이 어디 있겠나?
하지만 이들은 마피아 가족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와요? 아까도 말했지만 이 자리에 있는 네 사람은 모두 공범 아니면 방조범입니다. 전부 피살자의 엄마, 아내, 딸, 형. 한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살인 파티를 한 거요? 당신은 그짓을 했거나 지켜보고 있었단 말이오. 정말 뻔뻔하군요."
마피아의 친형K는 천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에는 한숨이 아닌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익래는 간신히 한숨을 삼켰다.
그리고 마피아의 엄마 S를 쳐다봤다.
"내가 가장 역겹게 생각하는 것은 당신입니다. 아들이 죽어 가는 자리에서 당신을 뭘하셨소? 아니, 당신이 죽였나요?"
마피아의 엄마 S는 이 자리에 모인 나머지 세 명과 달리
세련된 태도에 다른 자리에서 봤다면
후덕해 보인다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인상의 노파였다.
처음 익래가 진술쇼를 하자는 제안을 했을 때
제일 먼저 받아들인 사람 역시
마피아의 엄마 S였다.
'이 사람은 차원이 다른 악마일까?'
새 놀잇감을 발견한 아이같던 그 표정을 익래는 잊을 수 없었다.
"형사 양반, 지금 뭐라고 하셨소?"
욕망이 큰 인간과 작은 인간으로 인간을 구분할 수 있다는 얘기를
앞에서 했지만,
살인을 하고 싶은 욕망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걸 실제 할 수 있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은 또 달랐다.
자기보다 재능이 뛰어난 옛 친구를 죽인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라는 말로 자기 행위에 대한 자기 변명을 늘어 놓았었다.
(가상사건입니다)
'누구라도 그랬을 거라니?'
세상에는 그런 인간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익래의 앞에 앉은 네 사람은,
남편,
아들,
아빠,
형제가 죽었는데도
가식적인 행동과
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이런 인간들은 틀림없이
여건이 주어진다면(?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살인 쯤(?)은 하고도 남을 인간들처럼 보였다.
익래는 한숨을 쉬었다.
"안되겠습니다.
한 사람씩 진술을 해 주세요.
단,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중에
끼어 들어서는 안됩니다.
"청문회를 하듯이요?"
익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익래는 마피아의 친형 K를 바라보았다.
"당신부터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