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파리 혹은 잎사귀라고 불리는
- 작성일 200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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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53
그냥, 나무의 수많은
이파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주위에 어울리지 않고
제멋대로 노는 잎사귀라고?
주인이 내린 명령에
따르지 않는 나뭇잎이라고?
머리를, 꼬리를, 팔다리를
날카로운 칼로
쓰윽, 베어버리지 마라!
잘 드는 가위로
싹뚝, 잘라버리지 마라!
그러니까, 감은 눈으로 재고
닫힌 마음으로 재단하지 마라!
어차피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너도 나도
부는 바람에 목 떨어질 것인데
네 감옥에 갇혀 있을 시간이 없다
네가 잎이라고 불리는 것은
뼛속에서부터
무엇으로도 끌 수 없는
불이 붙어 타오른지 오래다
하루에도 수백 수천 번
몸 바꾸고 이름 바꿀 것이다
푸른 빛에서
붉은 빛에 다다를 때까지
삶의 정수리가 되는 것이다
이파리 혹은 잎사귀라고 불리는
나뭇가지의 저것이
그러므로, 잎이 아니라면?
나무의 심장이고 동맥이다
나무의 정신이고 영혼이다
그러니, 잎 하나에도 손 대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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