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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넷째 주 리뷰

  • 작성자 케이k
  • 작성일 2014-02-26
  • 조회수 266

이번 주에도 아그책 님의 글이 한 편 올라왔는데, 무려 2탄을 예고하는 글이었네요. 다루는 텍스트 역시 P.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었고요^^

사실 완결된 글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에 올라올 2탄(?)과 함께 묶어 심사를 하려 하다가, 문장 습관이랄까요, 좀 계속 걸리는 부분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 다음 글과 함께 묶어서 읽고 심사하려 합니다.

이번 아그책 님의 글에서는 뭔가 강한 의욕 및 근성과 함께, 글로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거침 없는 동시에 좀 거칠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걸 우선 문장 수준에서 먼저 확인해 볼게요.

“악마의 5대 독자인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삶은 크게 부인과 자식으로 나눌 수 있다. 물론 그 두 가지는 돈이라는 전제 하이다.”

인용문 이후 첫 챕터의 시작 부분입니다. 이 두 문장은 이하 서술할 글의 내용을 단적으로 요약해서 제시해준 것인데,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삶’이라는 것을 ‘부인과 자식으로 나눌 수 있’는 것일까요. 이하 내용을 읽어보면 이것은 ‘삶은 부인 및 자식과 관련해서 살필 수 있다’ 정도로 바꾸는 것이 무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카라마조프의 삶이 A,B로 나뉜다기보다, 그의 삶을 부인, 자식 관계 속에서 조명하는 이야기가 이어지니까요. 또한 “물론 그 두 가지는 돈이라는 전제 하이다.”라는 문장 역시 이상합니다. 그들의 관계는 모두 ‘돈’과 관련된 탐욕 속에서 얽히고 섥혀 있기 때문이지요. 이것을 “돈이라는 전제 하”라는 구절로 표현하는 것은, 어딘지 글쓴이의 전달 의도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또한 이어지는 단락에서 교정이 필요한 몇몇 대목들을 잠시 본다면...

“부와 명예를 가진 그녀는 물론 표도르는 탐났을 것이다.”는 ‘부와 명예를 가진 그녀가 물론 표도르는 탐났을 것이다.’로 고치는 것이 좋겠고(사소하지만, 조사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의식해야 할 것 같아요),.

“자신의 성욕과 자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는 ‘자신의 성욕을 채우고 자식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로,.

“남편으로서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은 그저 핏줄만 아버지라는 것”은 ‘남편으로서의, 아버지로서의 역할에 소홀한, 그저 핏줄상으로만 아버지라는 것’으로..

“그의 난잡한 호색한의 욕구는 집안의 여자들에게서 나타난다.”는 ‘그의 난잡한 호색한의 욕구는 집안의 여자들에게도 표출된다’로..

“만약 지킬 박사가 그렇게 자신을 분리했듯 표도르도 자신을 분리했으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한 건 틀림없다.”는 ‘만약 지킬 박사가 그렇게 자신을 분리했듯 표도르도 자신을 분리했으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로 고치는 게 좋겠어요.

그밖에 첫 챕터에서 표도르, 소피야를 두고, “그 둘이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아담과 이브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다”라고 서술했는데, 이 역시 간단하게 ‘그 둘의 탐욕은, 마치 악마의 유혹에 넘어간 아담과 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정도로 고치는 것은 어떨까요. 또 이어지는 두 번째 챕터의 첫 문장. “표도르의 행동거지를 따라 그의 삶을 밟아 올라가보자.”는 ‘표도르의 행동을 따라 그의 삶을 따라가보자.’로 고치는 게 좋겠고요.. 이건 단순히 문장 차원의 문제라기보다, 아그책 님이 글쓰는 스타일의 문제인데요.. 그냥 편안하게 평이하게 서술을 해도 되는 문장들이 너무 하나하나 힘이 들어가 있어서인 것 같아요. 좀더 편안, 평이한 서술을 한다면 독자가 ‘이게 무슨 의미이지?’라는 질문을 하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독자를 설득시키는데에도 효과적일 것이라서 말이지요..

이제까지 얘기가 좀 지엽적이긴 하지만, 이번 글에서 아그책 님의 문장들이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고, 각(?)이 좀 세워져 있으며, 때로는 거친 번역투라는 느낌도 나서 읽는 이로서 독해에 좀 어려움이 있었어요. 또한 앞서 언급했지만, 문장 성분들이 너무 자주 자의적으로 생략되어 있어서, ‘이 문장의 주어가 서술의 주체(아그책)인가 행위의 주체(주인공들)인가?’ 구분이 잘 안 되는 부분들도 여럿 보이네요.

이런 의미에서 제가 좋게 읽은(문장이 좋다라고 여기며) 대목은, <악마의 손자는 천사다-“카라마조프가의 아웃사이더지.”> 챕터의 “잠시 조시마 장로 얘기로 넘어갔는데, 다시 알료샤 얘기로 돌아와 보면 이제는 리즈가 있다.”로 시작하는 단락들입니다. 이 단락은 소설의 내용과 글쓴이의 파토스가 잘 균형맞춰져 있다는 느낌이네요. 그래서인지 독해도 편안했고요.

마지막으로 각 챕터의 소제목들과 그 해당 내용들이 긴밀하게 관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도 덧붙입니다.

이전보다 글 전체에서 글쓴이의 파토스가 훨씬 풍부하게 살아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위에서 이야기한 세심함이 좀더 보강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후 2탄(?)을 기대하면서 읽었으니, 반드시, 꼭, 다음 글 올려주세요. 심사도 그때 하도록 할게요^^

 

케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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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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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k
  • 2015-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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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이제나저제나 기다렸네요ㅎ 2탄을 기대해주신 것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ㅋㅋ 직접 세세토록 문장들을 평가해주셔서 기쁠따름이에요. 2탄에서는 더 안정된 문장을 쓰려고 노력해봐야겠습니다. 근데 사실, 카라마조프가 3부작이라서 3편으로 쓰려고 했어요ㅋㅋㅋ 쨋거나 2탄 더 좋은 글로 뵐게요 .

    • 2014-02-26 22:14:2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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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k

      저는 to be continued에 대한 궁금함을 참기 어려워하는 독자인지라, 2탄 글에서 소설의 2부, 3부 이야기 모두를 볼 수 있으면..하는 소망이 있습니다ㅎㅎ 하고 싶은 말이 무궁무진한 텍스트이겠지만, 그것을 잘 정리해서 간략화하는 것도 훈련이 될테니까요. 뭐, 하지만 원래 계획이 있었다면, 그대로 하세요. 저는 그저 기다리지요~ :)

      • 2014-02-26 23:49:38
      케이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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