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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6월 4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김보영
  • 작성일 2015-06-30
  • 조회수 322

속죄 – 모스케어

보면서 내내 떠오르는 기억과 그 기억에 담긴 감성이 있기에 대입하며 읽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중이야 알 수 없는 것이고, 제 기억과 감성에 대입하는 것 역시 개인적인 투사입니다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쓰면 안 된다는 주위의 압력에 영문도 모르고 굴복했던 시절, 납득도 못한 채로 버리지도 못하고 다가가지도 못했던 시절을 생각합니다. 글이든 음악이든, 어느 방향으로든 창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겪고 부딪칠 작은 벽이 아닌가 합니다. 작지만 간단한 벽도 아닙니다.

 

개인적인 투사로밖에 감상을 적을 수 없는 것은 사실 설명되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소설 안에서 지금 현재의 표면적인 눈빛이나 표정에 집중할 뿐, ‘그’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말해주지 않습니다. 소설의 설정 상 알려주기 어렵다면 화자가 대강 추측이라도 해서, 독자가 상상할 여지를 좁혀주세요. 소설은 독자의 의문을 앞서가야 한다고 하죠. 소설이라는 칸막이 안에서 대강의 의문은 완결시켜주는 편이 좋아요.

‘그’의 사연을 알지 못하는 화자가 사연을 알아내려는 노력을 더 하지 않고 일반론적인 설득을 하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그’는 왜 피아노를 치는 것이 죄가 아니라는 것을 몰랐을까요? 화자는 무엇을 연상했기에 ‘죄가 아니’라는 말이 ‘그’를 설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요? 화자에게도 ‘그’의 사연을 짐작할만한 개인적인 사연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만, 역시 추측일 뿐입니다.

아무리 환상적이고 상징적인 이야기라 해도, 쓸 때에는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풀어주세요. 작가조차도 믿지 않는 세계를 독자가 믿어주지 않아요. 눈앞에 '그' 또는 '화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 번 ‘그’의 입장에서, 화자의 입장에서 시뮬레이션 해 봐 주세요.

 

이와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 이야기가 남이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었고, 그때에 한 걸음 나갈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아쉬운 면도 있습니다만, 격려하는 의미로

속죄 – 모스케어

에 주장원을 드립니다.

 

*

 

“내가 겪은 일 가운데 가장 피곤한 일은 글을 쓰지 않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글을 쓸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글을 쓰지 않을 때 육체적으로 매우 지친다.” : 프랜 레보위츠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훈련 : 365일 작가 연습 – 주디 리브스 : 에서 인용)

 

김보영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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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마지막 인사

  저는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원래 작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그만두게 될 예정이었는데, 제가 여러분 졸업하시는 것도 보고, 글틴캠프도 가고 싶다고 우겨서 좀 더 있었습니다. 부족하나마 작은 문학의 날 행사로 몇 분 뵙고 가서 기쁘네요. 그간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참으로 좋은 글 많이 보았고, 많이 감동받고 마음아파하기도 했고, 미래의 좋은 작가님들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시작할 때도 제가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가르치셨고, 스스로 성장해가셨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평을 받는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차지 않으실 때도 있으셨을 텐데, 늘 어른스럽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학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가야 하지요. 또한 자신의 답을 믿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답을 존중하며 가야 하지요. 저는 제 생각과 원칙으로 임했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새 선생님이 오시면 저와는 또 다른 생각과 원칙으로 평을 하시리라 생각하며,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여러분의 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글쓰기는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우리의 마음에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계속 글을 쓰시기를 바랍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작은 문학의 날에 했던 저작권 이야기에서 추가 : : 짧은 시간이라 사실 다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말했듯이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갖지 않고, 아이디어는 서로 오가는 것이고 서로 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비슷하다고 작품을 버리거나, 비슷하다며 비난하는 일은 다른 의미로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중요해서 저작권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문화를 키우는 데에 필요한 기본 바탕이라서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재생산된다는 것을 믿고, 흔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의 진실로 대하며 만들어가세요. 그래서... 아이디어에는 저작권이 없고 표현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사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요. 그래서 표절을 판단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어요. 그러므로 그때에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피해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밖에,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쓴 작품은 저작권이 없답니다. 이를테면 게임 회사에서 만든 게임 시나리오나 그림은 회사의 것이지요. 강의나 비평을 위한 인용 역시 허용되고, 법전도 저작권이 없지요. 죽은 지 70년 된 사람의 작품은 저작권이 풀리고요. 그래서 신데렐라나 셜록, 홍길동의 콘텐츠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지요. 그 외의 예외들이 있습니다. 저는 진짜 전문가는 아니니, ^^ 제게 들은 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조금 더 알아보세요. 대학에 가신 분들은 청강해볼

  • 김보영
  • 2016-03-01
* 이야기글 2월 월장원 발표

2월의 월장원 후보는 프레티나 – 투또우 Live Forever – 투또우 난생의 기원 – 노송휘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입니다. *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프레티나 – 투또우 두 작품이 특히 좋았어요. 제 월장원 평이 없는 것은, 월장원까지만 와도 저로서는 명확한 논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선택하는 작품이 좋다는 것은 늘 확신해요. 하지만 떨어뜨리는 작품이 좋지 않은 건 아니죠. 모든 공모전이 또 그러하지 않은가 합니다. * 프레티나 – 투또우 를 2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축하드립니다.

  • 김보영
  • 2016-03-01
* 이야기글 2월 4주 우수작 발표

잠자리 대가리 - 탈퇴 회원 (이름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탈퇴하신 걸까요.) 글을 많이 안 써보신 분이 아니면 나이가 많이 어린 분 같습니다. 귀엽게 보기에는 무서운 글이네요. 비현실적인 상상을 한다 해도 논리가 없다면 의미를 갖기 어려워요. 일부러 비현실적으로 썼다는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곳에는 많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올라와요. 그것으로 점수를 깎지 않고요. 문장과 전개가 초보자 티가 많이 나서, 하직 뭐라 평가하기에는 이른 단계입니다. 지금 뭘 듣든 잘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전반적인 연습이 많이 필요하니 집에서 많이 써 보세요.   친환경 캠프 - 탈퇴 회원 스마트폰이 없으면 이만한 재난이 일어나는군요. 앞 소설보다는 재미있게 보았어요. 이게 대체 어디까지 가려 그러나, 하면서. 글은 어린데 역시 귀엽게 보기에는 너무 무섭네요. 간혹 요새 어린 분들은 최초의 아이폰이 생겨난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는 생각을 해요. 그만큼 스마트폰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가 지대하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보면서 지금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공기와 같은 물건일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쓰레기 먹는 카멜레온 – 맞봄 문장이나 전개는 연습이 많이 필요한 편이지만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쓰레기를 먹는 카멜레온이라면 확실히 사람도 먹을 것 같아요. 환경을 보호하려면 그게 제일이겠지요. 인간만 없다면 환경이 살아나는 건 순식간이라고 하지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곳은, 방사능으로 가득하기는 해도, 단지 인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하지요. 사실 쓰레기를 먹는 생물이라면 있어요. 미생물이라고... 단지 현대문명은 소독으로 그들을 척살하고, 그들의 활동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쓰레기를 내놓지요. 오염물질을 더 빨리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만드는 연구와, 미생물에게 더 쉽게 분해되는 물건을 만드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단지 경제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다보니 그 분야의 투자가 필요에 비해 적지요.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을 먹고 죽어가는 새나 거북의 이야기가 많고도 많지요. 어쩌면 상상하신대로 언젠가는 그들을 먹고 사는 동물도 생겨날지 모르겠어요.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오랜만에 다시 읽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전 소설을 생각하지 않고 이 자체로 다시 읽었어요. 거칠고 산만한 면들이 안정되고, 솟구치는 감정도 다듬어지고,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슬픔을 관조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외롭고 슬픈 두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우정을 나눕니다. 로빈의 대화는 짧고도 간단하지만 화자가 위로를 받았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화자는 마지막 만남에서 로빈의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가버렸고... 그를 돕지 못했다는 절망에 빠집니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의 능력 -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으로 로빈을 구원합니다. 그 구원이 로빈 뿐 아니라 자신의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같은

  • 김보영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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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스케어

    사실 소설 속의 화자는 그 자신이거든요. 그가 생각하는 죄가 죄가 아님을 깨닫고 스스로를 용서하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제대로 표현이 안된것 같네요. 나름 티를 냈다고 생각했는데ㅎㅎ..이런 건 글 속에서 어떻게 나타내 줘야 하죠? 글 속에서 모든걸 말하는건 별로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제 글은 항상 설명이 필요하더라구요. 과하지 않게 제 의도를 표현하는게 가장 어려운거 같아요. 그런데 그에게 있었던 일을 추측해주는게 꼭 필요한가요? 저는 글을 읽는 사람이 그 일을 자기입장에서 추측하기를 바랬거든요. 그래서 저는 남자에게 있었던 사건을 공백으로 나두고 싶은데..나중에 좀 더 길게 다시쓸려고 하는데 조언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2015-06-30 23:49:28
    모스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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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세상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은 전부 ‘나’고 작가의 분신이고 그러니 같은 사람입니다!!! 그렇다고 세상 모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이유로 서로의 속마음을 다 읽고, 독자가 모르는 이야기를 자기끼리 하고 있으면 그 소설을 ‘남’인 독자가 어떻게 이해하겠어요. 상징이라도 현실로 생각하고 쓰라는 말은 인물들의 상징을 생각하지 말고, 별개의 다른 사람인 것처럼 생각하고 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인물의 상황을 특정 지으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인물의 사연을 글로 구구절절 늘어놓을 필요는 없어요. 쓰지 않더라도 생각해두세요. 생각했는가 안 했는가가 글로 쓰든 쓰지 않든 드러납니다. 만약 남자의 사연을 비워두고 싶다면 화자의 사연을 만들어주세요. 그러면 독자가 공감할 자리를 찾을 겁니다. 상상의 여지는 필요하지만 사소한 부분으로 해야죠. 독자가 다 상상하게 하면 작가는 왜 필요하겠어요. 독자가 다 쓰면 되지. * 어떤 형태로든 이해할 수 있는 형태를 만들어 넘어가는 법도 있어요. 로맹가리는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서 사연을 모르는 여자를 위로하며 말합니다. “어쨌든 한 가지 설명은 있을 거요. 언제나 한 가지 이유는 있는 법이니까.” (물론 결국 사연은 드러납니다만) * 물론 이것은 다 하나의 방법론입니다. 방법론이라는 뜻은, ‘그래야 한다’기보다는 ‘그래야 더 쉽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원하시는 방향으로 가도 좋겠지만, 주인공을 일반적인 인물로 만들면 독자에게 통하기는 훨씬 더 힘들어요. 평범한 사람도 잘 아는 친구나 주변 사람에게는 도움 될 말을 할 수 있지만 대중을 상대로 말하려 하면 간단하지 않은 것과 비슷합니다. 훨씬 더 깊은 철학과 생각이 필요합니다. * 그래도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 사연을 상상할 수 있는 여지는 있었고, 슬픈 마음과 위로의 감정이 전해졌습니다. 사실 이런 구도에서는 쉽게 나오기 힘든 매력이 있었어요. 평을 너무 생각하다보면 본질을 놓칠 수도 있어요. 글이 원숙해지면 방법론은 자연스럽게 글에 녹아듭니다. 글은 우선 자신에게 즐거워야 해요. 마음 편하게 갖고 계속 써 주세요.

      • 2015-07-01 09:34:10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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