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진 나무
쓰러진 나무 위에 꽃잎이 내린다
얼마나 많은 꽃잎이 내려야
위로가 될까
일어서지 못하는 나무 위에
오월 햇살이 덮힌다
얼마나 많은 오월이 와야
기억상실증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숨이 끊어진 나무 둥치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꽃잎이 멋모르고 밥에 앉는다
쓰러진 나무 곁에서
살아있는 나무들은
울면서 꽃잎을 떨군다
하얗게 젖은 길 위로 아이가 걸어간다
빨리 꽃잎 다 지고 잎 돋아나서
푸른 옷 한벌 지어 입혀야
위로가 될까
도시락 위로 떨어진 꽃잎, 한 목숨과 목숨을 지탱하는 밥, 푸른 옷 한 벌 쫙 빼입은 나무처럼 싱싱한 시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