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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그대

  • 작성자 상산
  • 작성일 2009-11-12
  • 조회수 226

"누구세요?

"김주열 학생 집 맞나요?"

문을 열어보니 깔끔한 정장을 입은 나이를 꽤나 먹은 아저씨가 보인다.

"제가 김주열인데, 무슨 일이신지?"

아저씨는 정장 안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내게 건네준다. S병원 의사 남기환.  S병원이라면 우리나라 최고 병원이 아닌가? 그 병원 의사가 왜 나를...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S병원 의사 남기환이라고 합니다. 만약 시간이 되신다면 조용히 예기 좀 나눌수 있겠습니까?"

나는 수락 하였다. 마루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기환이란 의사는 나를 게속 훓터보는 눈길이 느껴진다.

"무슨 하실 예기라도 있으신가요?"

"지금 시간이 급해 직접적으로 말하겠습니다. 김주열 학생 혈액형이 특별한건 알고 계시죠?"

혈액형이라... 맞다. 나는 아주 희귀한 혈액형이다. 뭐였더라? 아주 생소한 이름이였는데... 초등학교때 의사선생님 말로는 국내에 몇명없는 혈액형이라고 기억한다. 근데 지금 그게 왜...?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의사가 말한다.

"김주열 학생의 피는 RH-SIN으로 국내에 단 3명이죠. 그중 한명이 현재 아주 위급한 상태입니다. 혹시 헌혈 하실생각 없으십니까? 사례는 충분히 받게 될껍니다."

"우와, 굉장히 크네요."

처음 온 S병원은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하나,둘,셋... 20층! 뭔 병워이 20층이나 된담. 내가 타고온 차도 속히 아내를 팔아서라도 사야하는 차 중에 최신형이라니... 평범한 나에겐 눈에 들어조지 못할정도로 어마어마 했다. 처음엔 불쌍한 사람 살리는 셈치고 따라왔지만 새로운 환경에 눈이 휘둥글레 졌다.

내가 도착하자 검은 선글라스를 낀 사람들이 나를 마중 나와있다. 그리고 병원의 원장 마저 나를 기달리고 있었다.

"안녕하네, 지금 부터 주열군은 VIP룸에서 지내게 될꺼야. 뭐 필요한것 있으면 말하게, 다 준비해 주겠네."

어? 내가VIP? 이런 병원에서?  무슨 일이기래... 잠깐, 지낸다고? 한번 하고 가는거 아냐?

나는 끌려가는 듯이 병원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간호사 몇명이 들오더니 헌혈을 해갔다. 처음해보는 헌혈이기에 따끔했지만 참을 만했다. 나를 지켜보는 남기환의사에게 물었다.

"이게 어떻게 된일이죠?"

"그냥 단순한 헌혈입니다. 환자가 나을때 까지만 여기 머물면서 헌혈해주기만 하면됩니다."

"그래도 학교는..."

남기환의사가 걱정말라는 듯이 말하였다.

"걱정 마세요. 학교엔 이미 연락해 두었습니다. 학교에서도 양해 해주더군요."

"그럼 부모님에게는요?"

"물론 해두었습니다. 몸조리 잘하하고 하시더군요."

이게 무슨 상황이길래 학교를 마음대로 뺄수 있는건지. 그 환자란게 누구야?

"저기 , 사고 당하신 분은 어떤 분이길래 학교도 마음대로 빠질수 있나요?"

남기환의사는 약간 긴장하면서 안경을 치켜세웠다.

"죄송하지만 그건 비밀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분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음날부터 침대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 말로는 계속적으로 피가 필요한다고 하신다.

처음에는 괞찮았다. 병원 밥이라 밥맛은 젬병이였지만 영화를 볼수있는 스크린, 몇대나 되는 TV, 보고싶을땐 어느 책이나 몇 분이면 준비되었다. 사고 당한분께 미안하지만 계속 아팠으면 좋겟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링~

그로부터 몇달이 지났을까?  나는 아직도 그 방에서 벗어 나지못했다. 학교는 컨녕 부모님 얼굴도 못본지 3달이 지났다. 방금 그 소리는 피를 뽑아야한다는 신호였다. 그 소리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온다. 몇 달쨰 계속되는 헌혈, 나는 정상이 아니였다. 내가 봐도 창백했다. 그들은 최소한의 피만 남기고 모든피를 가져가는 것 같았다. 제기랄. 나가고 싶어...

그들은 언제나 방 문앞을 지키고 있다. 점점 머리가 아파오더니 지금은 계속 멍한 상태이다.  혼자 것는것도 힘들다. 이젠 나가고 싶다. 학교에 가고싶다. 집에 가고싶다. 더 이상 피를 뽑히다간 대가 죽을꺼 같았다.

"저기 산책좀 할수 있을까요?"

 검정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로 의견을 나누더니 나를 부축하여 병원 정원으로 나를 옮겨주었다.

바람은 벌써 차가워 졌다. 내가 오기 전 까지만해도 반팔을 입고 다닐수잇는 날씨였는데...

나는 여길 벗어 나야겠다. 아니 벗어 나야한다. 이곳에서 언제까지나 피를 뻇길수없었다.RH-SIN? 엿이나 먹으라지...

내 계획은 이렇했다. 우선 밖으로 나간후 검정정장 사나이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튀는것. 허졉해 보이지만 여길 나갈수 있다면 시도 해볼만하다.

눈부신 햇살이 내 눈을 괴롭게 만든다. 우선 산책을 하는것 처럼 보이기위해 주위를 살펴 보았다.

환자복 입은 환자들... 모두 괴로워 보였다. 다리에 붕대한사람, 목에 호스를 꽂아 숨쉬는 사람.팔 없는 사람. 특히 혼자 휠체어에 앉아 무심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한 소녀. 생긴건 긴 생머리에 하얀피부, 약간 봉긋이 쏟아오른 가슴. 아마 내 또래인것 같다. 한순간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그녀를 쳐다 보았다. 그 소녀를 보자니 보는것 만으로도 숨이 막히는것같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는것이 꼭 삶을 포기하는 것만 같았다. 그때 남기환의사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를 쨰려본다. 그는 나에게 이런 고통을 준 장본인이라는 생각이 나모르게 박혀있는듯 하였다.

"주열군, 한가지 말해줄까요?"

"뭔데요."

신경질적으로 말하였다. 남기환의사는 정장 사나이 에게 할 애기가 있으니 잠시 비켜 달라고 했다.

"사실, 저기 있는 여자분이 당신께서 피를 나눠준 환자분입니다."

"예?"

놀랐다. 나는 지금까지 늙은 그룹회장쯤 되는 줄알았다.  한번더 그 소녀를 쳐다본다. 저 소녀라니...

지금 그녀의 상태는 거울로본 자신의 상태보다 훨씬 비참해 보였다. 그녀를 보자니 마음속에서 뭉클하기 시작했다. 동정심이 생겨났다.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어졌다.

"저기, 괜찮다면 저 아이와 이야기좀 나눌수 있을까요?"

남기환의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검은정장의 사나이는 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됐네, 저 아이를 너무 속박하지 말게나, 원장님과 각하에겐 내가 잘 말해주지."

그녀는 내가 앞에 올떄도 나를 쳐다볼려 하지 않았다.

"안녕? 혹시 시간있니?"

최대한 다정스럽게 이야기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무시한체 계속 병원 밖 세상을 쳐다보고있다.

"말 하고 싶지 않으면 안해도되. 그저 말좀 걸고 싶었을 뿐이야. 여기 오래 있었나보지? 힘 하나 없어보인다. 나도 병원에 있으라니 기분이 찝찝해. 물론 너보다는 좋은 상태 이지만. 그거 아니? 지금 너는 굉장히 슬퍼 보인다는걸? 좀 웃어 보지그래. 예쁜얼굴하고서는..."

그래도 무시한다. 이래봐도 나는 너의 생명의 은인인데 너무 한거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말은 이어서 했다.

"한번 웃는 얼굴 보여주면 안될까? 내가 지금 크게 힘들거든. 웃는 얼굴보면 싹 나을꺼 같은데."

내가 계속 말을 걸자 그녀는 반응 하는것 같다. 하지만 웃기는 커녕 눈물을 흘린다.

"죄송해요."

"음? 뭐가?"

"죄송해요. 죄송해요. 저 땜에 당신이... 당신이 희생되고 있잖아요. 전 사람도 그래요. 전에 내게 피를 주던 사람도 피를 많이 줘서 죽었다는걸 알아요..."

그녀가 울음을 쏟자 어쩔줄 몰랐다. 어쩌지? 나는 그녀의 곁에 다가가 한번 껴안아 주었다.

"괜찮아요. 울지말아요. 저는 지금 거의 말짱한거 같은데요. 그렇게 슬피 울지말아요. 기운을 차리고요.

전에 당신에게 피를 주던 사람이 받는 사람이 당신이라면 기꺼이 기쁘게 주었을 꺼에요.  지금 나도 그렇고요. 나도 아까 전 까지만 해도 도망 갈까했는데 힘없는 당신을 보자니 도망갈수없게 됐네요." 

내가 한번 싱끗 웃자 그녀또한 눈물을 삼키고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4개월이 더지났다. 결국 그 소녀는 병이 완치 되었다. 지금은 가금 연락하는 사이가 되어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그떄 그녀에게 내가 말을 걸어주지 못했다면 그 소녀에게서도, 나 에게서도 병을 이겨내리라는, 한번 참아 보자는  힘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우연히 본 그녀에게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이 든건 순간 찰나의 생각 이였지만 동정심이 아닌 웃는 얼굴을 보고싶어 햇던것이 아닐까?

*RH-SIN은 저도 모르는 그냥 지어낸것입니다.

상산
상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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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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