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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카페

  • 작성자 보풀
  • 작성일 2013-01-30
  • 조회수 6,384

 혼자남은 교실은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잠잠했다. 나는 텅 빈 교실을 돌아다니며 사람이 가고 남은 흔적을 둘러봤다. 세상에 갑자기 나혼자만 남은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창밖에서 웃음 소리가 났다. 멀리서 들린듯 꺼져가는 소리였지만 조용한 교실에선 크게 들렸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점심시간을 맞아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 놀고 있었다. 운동장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애들, 군것질 꺼리를 사먹으며 떠드는 애들, 운동장에서 직접 뛰어 노는 애들로 활기가 가득했다.나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활기찬 바깥과는 다른 죽은듯 조용한 교실이 보였다. 창문을 닫고 내자리를 찾아 엎드렸다. 세상이 한층 더 조용해졌다. 창문으로 햇살이 조용히 들어와 몸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나는 정적뿐인 교실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없던 운동장을 떠올렸다. 나는 문득 죽고싶어졌다.

 
 저녁시간, 집에 돌아온 나는 한 인터넷 카페에 가입했다. 카페에 이름은 자살카페, 이름 답게 자살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카페였다. 인원은 별로 없지만 자살에 대한 정보가 많은 사이트였다. 특히나 관리자에 접속률이 높은 곳으로, 관리자로 부터 이런 저런 정보들을 들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점이 뭔가 본격적으로 느껴져 가입을 했다.
 카페 메뉴는 다양했다. 자살장소 추천, 자살방법 추천, 자살할 때의 주의점 등등 카페 회원이라면 한번쯤을 읽어 볼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나는 순차적으로 전부 읽어 보기 위해 자살 장소 란을 클릭 해보았다. 하지만 자살 장소는 내 회원 등급으로는 열람 할 권한이 없었다. 나는 방금 가입한 자살꿈나무 등급이였다. 자살 장소 열람은 일반 회원인 자살희망자 등급 부터 열람 할 수 있었다. 다른 것도 안되는지 클릭해봤다. 자살 방법은 내 등급으로 열람 할 수 있었다.
 자살 방법은 교사, 낙사, 익사 등 다양한 정보가 있었다. 나는 맨 처음 글인 교사부터 클릭 했다. 생소한 이름인 교사는 목을 졸라 죽는 거였다. 교사부터 맨 뒤에 농약까지 차례로 읽어 봤다. 모든 글에는 간단한 설명과 실패확률, 친절하게도 고통도 까지 표시 되어 있었는데. 불친절 하게도 고통도는 전부 상위권을 웃 돌았다. 고통도와 더불어 실패확률까지 높은 자살방법 들을 보고 자살방법은 차차 고려해보기로 했다.
 열람이 가능한 다른 메뉴들을 찾아 이것 저것 클릭해봤다. 자유게시판도 열람할 수 있었다. 자유게시판은 자살방법에 대한 글은 개의치 않은 지 자살하겠다는 사람에 글이 꽤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사연을 적어 놓고는 신세 한탄을 하는 글들이였는데, 덧글로 공감하는 글, 걱정하는 글. 안타까워 하는 글 등이 달려있었다. 곧 죽을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다니 무슨 소용일까. 나는 그런 사연들을 하나하나 훑어 보았다.
 한참 글을 읽어 나가고 있는데 누군가로 부터 쪽지가 왔다.

 - 카페 신입 맴버시죠? 카페 관리자입니다. 간단한 조사로 회원등급을 나누겠습니다. 채팅창에 들어와 주십시오.

 내용에 따라 적당히 무시하려고 했는데 관리자란다. 아이디가 낯이 익었다. 어디서 봤나 생각 해보니 자유게시판을 볼때 거의 항상 달려있던 격려글에 아이디였다. 카페 관리자였나? 일단 무시하면 안될 것 같아서 채팅창에 들어갔다. 내가 들어가자마자 관리자는 1대1대화를 걸었다. 나는 1대1대화를 승낙했다.

 자살토끼 : 안녕하세요 회원님^^
 자살토끼 : 몇가지 질문 드릴게요. 대답 내용에 따라 회원 등급에 변동이 있을꺼니 솔직히 답해주세요.

 뭐랄까 자살카페 관리자라고는 생각 안돼는 첫인상이였다. 좀더 음침하거나 묵묵한 타입일 줄 알았는데. 어쩌면 이런 일을 즐기는 사이코패스 인지도 모르겠다.

 자살토끼 : 실례가 안된다면 먼저 자살 하고 싶은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인포자 :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요.
 자살토끼 : 왜죠?

 간단하게 답했는데 왜냐는 질문이 되돌아왔다. 이유라……. 그냥 살고싶지 않을 뿐인데 굳이 이유가 필요한가. 사는데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죽는데는 왜인지 이유가 필요하다. 대부분 삶이 죽는 것 보다 더 귀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살아있음 버리고 죽음을 택하려는 사람을 납득하기 힘들어 한다. 그래서 이유가 필요하다. 지금 삶을 포기하고 죽는게 더 좋은 선택 이라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이유.
 나도 한번 이유를 생각해 봤다. 어정쩡한 학력, 화목하지 않은 가정, 학원으로 바쁜 삶, 후회되는 과거. 굳이 생각 하자면 이런 저런 이유가 많았다. 물론 상대방이 납득 하기엔 모자란 감이 있는 것들 뿐이지만. 그냥 적당히 대답 하기로 했다.

 인포자 : 지금 삶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보다 지금 죽어 없어 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자살토끼 : 삶에 회의감이 드나요?
 인포자 : 내 뭐 그런셈이죠.
 자살토끼 : 당신의 오늘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자살토끼 : 뭐느끼는 거 없어요?
 인포자 : 당신의 죽음은 누군가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인포자 : 삶만이 누군가의 바람이 되는 건 아니잖아요?
 자살토끼 : 글쎄요…….
 자살토끼 : 그래도 이유 없이 죽는 다는 건 참 아까운 일인데 말이죠.
 인포자 : 죽기에 적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자살토끼 : 그렇죠.
 자살토끼 : 죽어도 되는 이유는 없습니다.

 관리자가 내 말을 받아 쳤다. 내가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관리자의 말을 정정 해 주려고 했다. 하지만 관리자의 다른 글이 먼저 올라왔다.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자살토끼 : 두번째 질문 할게요
 자살토끼 : 자살 하실 거면 어떤 방법으로 죽고 싶으십니까?
 
 나는 아까 보았던 자살 방법 란을 떠올렸다. 하나같이 고통도 상급에 몇몇 개 빼고는 실패 확률도 높다고 적혀 있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직 어떻게 죽을 지는 생각 안해뒀다. 단순히 삶을 끝내고 싶은것 뿐인 나는 큰 고통을 느끼면서 까지 자살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뾰족한 수가 없나 생각하다 카페 글에 없던 자살 방법을 떠올렸다.

 인포자 : 수면제 다량 복용이요.
 자살토끼 : 수면제요?
 인포자 : 고통없이 죽고싶거든요.
 자살토끼 : 무리에요.
 자살토끼 : 요즘 시중에 나오는 건 다 수면유도제라고 해서 많이 먹는다고 영원히 자진 못해요.
 자살토끼 : 수면제는 의사 처방 받아야 타먹을 수 있구요.

 그래서 자살 방법에 없었나보다.

 인포자 : 고통없이 자살 하는 법 없나요?
 자살토끼 : 고통없이 죽고 싶으시면 늙어 죽을 때까지 건강하게 사셔야 됩니다.
 자살토끼 : 아님 열심히 공부 하셔서 약사 되신 다음에 수면제 다량으로 드시던가요.

 둘다 적절하게 생각되지 않다.

 자살토끼 : 회원님의 카페 등급은 '자살꿈나무'입니다

 어느새 등급이 정해졌다. 그런데 자살꿈나무는 신입회원 등급이였다.

 인포자 : 지금도 자살꿈나무인데요?
 자살토끼 : 네. 회원님은 자살을 하실 이유나 의지가 극도로 낮습니다.
 자살토끼 : 살고 싶은 이유가 없으면 사는 방식을 바꿔야지 죽는게 아닙니다.
 자살토끼 : 그래서 회원님은 신입 회원에서 별다른 등업 조치를 안내릴 예정입니다.

 나는 무시 당한 기분이 들었다. 홧김에 채팅창을 나왔다. 나는 열람이 가능한 자유게시판에 다른 사연들을 마저 읽었다. 전에 봤을 때는 다 하나같이 다채로운 이유로 죽음을 생각한다고 느꼇는데 많이 읽어보니 자살 이유도 일정한 그룹이 있었다. 삶이 막막해서 자살 하겠다는 사람,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충격으로 자살 하겠다는 사람,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어버려서 자살하겠다는 사람. 막상 그룹 별로 나누긴 했지만 전부 간단하게 생각하면 현실을 살아가기 싫은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나랑 같은 처지 아닐까?
 자유게시판 글을 전부 정독 하고 다시 맨 위 페이지로 올라오니 새글이 하나 떠있었다. 제목은 "같이 자살하실 분 구합니다"였다. 헤에, 이런 글도 올라 오는구나. 나는 글을 클릭 해봤다.
 
 『00월 00일 00시까찌 00아파트에서 자살할겁니다.
 00시 까지 00시 00역에서 기다릴 테니 관심 있으시면 덧글 달아주세요.』

 읽어보니 무슨 우연인지 자살 하는 곳이 우리집 근처였다. 나는 잠깐 동안 공동 자살에 대해 생각 해봤다. 혼자 죽긴 두려우니 다른 사람이랑 같이 죽는다. 극심한 고통속에서 내몸이 더이상 움직일 수 없고 이제 다시는 못 돌아갈 거란 걸 인식 하다 보면 확실히 무섭긴 할 거다. 하지만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금은 덜 두려울것 같긴 하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나 혼자뿐인 건 아니란 거니깐. 어쩌면 이건 물귀신 근성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두려움을 경감 시켜 주는데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나는 이 자살글에 참가할지 망설여졌다. 물론 나는 죽고싶다. 같이 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건 좋은 기회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살방법이 조금 꺼려졌다. 낙사는 자살 방법중에서 고통도 최상위 자살방법 중 하나였다. 내가 생각 하는 죽음은 간단하다. 방금 껏던 채팅창 처럼 세상과의 연결을 끊는 것. 지금 회의만 드는 세상에서 로그아웃 하고 싶다. 내가 없어져도 세상은 별 탈 없이 잘 돌아갈 것이다. 컴퓨터가 더이상 작동이 안되면 아까워 하는 사람이나 슬퍼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도 잠시 뿐. 곧 새 컴퓨터가 빈자리를 채우거나 원래부터 없었던 냥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역시 고통 스럽게 죽는 건 싫다. 아무도 깊게 느끼지 않을 나의 죽음에 그런 거창한 이벤트는 필요 없다. 특히 내가 고생 해야 되는 건 더더욱. 하지만 그런 걸로 덜 고통스럽게 죽을 기회를 포기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자살 할 의지가 없다는 카페 관리자의 예상을 깨버릴 수 있다.
 나는 자살카페에서 처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새로고침을 세번쯤 했을 때 작성자인 메론님으로부터 답글이 달렸다. 글에 적힌 시간까지 역까지 오라는 간단한 답문이였다.
 나는 답글을 확인하고 게시판을 나왔다.  컴퓨터를 정리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조금 이른감이 있지만 잠이나 자야겠다.
 눈을 감고 멍하니 누워 있었다. 문득 아까의 카페 관리자 말이 떠올랐다. 사는 방식을 바꿔라. 나는 지금의 삶을 생각 해봤다. 가정, 학교, 학원, 성적, 친구들. 이런 저런 생각 들을 해보니 카페 관리자 한테 이유를 댔을 때 처럼 안좋은 기억들마 떠오랐다. 내가 더 살아서 좋은 게 있을까. 삶을 바꾸는 건 어렵다. 하지만 죽는 건 조금만 신경 쓰면 쉽다.

 

 학교는 지루하다. 수업 내용은 왜 익혀야 하는 지 모르겠고. 내용도 전부 학원에서 들었던 것 들이다.
 점심종이 쳤다. 나는 오늘도 식욕이 없어 친구들과 밥을 먹는 걸 거절했다. 오늘도 혼자남은 교실은 조용 했다. 나는 또 창밖으로 즐겁게 떠드는 애들은 구경 했다. 아무도 없는 교실 안과 활기찬 교실 밖에 세상은 극심하게 대비되서 묘한 느낌이 일었다. 죽으면 이런 느낌일까. 나는 눈을 감고 창틀에서 이런 차이를 조용히 느껴봤다.
 몇년전 일이다. 같은 반에 다니던 아이가 자살했다. 아이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나는 걔가 있든 없든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오히려 말을 걸어 오거나 도움을 필요로 할 때는 친절하게 도와주고 그랬다. 물론 따돌림을 당할 땐 아니지만.
 그날이 처음이였을 거다. 괴롭힘을 당할 때 그 애가 도와달라고 한 건. 나는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들과 엇나갈 우정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아이를 외면했고 그아이는 그날 밤 자살을 했다.
 다음날 교실에 그 아이의 소식이 전해졌다. 교실 전채가 숙연해 졌다. 나는 아차하는 심정이였다. 혹시 나 때문일까 심장이 방망이질 했다. 교실 전체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였다. 곧 누군가 말을 꺼내기 시작하더니 점영병 처럼 다른 애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숙연한 분위기에 눈치를 보고 있던 애들이 누군가 시작하자 마자 곧바로 대화를 터트린 거다. 나도 그 대화에 끼였다. 다 잊은 듯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 애와 있었던 일은 조금 씩 사라져 가는 듯 했다. 나는 그애가 나의 세상에서 간단히 지워져 버리는 걸 느꼇다.
 내가 처음 겪은 죽음에 대한 정보는 이런 것이다. 누군가 죽었다. 그러면 그는 더이상 나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그뿐이였다.
 사람이 지워지는 건 간단한 일이다. 창문 넘어로 계속 보던 지점에 같이 밥먹자던 친구 들이 즐겁게 떠들며 지나 가는 걸 보았다. 내가 없어도 애들은 즐겁게 놀 수 있다. 그건 곧 내가 죽어도 그럴 것이다.

 

 

 공동자살 당일이다. 나는 약속 시간을 마지막으로 확인하기 위해 자살카페에 들어갈 생각이였다. 로그인을 하니 무슨 일인지 카페 관리자로 부터 쪽지가 와 있었다. 나를 무시하던 관리자의 말이 생각나서 나는 쪽지는 무시하고 카페에 들어가 그 글을 찾았다. 그런데 메론님의 글이 지워져 있었다. 약속이 취소된 걸까? 어쩌면 더이상 글을 노출시킬 생각이 없어서 그런 걸 지도 모른다. 일이 취소 됐으면 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연락이 닿았겠지. 나는 혹시 몰라 기억 하는 시간 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로 갔다.
 낮시간에 역은 한산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면 눈에 뛸 것이다. 나는 역 근처 버스정류장 밴치에 앉았다. 기억 하기로는 약속 시간 까지 20분쯤 남았다.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역 입구쪽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10분쯤 지나니 역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계속 얼쩡대는 사람이 생겼다. 그 사람을 계속 주시했다. 시간을 살펴보는 듯 휴대폰을 재차 확인 하는 그는 영락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꼴이였다. 내가 다가가 말을 걸어봤다.
 "저기, 혹시 아이디 메론씨인가요?"
 "아, 인포자씨?"
 맞는가 보다.
 "여자신 줄을 몰랐네요."
 "아, 네"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다른 사람은 안 보이네요. 자살 할 사람은 우리 둘 뿐인 모양입니다."
 남자가 보고있던 휴대폰을 집어 넣으며 말했다.
 "네."
 나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용기 있게 말은 먼저 걸었지만 좀 어색했다.
 "자살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있으니깐. 뭐좀 먹을래요?"
 남자가 물었다. 곧 죽을 마당에 뭔가 먹자는 소리가 나오나?
 "아뇨 곧 죽을 건데요 뭐."
 "에이.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고 했는데. 어처피 가는 마당에 돈 다 지르고 갈거니 그냥 얻어 먹어요"
 남자가 앞서 걸으면서 말했다. 나는 잠시 주춤 했지만 남자를 따라갔다. 그런데 죽을 마당에 지갑을 들고 나온건가? 나는 죽을 각오로 자살에 필요한 몸만 가져왔다.
 우리가 도착한곳은 한 햄버거 가게였다. 남자는 모든 돈을 다 쓰고 가겠다는 말과는 반대로 제일 싼 세트 매뉴를 시켰다. 나는 어처피 얻어먹는 마당이니 별 말은 안 했지만 아까 남자가 했던 말을 되뇌이면서 남자에게 핀잔을 주는 걸 잊지 않았다.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넘어갔다.
 "저기 인포자님. 인포자님은 왜 죽으시려는 거에요?"
 햄버거를 벌써 반입 배어먹은 남자가 콜라로 입가심을 한뒤 물었다. 햄버거를 깨작이며 먹고 있던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그냥 딱히 이유랄 건 없어요. 단지 사는것 보단 죽는 게 편할 것 같아서요."
 그리고 예의상 물었다.
 "메론님은 왜 자살 하려고 하세요?"
 "글쎄요. 전 동생이 있었어요. 하나뿐인 동생이라 귀여워 해줬죠. 그런데 자살했어요. 몇년전에."
 남자가 목이 타는듯 콜라를 홀짝이다가 말을 이었다.
 "죽기 몇년전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었대요. 전 몰랐죠. 집에서는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으니깐. 오빠로써 미안해지더군요. 요 몇년간 죄책감에 시달렸어요. 이제 편해지고 싶습니다."
 남자의 말을 들은 나는 의문점이 생겼다.
 "동생분이 죽으신건 안타깝지만 그런다고 죽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오히려 동생 몫까지 더 열심히 살아야 되는 것 아닌가요?"
 "하하 죽기에 적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나는 마지막 남은 햄버거 조각을 입에 털어넣었다.
 "다 먹었으면 가죠."
 남자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도 따라 일어났다.

 

 

 아파트 옥상에 부는 바람은 추웠다. 나는 시멘트로 된 두꺼운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10층도 안되는 옛날 아파트였지만 높이가 아찔했다. 그때 누가 등을 떠밀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히고 균형을 잡았다. 나는 자세가 안정되자 바로 뒤를 돌아봤다. 뒤에는 그남자 밖에 없었다.
 "장난해요? 죽을 뻔 했잖아요."
 "예? 자살하려는 것 아니였어요?"
 남자가 장난기 어린 얼굴로 말했다. 나는 어의가 없어졌다.
 "같이 자살 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이러시면 안돼죠."
 "아, 전 자살안해요."
 남자가 말했다.
 "메론님이 공동 자살 하자고 글 올리셧잖아요?"
 "네, 그런데 전 멜론님이아니에요. 자살토끼입니다."
 나는 잠시 멍하게 상황을 판단해 보려 애썻다.
 "보통 저희 카페 이름이 자살카페라 차음엔 자살 모임이라도 하는 줄 알고 들어 오시는 분이 많아요. 멜론씨나 인포자 씨가 그랬 듯이 그런데 우리 카페는 사실 자살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카페지 자살을 하려고 모이는 카페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자살방지카페죠. 멜론님의 경우 등급 책정 면담 때 자살 하려는 걸 말렸어요. 그리고 인포자님에게도 쪽지를 보냈는데 안받으시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와봤어요. 그런데 계시더군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상황을 보니깐 역시 자살 할 것 같으시진않네요."
 자신이 자살토끼라는 남자가 말했다. 자살토끼는 또 나를 무시했다. 나는 발끈 해서 난간 위로 올라갔다. 난간 위로 올라오니 높이가 훨씬 더 아찔해졌다. 어쩐지 죽음이 확 가까워 진것 같다.
 "장난치시지 말고 내려오세요."
 자살토끼가 말했다. 나도 내려오고는 싶었다. 하지만 자살토끼 앞에서 자살한다고 올라왔다가 그냥 내려오는건 자존심이 상했다. 어쩔까 고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돌풍이 불었다. 몸이 서서히 바닥 쪽으로 기울여졌다. 나는 균형을 잃었다. 이제 죽는 건가? 머리속에 주마등이 스쳐지나갔다. 그중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에 기억이 고정됬다. 그때, 왕따를 당하던 하늘이에게 좀더 잘해줬으면…….
 그때 누군가 나를 확 잡아 당겼다. 균형을 잃고 떨어지려는 내몸은 당기는 힘에 의해 아파트 안쪽으로 넘어졌다. 바닥에 찧은 엉덩이가 아파서 순간적으로 신음이 튀어나왔다.
 "아파요? 이정도로 아프면 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고통은 어떻게 참으려고 그래요?"
 말은 그렇게 했으나 자살토끼도 많이 놀란 모습이였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해 난간 벽에 기대 앉았다. 남자가 나를 살피더니 같이 옆에 앉았다.
 "이름이 한솔이죠?"
 나는 꼬리뼈를 문지르다 깜짝 놀랐다. 어떻게 내이름을 알고 있지?
 "동생이 죽었을 때 동생 교실에 놓인 꽃 치우러 갔었어요. 마침 물어볼 것도 있고. 저도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었거든요. 동생이 죽기전에 친한 친구가 생길 것 같다고 했었어요. 이름이 한솔이라고 했죠. 유언장에도 적혀있었어요. 한솔이도 다른애들도 다 용서한다고. 저는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은 결정적인 사람이 한솔씨라고 생각 했죠. 그래서 꽃을 치우러 가면서 거기 담임 선생님꼐 여쭤봤죠. 한솔이라는 애가 누구냐고. 그 때 봤어요. 침울해 하고 있던 한솔씨. 동생의 유언에는 모두 용서한다고 적혀 있었지만 저는 용서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마음에 상처로 담아두라고 유언 내용을 말해주지 않았죠. 그리곤 나처럼 주변 사람을 잃고 슬퍼할 사람이 더는 없길 바라며 자살카페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오늘 그런 사람은 더 없게 만들려던 제가 어떤 한 사람을 자살 하게 할 뻔 했네요.
 자살토끼. 아니 하늘이의 오빠가 내 얼굴을 마주보고 말했다.
 "하늘이는 모두 용서하고 갔어요. 그러니까 혹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면 풀어요."
 나는 그저 멍하니 자살토끼를 쳐다봤다.
 "자 내려갑시다. 사람이 죽는 건 쉬워도 자살 하기는 어려워요. 그렇게 살인자가 뻔한 살인을 안말릴 사람이 없잖아요?"
 남자는 그러면서 손을 내밀었다. 나는 일단 그 손을 잡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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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모자란건 느껴져도 고칠점이 뭔지는 까막눈 ㅎㅎ

보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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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꽃

 어느 섬에 하늘색 꽃과 분홍색 꽃이 살았다. 두 꽃은 서로 쌍둥이 처럼 닮아 있었다. 섬에는 꽃이 아닌 다른 동식물도 많았다. 그 중에는 꽃을 도와주는 나비나 벌 같은 이로운 생물도 있는 반면 두 꽃의 생명을 위협하는 해로운 동식물도 많았다. 하늘색 꽃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몸을 키우고 몸에 가시를 두르고 독을 품는등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갖가지 방어막을 만들었다. 반면 분홍 꽃은 자신의 꽃의 모습만 신경 쓰고 살았다.  세월이 흐르고 분홍색 꽃과 하늘색 꽃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다. 분홍색 꽃은 아름다운 꽃을 가진 예쁜 꽃이 되었고 하늘색 꽃은 비록 예쁘진 않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튼튼한 꽃이 되었다.  하늘색 꽃은 분홍 꽃이 부러웠다. 분홍 꽃은 예쁜 덕에 많은 벌레와 동식물이 찾아와 어울리는 반면 하늘색 꽃은 가시덩쿨과 괴이한 모습에 아무도찾지 않게 되었다. 그래도 하늘색 꽃은 튼튼 했기에 분홍색 꽃이였으면 감당 못할 일들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다. 비록 하늘색 꽃은 분홍색 꽃이 가끔 부럽더라도 자신의 강한 생존력과 힘을 뿌듯하게 여겼다.  세월이 더 흐르고 난 후에는 분홍색 꽃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지만 하늘색 꽃은 강한 생존력으로 섬에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는 상황이 왔다. 하늘색 꽃은 자신의 선택이 가져온 긍적적인 결과를 보고 뿌듯했다. 분홍색 꽃처럼 모양을 안 가꾸고 혼자 쓸쓸했던 세월들이 보상 받은 것이다.  그런데 어느날이였다. 섬에 처음보는 이족 보행 짐승이 상륙했다. 그 이족 보행 짐승은 걸리적 거리는 하늘색 꽃을 배어가며 섬으로 들어와 분홍색 꽃을 채취해서 가져갔다.  그날부터였다. 섬에 이족 보행 짐승들이 자주 상륙했고 하늘색 꽃을 자꾸 배어 없애고 섬 곳곳에 분홍색 꽃을 길러 심었다.  얼마후 섬은 이족 보행 짐승들의 휴식터가 되었다. 섬에는 온갖 예쁜 식물 들과 분홍색 꽃이 있었다. 하지만 하늘색 꽃은 어디에도 없었다. ==================================================================== 초~ 단편

  • 보풀
  • 2013-01-31
납치

 누군가 씻는듯한 물소리가 났다. 나는 잠을 깻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무대나 뻗었는지 살이 맞닿은 바닥이 찼다. 슬쩍 눈을 떳다. 싱크대와 탁자가 있는 걸 보니 부엌이였다. 간밤에 숙취 때문에 목이 탔다. 나는 몸을 잃으키기 위해  손을 잡아 당겻는데 어딘 가에 걸려 당겨지지 않았다. 침침한 눈을 크게 뜨고 손목을 쳐다봤다. 손목에 전선이 감겨 바닥 가까운데 달린 수건 걸이 두곳에 각각 묶여 있었다. 나는 일단 몸을 일으켜 앉았다.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부엌도 우리집 부엌이 아니였다. 내가 어째서 여기 묶여 있는거지.  어제 저녁, 나는 그동안 일해 오던 회사에서 짤렸다. 회사 사정이 안좋아 지면서 능률이 낮은 회사원을 몇명 가지 쳐냈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고졸 학력으로 어렵게 들어간 첫 직장이고 나름 열심히 했다고도 생각 했는데 다 허사였다. 회사 사장이 나의 출신 성분을 보고 자른 것이다. 그날 밤 근처 선술집에서 서러움에 기억이 끊길 정도로 과음을 했다. 그리고 일어나보니 지금 이모양이 되어 있었다.  혹시 납치 당한  걸까 생각 해 봤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성인 남성이다. 납치는 보통 여자나 아이를 납치 해가는게 얻을 것도 많고 정석이지 않은가. 성인 남성을 납치 해서 도대체 무슨 메리트가 있느 것일까. 물론 장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기는 어디로 보나 평범한 가정집이다. 단언컨데 절대로 성인 남성을 납치할 메리트는 없는 장소라는 거다.  그렇다면 나는 왜 여기 이모양 이꼴로 묶여있는 걸까. 어쩌면 어떤 개념없는 중,고딩들에 사악한 장난 일지도 모른다. 다큐멘터리로 봤다. 요즘 중, 고딩들은 정도를 모른다. 그래서 나는 잠자코 있었다. 장난이라면 나의 얼빠진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즐거워 하겠지. 그런 장난에 동조해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아까까지 들려오던 물소리가 멎었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제 다 씻은 모양이다. 사람을 이 꼴로 해놓고 태연하게 씻으로 들어 가다니. 강심장이 따로 없다. 일단 녀석의 얼굴부터 봐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물 소리가 들렸던 쪽을 계속 응시했다. 이윽고 수건만 걸친 누군가가 부엌 옆 사각에서 부터 걸어나왔다. 근데 맙소사, 사각에서 부터 걸어나온 사람은 여자였다!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헐벗고 있는 여자 때문에 얼결에 시선을 회피했다.  "어라? 깻네? 깼으면 소리라도 치지 그랬어?"  여자가 창피함도 모르는지 덤덤하게 말했다. 나는 여자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찾고 물었다. 물론 고개는 아직 돌린 상채로.  "당신이 절 여기 묶어 놓은 건가요?"  "기다려봐 나도 옷좀 입고."  여자가 내 말은 관심 없다는 듯 무시하고 이동했다. 발소리가 아까 나왔던 욕실과 반대되는 곳으로 향했다. 아마 거기가 안방인가 보다.  여자가 옷을 입으러 가있는 동안 나는 상황을 정리하려 애썻다. 아까까지 파악하고 있었던 전제에 여자를 대입하니 공식이 혼란 스럽게 엉켜만 갔다. 도데체 여자가 성인 남성을 납치해서 어디다 쓰려는 걸까. 그런데 상황은 어쩌면 내가 생각 하는 것 보다 간단하

  • 보풀
  • 2013-01-25
거울

 고개를 들었다. 오후에 나른한 햇살이 창틈으로 비치고 있다. 잠시 엎드려 있는 사이에 깜박 졸았나 보다. 의자에서 몸을 조금 틀었다. 창가 쪽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끝나가고 있었다. 주변은 고요했다. 모두들 점심 먹으러 나가서 나혼자만 있을 것이다. 친구들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 했지만 배가 아파 혼자 교실에 남아있기로 했었다. 한숨 더 잘까? 나는 뭐 할거 없는지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나와 같이 점심을 안먹고 있는 애를 발견했다. 미라였다. 미라는 교실 뒤 큰 거울에 손을 대고 멍하게 거울을 바라보고 았었다. 꼴에 자애적인 성향이라도 있는 걸까?  미라는 반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었다. 어째서 인지 우리반 일진들 한테 괴롭힘을 당하곤 했고. 그런 미라의 상황을 우리는 못 본척 하며 넘어가곤 했다. 미라가 어디가 모자라거나 이상한 점이 있는건 아니였다.. 때문에 조별 활동을 할때나 어떤 도움을 받을 때는 조용히 끼여서 자기 할 몫을 다하곤 했다. 물론 같은 짝이 될 사람을 구한다면 말이다.  나는 미라 한테 말을 걸어 보기로 했다. 일진들도 다른 애들도 아무도 없고, 마침 심심하기도 했다.  "뭐해?"  미라한테 사뿐히 다가가 물었다. 방해 안되게 덤덤히 묻는다 했는데 미라는 화들짝 놀랐다.  "왜 거울을 뚫어져라 보고 있어?"  내가 재차 물었다. 미라는 조금 당황하는 듯 했다. 아마 이유를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 하는 눈치다. 그래서 조금 닥달 해봤다.  "무시하는 거야?"  "거,거울"  공격적인 말에 미라는 급히 대답했다.  "거울속에 있는 다른 공간말이야."  공간? 거울속에? 무슨 소리지?  "거울속에 들어 갈 수 있을 까 해서."  거울속에 들어가? 나는 잠시 거울에 눈길을 줬다. 거울에 미라와 나, 그뒤로 텅텅빈 교실이 비추고 있었다. 미라는 거울에 비치는 교실을 보고 또다른 공간이라 말하는 걸까. 나는 다시 미라를 쳐다봤다. 미라는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이고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상황이 몹시 재밋게 느껴졌다.  "어떻게 들어가는데?"  내가 물었다. 그러자 미라가 멍하니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 보았다. 아마 맞장구 쳐줄거란 생각은 못했나 보다. 미라는 다시 안절부절 하다 거울에 손을 짚고 말했다.  "여,여기 거울속에 내가 막지 않고 비켜 줄 때."  미라의 손을 따라 거울을 봤다. 거울에 비친 미라가 진짜 미라랑 똑같이 손을 뻗어 서로 손을 포개고 있는 모양이 되었다.  "그러니까 거울속에 내가 이렇게 막는단 말이지?"  나도 따라 손을 거울에 댔다. 역시나 거울 속에 나도 따라 손을 대어 막았다. 그와 동시에 미라는 거울에서 손을 때고 내 눈치를 살폈다. 미라가 되게 재밋는 아이로 여겨졌다. 나도 손울 땟다. 시계를 보니 곧 있음 다른 애들이 하나, 둘 들어올 시간이다. 슬슬 빠질까 생각 했지만 이 모처럼에 이상한 대화를 끝내긴 아쉬웠다.  "너 있잖아. 내번호 모르지?"  "응?"  "7523에 ○○○○야 기억해둬. 저녁쯤에 문자 할테니까. 괜찮으면 이 얘기 계속 나

  • 보풀
  • 20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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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엌ㅋㅋㅋㅋㅋ 제가 몇주전에 썼던 거랑 제목이 같네요..

    • 2013-01-30 22:26:3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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