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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를 읽고

  • 작성자 세계를펼쳐라
  • 작성일 2010-10-11
  • 조회수 155

문학을 담은 책장 한 장 한 장에서는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하지만 쌉싸름하고도 진한 향이 난다고 하면 누가 고개를 끄덕일까? 문학 속에서 철학을 발견한 사람들만이 눈망울을 반짝이며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를 읽으며 그 매혹적인 향을 맛보게 된 사람 중 하나이다. 문학 속에는 철학을 담아 묶어놓은 자그마한 주머니가 있다. 그 주머니를 흔들어야지만 철학의 향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 향을 맡게 되면 책 속의 철학에 흠뻑 빠져 나의 사고 속에도 철학의 향이 배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기 전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 주머니를 아예 찾지도 못하거나, 주머니를 흔들어 보지도 못한 채 마지막 책장을 덮어버린다. 하지만 책 속의 주머니를 흔들어야 나에게도 철학의 향이 스며들 수 있다. 그 숨겨진 향까지 흔들어 내 몸에 담아야지만 그 책을 온전히 읽은 것이 아니겠는가?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는 그 향을 다채롭게 펼쳐놓고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 조차도 모두 아는 그 이야기, 생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는 과연 어떤 철학 주머니가 숨어 있을까?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여우는 수 천 송이의 장미꽃들 앞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장미꽃이 무의미해 지는 것은 느끼고 울음을 터트리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이는 법을 가르쳐준다. 길들이기란 수 많은 것들 중 하나가 특별한 존재가 되는 것. 소행성에 있는 장미도, 여우도 길들이기란 과정을 통해 어린 왕자에게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길들이기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 그냥 잊혀지는 사람, 길을 지나가는 행인, 어쩌다 한 번 본 사람이 아닌, 내게 소중한, 단 하나뿐인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길들이기 , 관계란 나에게 무엇이었는지, 나는 어떤 관계를 해왔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여우는 참을성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나의 관계 맺기는 항상 조급하게, 이미 만들어진 틀에 따라서 서투른 관계를 맺어왔었다. 따라서 수많은 사람 가운데 누군가가 특별히 나와 관계를 통해 유일한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과는 다르지만, 나에게 유일한 존재는 아닌, 그런 허공에 부유하는 존재로 남아 버린 것이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분명히 속삭였다. 네 장미를 그렇게 소중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네가 장미를 위해 정성 들여 쏟은 시간이야.라고. 여우의 말이 나를 비롯한 많인 현대인들의 관계가 보다 더 아름다워지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다.

두 번째 이야기, 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에서는 문학 속에 담긴 쌉싸름한 향이 물씬 풍긴다. <1984>를 통해 널리 알려진 말, 빅브라더는 감시자를 뜻한다. 특히 전체주의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목적의 감시자를 말한다. 조지오웰은 이 빅브라더를 통해 감시사회에 대한 문제를 경고한다. 이 소설 속 감시사회는 전체주의를 유지하게 하는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빅브라더의 감시는 팬옵티콘의 핵심 구조인 항상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고, 이것을 본능화 시켜버림으로써 전체주의 사회의 규율권력을 내면화시킨다. 오웰의 두번째 경고는 전체주의사회의 생각의 주입에 대한 경고이다. 전체사회의 전제조건은 국가가 개인보다 우월하며, 개인의 의미는 국가 안에서 부여된다는 생각이 주입되어, 사람들은 스스로 소모되어도 좋다는 감정을 갖게 되야 한다는 것이다.

-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다.가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전체주의 사회의 그 잔인성과 철저함이었다. 감시를 통해 육체가 규율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팔다리를 잘라내고, 그 뒤에는 전체주의의 세뇌를 통해 정신마저도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끔찍했다. 예전의 스탈린, 무솔리니, 히틀러부터, 가까이에는 북한의 정일까지 그들만의 체제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육체적 자유도, 정신적 자유도 모두 박탈한다는 사실이 소름 끼쳤다. <1984> 속의 쌉싸름함의 최고조는 바로 마지막이다. 모든 것은 잘되었다. 싸움이 끝난 것이다.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육체적, 정신적 핍박 앞에 이처럼 한 개인은 무참하게 무너진다.

철학은 다양한 향을 지니고 있다. 달달하기도 하고, 쓰디 쓰지도 하고, 새롭고 상큼한 향도 난다. 무미건조한 일상생활에 철학의 향수 몇 방울은 사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어린 왕자>의 관계의 미학, <1984>의 빅브라더를 비롯하여 <파우스트>의 자기체념에서부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회상의 의미까지 각자 가지각색의 철학의 향을 풍긴다. <철학 카페에서 문학읽기>를 통해 얻은 소중한 선물은 문학 속에서 철학을 찾아볼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장을 넘기며 킁킁거리며 철학의 향을 찾아보는 나를 발견하며 한층 더 문학을 향한 눈높이가 높아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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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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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잘 읽었어요. 원래 문학과 철학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고 봐야죠. 문학 작품을 철학적으로 접근한 시도가 감동을 줬나 봐요. 문학을 향한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 전해지는군요. 그런데 '빅브라더' 부분에서 특히 두드러졌는데 사례를 우리 주변으로까지 연결한다면 더 공감이 크겠지요.

    • 2010-10-14 19:17:1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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