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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신기술 -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읽고

  • 작성자 neo
  • 작성일 2017-07-12
  • 조회수 4,393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재미있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내가 거미에 물려서 스파이더맨이 된다면 악당을 물리치고 연인도 얻을 텐데!

내가 특별한 시약을 마셔서 헐크가 되면 영웅들과 손을 잡고 함께 지구를 지킬 텐데!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것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허구적 요소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영화 속 가상 이미지가 아무리 가시적이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해도 허구는 허구일 뿐, 우리 사회에 영웅처럼 등장하는 실재는 아니다. 그러나 허황돼 보이는 상상을 실현 가능케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어떨까? 가상이 현실로 탈바꿈하고, 인류가 초능력을 얻어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게 된다면? 이런 즐거운 상상에 조금이라도 다가갈 수 있도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 바로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 영화로 읽는 생명공학 이야기>다.

이 책의 저자이자 대학교수 박태현은, 점점 발전하고 상용화되는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앞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고 우리를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 영화를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읽으려면 우선 이 책이 주로 다루는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계속해서 제시할 필자의 견해를 위해 잠깐 짚고 넘어가자.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영어로 biotechnology(BT), 우리말로 생명공학, 또는 생명공학기술(生命工學技術)이라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하나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며, 경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된다. 대체적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레드(의학 공정), 그린(농업/환경 공정), 화이트바이오테크놀로지(산업생명공학기술)(위키백과 참조)로 나뉘는데 본서에 가장 근접한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화이트바이오테크놀로지이다.

‘화이트바이오테크놀로지는 옥수수ㆍ콩ㆍ사탕수수ㆍ목재류 등 재생 가능한 식물 자원을 원료로 하여 화학제품 또는 바이오 연료 등의 물질을 생산하는 기술을 말(매경시사용어사전 참조)’하는데 이것이 왜 미래에 다가가는 기술인지 앞으로의 논의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나가고자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어떤 세계를 품고 있는지, 어떻게 해서 새로운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지 알아보자.

 

1부 ‘바이오 정보를 담고 있는 DNA’는 DNA의 변형, DNA의 결합 등 DNA와 바이오테크놀로지의 연관성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우리 몸속의 DNA가 바이오테크놀로지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어떤 실험을 통해 효율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말한다. 1부는 다섯 편의 영화를 소개하지만, 여기서는 <스피시즈(Species, 1995)>를 예로 들어 이종교배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영화 <스피시즈> 이야기는 실험으로 인해 외계인과 인간의 이종교배로 탄생한 주인공이 2세를 잉태하려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영화가 다루려고 하는 것은 DNA와 이종교배가 아니지만, 저자는 동식물 잡종과 DNA의 결합을 이야기한다.

 

몇몇 독자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제주도에서 ‘천혜향’ ‘황금향’ 등 밀감류와 오렌지를 교배한 과일을 시중에 널리 판매하고 있다. 귤, 오렌지 등 전통적인 과일을 고수하는 소비자들은 ‘천혜향’과 같은 잡종 과일에 눈길을 주지 않겠지만, 사람들이 새롭고 독특한 과일에 관심을 갖고 다량 구매하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에서 라이거, 타이온을 언급했듯이, 이종교배를 통해 출생된 동물도 점점 늘어나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2대 잡종)은 1대 잡종의 특성을 잃어버리게 된다(56쪽)’고 말한다. 2대 잡종은 종자 사용이 불가능해 농부들의 불편함을 덜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대 잡종의 단점을 수많은 노력으로 극복해, 2대 잡종이 탄생해도 1대 잡종의 특성을 그대로 보존하게 한다면 어떨까? 노새와 당나귀의 잡종 ‘노귀’라는 가축이 탄생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먼 이야기지만, 1대 잡종의 특성을 잃어도 3대 잡종에게는 그 특성이 그대로 남아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이 기술이 발전되면 앞으로 품종 교배 일이 훨씬 수월해지리라고 믿는다.

 

2부 ‘바이오와 인간 생활’에서는 유전자, 혈액형 등 말 그대로 바이오와 인간을 다룬다. 저자는 <버블 보이>를 유전자 결함, <B형 남자친구>를 봄베이 O형에 결부지어 논지하고 있다. <버블 보이>의 유전자 결함은 매우 독특한 경우다. ‘중증합병면역결핍증‘에 걸린 유아는 태어날 때부터 세균 면역력이 없어, 몸속으로 세균이 침투돼지 못하게 버블(구 모양의 생활공간)에서만 살아야 한다. 이와 같은 대처법은 아주 고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안전한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하면 환자 자신의 삶을 버블 안에서만 보내게 될 것이다.

<버블 보이> 증세는 매우 드물지만,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면 환자들이 완치될 수 있지 않을까?

 

3부 ‘바이오와 미래 세계’의 내용은 책에서 집중적으로 다루는 주제에 매우 가깝다. 필자는 3부가 말하는 ‘복제인간’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특히 <6번째 날(6th Day, 2000)>과 <아일랜드(The Island, 2005)>가 복제인간, 복제생물과 관련이 깊다.

전부터 이슈가 되어왔던 복제양 돌리 이야기는 여러분이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복제양이 탄생되면서 사람들은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그대로 발전해 인간복제도 가능해지면 어떻게 될까?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인간복제가 가능해져 나와 흡사한 인간이 나타나면 어떻게 될까? <아일랜드>의 등장인물처럼 평생 영문도 모른 채 실험실 속에서 살아야 할까, 아니면 <6번째 날>의 주인공처럼 스스로 현실을 부정하게 될까?

미래가 어떤 식으로 세상에 다가올지 모르지만, 바이테크놀로지의 항구적인 가능성이 우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저자는 <쥬라기 공원>, <엑스맨> 등 대중이 알고 있는 상업영화를 활용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 과학이 생소한 사람들을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쉽게 다가가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곳곳에 과학 용어가 있어 기본 과학 지식을 갖추지 않은 독자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각 부가 끝날 때마다 ‘바이오 기본 지식 요약’ 장이 나오지만, 이 역시 종종 난해한 용어가 눈에 띄어 독서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하지만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영화’라는 매체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접목시켜 도전적인 면모를 보여줬음으로 눈여겨볼 만하다.

저자 박태현은 영화 속에서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영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었고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지, 또 세 가지가 어떤 식으로 융합돼 새로운 결과물을 탄생시킬 수 있는지 이 책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유념해야할 사실이 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한다 해서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일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 인공지능 발달로 과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자연 문제도 많이 언급된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의 심각성이 경고를 알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원들은 미리 사고에 대처하고 실험실을 단단히 관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준비된, 안전한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래를 향한 신기술이다. 우리는 평범한 인간이 초인이 되고, 노인이 젊음을 되찾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과학자들은 끝없는 실험을 통해 생명공학의 성취를 이뤄낼 것이다. 필자는 앞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진정한 ‘미래를 향한 신기술’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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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볼링 [광산 탈출] :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에서의 희망

청소년에게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란 어떤 것일까? 주변 사람들의 힐난과 강요가 모든 희망을 억누르는 세상일까? 아니면 모든 상황이 비참하고 견디기 힘들지만 절벽 끝에 한 줄기 희망이 있는 따뜻한 세상일까? 제인 볼링의 <광산 탈출>은 바로 후자를 말하는 청소년문학이다. 이 작품은 한없이 어둡지만 시간이 지나면 환해지고,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으며, 아무리 괴롭고 모진 노동을 한다 해도 결국 끝에는 새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주인공 '레길레'는 불법 폐광에 강제로 이끌려온 18세 소년이다. 레길레는 짧으면 세 달, 길면 여섯 달 정도를 어둡고 갑갑한 광산 속에서만 보낸다. 사방이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전등으로 돌만 캐야 하는 고통은 '자마자마(불법 폐광 채굴에 동원된 사람)'의 피치 못할 운명이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하는 레길레는 괴로움에도 적응돼 친구와 가족 모두를 잊어버리려 한다. 레길레는 갈수록 심해지는 구타와 핍박에도 묵묵히 일만 하다 어느 날 열세 살 소년 '타이바'를 만나게 된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모르는 타이바는 광산을 빠져나갈 생각에 희망을 품는다. 레길레는 그런 타이바를 철 들지 않았다며 한심하게 내려다보지만, 친구 '카테카니'의 설득으로 타이바를 도와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작품은 광산 안의 일과 광산 밖의 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광산 안의 일은 레길레와 어린아이들의 극대화된 답답함과 고통스러움을 표현한다. 책임자 '페이스맨'의 계속되는 구타, 총알의 타격으로 무너져 내리는 돌에 깔려 심한 상처를 입게 되는 등 어둠 속에서의 외적 파괴와 내적 파괴를 뼈저리도록 생생하게 포착한다. 광산 밖의 일 역시 안의 일과 다를 게 없다. 살아 숨 쉬는 공기가 가득한 세상이라는 것만 빼면, 지배자 '파파'의 삿대질과 모욕은 광산 안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레길레에게 세상은 갇혀있어도 괴롭고, 나와 있어도 불편한 공간이다.   레길레는 이미 희망을 저버린지 오래지만, 타이바는 자마자마들을 구해주었다는 '스파이크'라는 인물을 통해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숨 막히는 광산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건 영웅 스파이크뿐이다. 레길레는 불행 속에서만 답을 찾으려 하지만 타이바는 가망 없는 환상 속에서 미래를 찾으려 한다. 레길레가 광산 밖으로 나와 만난 친구 카테카니는 다리를 저는 장애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굳센 희망을 갖고 있다. 레길레는 계속되는 친구들의 설득에도 너무 오랫동안 세뇌되어 있던 탓에 잠시 주저하지만, 자신의 마음속에 아직 한 줄기 빛이 남아있다는 것을 깨닫고 타이바를 돕는다. 이렇듯 작가는 희망은 혼자 있을 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합쳤을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타이바와 친구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은 가족을 위해 광산에서 살아가는 레길레처럼 불편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리 고통스런 상황이라 해도 희망을 잃지 않고 탈출을 포기하지 않는 타이바가 되어야 할

  • neo
  • 2016-12-31
곤 사토시 [퍼펙트 블루]

아이돌 가수로 활동하는 '미마'는 돈과 성공을 위해 가수 생활을 접고 배우의 길에 들어선다. 그러나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의 밝고 희망찬 모습에 비해 드라마에 잠깐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은 너무나 비참하고, 아이돌이었다는 이유로 감독과 제작진들은 미마를 비웃는다. 연기를 못하는 미마는 결국 누드모델의 길을 선택하고, 미마에게 광적으로 집착하는 스토커 '미마니아'는 미마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생활을 누출한다. 그 글을 본 미마는 자신이 직접 썼다는 착각에 빠져 아이돌 가수로 귀환하고 싶다는 마음과 더럽혀졌다는(돈을 벌기 위해 누드모델로서 몸을 판) 생각 때문에 환멸을 느끼고 중압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러던 도중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이 잇달아 살인되고 미마는 방 안에서 피 묻은 옷을 발견한다. 자신이 살인을 했다는 자괴감으로 파국에 치닫은 미마에게 아이돌 가수로 복귀하라고 협박하는 스토커 미마니아가 나타나고, 미마는 미마니아를 쓰러뜨린 채 간신히 도망치지만 계속해서 눈앞에 나타나는 자기 자신의 형체, 이중인격의 또 다른 '나'에게 끈질긴 강요를 당한다. 미마의 진정한 속마음에서는 아이돌 가수로 복귀하라는 강한 신념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한때의 그리운 시절, 가수가 되기 위해 먼 여정을 떠난 자신의 진정한 면모, 에로 배우가 되기 전 순수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미마는 지리멸렬한 망상과 현실을 혼동하며 벗어나지 못하지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또 하나의 '나'를 확인하고는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꿈에서 서서히 빠져나오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여기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주인공 미마가 아닌 미마의 부 매니저 '루미'가 미마로 가장한 범인이었고, 미마에게 광적으로 집착했던 스토커 '미마니아'는 루미가 명령해서 죽이려는 시도를 했던 거였다고. 루미는 미마의 방과 한치의 오차도 없는 방을 똑같이 제작해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자신이 미마의 옷을 입은 채 아이돌 가수라는 망상에 빠져 살았다고.(비록 루미의 자세한 과거사는 나타나지 않지만, 한때 잘 나갔던 가수가 퇴직해 다른 가수의 부 매니저로 활동한 사실은 분명하게 나타난다) 이것이 첫 번째 해석인데 스릴러 좀 봤다는 관객들은 당연히 이렇게 풀이할 것이다. 영화가 그렇게 말하고 있고, 이 결말이 더할 나위 없이 자명한 사실이니까. 그러나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극명한 차이에서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실은 루미가 미끼였고 진정한 살인마는 미마였다는 것. 이것은 결말 부분에서 확실히 두드러지는데 '내가 진짜'라고 여기는 미마는 사실 진짜 미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애당초 미마가 환상에 시달렸던 것도 미마 자신의 탓인데 그런 미마가 루미를 함정에 몰아넣어 정신병원에 수감시켰을 수도 있다는 것을 누가 알겠는가? 그러므로 진범은 미마라는 것. 그러나 너무 과도하게 앞서간 증명은 일단 배제시키고 반대로 증명해 보자. 루미가 미마의 탈을 뒤집어쓰고 미마를 정신병원에 가두었을

  • neo
  • 2016-10-21
연상호 [서울역]의 핵심

영화를 보기 전, 네이버 영화에 들어왔을 때 다분히 놀랐다. 아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평점이 4점밖에 되지 않다니, 왜 그런 것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나는 전부터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사이비> 그리고 <지옥: 두 개의 삶>을 봐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사회 비판적인 면과 풍자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사람들이 그런 것을 싫어하는 것일까. 영화를 보았다는(진짜로 봤는지는 모르지만)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배우 심은경을 비하하면서 연기를 못했다느니, 보고 암이 걸렸다느니, 나만 당할 수 없다느니 하고 10점을 주는 사람들을 보니 기가 막혔다. 물론 개개인의 표현은 자유고 그 표현을 존중해 줘야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고작 <부산행> 시작에 등장하는 배우 심은경이 서울역의 심은경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비하하는데, 서울역이 부산행보다 먼저 제작되었기 때문에, 그리고 부산행은 상업적으로 활용하려고 만든 영화였기에 큰 연관이 없을 수도 있었다.(그리고 감독은 이미 큰 연관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것 하나 때문에 욕하는 관객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다음날 영화를 직접 보러(기대가 컸기 때문에 극장에서 보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갔다. 나도 은근히 평점을 믿을 때도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전작보다 수준이 떨어지면 어쩌나 하고 약간 노심초사 했던 터였다. 그런데 영화는 기대 이상의 퀄리티와 탄탄한 각본, 스릴 있는 액션과 통렬한 풍자를 동시에 보여주었다. 사이비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었다고 할까. 마지막 반전은 소름끼치도록 굉장했고, 그토록 욕하던 배우들의 연기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입 모양이 맞지 않다고 욕하는 관객이 허다했는데, 100% 일치하지 않았을 뿐 역시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도 관객이 서울역을 멀리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부산행과 같은 액션 영화가 아니라는 것, 시원한 액션을 기대했는데 감독이 방점을 찍은 면은 액션이 아니라는 것, 원조교제와 노골적인 살인 장면 등이 관객에게는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온 것이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암울하며 곳곳에 한국 사회를 비판하는 장면이 자리 잡고 있다. 추악한 경찰의 삿대질, 노숙자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시민들, 민간인에게 총까지 쏴대는 경찰의 극악무도한 횡포는 세월호 시민들의 시위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오직 가볍고 희망찬 이야기만 원하고 비극적이고 암울한, 지극히 현실적인 현실을 멸시한다. 그것을 '대중 영화'라 일컬으며, 그런 의미에서 <부산행>은 대중성 있는 영화로서 관객이 원하는 요소를 삽입해 천만 관객까지 돌파한 것이다. 결론은 애초에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영화인지 찾아보지도 않은 채 무턱대고 극장에 가 관람한 관객들의 책임이 크다. 나는 이 영화가 무슨 영화인지 알고 갔기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 기대 이상의 경이로움을 느꼈던 것이다. 종종 아무것도 모르는 부모들이

  • neo
  • 201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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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희

    모로님, 안녕하세요?^^ 「미래를 향한 신기술 – [영화 속의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읽고」 잘 읽었습니다. 모로님이 쓴 글은 ‘서평’처럼 보이는데요. 책(에 대한 비판적) 소개와 자신의 견해를 덧붙이는 서평의 정석적인 구조를 취해서 더 그렇게 느껴집니다. 수정할 때 생각해보면 좋겠다 싶은 부분을 말씀드립니다. (1) 문맥에 맞는 정확한 문장 쓰기 “그러나 우리는 이런 것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허구적 요소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맥락상 ‘허구적 요소’라는 표현은 어색합니다. ‘영화 속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허구적 현실’ 정도로 바꾸는 게 좋을 듯합니다. “영화 속 가상 이미지가 아무리 가시적이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해도 허구는 허구일 뿐, 우리 사회에 영웅처럼 등장하는 실재는 아니다.” -> 여기에서 ‘우리 사회에 영웅처럼 등장하는 실재는 아니다.’라는 문장도 어색합니다. ‘영웅처럼 등장하는 실재’라는 표현이 앞 부분과 호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문장은 빼는 게 낫습니다. “몇몇 독자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 최근 들어 제주도에서 ‘천혜향’ ‘황금향’ 등 밀감류와 오렌지를 교배한 과일을 시중에 널리 판매하고 있다.” -> ‘몇몇 독자는 모를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문장은 사족입니다. (2) 자신의 견해를 더 자세히 쓰기 이 글은 책에 대한 정보가 많은 데 비해, 모로님의 견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습니다. 아무리 서평 형식의 글임을 감안하다고 해도 이 점은 아쉬운데요. 책이 중심이 아니라, 모로님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책의 정보를 소개해야 더 좋은 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퇴고할 때 그 점을 염두에 두기를 조언드립니다.

    • 2017-07-16 22:31:09
    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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