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도서관+한창훈 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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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 팀명 : 바벨의 도서관

-진행 일정, 장소: 2017. 10. 29. 일 / 오후 7시 / 수원 금곡동 <카페 192>

-참가 인원: 모두 4명, 길은실 남중우 유성미 홍경희

-수다 원작 작품: 한창훈 소설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

 

우리 모임은 함께 읽은 책을 중심으로 각자의 삶과 연결지어가며 종횡무진 이야기를 펼쳐냅니다.

 

1 . 요즘 지내는 이야기, 행복

-대한민국 의료현실을 경험했다. 지인이 화상을 입었다. 화상을 입으면 그 즉시 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매우 중요하다. 주말에 화상을 입으면 응급실에서 할 수 있는 건 소독뿐이다.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현실. 월요일이 되어야 전문병원에 갈 수 있다. 현실이 이런데 기본 체계 마련이 덜 되었다.

-추석연휴 때 있었던 일이다. 가족 간 갈등이 있었다. 따지고 보니 결국 제 탓이었다.

-아무 잘못 없는 며느리를 희생양으로 삼아 가족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태도가 만연한 건 아닐까.

-소통하고 살아야 한다.

-저는 고향으로 아이들과 여행을 떠났다. 고향으로 방문했을 때와 여행지로 방문했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아이들이 자원봉사를 하며 외국인들과 함께 일했다. 하루 두 끼만 먹고 저녁은 스스로 해먹는 자유식이었다. 아이들이 저녁을 차려 외국인들을 초대했다. 스스로 해내는 아이들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절에 가서 예불을 드렸을 때 경험한 장엄함. 새벽 세 시에 잘생긴 스님들이 사물, 범종, 목어를 두드렸다. 범종의 마지막 음파가 인간의 내면을 꿰뚫는 듯했다. 무엇보다 스님이 암송하는 불경이 화음이 어우러지며 좋았다. 참선과 108배도 했다. 걱정거리가 없는 아이들이라 그런지 참선이 좋았다고 한다. 어른인 나는 참선을 하는 동안 걱정거리가 끊임없이 떠올랐는데.

-유기농사과를 재배하는 분이 전국에 세 분 계신데, 충주에 계신 분을 찾아갔다. 사과나무가 달라보였다. 나무에 새가 뚫은 구멍도 있었다. 유기농을 해야 하는 수고가 어마어마하다. 고산지대까지 농사에 필요한 재료를 짊어지고 가는데, 생명을 무척 사랑하고 후손을 위해 이걸 보존하려는 노력이 전해졌다. 생각과 삶이 일치된 사람을 보았다. 저는 개를 무척 무서워하는데 그곳에서 키우는 개조차 평화로웠다. 사과를 맛보라고 했다. 새콤하며 달콤한 사과의 맛에서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인간이 키우는 사과나무의 형태를 떠올린다. 예천에 갔을 때 아주 작은 사과나무가 달고 있는 사과의 개수가 너무 많았다. 주렁주렁주렁. 징그러울 정도였다. 인간의 탐욕이 반영된 것이다. 사람이 따기 쉬운 높이로 개량되었다. 일반 관행농으로 키우는 나무가 다 그렇다.

-배나무 하면 배꽃이 떠오른다. 배꽃으로 장관을 이룬 배나무 언덕을 잊을 수 없다.

-지인이 상주에서 사과밭을 한다. 저농약에서 유기농으로 키우다가 (농약이나 비료) 무투입 사과를 키우기 시작했다. 과일은 달기만 하다. 그런데 한살림에서 나온 과일에는 단맛만 있는 게 아니라 신맛도 있다.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카페를 보니 가족들이 많이 온다. 보기 좋다. 저녁을 먹고 함께 여기에 와서 누군가는 주전부리를 시키고 누구는 차를 마시는 모습이.

-요즘 EBS 영어방송을 듣는다. 새로 생긴 취미이다. 시작할 때 나는 다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네 권을 샀는데 한 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마흔이 훌쩍 넘어서 깨닫게 되었는데 나는 언어를 좋아한다. 언어 자체가 재미있다. 어떤 순간에 무슨 언어를 쓰는 게 적확한지 감이 온다. 한 달간 영어공부를 하며 느낀 거다.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 영어작문, 뉴스 리스닝, 청취사 사연을 바탕으로 구성한 영어회화 프로그램. 기존 영어책에서 볼 수 없는 실생활 영어. 어느 하나만 꾸준히 해도 영어를 잘할 수 있겠다. 우리는 미국식 영어에만 익숙하지만 영어 프로그램 강사들은 영국식, 호주식 영어를 다 들려준다. 이 세상에는 미국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1박2일로 서울에 놀러온, 중학생 자녀의 친구 가족을 맞이했다. 아이들 없이 주로 부부가 만났다. 서울의 오래된 해장국집 ‘청진옥’에서 해장국을 먹고, 혜화동에 가서 국내 뮤지컬 <빨래>를 함께 보았다. 달동네 사람들, 이주노동자들 등 현재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북촌마을도 둘러보았다. 에어비앤비에서 숙소를 알아보았다. 처음 경험하는 문화였다. 평창동을 갔는데 재벌가들이 사는 동네 같았다. 대저택들이 있었다. 술을 마시다 떨어지면 인근에서 사올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가 그런다. 영어를 배운 적이 없지만 어떻게 영어를 하면 되는지 안다고. 일단 외국인이 오면 눈을 뚫어지게 보면 된다고 한다. 그게 언어의 시작이라고.

-한창훈 소설가가 다른 문인들과 지내는 모습이랑 지금 우리가 지내는 게 비슷할 수 있겠다.

 

2.  책 속으로 풍덩

-도시에 남아 있던 처자 쿠니가 그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한창훈 씨가 소설을 쓰게 된 계기에 주목했다. <녹색평론> 칼럼에 실린 김종철 선생님의 한 마디를 보고 이 소설을 구상했다. 그 칼럼이 무얼까 내용이 궁금해 찾아보았지만 아무리 애써도 못 찾았다.

-소설을 읽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이상향을 동경하는 모습, 바다와 섬. 그 소설을 임순례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배우 김윤석이 그 영화에 나왔다. 감독들이 어떤 역할에 맞는 인물로 김윤석을 떠올렸을 때 그를 대체할 다른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은 배우라고 하더라.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고 싶은 아이를 보며 . 그러나 교육제도에서는 아이를 끼워맞춘다.

-배에서 세월호가 연상되었다. 소설에 등장한 배에는 어쩌면 선장이 없지 않았을까. 사람들을 얽매기 위한 장치, 선장의 권위를 강조했고 감히 넘을 수 없게 했다.

-배에 탄 손님 중에 실제 섬에 살았고 바다에 대해 굉장히 잘 아는 이가 있었는데, 선원들은 그의 말을 따르려 하지 않았다.

-색다르게 쓴 소설이다. 생각을 전환시킬 수 있는 이야기였다.

-<나눔문화>에서 보내주는 시를 읽는다. 우리가 우리의 시선을 깨끗이 할 때 그 사람의 재력, 권력, 외모를 빼고 그를 보라. 그걸 빼고 그래도 좋으면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이 책을 읽다가 내가 편견이 많은 사람인 걸 깨달았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유토피아를 담은 것 같다. 세상살이가 답답하니 다른 세계를 꿈꾸는 모습.

-한나 아렌트가 말했다. 침묵 자체가 폭력이다.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게 중립이 아니라 폭력이다. 마르틴 루터 킹은 “당신이 다음과 같을 때 죽을 때가 되었다. 당신이 불의를 보고도 더 이상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윌리엄 제임스는 명언 제조기인가 보다.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데, 대부분은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머릿속의 단편적 지식을 조합할 뿐이다.”

-잘 듣는 게 안 된다. 남편 말은 아예 듣고 싶지 않다.

-당신은 낫다. 난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인생은 반복이다. 그러면서 사는가보다.

-부부는 아니지만 관계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경험할 때,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게 방법이기도 하다. 그게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방법은 아니지만.

-성숙함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동성애자에게 넌 왜 동성애를 택했느냐고 묻는 것이 성숙함이 아니다.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그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정 연령이 되면 결혼해야 하고, 잠시 후에 아이를 낳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그걸 강요할 수 없다.

-얼마 전 이수정의 <범죄심리학>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걸 듣고 난 후 인간을 보는 시선에 변화가 생겨 심란하다. 통계적인 분석으로 접근했는데, 인간은 짐승과 같다고 한다. 인간을 인간화시키는 게 배변훈련이다. 아무데나 똥을 싸면 안 되는 걸 가르치는 게 인간화의 첫걸음이다. 그걸 듣고 나니 성폭력에 대해 생각했다. 그분은 인간에 대해 기대를 안 한다고 한다. 수면에 떠 있는 모습은 인간일 뿐이지, 수면 아래는 짐승이다. 그 내용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고 딸 키우기 싫었다. 에이즈가 관리되지 않고 있어서 10년 후면 몇 명꼴에 한 명으로 에이즈 환자가 나올 것이다. 14세 이하 아이들의 성매매. 1년에 300명이 남자친구에게 스토킹 당해 죽는 여자의 수. 인간이 겪는 폭력은 전쟁과 가족제도. 폭력이 허용되는 가족. 뉴런의 길이와 성격에는 상관관계가 있다. 뉴런이 짧아지는 아이가 점점 늘어난다. 굉장히 암울하게 미래를 보았다. 인류를 포기한 느낌이었다. 여자는 죽어서야 문제가 해결된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듣는지에 따라 사고가 달라진다.

-내가 당신에게 상처 줄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사회의 모든 언어가 백인 남성의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나는 조심한다고 말하지만, 기존 언어가 내게 다 배어 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약자에게 상처 주는 경우가 많았을 거다.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폭력적 언어를 쓸 수 있다.

-육아휴직을 도입하는 것은 여성의 입장에 서보는 것.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이 있다.

-이 책 참 좋더라. 내가 갖고 있는 이 책을 본 사람들이 모두 관심을 보였다.

-추석연휴에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을 했다. 아버지와 화해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아버지들이 어린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몰라서, 다른 세대의 말을 할 줄 몰라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아버지들에게도 누군가의 듣는 귀가 필요할 것이다.

 

3.  밑줄 그은 구절

 

-죽음은 찾아오기를 평생 기다리는 것이다.

-> 왜 이 구절이 마음에 닿았는지 모르겠는데, 이 구절을 골랐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해결책이 아니라 같은 편이 되어주는 존재를 원한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 우리는 나이 들수록 같은 편이 참 중요하다. 살아보니까 그렇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보다 높지 않다.

-> 단 한 줄의 강력하고 놀라운 법조문!

 

-당신과 가까워지면서 깨달은 적이 있어요. 진정으로 가까워지려면 서로 번갈아 이야기하고 관심 깊게 들어야 한다는 것을.

-> 내가 밑줄 그은 말은 대부분 쿠니의 말이었다. 이 말은 쿠니와 결혼할 사람이 한 말이다. 사람 사이에서는 소통, 주거니 받거니가 중요하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재미나게 동작을 했던 코미디언이 있었는데. 우리 그거 많이 따라하며 놀았는데. 아, 늙었나보다. 그 코미디언들이 누구였는지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것은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보다 마음이 무거워지는 거다.

-> 살면서 우리는 이런 감정을 자주 체험한다. 하지 않는 일, 해야 하는 일..

 

-체벌이 끝나면 교사는 지난주에 했던 훈계를 다시 했다.

피아노만 열심히 친다고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는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원하는 상급학교에 갈 수 있고 상급학교에서도 열심히 해야 유학을 갈 수 있다, 그래야 훌륭한 연주자가 될 수 있고 원하는 직장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행복해진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라….

-> 이렇게 아이들을 키우는 교육.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부끄럽다.

 

-하늘은 하늘에 있고

바다는 바다에 있네

엄마는 엄마에게 있고

우리 아이는 우리 아이에게 있네.

->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구절이었다.

 

-당신네 배의 선장님은 신이 되고 싶었던 모양이오. 우리에게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얼굴을 보지 못한다면 그건 신이 아니겠소.

-> 마음에 오래 남았다. 신이 되려고 했던 선장, 권력자의 모습…

 

4. 모임을 마치며

-평소에 우리가 고른 책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보통 사거나 빌려 보는데 이렇게 이벤트에 당첨이 되어 책을 받아 읽으니 색다르다.

-모임 이후 함께 사진을 찍으니 더 가까워진 것 같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메일로 전송하는 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우리 중에 아무도 없다니! 그런데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이것저것 눌러보니까 된다. 역시 사람은 모여 살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행복이란 말이 없는 나라가 여기에서 펼쳐지나 보다.

-정말 재미있다. 우리들이 가족 같다.

-다음에는 고흐를 읽자. 고흐에 관해 출간된 책을 자유롭게 읽고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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