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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며

  • 작성자 백석
  • 작성일 2024-04-27
  • 조회수 204




새벽 세시 사십분

지나가는 바람소리

편의점 문이 딸랑하며 울리는 소리

가스가 동난 라이터의 부싯돌 소리

학생이 까는 핫식스의 병따개 소리

한집안의 가장의 취한 발걸음 소리


그리고 쓰디쓴 한숨

달디단 하품



꿀꺽꿀꺽 마셨던 핫식스

꺼이꺼이 들이킨 참이슬


사각사각 푸는 문제지

타박타박 걷는 아버지


띠리링 울리는 전화 벨소리

사람이 없는 고독한 길거리

사랑이 있는 뜨거운 목소리


어디야 언제와 일찍와 걱정돼 위험해 조심해 


말로 하지 않는 사랑은

천천히 마중 나오는 발걸음은

어느새 찾아와 어깨를 주무름은 


누구를 위해서


검은 하늘, 검은 콘크리트, 검은 편의점, 검은 담배, 검은 아스팔트, 검은 핫식스, 검은 별

온통 검은 것들 뿐인데

그리고 너는 너, 나는 나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은 너와

하얀 메리야스를 입은 너가

그녀는 그를 안고

그는 그녀를 안고

정장입은 사람은 살고

교복입은 사람도 살고


새벽 네시 반

잠에 들 시간

곧 동이 틀 시간 


모두 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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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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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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