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좋수다, 김연수 소설 '사월의 미, 칠월의 솔'
- 작성일 2017-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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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수다팀 이름: 책이 좋수다
ㅇ 수다 진행 날짜 / 시간 / 장소: 2017. 10. 21 / 오후 6시 / 서면 블랙업커피
ㅇ 수다 참가 인원 및 명단(전체): 총 4명, 김광현, 배기연, 유경미, 이현정
ㅇ 수다 원작 작품: 김연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저희 모두 평소에 수업과 업무에 치여 책 읽기를 소홀히 했으나, ‘문학 수다’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한 번 책을 읽어보자며 패기 가득하게 책 수다를 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선정은 평소에 김연수 작가의 다른 소설과 에세이를 좋아하고, 그의 섬세하고 유려한 문체에 빠진 배 모씨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소설들이 왠지 주변 사람 중 한 명이 “이런 일이 있었대~”라고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가슴을 쾅쾅 때리는 소나기가 아니라, 스며드는 가랑비와 같은 소설집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동욱’이라는 소설을 가지고 깊게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너는 모른다, ‘동욱’
‘동욱’이라는 소설은 교사인 우리 모두 가슴 저리게 읽은 소설이다. 주인공 ‘동욱’은 청소년 방화범이다. 그 방화 사건으로 인해 3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동욱은 어머니가 가출한 뒤 할머니에게 맡겨진 조손가정 출신이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마저도 동욱의 곁에 없다.
이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동욱의 이야기와 남편의 이야기이다. “왜 조용하던 그 아이가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라고 자꾸 자꾸 물을 때, 남편의 이야기가 ‘나’에게 동욱을 이해하는 지점을 만들어준다.
처음에 어른들이 동욱의 방화 사건을 다루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어떤 사건을 이슈화할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정확한 조사도 전에 경찰은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난 12건의 방화 사건이 모두 ‘방화광’인 동욱이 저지른 일이라 결론 내린다. 그리고 이 장면을 보는 ‘나’는 말한다. “그 아이가 이룬 모든 성취는 이제 범죄의 이유가 될 뿐이었다.” 우리는 어떤 이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그 사람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문제의 원인으로 삼는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두 아이가 그런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원인으로 가정 교육, 그가 듣던 음악, 그들이 하던 게임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범인 중 한 명의 어머니가 쓴 책을 읽어보면, 그의 가정은 누구보다 화목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물론 그와 관련된 지점이 문제의 원인과 연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과연 이러한 태도가 옳은지는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이다. 교사인 우리 또한 학생의 문제에 대해 속단하고, 규정하는 태도를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교무회의를 하는 짧은 장면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나누었다. 사건이 일어난 후에서야 그 책임을 떠넘기고자 하는 그들의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평소에 수업과 과중한 업무로 아이들에게 모든 관심을 쏟지 못하는 일이 많은데, 나라도 이런 일에 처했을 때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가 그걸 알았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었겠는가”라는 말에는 질문하고 싶었다. 정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까? 그 아이가 혼자 할머니의 시신을 지키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닷새 동안 할머니의 시신을 눕혀놓은 채, 자기 방에서 밥을 먹고 공부를 한 그 아이의 마음을 상상할 수도 없다. 제발 그런 일은 없도록 아이들에게 더 관심을 쏟자고 다짐, 또 다짐하였다.
‘나’는 반 아이들에게 동욱을 위해 탄원서를 쓰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돌아온 아이들의 대답은 “못 쓰겠다.”라는 것이다. 왜? 그래도 한 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동무가 아닌가.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그들의 냉담함에 우리는 섬뜩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떠들고 있는 끔찍한 동욱의 모습으로 아이들이 알고 있던 동욱이 지워졌으리라 생각하니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니다. 사실 처음부터 우린 알고 있었다. 내가 알던 사람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했을 때,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그를 감싸 안고, 비난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는 너무도 모르기 때문에 더 쉽게 판단한다.
동욱의 친구인 ‘미니’의 등장. 학교에서 흔히 ‘문제아’라고 낙인 찍는 아이가 ‘미니’같은 아이들이다. 소설 속에서 미니는 동욱의 곁에 있어준 유일한 친구이다. 그리고 동욱을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친구이기도 하다. ‘나’는 미니를 보며, “그 미성숙과 순진과 동심을 견딜 수가 없어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라고 말한다. 이 소설 속에서 ‘미성숙과 순진과 동심’이라는 말은 여러 번 나온다.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부메랑처럼 “다음 순간, 미니의 말 한마디에 미성숙과 순진과 동심은 모두 나의 차지가 되고 말았다.”라며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사실 동욱의 방화는 그동안 꾹 눌러온 설움과 분노가 터져버린 것일 수도 있다는 것. 동욱이 ‘방화광’이 아니라, 그 아이를 불 지르게 만든 우리 사회가 미친 것일 수도 있다는 것. 가슴이 아팠다. 동욱이와 미니 모두 안아주고 싶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울었다. 사람들은 쉽게 이야기한다. 가정배경이 중요하다. 가정 배경, 소득 수준에 따라 그 사람의 인성이 결정된다. 사랑 받고 큰 아이는 다르다. 우리도 흔히 했던 말이다. 하지만 이런 말에는 ‘배척’만이 담겨있다. 가정 배경이 좋지 않은 사람, 집 사정이 어려운 사람을 가려내고, 낙인 찍어 철저히 격리하는. 우리는 더이상 이런 말은 하지 말자고 했다. 어떻게 하면 가정배경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혀를 차며 “그럼 그렇지”라는 말은 이제 그만 하자. 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에 동욱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괴로워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의 절정이었다. 사실 그 강을 바라볼 수 없었던 이유는 그 강에 자신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친구가 빠져 죽었기 때문이라는 오래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동욱의 면회를 간다. 교도소에서 ‘나’는 동욱과 자신의 관계를 ‘친구’라고 적었다. “그저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맺을 수 있는 유일한 관계.” 그렇다. 우리는 모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좀처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을 잘 안다고 생각하고, 규정하고, 판단한다. 하지만 사실 우린 모른다. 이를 인정하는 것이 이해의 시작이라고 우리는 이해했다. 또 우리는 “그렇다면 여기 모인 사람들은 모두 죄를 지은 사람과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다는 얘기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구절에서 마음 깊이 공감했다. 우리 중 한 명은 평소에 불편하거나 싫어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회피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어서 사고를 치거나 밉게 행동하는 학생을 대할 때 자꾸 모른 척하고 싶어지는데, 이 구절을 읽으니 어쨌든 그 학생과 나 사이에는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관계’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동욱이 질렀던 불은 마지막 장면 ‘나’의 가슴 속에서 피어오른다. 그리고 ‘나’는 (남편과 달리) 아직 동욱에게 용서를 구할 시간이 남아 있으며, 아득하게만 느껴졌던 15년이라는 시간 또한 짧은 시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것을 깨닫고 감사하게 되었다.
평소에 항상 학교에서 보고 함께 모여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이렇게 책을 읽고 함께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함께 책을 읽고, 이 책에 대한 다양한 감상을 나누니 좀 더 풍부하게 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동욱’이라는 소설은 저희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너무 바빠서 덮어 두고 살았던 무언가를 열어보게 해 준 소설이었다고 할까요? 당장 마주하고 있는 일이라 더 공감하고, 아파하며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이런 책모임을(특히 문학) 하며 살아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마무리했습니다.
문학수다를 통해 책도 받고, 좋은 문학 작품을 읽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런 기회가 또 있다면 꼭X1000000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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