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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탈퇴 회원
  • 작성일 2019-05-18
  • 조회수 648

탈퇴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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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콘텐츠

'환상통'을 읽고

이 책엔 아이돌을 좋아하는 '빠순이'들의 이야기와 그 중 한사람인 만옥을 짝사랑하는 민규의 이야기가 나온다.     m은 가장 좋아하는 멤버 M을 본 잠깐의 순간을 세밀한 글로 남긴다. 수많은 연애소설을 읽으며 외로움을 달래려 하지만 팬은 절대 상대를 만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더욱 고독함을 느낀다. 그와 반대로 만옥은 M의 실재를 보려하고 그 사랑을 객관적으로 보는게 아닌 그 사랑안에 몸을 던지고 사랑을 앓는다. 그리고 만옥을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만옥을 이해할 수 없지만 만옥을 사랑해 이해하고 싶어서 m을 찾아가 만옥의 이야기를 듣는다.   M을 보고 잘생겼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등의 표현은 와닿지 않는다는 게 인상깊었다. 이 세상의 모든 수식어를 붙여도 M을 봤을 때의 기분은 설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장 낮고 천한 욕은 그 기분과 상황을 다 설명할 수 있는게 기억에 남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말을 붙여도 한마디의 욕을 대신할 순 없다는게 아쉬웠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 몇몇은 조금 거칠고 세서 살짝 불쾌한? 찝찝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차피 상대는 나를 알지도 못하고 나 혼자 그 사람을 좋아하는게 고생만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몇시간씩 줄을 서 아이돌을 봐도 화면으로 보는게 화질도 좋고 더 크게 보이는데 굳이 사서 고생을 해야 할까 싶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계속 기다리는 일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더 가까운 자리에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팬에게는 의미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살면서 그정도로 사랑하는 감정을 알 수 있을까? 힘들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아이돌을 좋아하는 기분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도 전혀 아깝지 않은 기분은 어떤 것일까. 죽어도 좋을만큼 누구를 사랑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 탈퇴 회원
  • 2021-08-24
악의 꽃을 품은 모든 버러지에게 - 오시미 슈조 「악의 꽃」

      이 세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사춘기를 겪는다. 대부분 10대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하며 극심한 '성장통'을 앓는데,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가는 길은 일종의 입사식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 다채로운 일을 겪으며 성장한다.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청년 - 장년 - 중년 - 노년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험을 하고 길지 않은 생애를 떠나보낸다. 그리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사춘기를 거치고 어른의 길을 향해 발을 딛는다.  오시미 슈조 「악의 꽃」은 청소년들의 방황과 역경, 성장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카스가'는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을 좋아하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문학소년'이다. 그 나이에 걸맞게 짝사랑 상대도 있다. '사에키'는 카스가에게 '뮤즈이자 운명의 여인'이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사에키의 체육복을 발견하고 충동적으로 자신의 옷 속에 숨긴다. 그 모습을 동급생 '나카무라'가 목격하고 나카무라는 카스가의 약점을 잡아 '변태적인 행동'을 강요한다. 변태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비정상과 일탈을 의미한다. 동시에 탈바꿈(變態)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나만 이상한 것일까, 나만 이 답답한 세상에서 동떨어진 사람인가 고뇌하던 그는 무언가 정상에서 벗어난 일을 하는 카스가를 목격하고 나만 변태가 아니었구나, 동질감을 느낀다. 나카무라는 카스가의 가면을 벗기고 싶어 한다.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모습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면서 깊이 박혀 있는 카스가의 본성을 보고 싶어 한다. 이 세상에 묵묵히 순응 못 하는 내가 변태라면, 너도 변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가운데 카스가는 나카무라에게 유일한 친구이자 동지이다. 카스가는 처음에 나카무라의 강권에 못 이겨 여학생들의 팬티를 훔치고 교실을 엉망으로 만드는 등 만행을 저지르지만, 자신이 이때까지 믿어온 악의 꽃, 문학, 짝사랑 등 모든 것이 가짜이고 가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본격적인 변태의 길에 들어선다. 문학과 보들레르, 랭보와 사에키는 그가 어떻게든 의지할 무언가가 필요해 만들어낸 허상이자 거품이다. 진정한 버팀목은 나카무라가 된다. 둘은 그들만의 비밀기지를 세우나 경찰에게 꼬리가 잡히고, 동반 자살을 계획한다. 하지만 계획은 실패로 돌아가고 모든 것은 세월 속에 잊힌다. 나카무라는 변함없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비좁은 마을, 산으로 빽빽이 둘러싸인 숨 막히는 공간에서 카스가와 나카무라의 변태적 행각은 그들에게 유일한 안식처이며 도피처이다. 그들은 마을 밖, '저쪽'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저쪽'은 갑갑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이자 새로운 세상이다. 나카무라는 말한다. "몸속 저 아래 깊은 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싶을 정도로 뭔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이 세상 전부 내 부글부글 속에서 버러지가 돼버리면 좋겠"다고 고백한다. 나카무라에게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버러지다. '구역질 나는 이야기를 하며 구역질 나게 웃고, 더러운 똥 덩이처럼 떼

  • 탈퇴 회원
  • 2019-07-25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씁쓸한 이별 노래 - 박소란 『심장에 가까운 말』

우리는 사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이해할까. 18년이라는 짧은 삶을 살아오면서 가족의 사랑만 듬뿍 받아온, 타인에게 사랑을 많이 줘본 적 없는 나에게 박소란 시인의 사랑은 어렵고 난해하기만 하다. “나를 실어보낸 당신이 오래오래 아프면 좋겠다”(9p)고 원망 담긴 시선을 보내면서 때로는 “경아, 너 혹시 듣고 있니? 나 지금 촉촉이 젖었는데 와서 좀 빨아줄래?”(55p) 하며 답장을 보내고 “거기,/거기 잘 있습니까”(77p) 하고 안부를 묻기도 한다. 물론 저마다의 시가 가진 속뜻은 매우 다르면서 똑같고 멀지만 가깝다. 이 시인이 말하려는 ‘사랑’은 과연 무엇일까?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아픔? 절대적으로 불가해한 타자의 마음? 이미 떠났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그리운 사람? 사랑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불가사의이고, 경우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이고 상대적인 것이었다가 전체적이고 포용적인 것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박소란의 시도 마찬가지다.   그의 첫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에 실린 시들은 모두 한 주제로 연결되어있다. 쉰다섯 편의 시를 주조하는 표징은 칼/슬픔/아픔/흉터/병/피/젖/어머니(엄마)/살/음식/절망/체념/고독/이별/연인/자책 등인데, 이 표징들은 전부 ‘사랑’이라는 종착점에서 비롯된다. 화자는 항상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그리워하거나 찾아 헤매고, 화자의 반대편으로 누군가 떠나고 사라지고 흩어진다. 이별은 오해로 빚어지기도 한다. <너무 깊은 오해>는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인간관계를 대범하고도 처절하게 그려낸다.     세상의 모든 것은 오해로부터 태어난다 오해의 젖을 빨고 간신히 버티는 지진한 아들과 딸.   우리는 자주 오해의 술잔을 기울인다 오해의 값싼 장신구를 두른 채 여관을 들락거린다 플라스틱 같은 서로의 살갗을 정신없이 핥다보면 어느 순간 슬며시 드러나는 오해의 맨얼굴 서늘한 눈빛 아아 이런 게 아닌데   내가 오해했나봐 당신을 소스라친다 소스라친다고 굳게 믿는다   오해의 술잔은 더 아득히 기울어진다 이따금 당신은 내 빈 숟가락에 오해의 살점을 발라 얹어주기도 한다 먹어봐 맛있어   그걸 먹고 나는 산다 살고 있다고 다만 오해할 뿐   오해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러므로 오해로써 서로를 견뎌낸다 여관의 차디찬 공기 속 불어난 오해의 젖은 심장 가운데 엉긴 피처럼 달콤해   아아 이런 게 아닌데   신음하는 새벽의 어깨 너머로 오해가 단단히 솟아오른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병약한 개가 한덩이 오해를 물고 골목 끝으로 유유히 사라진다   <심장에 가까운 말>, 창비, 10~11쪽     시는 첫머리부터 ‘세상의 모든 것은 오해로부터 태어난다’고 선언한다. 전적으로 공감 가는 대목이다. 우리는 지구상의 모든 것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없이 오해하며 살아간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마저 오해하는 형편인데 하물며 연인관계는 오죽할까. 사람들은 서로를

  • 탈퇴 회원
  • 2018-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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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우은실

    치킨콤보 님 안녕하세요? 5월에 다시금 읽으면 좋을 책을 선정해준 것 같아요. 치킨콤보 님의 글을 읽고 저도 다시 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글을 조금 더 발전시키면 충분히 좋은 비평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적어볼게요. -소설의 줄거리 보다도 특징을 중심으로 글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한강 소설에서 '시점'의 활용은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부분이지요. '2인칭시점'에 주목하고 그 효과를 짚어준 것이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너'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좋았어요. 이 부분을 소설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췌하여 근거로 삼고 조금 더 정치하게 분석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사투리로 울어야 할만큼 잔혹한 곳으로서의 광주->이 문장이 유독 눈에 남는데요, 알 것 같으면서도 '사투리로 울어야 할만큼 잔혹함'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집니다. 이에 조금 더 설명이 부연되면 좋을 듯해요. -소설의 내용이 6장에 집결된다고 하였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어도 될 것 같아요. 가령 실제 소설의 어떤 부분(발췌)이 집결을 의미하는지 밝혀주고, '소년이 온다'에서 '소년'과 '온다'의 의미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하여요. -아무래도 소설이 누군가의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또 광주항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어떤 의견을 붙인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또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파고든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에도 결국은 피할 수 없는 물음들을 마주하고 그에 대한 대답들을 나름대로 마련하고자 할 때 사람은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요. 무엇보다도 마음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글쓴이의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가 함께 불려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리뷰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2019-05-20 11:53:40
    선우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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