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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대중을 위한 문학인가?

  • 작성자 소류에
  • 작성일 2005-08-23
  • 조회수 637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도 판타지 문학에 굉장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판타지 문학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판타지 문학을 비판해보려고 한다. 판타지 문학의 범람기라 얘기해도 좋을 만큼 각종 판타지 소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판타지라는 장르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문학의 매력이라 함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고, 그 속에서 작가가 세계관을 갖춘 이야기를 써내려가기 때문에 훨씬 더 다양하고 특이한 장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독특한 세계관은 당연히 일반 대중들에게 색다르게 다가갈 것이고, 대중들은 각기 개성이 넘치는 세계관 속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와 가치관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

 

 이래서 나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포기할 수 없고, 더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판타지 문학을 쓸 때 중요한 것은 작가들이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관과 자신의 가치관, 또는 소설의 주제를 '얼마나 참신하고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재미만을 추구해서는 문학성을 잃어버릴 수 있고, 주제만을 쫓다보면 대중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조절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 수위를 적절히 조절한 작가들이 판타지 문학의 전업 작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비록 흔하지는 않지만)

 

 그러나 '정도'를 조절하지 못해 지나치게 재미만을 쫓거나, 또는 지나치게 주제의식만을 찾은 이 경우들이 문제가 된다. 아니,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지나치게 재미만을 쫓은 경우가 판타지 장르를 밑 보이게 하는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판타지 장르를 밑 보이게 한 까닭에 지금 판타지 문단은 썩을 대로 썩어있다.

 

 판타지라는 장르도 엄연한 소설이고 문학이다. 판타지는 그 속에 강한 대중성을 띄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학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대중이 쉽게 다가가서 읽힐 수 있는 문학이라는 뜻이지,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쉽게 쓸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져 누구라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단순무식한 꿈에 젖어버린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그런 자들의 판타지란 결국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내용에 뒤를 추측할 수 있는, 다시 말해 판타지 작가의 세계관과 정신을 담아내지 못하는 졸작을 내 놓는 것이다. 타인의 세계관과 이상을 그대로 본 따서 재미 요소를 추가시킨, 그 정도 수준에 불과한 졸작 말이다.

 

 황당한 사실은 이런 졸작들이 그대로 출간되어 동네 책방을 메운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런 졸작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보는 눈이 없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현재 책방을 가보면 그 중에서 읽을만한 게 몇 권이나 있을까. 사실 별로 없다. 모처럼 신간이 나왔다고 해서 보면 항상 등장하는 특정 직업들과 비슷한 세계관, 비슷한 주인공들, 비슷한 스토리에 실망해한다. 쉽게 쓰인 소설은 이처럼 쉽게 외면당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보게 된 사람들, 특히 판타지를 문학으로도 취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역시나, 판타지가 그러면 그렇지'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째서 판타지 문단은 이리도 가벼워졌는가. 최소한의 작가를 거르는 거름망조차 없이, 정말 글자 그래도 '글'만 쓸 줄 알면 누구라도 쓸 수 있는 게 판타지 문학인가. 만약 그런 게 판타지라면 그 말 뒤에는 절대로 '문학'이라는 단어를 붙여줄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판타지를 '문학'이라 부른다. 대부분이 쓰레기 같은 글이고 졸작일지라도, 차마 '문학'이라는 칭호를 달아줄 수도 없는 글이 판을 치더라도, 그 중에 가끔씩 섞여있는 작은 보물과 문학 발전의 희망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옥에 오물이 묻으면 닦아내면 된다. 원석이라면 가공시키면 된다. 진정한 문학성을 띈, 혹은 가능성을 보이는 '판타지 문학'이 나오기 때문에 판타지는 엄연히 문학의 한 장르로서 분류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판타지 문학계는 문학을 하는 작가가 드물다. 내가 아는 작가만도 손에 꼽을 지경이니 말이다. 지금의 출판 작가들, 또는 미래에 판타지 문학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이 작가로서의 소신을 가지고, 자신만의 판타지를 구축하여 대중성과 작품성, 어느 것 하나도 빠지지 않는 그야말로 '판타지 작가'가 돼야 한다는 소신은 있었으면 한다.

 

판타지. 대중을 위한 문학이 될지 누구나 쓰는 쓰레기 졸작이 될 지는 앞으로 더 두고볼 일이나, 그 미래가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난 믿는다.

 

소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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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덧붙여 말하자면 여러 학생들의 글에 댓글을 관리자가 즉각 달지 않는 것은 이 글의 댓글처럼 독자끼리의 토론이 자연스럽고도 치열하게 일어나기를 바라는 까닭입니다. 앞으로도 다른 독자들께서도 이 두 분의 댓글달기처럼 진지하면서도 깊이있는 논의가 이루어지길 빕니다.

    • 2005-08-30 10:52:47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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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이 토론에서 논란의 핵심이 되는 것은 소류에님이 환타지문학의 정의를 분명히 내리지 않고 글을 썼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쓴 대상이 너무 추상적이라서 읽는 이들은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또한 소류에님이 비판적으로 제시한 환타지 문학의 구체적인 예가 분명치 않다는 것도 독자가 글을 읽을 때 님의 주장에 공감하기 힘든 까닭이 되었다고 봅니다. 오책님이 '해리포터','반지의 제왕' 따위를 예로 들어 비판하듯이 구체적인 작품을 예로 들어 자기 주장을 펼쳐야 합니다. 주장글(비평글)은 주장+근거 방식이 쓰기형식의 기본이니까요.

    • 2005-08-30 10:50:10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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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이 비평글방이 생긴 이후, 최고로 긴 답글과 진지한 토론이 댓글의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환타지 문학이라는 조금은 전문적(?), 또는 세부적인 갈래의 소설에 대한 토론이라서 다른 독자들은 쉽게 이 토론에 끼어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댓글을 죽 읽어 올라오면서 두 분이 서로 자신의 생각을 최선을 다해 논리적으로 펼쳐 나가려는 노력이 느껴져 참으로 든든합니다. 소류에님, 오책님! 토론의 칼날이 날카로울 수록 우리들은 이성은 얼음처럼 투명하고 금강석처럼 견고해집니다. 두 분의 말글과 마음이 아름답습니다.

    • 2005-08-30 10:39:14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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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저는 그 환상문학적 상상력과 현실을 접목시킨다면 충분히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문학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너무 '판타지'라는 문학에 기대가 큰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제 나름대로 희망을 본 것이니까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절대 기분을 상하게 하려고 댓글을 쓴 것은 아닙니다. 토론란과 비슷한 분위기라 생각했었습니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아예 이 글을 지우겠습니다. 오책님, 이렇게 제 글에 반론을 해주신 덕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간을 너무 뺏어서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2005-08-27 17:20:3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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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책을 읽어보시라고 했던 것은 단지 판타지 문학도 어느정도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고 했던 것 뿐입니다. 절대 오책님을 비난하려 한 것은 아니니,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환상문학의 범위는 꽤 넓습니다. 드래곤이나 엘프들이 난무하는 그런 판타지 뿐만 아니라, 판타지, 말그대로 '환상'의 문학이라는 인간의 상상력을 동원한 범위입니다. 현실의 문제라는 범위는 무척 애매하지만, 판타지도 인간상을 그리는 소설입니다.

    • 2005-08-27 17:05:5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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