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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주 추천작-고은님의 <화살>

  • 작성자 물처럼
  • 작성일 2006-09-26
  • 조회수 307

9월 3주에 아래와 같은 작품이 실렸습니다.

 

 채식주의자 되기-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연필과 지우개 
 느림의 철학-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읽고, 다이모니온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고, 달광소나타
 고은님의 <화살>을 읽고서,  euricup

 

위의 작품 가운데 여러 측면을 고려하여  고은님의 <화살>을 읽고서,  euricup을 추천작으로 올립니다. 각 작품의 평은 댓글로 달려 있습니다.

 

 

<추천작에 대한 교사 평가글>

 

화 살
                           고은


 

우리 모두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가서는 돌아오지 말자.

박혀서 박힌 아픔과 함께 썩어서 돌아오지 말자.

 

 

우리 모두 숨 끊고 활시위를 떠나자.
몇 십 년 동안 가진 것,
몇 십 년 동안 누린 것,
몇 십 년 동안 쌓은 것,
행복이라던가
뭣이라던가
그런 것 다 넝마로 버리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 가자.

 

허공이 소리친다.
허공 뚫고
온몸으로 가자.

저 캄캄한 대낮 과녁이 달려온다.
이윽고 과녁이 피 뿜으며 쓰러질 때
단 한 번
우리 모두 화살로 피를 흘리자.

 

돌아오지 말자!
돌아오지 말자!

 

오 화살 정의의 병사여 영령이여!
 
  위와 같은 원문을 인용하고 쓴 글이라면 더욱 읽는 이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겠지요. <화살>이라는 시는 1970년대 유신독재 정치의 암울한 시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것에 저항하며 이상적인 민주화 시대와 통일의 시대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시입니다. 그들의 삶을 화살에 빗대어 쓴 장중하고 비장하면서 열정적인 정신과 분위기를 담은 시이지요. 그래서 시대반영론적 관점에서 읽어야 할 시이지만, 여기에서는 매우 주관적인 해석을 중심으로 시를 읽고 있군요. 그래도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많이 근접한 해석을 했다고 봅니다. 한 시대의 암흑을 비판하고, 또한 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 깃의 몸부림과 아우성처럼 토해내는 고은 시인의 시정신을 비교적 제대로 읽어낸 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글에서 '뭣' '무엇'은 바로 2연에 있는 그 많은 물질적, 형식적 요소에 관한 것이 그 내용이겠지요. 시 속의 정황을 꼼꼼히 따져보고 자신의 삶에 대입하여 삶의 진정성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잘 드러나는 글입니다. 독자효용론 측면으로 글을 쓰고 있으나 꼼꼼히 시를 읽은 결과라고 생각해 칭찬합니다.
  다만, 중간 중간에 띄어쓰기가 안 된 곳이 너무 많군요. 이 누리집(홈페이지) 왼쪽에 맞춤법 검사기가 있고, 한글에서도 맞춤법 검사기능이 있으니 한 번 점검 바랍니다.  '따금하게 한마디를 합니다.'는 '따끔하게 한마디를 합니다.'가 바른 표현입니다.
 앞으로 더욱 많은 시평을 써서 올려 주시면 여러 글틴 백성들이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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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글>


고은님의 화살을 읽고서 
글쓴이 : euricup (ID: euricup)  

 

    “시인을 찾아서”라는 책에서 신경림 시인은 '눈-김수영’에서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해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눈은 살아 있다고 외치며 희망에 찬 민중들에게 보라며 기침을 하자고 말하는 시이지요. 주춤거리는 지식인들이 이 시를 읽고서 그들도 죽음을 잊은 채 김수영님의 시를 나지막이 읊조리지 않았을까요? '기침을 하라’라는 멋진 비유로 죄책감을 탈탈 털어 준 시를 읽고서요. 가슴속에 묻어둔,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것을 부정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을요.‘눈’이라는 시에서 그가 통쾌함을 느꼈듯이 저도 이 시에서 그런 통쾌함을 받았어요. 고은 시인은 이 시를 통해 갈 곳을 알면서도 이런저런 핑계로 자신을 합리화시킨 채 주춤거리는 젊은이에게 외치죠. 텅 빈 허공을 ‘뚫고’‘온몸으로’ 가자고요.  모든 걸 버릴 결심을 하고 주먹을 꽉 쥐었을 그 당시 젊은이들의 뜨거운 피를 얼마나 많이 끓게 하였을까요. 캄캄한 대낮도 낮은 낮이지요. 숨도 끊고 자질구레한 것들 모두 버리고서 돌아오지 않을 각오를 한 채 비장하게 활시위를 떠나려는 화살에게도 희망은 있습니다. 해가 가려 어두울 뿐 지금은 낮입니다. 일요일 따스한 오후에 바쁜 일 없이 한가롭게 지낸 기억이 있을 텐 데요. 이 시는 낮이지만 따스하지도 않고 한가로움에 익숙한 우리들을 오히려 긴박감 속에 넣고 있죠. 한 구절 한 구절이 외치는 소리가 마음속 물결을 이룹니다. 한 단어, 한 줄, 한 구절 잘게 떼어놓고 봐도 시인이 말하려는 메시지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뚜렷해지는 것 같아요.

 

  몇 십년 동안 누리고 쌓아온 행복도 버리고 온몸으로 가자는 시인이  마음 편안히 지내는 우리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를 합니다. '젊은 친구들, 아니 나이에 상관없이 젊은 시절의 열정을 지닌 친구들 ! 자신들이 옳다 여기는 일에 도전해 보지 않겠나'라며 말이죠. 허공을 뚫고 가자고 외치는데 虛空은 무엇일까요? 빌 허, 빌 공. 텅 빈 것인데요. 젊기에 허공마저 뚫어버리는 패기와 피를 흘리는 열정을 간직할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도전하는 아름다움, 꽤 상투적이지만 그럴싸한 말이죠. 무언가 도전해 볼 수 있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참 대단한 일이잖아요. 더군다나 화살이 되어서 말이죠. 한번 앞으로 나가면 목표점을 빙 되돌아오는 부메랑과 다르게 화살은 그 자리에 꽂힌 채로 돌아오지 않잖아요. 시인이 버리라는‘무엇을 과감히 던지고 화살이 되어 온몸으로’갈 수 있는 열정. 이 뜨거운 불씨를 고은은 아마도 독자들에게 하나씩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의 편안한 삶을 보장해주고 지켜온 것을 미련 없이 버리고 온몸을 던질 수 있도록 말이죠. 이것이 도전하는 열정의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저는 그들의 뜨거운 피와 결심이 일궈낸 민주화사회에서 앞으로 지식인으로서 살아가려는 꿈을 가진 학생입니다. 미래에 무슨 일을 할지 여러 직업들을 저만의 잣대로 이리저리 재고 있는데요. 가끔 제가 시인이 버리라는 '무엇'을 쫓아가려고 하는 건 아닌지 의심도 품어봅니다. 그리고 피 흘리는 화살이 되어야겠다는 야심찬 다짐도 한번씩 중얼거려보죠. 모든 걸 버리고서도 화살이 되어서 뒤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당당함. 큰 뜻을 가지고 자신의 의지대로 펼치려는 굳건함. 자기희생을 통해서 부당함과 맞서 싸우는 것, 그것이 이 시가 말하는 것이 아닐까요. 앞으로 돈이나 안이한 일상에 안주하고 싶어서 부당한 일들에 대해서 눈과 귀를 막고싶을 때 이 시를 통해 나를 비출 수 있는 하나의 거울로 삼아보려 합니다.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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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처럼
  • 2010-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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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평가글 잘 읽었습니다. 정말 기쁘네요,ㅎ

    • 2006-09-30 13: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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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드립니다,

    • 2006-09-26 13: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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