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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으로 떠나는 두 번째 모험

  • 작성자 탈퇴 회원
  • 작성일 2012-03-05
  • 조회수 299

미학으로 떠나는 두 번째 모험

-미학 오디세이 2권을 읽고

  

 

  미학 오디세이 1권을 재미있게 읽고 2권을 펼쳤다. 목차를 살펴보니 1권에서 에셔의 세계를 통해 책의 내용을 뒷받침 한 것과는 다르게 2권에서는 마그리트의 세계가 등장한다. 마그리트는 어릴 때부터 교과서등을 통해 꾸준히 접해온 친숙한 화가였다. 상상력이 가득한 그의 그림을 통하여 미학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를 하는 것도 책을 읽기 시작하는 독자에겐 흥미 있는 요소가 되는 것 같다. 더불어 2권에서는 현대 예술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기에 1권에서 살펴보지 못했던 시대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도 크다.

 

  책의 시작은 철학자 헤겔과 지은이가 가상의 편지를 주고받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지은이는 예술의 종말을 이야기하던 헤겔을 약 올리듯이 편지를 쓴다. 예술은 아직 사멸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예술의 위치가 높아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구 종말론을 외치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말의 날짜를 너무 촉박하게 잡은 것 같다면서 헤겔 역시 예술의 종말을 너무 이르게 잡았다고 비꼰다. 헤겔은 이 편지에 대해 답장을 한다. 예술의 종말을 이야기 했을 때 그것은 극단적인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사유로서의 역할을 하는 예술이 종말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예술은 괴상망측한 것일 뿐이라고 말을 한다. 지은이는 또 편지를 쓴다. 현대에서 종말을 맞고 있는 것은 예술이 아닌 철학이라고. 외려 지금이야말로 예술의 시대가 아니냐며 반문을 한다. 글머리는 이렇게 편지 속 물음을 마지막으로 끝나버린다. 이것은 헤겔을 향한 질문이 아닌 독자를 향한 질문이 아닐까. 독자들은 물음 하나를 받아들고 미학으로 두 번째 모험을 떠난다.

 

  책의 시작이 글머리였다면 현대 예술의 시작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바로 세잔이 현대 예술의 시작이라고 한다. 현대 예술가 중에서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니 그가 현대 예술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큰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잔의 생각은 전혀 현대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인상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고전주의로 돌아가는 꿈을 꾸는 복고적인 사람이었다. 세잔은 여기서 고전주의와 인상주의를 하나로 결합하는 모순적인 시도를 한다. 인간의 지각이 ‘혼란스러운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그는 혼란스럽게 다가오는 시각적 정보에 질서를 부여했다. 이런 세잔의 방식은 입체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대표적으로 피카소가 있다. 피카소는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을 그림 속에 반영했다. 2차원적인 평면에 3차원 공간을 담는다는 모순은 그의 그림 속에선 전혀 모순이 아니었다. 마티스 역시 세잔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다. 그는 풍부한 색채와 빛나는 표면을 세잔에게서 발견하였다. 대상에서 색체를 해방시키고 그것을 재배열하는 마티스 역시 현대예술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작가로써 성장한다.

 

  이후 책에서는 가상의 파괴라는 가정아래 마그리트의 그림을 통해 여러 내용이 다뤄진다. 철학자들의 가상의 대화를 통해 예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모든 예술에 대한 독자의 열린 해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종종 ‘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듯 이런 내용들은 단순히 그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모든 예술을 이야기할 때에 사용될 수 있는 방식들이다. 많은 내용들이 그렇게 넓은 시각으로 이해될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세잔과 피카소, 마티스를 다루는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기 위해서 과거를 끌어와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방식은 모든 예술인들이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했다. 한 쪽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찾아내는 것은 ‘낯설게 하기’라는 예술적 명제와도 뜻을 같이한다. 기존의 방식에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낸 세잔과 그에게 영향을 받으면서 또 다른 새로움을 탐구하던 피카소와 마티스. 그들이 대단한 예술가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문학에도 이러한 것들을 끌어와 생각을 해보고 싶다. ‘재배열’, ‘낯설게 하기’ 역시 미술뿐만 아니라 문학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키워드들이다. 끊임없이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탐구하고, 새로운 형식을 시도하고. 하나의 작품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존재하는 ‘열린 해석’ 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미술, 문학, 음악 등 각각의 장르들은 모두 공통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선을 긋지 않고 여러 예술 장르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그 속에서 예술의 중요한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끌어와 내가 추구하는 예술에 접목시켜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내용이 많아 너무 단편적으로만 언급한 것 같아 아쉽지만, 두 번째로 떠난 미학으로의 모험은 예술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길러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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