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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미친 짓이다 (이만교 작가) 를 읽고

  • 작성자 김가현
  • 작성일 2013-05-12
  • 조회수 574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결혼 적령기의 그는 지나치게 수다스럽고 농담으로, 품평으로, 모든 상황을 회피하고는 한다. 강사인 그는 제법 맞는 말을 늘어놓고 예리하기까지 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많지 않다. ‘너는 강의실과 집을 혼동하는 것 같아.’ ‘새는 수도꼭지는 고칠 줄 모르면서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야.’ 라는 말들을 가족들에게 듣는다. 그는 자신이 하는 말 속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말 뒤로 숨어드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이미 결혼 상대가 있는 여자와 살림을 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거부하는 것은 결혼뿐만이 아니다. 취업, 결혼 그 모든 일반적인 루트를 미친 짓이라고 정의하는 것이다. 획일화된, 자본주의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 이를테면 백화점에 들어서자 보이는 수많은 코트들. 그리고 그 코트를 입고 유행에 따르는 또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가 되는 것을 그는 미친 짓이라고 여긴다. 반면에 그가 만나는 여자는 요즘 유행하는 비틀즈풍의 옷을 입고 심지어는 옷으로 사람을 기억한다. 그는 여자와 거짓 연애를 하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그 거짓된 삶에 이끌리고 이제껏 맛보지 못한 평범한 행복을 느낀다. 그녀를 떠나보내고나서야 그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선명히 그을 수 있게 된다. 마지막 장에서 작가는 그의 입을 빌려 주제를 드러낸다. ‘심지어 우리 모두는 탤런트가 되어버렸다. 탤런트의 배역과 역할을 좌우하는 것은 탤런트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광고주와 시청자들의 반응과 방송국 소유자이듯이, 우리들은 끝없이 광고로부터 욕구를 전달받고,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조절되고, 우리의 물질적 소유주인 직장 상사나 부모로부터 간섭을 받는 세대이다. 내 안에,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이 들어와 있던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결혼과 직장생활은 정해진 대본처럼 상투화되어 가고 있다.’

텔레비전, 즉 시각적 이미지의 위협성에 대한 고찰은 제 2장에 자세히 드러나있다. 티비를 키자, 그 앞에 가족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들은 티비 앞에서 밥을 먹고, 토론을 하고, 가끔 서로를 걱정해준다. 티비가 그들의 가족을 화목하게 해주는 걸까? 아니면 티비라는 영상 매체에 휘둘리는 대중의 모습에 불과한 걸까? 주인공의 어머니는 연속극과 현실을 혼동한다. 사촌동생은 티비에 나오는 탱크며 비행기를 모두 따라한다. 그의 여동생과 처제는 티비 속 탤런트들의 옷차림을 보며 입을 옷들을 결정한다. 넓게 보면, 티비에 의해 생활의 일부가 바뀌고 그 삐걱임이 생에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지와 실체가 동일시되고 있다. 주인공은 신경질이 난 채 이미지에 매달리고 휘둘리는 현대인들을 비꼰다. ‘옛날 사람들이 가장 순진해 보일 때는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에게 인사할 때였대. 그런데 현대인이 가장 순진해 보일 때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마치 합석해 있는 사람처럼 따라 웃을 때야.’

작가는 처음에는 이미지와 자본에 휘둘리는, 획일화된 현대인들의 세태를 밝히는 소설을 쓰고자 했을 것이다. 그때 그가 떠올린 모범적인 삶, 졸업, 취직, 결혼이라는 하나의 루트 중 결혼을 주제로 삼기로 결정한 것 같다.

이 소설은 우리 세대에 대한, 더 이상의 발전도 쇠퇴도 없이 살아가는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이다. 우리가 스스럼없이 저지르는 미친 짓들, 그 행동들이 지닌 잠재력과 파괴력을 강조한 소설이다.

김가현
김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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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가현
  • 201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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