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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글] 이문열씨 `우리들의 일

  • 작성자 물처럼
  • 작성일 2007-06-02
  • 조회수 271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특별수업

美 고등학교 강단에 선 소설가 이문열씨

사립학교 페닝턴스쿨서 

입력 : 2007.05.30 07:27

 

[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뉴저지주에 위치한 사립중고등학교 페닝턴스쿨(The Pennington School)의 한 강의실. 스무명 남짓 학생들의 호기심 어린 눈들은 제법 진지했다. 어색한 정적을 깨는 듯한 탁한 느낌의 경상도 사투리. 일순간 그들의 눈은 환갑을 바라보는 소설가 이문열씨로 향했다.

 

 

벽안(碧眼)의 학생들이 문학시간 교재로 선택했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Our Twisted Hero)`에 대한 작가와의 특별 수업이 시작된 것. 한국에서 페닝턴스쿨로 유학온 여러 학생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지난 87년 당시 정통성과 정당성이 결여된 한국정부의 호헌선언을 보고 한국의 지식인들은 황당해 했는데, 이를 절실히 표현하기 위해 그 당시 한국사회상황을 국민학교(초등학교) 교실로 끌어들여 쓴 것입니다" 

 

◇"엄석대는 당시 대통령, 담임선생님은 미국" 

 

이씨가 소설의 배경을 설명하자 학생들이 평소 수업시간에 갖고 있었던 궁금중들이 잇따라 질문으로 둔갑했다. 학생들의 질문이 많아 수업시간이 당초 예정됐던 41분을 넘겨 한시간 가량 진행됐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그는 "엄석대는 누구를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그 당시 대통령을 우의(寓意)한 것"이라고 답했다. 또 "소설을 다시 쓴다면~"이라는 물음에 대해선 "소설에서 한물간 방식인 권선징악(權善懲惡) 기법으로 끝처리를 했는데, 결말은 그대로 두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에선 열심히 일한 사람은 손해보고, 정직하지 않은 사람이 기회를 잡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엔 이씨가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첫번째 담임선생님이 누구인 것 같냐"고. "미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정확히 맞혔기 때문이다. "그 당시 미국의 이해에 문제가 되지 않으면 괜찮다는 식의 한국대외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후속을 쓴다면"이라는 질문에 대해 "아직 생각해 보지는 않았지만 틀림없는 것은 조금 낙관적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소설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선 "그 당시에는 주인공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운동권의 혹독한 비평을 받았지만 지금와서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관념 이해하고 있어 놀랐다"-"매우 유익한 시간""

이씨는 수업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서로의 문화배경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첫번째 담임선생님이 미국을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등 원관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11학년생인 그레시아 르네라(Gracia Rnera)양은 "원작자로부터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을 설명듣게 돼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9학년생인 주승희양도 "초등학교 3학년때 엄마가 권해줘 읽은 소설인데, 궁금했던 점이 명확히 정리돼 좋았다"며 웃었다.

담당교사인 마이클 키오(Michael Keogh)는 "한국학을 전공한 친구로부터 이 책을 소개받아 교재로 선택했는데, 작가와 직접 토론을 통해 한국의 문학세계에 대해 이해를 넓혀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정치적 발언은 극도로 꺼려

보수 우익 소설가로 평가되는 이씨는 노무현 정권과 관련된 정치적 발언은 시종일관 피했다. 그는 수업시간중에 "한국의 현실이 두번째 담임선생님을 만나 얻어맞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며 애둘러 말한 게 전부다.

지난 2003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을 맡기도 했던 이씨는 한나라당에 대한 질문에 "모르겠다. 그런 질문에 답 안할려고 멀리 여기에 와있는 것"이라고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체류작가 자격으로 연수중인 이씨는 "체류허가는 내년말까지 받았지만 앞으로 나올 작품의 밑천을 위해 더 체류할지 아니면 연말께 귀국할지 9월께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명문대학인 프린스턴대학 근처에 있는 페닝턴스쿨은 1838년 뉴저지에 세워진 역사 깊은 사립 중고등학교로 다민족 문화와 역사에 대해 많은 수업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외에 중국 작가 마 지앙(Ma Jian)의 `Red Dust`, 일본 작가 나츠미 소세키(Natsume Soseki)의 `Kokoro`, 대만 작가 에바 흥(Eva Hung)의 `City Women` 등도 교재로 채택했다. 전교 471명중 한국 학생은 24명으로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기성 특파원 b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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