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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 작성자 라임맛
  • 작성일 2013-03-24
  • 조회수 396

미아

 

나를 에워싸는 머리 위의 불빛들

차창 밖은 건물들이 빠르게 바뀌고

난 그저,

좌석 위에 얹혀져있다.

문이 열리고 나 하나 떨어뜨린다.

어둠은 버스를 삼키고 불이 꺼졌다.

내 손 끝, 발끝이 되살아난다.

아,

나를 놓고 내렸다.

여긴 내가 없다.

버스는 내 그림자를 당기고

도로의 소실점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곳엔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1 분전 버스부터 지금 버스까지

이어져있는 선의 중앙에 서서

도로를 운전하는 버스를 향해

몸부림치는 그림자를 부여잡는다.

그림자를 이끌고 가는 건

내가 아니다.

나는 언제부터 내가 없었는지 모른다.

그러니 그 곳엔 내가 없을지도 모른다.

라임맛
라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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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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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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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임맛
  • 201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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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나는 나의 무엇을 놓고 내렸던 걸까요.

    • 2013-03-30 15:43:2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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