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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예술위 연중 문학활성화 캠페인 - 백수린작가와의 만남 (2)

  • 작성일 2017-12-14
  • 조회수 696

어느새 희미해진 독자에 대해 다시 생각한 시간
-대학친구모임 ‘배꽃, 책으로 물들다’, 『참담한 빛』 백수린 소설가를 만나다-

 

 

아시아 작가 최초 맨부커상 수상’, ‘노벨문학상 유력후보’ ... 잊을 만하면 언론을 장식하는 기사만 보면 안 그럴 것 같지만 사실 문학이라는 예술은 일반 시민들과 그리 가깝지 않다.

어느 문학평론가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젠 문학의 위기가 아니다. 문학의 존재성 자체의 불안을 말할 때다.”

그렇다면 일반 시민들이 문학이랑 멀어진 이유는 뭘까? 각양각색이다.

바빠서’ ‘어려워 보여서’ ‘기회가 없어서’ ‘그냥’ ‘잘 몰라서.

이렇듯 여러 이유로 문학을 멀리하고 있는 일반 시민, 독자들이 모처럼 주변사람들과 문학을 체험하고 즐겁게 수다를 떠는 기회를 주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학지원부가 온국민 문학 재밌수다라는 조금 특별한 문학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리고 지난 7월말부터 약 한 달간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참가신청을 받았다. 신청접수를 한 팀은 총 170, 소정의 심사를 거쳐 111팀을 선정하고 각 팀에게는 그들이 읽어보고 싶다고 신청한 문학도서와 약간의 다과비를 제공했다. 책과 다과를 제공받은 수다팀이 해야 할 일은 딱 두 가지. 작품을 읽고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문학수다를 떠는 것과 수다 후기를 온라인(예술위 문장사이트)에 올리는 것. 예술위는 10월 말까지 후기를 올린 팀 가운데 3개 팀을 선정, 그들이 책으로 접한 작가를 직접 만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우수 수다팀을 위한 작가와의 만남 시간!!

 

두 번째로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의 주인공은 같은 대학 국어교육학과 동기생 모임인 배꽃, 책으로 물들다팀과 두 번째 소설집 참담한 빛을 펴내 2016 세종도서 문학나눔도서로 선정된 백수린 소설가. 참고로 이번 작가와의 만남 후기는 사전에 팀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A4 한 장 가득 빼곡하게 채운 질문지를 만들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기쁘게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한 <배꽃, 책으로 물들다>팀에서 직접 작성해 보내왔다.

 

백수린 소설집 『참담한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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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 뉴스가 눈에 띄던 지난 12월 2일, 대학로의 조용한 카페에서 <온국민 문학‘재밌’수다 대잔치> 작가와의 만남을 가졌다. 만나기로 한 작가님은 『참담한 빛』(창비)라는 소설집를 펴낸 백수린 소설가. 우리가 읽었던 소설 속 세계를 만든 작가님을 직접 만나 뵐 기회는 좀처럼 없으므로, 다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모임 장소에 하나 둘 도착하였다. 그리고 작가님 또한 출판계와 관련이 없는 우리 같은 일반 독자들을 소규모로 만날 기회가 드물기에, 처음 만남은 조금은 어색하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따뜻한 커피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추위로 얼어붙었던 공기가 따뜻해져가는 것을 느꼈다.

 

ㅇ 문학수다팀 이름: 배꽃, 책으로 물들다

ㅇ 시간 및 장소: 2017. 12. 2 오전 11시, 시어터카페 (서울 대학로)

ㅇ 참석자 (총4명): 백수린 (초대작가) 이수미, 이미나, 장서정(수다팀)

ㅇ 대상문학작품: 백수린 소설집 '참담한 빛’

 

 

문학재밌수다,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수미(이하 수) : 국어교사들이 1000명 정도 속해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온국민 문학‘재밌’수다 대잔치’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었어요. 학생들과 참여해볼까 하다가, 학생들의 토의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교사라는 역할에서 모처럼 벗어나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대학교 국어교육과 동창이라 다들 전공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책에 대한 이해와 대화의 깊이가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10년 가까이 친구로 지냈지만 책에 대해 수다를 떨어본 기억은 없어서 이런 기회를 가져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서정(이하 서) : 저는 사실 국어교사이지만 문학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국어 문법에 더 흥미를 가지는 편이지요. 또 문학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들을 주로 접하다보니 최근에 나온 우리 소설을 읽어볼 기회가 별로 없어요. 그래서 친구가 ‘재밌수다’를 제안했을 때, 굉장히 설레더라고요. 그리고 백수린 작가님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단편소설만의 몰입하게 만드는 느낌이 좋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작가가 쓴 글이다 보니 공감되는 점이 많았던 것 같아요.

미나(이하 미) : 저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던 점이 좋았어요. 왜냐하면 저도 서정이와 마찬가지로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통해 만나는 문학작품은 남자 작가들 것이 많고, 그마저도 90년대 이전일 때가 많아서 공감이 잘 가지 않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그럼에도 학생들에게는 가르쳐야 하니까 뭔가 저역시도 문학이 주는 재미를 별로 못 느낀 것 같아요. 요즘은 여성 작가들도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는데, 교과서가 최근 문학작품들을 많이 다뤄주면 제가 느낀 것 같은 공감과 재미를 아이들 역시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가 바라는 문학교육의 모습은

‘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우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문학 교육으로 넘어갔다. 특히 우리는 현재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작가님의 문학 교육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수 : 방금 미나가 말한 대로,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은 남자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데 그 이유는 아마 교과서엔 90년대 이전 작품이 많이 실리는데 창작 활동에 참여한 남녀 작가의 비율 자체가 다르기 때문일 것 같아요. 만약 작가님의 소설이 국어교과서에 실린다면 어떤 느낌이 들 것 같으신가요. 그리고 최근 김영하 작가가 현재 학교에서 이뤄지는 문학 교육에 대해 <알뜰신잡>이라는 방송에서 이야기 한 것을 들었어요. ‘서로 경험과 가치관이 다 다른데 문학작품을 읽으면 당연히 인상 깊은 부분, 느낌,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게 정상인데 우리 문학교육은.... 자꾸 하나의 정답을 찾으라고 강요를 한다’는 취지의... 작가님은 문학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가 궁금합니다.

 

백수린 작가(이하 백) : 제 작품들 중 교과서에 뭐가 실리면 좋을까요? 청소년들이 읽을 만한 작품이 있으려나(웃음), ‘북서쪽 항구’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니까 청소년들도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고, ‘감자의 실종’같은 작품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문학 교육에 대한 제 생각은…. 우선 국어교육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되어 책을 내고 난 뒤 왜 이렇게 문학책을 읽는 독자가 적을까 하고 고민해보았어요. 선배 작가님들 말씀이 90년대에는 책을 내면 기본적으로 판매되는 양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거든요. 수입의 문제 뿐 아니라, 내 글을 읽어줄 독자들이 존재하지 않는 느낌을 받으면 좀 아쉬워요.

수 : 맞아요. 어떤 팟캐스트에서 작가님이 하신 말씀을 들은 기억이 있어요. 작품을 냈을 때 독자들이 너무 적으면 마치 작가님이 하신 말이 허공에 붕 뜬 것 같다고요. 이 말을 듣고 참 안타까웠어요. 저는 지금 현재 문단에서 활동 중인 작가님들이 치열하게 쓰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주변에선 잘 모르고 외면하더라고요. 흔히 문학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특히 장편보단 단편의 경우는 그렇게 말을 하거든요. 왜 이렇게 사람들이 문학을 멀리할까요.

백 : 저는 문학 텍스트 읽는 것은 훈련의 결과라고 생각해요. 분석하는 법을 훈련하면 할수록 문학에 대해 더 재미를 느끼기 때문에 작품을 읽는 법을 많이 훈련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전 정말로 어릴 때 국어시간이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재미없었다는 친구들의 얘기를 들으면 문학 텍스트를 시험을 잘 치기 위해 외워야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정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서 : 그렇지만 수능이라는 시험이 존재하다 보니까 아이들은 문학에서 답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답이 없다고 얘기하면 답답해하는 친구들도 있어요. 어떤 식으로 훈련해야할지 고민이 돼요.

미 : 그런 면에서는 중학교는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이 의외로 자기 소설을 쓰는 것도 좋아하고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아요. 그렇지만 그 흥미가 고등학생 때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것 같아요. 또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은 어떤 식으로 조언을 해줘야 할지도 의문이에요. 그런 아이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드려요.

백 : 저는 책을 최대한 많이 읽히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또 글을 쓸 때, 다른 사람과 다르게 특이하게 생각하며 글쓰기를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단정한 글을 잘 쓰는 글이라고 생각하는데, 단정하게 글을 다듬는 것은 커서도 할 수 있으니까 독특한 발상이나 독특한 감상, 섬세한 관찰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의 끝에는 백수린 작가님이 어떻게 작품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특히 한국 소설 작가라고 하면 보통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을 것 같은데 불문과를 졸업한 작가님의 색다른 이력에 관심이 갔다.

 

서 : 그러고 보니 작가님께서는 불문과를 나오셨는데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걷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백 : 저는 대학교 4학년 때 국문과에서 개설한 소설쓰기반을 수강하였어요. 저도 중학교 때부터 소설가가 꿈이긴 했지만, 좋은 대학을 가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라는 부모님의 뜻을 따라 그 꿈을 접고 살았어요. 그래서 사회학과 대학원에 진학을 하려고 했는데 4학년 때 그 수업을 들으면서 소설을 쓰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석사 마치고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후회 없이 쓰기나해보자라는 생각으로 2년간 알바를 하면서 책도 많이 보고 분석도 하면서 연습을 해보았어요.

수 : 뭔가를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어떤 욕망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진 건가요?

백 : 뭔가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대한 생각은 아주 어릴 적부터 있었어요. 이건 오래된 욕망이었어요.

서 : 그럼 작가님은 작품을 쓰기 전에 중심을 두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요? 아니면 ‘이야기’인가요? 작품을 읽으면서 왠지 작가님이 ‘이 작품은 이런 이야기로 써야 겠다’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독자들이 이런 느낌을 받는 글을 쓰고 싶다’에서 시작하셨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백 : 이 질문을 들으니 정말 간파를 잘하셨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의 경우 이야기의 처음은 어떤 장면에서 시작을 해요. 그리고 그 장면이 주는 느낌을 생각하고 이게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하고 생각을 한 후에 소설을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

 

백수린 작가의 소설 ‘폴링인폴’에는 ‘삶이란 신파와 진부, 통속과 전형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말해질 수밖에 없는 것들에 의해 지속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우리는 백수린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말할 수밖에 없는 어떤 감정이나 또는 말해질 수밖에 없는 사실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수 : 저희가 공통적으로 생각했던 것인데, 저희는 소설 속에서 영국, 프랑스 등의 이국적 공간을 배경으로 설정한 이유나 의도가 궁금해요.

백 : 맞아요. 이건 정말 아주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저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평론가들도 물어보시고…그런데 저는 배경을 이국으로 설정하려 하기 보다는 ‘외국인’을 만나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외국이 배경이 되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저는 기본적으로 소통에 대한 회의감이 있어요. 저희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제 마음이 100%전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늘 회의적이에요. 사람은 자기밖에 결국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우리는 모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 점을 많이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리고 모두 다 이해가 될 거고, 됐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람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전제 되어야 소통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고 그런 노력이 윤리적인 소통 방식일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쩌면 그걸 잘 보여주는 게 외국인과의 대화고 소통인 것 같아요. 제 소설 속에는 서로 다른 모국어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영어를 가지고 소통하려고 하는 상황이 종종 등장해요. 그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이 부정확한 말이고 네가 하는 말도 부정확한 말이지만 내가 최대한 상상해서 너를 이해할게, 하는 노력이 있을 때 이루어지는 그 찰나적인 소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저는 그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수 : 네, 그런 작가님의 생각이 첫 작품 ‘거짓말 연습’에서부터 강하게 느껴졌어요. 이 작품에서 화자는 말할 수 없고 말하지 않아서 세상과 단절되어 가는 느낌을 가지다가 마지막엔 합창곡에 끼어들기 위해 굳게 닫고 있던 입술을 뗀다고 묘사가 되었잖아요. 그 때 전 소통하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이야기를 말 해 나갈 수밖에 없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타인에게 완전히 이해받기는 어렵지만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서 : 근데 전 작가님이 이런 이야기를 쓰다보면 스스로 우울하거나 침체된 기분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작가님만의 기분 전환 방법이 있나요?

백 : 소설을 쓸 때는 대부분 우울해요(웃음) 그래서 기분 전환 방법은 딱히… 그냥 머리를 비우는 집안일이나 청소하기, 음식 만들기 같은 단순한 작업을 하려고 해요. 그렇지만 완전히 바뀌지는 않아요. 하지만 어떤 장면이 막히다가 어느 순간 잘 풀릴 때 기쁨을 느끼고, 그 때 완전히 우울함이 해소되는 것 같아요.

미 : 주로 작업은 언제 하시나요?

백 : 오후나 저녁…새벽 3시쯤까지 작업을 해요. 새벽이 주는 고요함이 좋아서요.

수 : 저는 <참담한빛> 책표지가 너무 예쁜데, 어떻게 결정된 것이고 이런 디자인을 통해 어떤 느낌을 주려고 했는지 질문하고 싶어요. 그리고 ‘참담한 빛’을 표제작으로 선정한 이유도 궁금해요.

백 : 첫 번째 책인 <폴링인폴>은 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참담한 빛>은 ‘참담한 빛’이라는 제목에서 ‘참담함’이라는 단어가 너무 세기 때문에 ‘빛’을 강조할 수 있는 표지를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정말 제 책이지만 표지가 무척 예쁘게 나와서 기분이 좋아요. 출판사 관계자분이 창사 이래 가장 예쁜 책표지라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또 여러 단편 중 ‘참담한 빛’을 표제작으로 한 이유는… 제 이번 소설집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이 ‘참담한 빛’이라고 생각해서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정했어요.

미 : 그런 것을 작가님 혼자 정하시는 건 아니죠?

백 : 네, 편집자님과 함께 해요. 생각보다 출판사편집자의 역할이 커요.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표사를 정하거나 작품의 순서를 짜는 일 등등을 같이 하면서 작가와 협업하는 관계에요.

서 : 혹시 작가님은 좋아하는 작가가 있으신가요? 뭔가 영향을 받았다거나 지향하는 작가가 있는지요.

수 : 저는 어디 팟캐스트에서 작가님이 줌파라히리와 편지를 주고받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백 : 네, 줌파라히리는 인도계 미국인이면서 이탈리아어로 작업하는 작가에요. 저도 제 작품을 불어로 번역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뭔가 저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했구요. 또 제 작품이 김연수 작가님의 초기작과 비슷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만약 비슷하게 보였다면 제가 그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일 거예요. 비슷하다면 영광이죠. 또 저는 한강, 권여선 작가님도 좋아하고 외국 작가 분 중에서는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좋아해요.

미 : 소설을 읽다보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 인물들의 스타일이 약간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뭔가 떠 있는 것 같고, 말랐을 것 같고 손가락이 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웃음) 작가님의 경험이 반영된 건가요. (ᅌᅮᆺ음)

백 :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질문인데 정말 그런 것 같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남자인물을 많이 쓴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 경험이 반영된 건 아니에요.(ᅌᅮᆺ음)

수 : 저는 뭔가 드라마 ‘사랑의 온도’에 나온 배우 양세종을 떠올리며 읽어 보았어요.

백 : 양세종... 왠지 어울릴 것 같아요. (웃음)

 

백수린 작가님의 ‘다음’을 기대하며

 

백수린 작가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폴링인폴>, <참담한 빛>, 그 다음에 백수린 작가가 들려줄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다음 소설에서는 또 어떤 화두로 우리들을 찾아올지 궁금했고, 아직 단편 소설집밖에 없기 때문에 장편 소설에 대한 소식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백수린 작가님의 ‘다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오늘의 만남을 마무리했다.

 

미 : 소설집 <폴링인 폴>에서는 다양한 화두가 던져졌던 것 같아요. 디아스포라, 이방인 정서,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순간에 대한 포착, 언어의 한계, 기억의 문제, 숨겨진 비도덕성과 죄책감… 이런 화두 중에서 ‘참담한 빛’을 통해 좀 더 확대시킨 화두는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백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참담한 빛’에서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더 깊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최근 관심 있는 부분은 소통의 문제에 대한 외연을 넓히는 거예요. 계층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어떤 시대에 대한 문제가 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인물의 복잡한 감정 특히 죄책감이나 열등감, 그리고 비겁함 같은 감정에 관심이 있어요. 멀쩡한 사람들 속에 숨어 있는 그 감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어요.

수 : 2017년 하반기에 장편을 구상한다고 들었는데, 진행 중이신가요 ?

백 : 써야 한다고 생각은 하고 있는데 내년 상반기 쯤 출간할 300매 가량의 글을 구상하고 있어요. 이게 새로운 장편이 될지는 조금 봐야할 것 같아요.

수 : 정말 작가님과 이렇게 직접 만나 뵐 수 있다는 게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더욱 작품이 생생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고요. 정말 작가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이면서 의외로 작가라는 존재가 그리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 있구나, 우리와 함께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함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어요.

서 : 저도 전적으로 비슷하게 생각해요. 아직 아이들을 가르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당장 문학 교과서 속의 작품들을 소화하기도 버겁고 힘들다고 느꼈어요. 그러다 보니 접하는 작품도 문학 교과서에 실린 것들 위주가 돼 시야가 좁아진다는 느낌을 가졌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작가님을 만나니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했고, 작가님과의 대화 내용 중에서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도 많았어요.

미 : 저는 작가님이 저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작가님 역시 소설을 쓰면서 소질이 없는 것 같이 느낀 때가 있었고 힘든 시간 끝에 작품을 창작하신다는 얘기를 들으니 공감대가 생긴 느낌이에요. 그리고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어요.

백 : 이렇게 일반 독자님들을 만날 기회가 진짜 적어요. 또 인터뷰를 해도 표면적인 질문 받을 때가 많아서, 평소 독자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정성스럽게 작품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소설을 쓴다는 것이 이제 제 ‘일’이 되다보니 원고의 마감만 생각하고 독자에 대한 의식이 희미해져갔어요. 그런데 오늘 만남을 통해 제가 왜 소설을 썼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제 작품이 독자에게 가닿도록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네요.

 

 

이야기를 마치고 카페의 문을 열고 나와 추운 거리로 다시 나섰다. 그리고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재촉하며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던 ‘소통’이라는 화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자신의 내면을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와 그 작품을 읽으며 그 속에서 작가와 대화를 나누는 독자 사이의 소통은 내가 상대를 완전히 이해할 것이라는 오만을 버리고 최대한의 상상력을 발휘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소통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