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야구속의 경쟁사회와 자본주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을 읽고

  • 작성자 우월자
  • 작성일 2011-03-09
  • 조회수 479

야구속의 경쟁사회와 자본주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읽고...

삼미 슈퍼스타즈, 야구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나였기에 언젠가 개봉했었던 <슈퍼스타 감사용>이라는 영화를 통해 대충 이름정도만 알고 있었던 팀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이 책에 대해 기대가 크지 않았었다. 그저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뭘까?’하는 궁금증 때문에 한번 마음먹고 읽은 것이 나에게 인생의 많은 부분들을 야구를 통해 알려준 소중한 책이 되었고, 이 감동을 마음속에만 담아 둘 수 없었기에 이렇게 글로 남기려 한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주인공인 ‘나’는 가장 친한 친구인 조성훈과 나머지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삼미 슈퍼스타즈의 원년도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었다. 그는 1982년에 우리나라에서 프로리그가 시작되면서 그가 살던 인천을 연고지로 하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이 되기로 결심하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경기를 보러 꼬박꼬박 경기장을 찾는다. 하지만 승리를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그해 삼미 슈퍼스타즈의 전기리그 성적은 10승 30패로 6팀 중 6등을 하고 만다. 게다가 후기리그의 성적은 5승 35패로 그렇지 않아도 나빴던 성적은 더 나빠지고, 당연히 꼴등이란 자리에서도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삼미 슈퍼스타즈의 어린이 팬클럽 회원이었던 친구들은 모두 떠나고 ‘나’와 조성훈만이 남게 된다. 이로 인해 ‘나’와 조성훈은 크게 낙담한다.

그런데 절망에 빠진 이 둘을 위로라도 해주는 듯이 1983년의 삼미는 투수 장명부를 필두로 전기리그 27승 23패, 후기리그 25승 24패 1무로 두 시즌 모두 2위를 차지한다. 비록 1위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삼미의 성적은 ‘나’와 조성훈을 위로하기에는 충분했다. 특히 1982년에 삼미를 상대로 16연승을 거둔 OB를 상대로 2연승을 할 때는 서로 부둥켜안고 울기까지 한다. 그러나 삼미의 이런 위로도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또다시 꼴등이라는 타이틀로 둘을 다시 슬픔에 빠지게 한다.

삼미의 처참한 성적을 보며 ‘나’는 삼미가 ‘프로’의 세계 속에 뛰어든 평범한 야구팀이란 것을 깨닫는다. 연습도 할 만큼 했고, 안타도 칠 만큼 쳤고, 홈런도 심심치 않게 쳤으며, 삼진도 잡을 만큼 잡았었다. 하지만 삼미의 평범한 야구는 ‘프로’들의 야구에서는 꼴등이나 맡는 치욕스럽고 굴욕적인 팀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시한번 깨닫는다. 소속이란 것의 중요성에 대해. 즉, 고교야구나 아마추어야구에서는 문제가 될 것이 없을 삼미가 프로야구에서는 꼴등이나 맡는 이유를 소속이란 것에서 찾아 낸 것이다. 소속은 기준을 만든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1등에서부터 꼴등까지의 위치가 정해진다. 따라서 삼미는 고교야구나 아마야구가 아닌 프로야구에 소속해 있기 때문에 꼴등이 된 것이다. 이정도로 소속은 중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야구에서만이 아닌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확실히 적용이 된다. 이 무서운 법칙을 깨달은 ‘나’는 결심한다. ‘죽는 한이 있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결심을 말이다.

‘나’의 성적은 시간이 갈수록 향상한다. 삼미를 통해 깨달은 법칙은 ‘나’를 남들이 즐겁게 노는 방학에도 도서관에서 엉덩이에 땀띠가 돋을 때 까지 공부를 하도록 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결국 ‘나’는 일류대에 입학한다. 그러나 상위 소속에 속하는 일류대 속에도 소속이 있단 것을 알게 된다. 시골출신과 수도권 출신들 간의 지층이었다. 그리고 ‘나’는 프로야구팀들 속의 삼미와 같이 최하위지층인 시골출신들에 속했고, 자연스레 시골출신들과 친하게 지냈다.

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자취방의 연기지망생의 선배, 일명 조르바가 운영하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나’는 첫사랑과 만난다. ‘나’는 조르바의 카페에서 그녀와 만나며, 조르바와 그의 친구들과 함께 술을 먹으며 시간들을 보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그녀는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다며 홀연히 떠난다. 또 조성훈도 어느 날 갑자기 일본으로 간다는 편지를 남기고 일본으로 가버린다. 그리고 ‘나’는 군에 입대한다. 제대 후, 일류대에 복학한 ‘나’는 조르바의 카페를 찾지만 이미 없어져 버린 뒤였다. 그리고 ‘나’는 졸업을 한다. 일류대라는 소속의 특혜를 받고 ‘나’는 무난하게 국내 최대의 대기업에 입사를 한다.

1998년, IMF의 여파로 인해,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일을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 잘리지 않기 위한 ‘나’의 노력의 결과는 이혼이었다. 「가정을 버려야 직장에서 살아남는다.」라는 책이 유행이었던 그 당시, ‘나’또한 가정보다는 직장을 위해 헌신했고, 결국 아내는 ‘나’에게 이혼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아내와 결별 후, ‘나’에게 전화 한통이 왔다. 일본으로 갑작스레 떠났던 조성훈의 전화였다. 조성훈은 갑자기 떠났던 것처럼 갑자기 ‘나’에게 돌아왔다. 삼미 슈퍼스타즈 스포츠가방과 함께 말이다. 조성훈이 돌아오고 얼마 후, ‘나’는 가정보다 헌신했던 회사에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고, 명퇴하게 된다. 조성훈은 실직한 나에게 삼미가 ‘프로’를 추구하는 세상의 결과를 잘 알고 있었다는 것과, 그 결과를 꼬집는 삼미의 행동들을 예로 들며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창단을 권하고 나는 응한다. 나머지 팬클럽의 멤버들은 ‘나’의 주변 인물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이들은 연습을 하던 도중 만난 ‘프로 올스타즈’와 경기를 하게 된다. 물론 삼미의 정신인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를 본받아 상대팀으로부터 크게 패한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줄거리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 정말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작가의 글 쓰는 솜씨에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 글자 하나하나에서부터 단어들, 그리고 문장들까지 하나도 허투루 쓴 것들이 없었다. 주요 문장들은 물론 한참을 앞에서 쓰였던 그 순간 꾸밈을 위한 듯 보였던 표현들까지도 뒤쪽에서 다시한번 사용되는 것을 보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표현들 중에 하나를 꼽자면 ‘고기압’을 이용한 표현이다. 초여름의 미적지근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쓰였던 ‘북태평양 고기압’과 서늘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기위해 사용한 ‘북대서양 고기압’, ‘알래스카 고기압’과 같은 표현을 통한 분위기연출은 정말 신선했던 것 같다. 게다가 ‘북대서양 고기압’과 ‘알래스카 고기압’을 사용하면서 그에 대비되는 ‘북태평양 고기압’을 같이 언급하면서 그 효과를 더욱 끌어올리는 것 또한 인상이 깊었다.

그리고 인생을 ‘삼미 슈퍼스타즈’라는 최하위 야구팀에 녹여내어 말한 점이 정말 좋은 접근이었던 것 같다. 경쟁사회와 자본주의는 요즘의 세상이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중요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어려운 개념들을 야구라는 익숙한 것을 통해 말함과 동시에 풍자함으로써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청소년시절과 청년시절을 실제로 살아가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특히 대학시절의 ‘나’의 생활들은 진짜 작가의 삶을 적은 듯이 사실적이었다. 순간 이 글이 소설이 맞는지 의문이 갈 정도로 이 글의 사실적 묘사는 훌륭했다. 또한 지식을 얻기 위한 진정한 공부가 아닌, 일류대를 위한 맹목적인 공부를 하는 현실을 꼬집는 부분은 크게 공감이 되는 부분들 중 하나였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읽는 내내 감동과 함께했던 책이었다. 책을 읽기 전 가졌던 ‘이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도 책을 읽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답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 책이 베스트셀러여야만 하는 이유’를 수 십 가지를 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 책은 앞으로도 항상 내 마음속의 베스트셀러 책장의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우월자
우월자

추천 콘텐츠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잘 읽었어요. 줄거리 정리를 자연스럽게 잘 했고, 작품에 대한 감상도 무리없이 표현했어요. 다만 감상 부분이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어요. 전체적인 균형으로 따지면 줄거리 부분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쉬웠어요.

    • 2011-03-15 21:28:27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