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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

  • 작성자 배움은?
  • 작성일 2005-07-26
  • 조회수 169

여름이다 하늘에는 태양이 떠 있다 그리고 햇빛이 비춘다그냥 단순히

햇빛이다라고 부르기는 아까운 여름의 청량함을 대변해주는 따사로운

햇빛이였다 하지만 결국 그 햇빛이 우리에게 비춘다면 그것은 결국

땀을 동반하는 단순한 열기일 뿐이다

 

"휴... 덥다."

 

한 청년이 자신의 머리위에서 흐르는 땀을 닦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놈에 더위는 언제 그치려나.."

 

자신의 머리위로 비추어 오는 햇빛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공사판에서는 이런 무더위속에서 일을 하다보면 당연히 더위를 먹곤 한다.

무기력해지는 자신의 몸둥이가 한없이 싫어 질때가 한두번이 아니였다.

 

"어이 거기 그만 농땡이 부리고 그거 계속 날러"

 

"네네 소장님"

 

컨테이너 박스로 단순하게 만들어진 사무실안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자신이 공사에 관심있는척 인부들에게 타박을 주곤하는 저 인간을 보면

화가 치미는 순간마다 참느라 힘들었다 당연히 저 컨테이너박스 안은

그 희대의 발명품이라 말할 수 있는 에어컨이 있는 곳이였다 당연히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 처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들어 갔을때는

겨울이라고 느껴질 만큼 추웠다 그래서 저 소장은 외투 까지 걸치고 있지

않은가?

 

"어휴 더워 죽겠네 김반장 자네가 좀 알아서 잘해보라고"

 

"소장님 이 더위에 어쩌겠습니까. 이 참에 막걸리 한잔이라도 쏘시죠"

 

"어이쿠 이사람 보게 이보게나 여기 인부가 몇명인데 막거리를 쏘라니

말이되는가? 누구 집 거덜라는 꼴을 볼려고 어서 일들이나 하게!"

 

쾅!

 

"쳇 이럴 줄 알았지만 역시 재수 없는 건 변함없군. 이보게 상후군 참게나 더운건

다 만차간지인거 아니겠나 점심때가 되면 술이나 한잔 하러 가야지 뭐"

 

"에휴 그래도 이놈의 더위하고 저놈의 소장은 정말...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래 자네도"

 

김반장은 인부를 생각해주는 사람이였다 우리같이 막노동에서 몸으로 빌어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고마운 사람이다 힘든 하루 하루를 도와주는 반장님

같은 분이 없다면 이 무더운 더위속에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은 수도 없을거라

생각하곤 했다.

 

벽돌을 등지게에 지면서도 땀은 비오듯 온다 결국 이런 힘든 환경속에서는 자신의

한몸 지키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일을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기 마련.

등지게에 벽돌을 한두 개씩 적게 들고 가는 센스는 필수다 막노동을 6개월가량하면서

익히게 된 노하우라고 할 수 있다.

 

"헥헥.. 죽는다 죽어"

 

"자자 점심시간이니 모이게들~!"

 

우리들은 식당으로 향했다 그래도 이곳의 건설현장을 다른 일반 막노동판과는 다르다

다른곳은 그냥 대충 길바닥에 다가 시켜둔 백반을 깛아놓고 먹으면 되지만 여기는

급식시설이 설치 되어있어 식당이라는 곳도 있다. 이 건설을 실시하는 회사가 삼화그룹

이라는 걸 안다면 이정도의 시설이 나올 수 있다는 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보게 들었나? 오늘 삼화그룹 회장이 여길 온다는 구만?"

 

"헛... 정말인가? 그런 높으신 분들이 여긴 왜 온다는가?"

 

"뭐 이번 건설건이 대단해서 그런다 더군 여기 이 주위만 둘러봐도 몇백만평은

넘지 않나 벌써 이 공사를 시작한지 2년째이니 거의 막바지에 접어든 공사를

봐둘려고 하는 거겠지."

 

"흠... 그렇겠군 그럼 그 삼화그룹회장의 딸도 온다던가?"

 

"당연하겠지 그 회장딸이라는 사람이 이 그룹의 후계자라고 하지 않나 여자의 몸으로 대단하지 않나 게다가 그 딸의 미모가 대단하다더구만 왠만한 연예인들은 별거 아니라던데?"

 

"나도 그건 TV에서 여러번 봤다네 정말 대단하게 이쁘더구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실제로 보기는 힘든 사람들이 오는 거구만 정말 대단하겠어"

 

"그런데 그 자리에 우리 인부들도 참석하게 해준다던데? 뭐 건설에 동참한 우리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하더군"

 

"크하~! 죽이는 기회구만 다른 유명인사들도 구경할수 있을테고 그리고 그 양주도 마음껏 마실 수 있겠지? 흐흐 기대되는구만"

 

"크크 그런데 그자리에 참석하려면 양복은 필수라네 자네 양복은 있는가?"

 

"당연히 양복이야 있지. 명절때 마다 입고 내려가는 양복이 있네 좀 후줄근 해보이더라도

말이지 자네도 갈테지?"

 

"난 양복이 없어서 말이야 음... 가고싶은데"

 

"크크 세탁소에서 하나 빌려다가 오게나 그럼 되지 뭘 걱정하는 건지~쯧쯧"

 

"아하~! 그러면 되겠구만 고맙네 내일이라고 하던데 어서 구해둬야겠구만"

 

"아저씨 진짜에요?"

 

"오 상후아닌가 당연하지 이번에 그런 행사를 한다더군 흐흐 자네도 양주 한잔 마시고 싶지 않나? 어서 세탁소든 뭐든 알아보라고"

 

"크크 나도 상후가 온다면 한바탕 술 싸움을 벌이는 것도 재밌겠지 자네도 어떻게든 오라고

나는 오늘 어서 세탁소를 둘러봐야겠어"

 

앞서가는 두 아저씨의 대화로 조만간 대단한 자리가 이 막노동판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그자리에 참석하고 싶은 마음은 나로서도 굴뚝같았다. 하지만 우리집에 무슨 양복이 있을 것이며 하루벌어 하루먹고 살기도 힘든판에 세탁소에서 양복을 어떻게 빌리냐는 문제에 직면 할수 밖에 없었다.

 

"상후 자네도 가고 싶은 가보지?"

 

"엇, 대머리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이자식 대머리는 무슨 대머리야! 여기 머리카락 안보이냐?"

 

상후는 앞에서 자신의 머리위에 있는 몇가닥의 머리카락을 잡으며 흔드는 석대할아버지를 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녀석이 어른을 놀려! 에잇"

 

"읔."

 

결국 꿀밤을 한대 맞은 상후는 머리가 무척아팠다 할아버지라고는 하지만 이막노동판에서 굴르고 구른 배테랑이였다 50대의 나이의 할아버지라고 보기도 힘든 근육은 나로서도

밀릴것 같은 모습이였다.

 

"나한테 양복이 하나있으니까 네녀석이 입고 가라 오늘 우리집에 들려서 가지고가"

 

"헛...정말요 할아버지?"

 

"그럼 정말이지 거짓말을 하겠냐!"

 

"성질은..."

 

"아니 이놈이 또!"

 

"헛...아니에요 아니에요 오늘 그럼 가실때 저랑 같이가세요 흐흐흐 역시 난 먹을 복이 있어"

 

"원 녀석도...허허허허"

 

너털웃음을 흘리는 할아버지와 음흉한 웃음을 흘리는 상후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

 

모든일을 마치고 석대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상후는 이번달 월세값을 생각하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일을 해야 하는지 생각 하는 중이였다 지금까지 들어둔 적금으로 작은 가게를 하나 내서 일을 시작해볼 작정이였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도 더 이상 걱정끼치 않으려면 말이다.

 

"어여 들어오거라"

 

"네 할아버지 그런데 낡긴 낡았네요"

 

"그럼 이늙은이가 무슨 대궐같은 집에서 살기라도 할 줄 알았냐?"

 

"그건 아니지만요"

 

"기달려라 그럼 저 장롱안에 있을텐데"

 

석대할아버지의 집은 단독주택이였다 말이 낡은 것이지 나같은 사람이 보기에는 잘사는 집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이런집은 거의 대부분 전세로 돌리니 평생막노동판에서 사셨다고 들었는데 그것에 비하면 적은 재산이였다. 자식들 키워서 장가보내고 시집보낸다면

돈은 무척이나 들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자신의 부모님도 나하나 키우고 공부시키는데 얼마나 많은 돈을 들였는지 생각 해본다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였다.

 

"여깄다. 내가 젊었을때나 입었던 건데 어떨지 모르겠구나"

 

"우와~~ 할아버지 이거 비싸보이는데요?"

 

"후후 그렇지...비싸지"

 

순간 석대할아버지의 입가에 비치는 씁쓸한 미소는 상후에게 자신이 뭐 잘못한게 있나 생각 하게 만들었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애써 웃음을 지었다.

 

"흐 할아버지 제가 언제 한잔 살게요"

 

"오냐 네놈 이할애비 먹성은 알테니 돈 단단히 깨질 생각해라"

 

"읔...네 알겠어요 그럼 할아버지 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그래 잘가거라"

 

문밖을 나와 대문으로 걸으며 상후는 양복을 보며 연신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좋았어 양복은 얻었으니 내일 배터지게 한번 먹어보자고! 아싸!!"

 

"누구시죠?"

 

양복뒤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미성은 상후에게도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 정도였다.

 

"누구시냐고요"

 

"아. 네 전 저기 사시는 할아버지 댁 손님인데....헛...

 

자신의 앞에 들려있는 양복을 옆으로 돌리며 말을 하던 상후는 앞에있는 여자의 얼굴을 보고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뭐에요 입닫어요 더럽게 침흘리지 말고"

 

"흡...그런데 당신은 누구죠?"

 

여자의 예쁜 얼굴에 놀랐지만 얼굴은 얼굴일 뿐이다 처음부터 싸늘하게 대한 사람에게 좋은말이 나갈 수는 없었다.

 

"그건 당신이 알 필요 없잖아요? 가던길이나 가시죠"

 

 

상후를 지나쳐 뒤로 사라지는 그녀를 보며 기분이 살짝 더러워 지는 걸 느꼈다. 무언가 자신과 살아온 세계가 틀린 소위말들하는 상류층의 인간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모두가 자신을 받들어주고 자신만을 바라봐주는 곳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틀렸다 자기가 살아온 사람들과는...

 

 

"쳇 모처럼 기분이 좋았는데 저 아가씨 때문에 잡쳤군"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뻤다. 내일은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기쁨에

하지만 내일 그자리에서 받을 충격적인 일들을 생각하면 마냥 기분좋아 할만한 일은 아니였다.

 

 

******

 

화려했다. 샹들리에가 춤추는 유리보석들과 가운데에서 자신의 위용을 내뿜는 얼음백조. 조금씩 눈물을 흘리는것이 안타까웠지만 주위에 수많은 고급의 음식들과 5단케잌을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만 하게 되었다. 게다가 넓은 실내는 수많은 의자를 두어 도대체 몇명이나 오길래 이러는 건가 싶었다. 하지만 그 건설업의 수많은 인부를 생각하면 그럴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그게 아니였나보다.

 

"뭐야 내가 왜 못들어간다는 거야! 나도 양복을 입고 왔자나"

 

"안됩니다 그 양복은 이런 자리에 맞지 않으신 양복입니다. 죄송하지만 돌아가 주십시오"

 

"뭐 이딴 개같은 경우가 다 있어. 그럼 여기있는 사람들이 입고 온 양복은 지금 안된다는 거야?"

 

어제 내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양주이야기를 하던 아저씨였다. 그 옆의 아저씨도 세탁소에서 옷을 빌리셨는지 양복을 입고 계셨는데 앞의 경호원으로 보여지는 사람들이 출입을 막고있었다. 경호원앞에는 많은 인부가 수십명이 서 있었는데 양복을 입었지만 들어 오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 하실 수 있는 양복을 입으신 분들은 당연히 삼화섬유에서 제공하는 양복을 입으셔야 합니다 삼화섬유가 아니라면 소렌스섬유라 던가 말입니다.

 

경호원앞에서 소리를 지르던 인부들은 저마다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두 섬유기업은 세계의 옷을 모두 만들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였다. 그 기업에서 나오는 양복한벌은 단연 몇백만원부터 몇억을 호가하는 제품들이 대개였다. 경호원앞에 있는 인부들은 당연히 동대문이라던가 남대문에서 대충 맞춘 양복들이 전부였다. 아니라면 이름없는 중소기업의 양복이 대개였다. 그러니 할말이 없을 수 밖에 없다. 삼화그룹이 주최하는 자리에 삼화섬유의 옷을 입고 오라는데 어쩌겠나... 주인이 나가라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상후는 또 짜증이 났다. 사람을 하나의 규제를 두고 막아 너희들과 나는 다르다는 우월감을 가지려는 인간들이 만들어냈다. 이런 사치품들은 말이다 남들보다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는 걸 고작 돈이라는 물질로 나타내려는 더럽고 토나오는 인간들에게 또 다시 역겨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있는 놈앞에서 없는 놈은 약해질 수 밖에 없는것이다.

 

 

"흠...그런데 왜 난 여기 들어 올 수 있는거지?"

 

"그건 그게 좀 많이 비싼거거든"

 

"엇...할아버지!"

 

"허허 그렇게 입고 보니 멋있구만!"

 

"오 할아버지 양복이 또 있으셨어요?"

 

"그럼 양복이 한벌만 있을 수도 있냐 두벌이 있을 수도 있는거지"

 

"쳇 할아버지 부자인가 보네요 그런데 좀 많이 비싸다다니 무슨 말씀이에요?"

 

"아 그냥 그렇게 알아들어 뭘 꼬치 꼬치 캐묻냐 사내놈이!"

 

콩!

 

"읔...그냥 말로 하지 왜 때려요...으 아프다."

 

"허허 자고로 사내는 입이 무거워야지"

 

연신 웃음을 흘리는 석대할아버지는 상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준 양복이 잘 어울려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시간이 다 됬나 보군 가자꾸나"

 

"네 흐흐 이거 입맛이 땡기는 구만 천천히 많이 먹어야지~"

 

"많이 많이 먹어라 이놈아"

 

"말씀하지 않으셔도 당연히 그럴겁니다!"

 

한순간 더러웠던 기분을 할아버지와의 대화로 날려버린 상후는 애써 인부와 경호원의 기억을 지우며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한명의 중년인 부부와 한명의 여자였다. 남자는 중후하고 강인한 턱선이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그옆의 중년부인은 온갖 보석으로 몸을 감싼듯 고급스러운 옷으로 자신이 돈이 많다는 것을 뽐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옆에 있는 여자는 그들의 딸인듯 두 아름다운 중년부부의 미모를 다 받아들인듯 했다. 한마디로 무지하게 이뻤다는 것이다. 그건 주위 사람들이 한번씩 쳐다보고 다시 쳐다보게 만들정도로 무서운 마력을 지닌 미모였다. 그런데 그들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에서 의문이 가셨다. 아니 두사람이라기 보다는 석대할아버지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하하하 안녕하십니까 안병호회장님 아니십니까"

 

"이게 누구십니까 마수혁회장님 아니십니까? 이렇게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하하 아니 얼굴이 다 굳어 계시길래요. 어이쿠 여기 두 선녀분이 계시네요 정말들 아름다우 십니다."

 

"호호 정말 회장님께선 그 장난끼는 변하지 않으셨군요."

 

"안녕하세요 회장님"

 

"하하 장난끼라뇨 전 사실만을 말할 뿐인데요. 소연씨도 계속 아름다워 지시는군요"

 

"하하하 그럼 들어가시죠 사람들이 모이는 것같으니까요"

 

"그러지요"

 

 

 

순식간에 차버린 행사장은 놀라웠다. 저마다 멋진 말투로 서로의 관심을 끌려는 듯 고급정장과 드레스를 입은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사교성웃음 날리는걸 멈추지 않았다. 그와중에도

상후는 주위에 음식들을 입에 마구 집어 넣고 있었다. 들어오면서 천천히 많이 먹는다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듯했다.

 

"켁켁"

 

"옛다 이놈아 거 천천히 좀 쳐먹지 누가 다 먹어버린대냐"

 

"꿀껄꿀꺽 후... 아니 맛있는걸 어쩝니까. 어서 먹어두고 할일이 있단 말입니다."

 

"음? 무슨 할일 여기 누구 만날 사람이라도 있냐?"

 

석대할아버지는 상후를 의심스런눈길로 바라보았다.

 

"여기서 볼사람이 많았지만 저랑같이 일하시던 분들은 단 한분도 안계신걸요 다 모르는 사람들만 있으니 말이죠 아무래도 노동판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저희 둘 뿐인것 같네요 그러니 이 음식들이라도 싸가서 파티라도 벌여야죠 그러니 할아버지도 좀 도와주십쇼"

 

"뭐..뭐라고"

 

큼지막한 등산가방을 쇼핑백에서 꺼낸 상후는 위생봉지 팩을 꺼내서는 음식을 쓸어담기 시작했다. 등산가방이 두개이니 당연히 많이 담을 수 있을 것이다 할아버지와 상후가 든다면 적어도 몇십인분은 만들 수 있을 거다.

 

"어서요 할아버지 막걸리랑 같이 한바탕 먹어야죠 오늘 오후에 흐흐~"

 

"으이고....이놈은 참 내가 졌다 졌어"

 

그렇게 말하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한줄기 엷은 미소가 퍼졌다. 자신이 고른 놈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터다.

 

"여러분 주목해 주십시오 지금부터 삼화그룹의 이번건설업의 대한 회장님의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주위는 삼화그룹의 회장이라는 말에 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그때 단상위로 한 중년인이 올라왔다. 옷 또한 매우 고급으로 보이는 정장이였는데 아까 상후와 석대할아버지를 지켜보던 중년인이였다.

 

"이렇게 이번행사에 참여해주신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건설업은 우리 대한민국 역대의 대공사입니다 벌써 공사의 90프로가 완성되었고 앞으로 6개월가량만 더 공사가 진척된다면 완성 될것입니다 전 세계인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 레져 공간을 만들 작정입니다 다수의 호텔과 놀이시설 극장 등등 우리 한국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관광업을 벌일려고 합니다 그에 따라 여러분의 많은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건설업에 참여해주신 노동자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고 합니다 박상후씨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엥?? 뭔말이야 박상후면 날 말하는건가?"

 

"이놈아 어여 나가봐라"

 

무슨일인지 모르게 어리둥절한 채로 상후는 단상위로 올라갔다. 단상위로 올라가니 수많은 카메라 셔터와 화려한 샹들리에를 보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 거렸다.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지금쯤 다른 아저씨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계시겠지...휴...음식이나 제대로 싸가야지'

 

"박상후씨 당신을 이번 건설업참여에 노동자를 대표로 이 표창을 수여 합니다."

 

"에?예예... 감사합니다."

 

어리둥절한 채로 표창을 받으며 손으로 머리뒤를 긁적이던 상후는 앞에서 자신을 지켜보던 두 여인의 대화에 굳어 버렸다.

 

"어머...옷은 어디서 비싼걸 빌려왔나봐 그런데 노동자라니 정말 안어울린다. 벽돌날르고 그런 일인가봐"

 

"어머...지저분하다. 얼굴도 별로 인데 돈도 없으면 어떻게 산데? 참 불쌍한다"

 

고개를 숙이며 표창을 받던 상후는 화를 터뜨려 버릴까 하다가 애써 참아 내렸다.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 생각하며 노동자를 하찮게 보는 돈많은 부모밑에 태어난 재수 없는 인간들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인간들이라 생각하며 그런데 그 앞으로 석대할아버지가 뛰어왔다.

 

찰싹 찰싹

 

"뭐..뭐에요! 미쳤나 이 할아버지가"

 

"지금 그말 취소해라 아니 사과해라 이 사람에게"

 

"뭐라고요? 누가 이런 미친 할아버지를 들여보냈어 사람불러요들 어서!!"

 

"시끄럽다 지금 이사람이 누군지아나? 바로 삼화그룹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다!"

 

주위는 미친할아버가 뛰어와 여자의 얼굴을 후려갈기는 모습을 보고는 저 할아버지가 진짜 맞아 죽겠다고 생각했다. 그 자들도 기업을 이끄는 사장들의 딸이 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삼화그룹의 후계자가 저 노동자라는 말에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아버지!! 결국 이런겁니까?"

 

"누가 네 아버지라는 거냐 네 녀석은 내 아들이 아니다"

 

"아버지! 그럼 저는 누구란 말입니까 안석대의 아들 안병호가 아니란 말입니까!!!"

 

안병호는 절규했다. 자신의 아버지는 자신을 낳고 싶어서 낳은게 아니였다. 한순간의 실수로 자신의 어머니를 안았다. 술집에서 웃음을 흘리고 몸을 팔던 어머니께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한 남자와 부딪혔다 술취한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재웠고 결국 그남자는 밤에 자신의 어머니를 덮쳤다. 그 남자가 바로 자신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아버지 안석대였다.

 

"시끄럽다. 지금 부터 내 후계자는 이녀석이다"

 

안석대는 상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주위는 웅성웅성거렸고 안석대는 단상으로 올라가

안병호를 밀치고 마이크를 잡았다.

 

"나는 삼화그룹을 처음세우고 지금의 자리까지 올려놓은 안석대라고 하오"

 

주위는 더욱 시끄러워졌다. 삼화그룹의 안석대는 3년전 사라졌다고 들었다. 그의 실종을 경제계 인사들은 다들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삼화그룹 사람들은 저마다 쉬쉬했고 그냥 그이야기는 묻혀버렸다. 그런데 그가 돌아와서는 한 노동자를 후계자로 지목한것이다.

 

"저 아이는 내가 지금까지 지켜봐왔소 내가 이번 건설이 시작되는 시기부터 건설업에 참여했오 거기서 나는 인재를 찾으려 했지 온실속에서 자란 화초같은 사람들인 우리 식구들 보단 잡초처럼 힘든 생활을 이겨온 사람이 결국 이 경쟁사회에서 승리할거란 생각에 기인했소

그런데 저 아이야말로 잡초중에 잡초 이 삼화그룹을 이끌어 줄 인재라고 생각했지. 상후야

이리와서 소감을 말해라."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여념이 없었고 20대의 여인은들은 상후를 보며 자신의 이해타산에 맞는지 저자를 자신에게로 끌여들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는 여인들도 여럿 있었다.

 

상후는 어지러웠다. 지금 이상황을 이해 할수 없었다. 자신이 노동자 표창을 대표 받는 것도 어이가 없었다. 3년간 진행된 공사를 맡어온 사람들도 있을텐데 왜 고작 6개월간일한 자신이 이걸 받는 지도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까지 친할아버지처럼 지내온 석대할아버지가 삼화그룹의 초기회장이였다는 것 또한 자신의 머리를 어지럽게 만들었고 자신을 후계자라고 말한 것도 어이가 없었다. 그순간 상후는 자신의 양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사람들의 양복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의양복 삼화그룹회장의 양복 그리고 뒤에 앉아있는 미부인과 한여인의 정장들 그러고 보니 저여인은 어제 할아버지 댁에서 본 여자였다. 더 혼란 스러웠다. 그리고 자신에게 막걸리 한잔을 건네주던 아저씨들과 언제나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일거리를 대신 도와주던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순식간에 머리가 식었다. 호흡이 안정되었다. 상후는 걸어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다 닥쳐!!!"

 

주위의 이목은 상후에게로 몰렸다. 모두들 경악에 차 입을 벌리고 있었다.

 

"우선 할아버지 실망입니다 절 6개월간 보셨지만 아직 절 잘 파악하시지 못한것 같군요.

 

상후의 목소리는 더없이 싸늘했다.

 

"사..상후야 왜그러느냐"

 

그러더니 돌연 상후는 자신의 양복을 벗어버렸다. 웃통 바지 모두다 벗어 던저버렸다.

그리고 말했다.

 

"나에게 이런 양복을 입혀 놓는다고 내가 변할 거라 생각 하는 것인가? 내가 당신들과 같을거라 생각하는가?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든 우리같은 사람들에게 이딴 양복이 어울릴 거라 생각하는건가? 도대체 당신들은 무엇때문에 살아가는거지? 한푼이라도 더벌고 한명이라도 위에서 끌어내리고 위해 살고 있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하면서 그런식으로 살아가면서 부를 쌓으면 당신들은 기쁜가? 양복? 이따위양복으로 나를 너희들과 같은 놈으로 보지 마라 날 너희들의 잣대로 가늠하지 말란말이다!"

 

상후는 자신이 가지고온 바지와 남방을 걸치고는 가방의 음식을 다 던저버리고 나왔다.

 

"상후야...결국..."

 

석대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렸고 안병호회장은 차가운 눈으로 석대할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오늘 황당한일이 많다며 서로 떠들고 있었다.

 

어수선했다......

 

밖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밖에서 그때까지 소리질렀던 인부들은 저마다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상후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아저씨들 한잔 하러가죠! 안주는 있으니 막걸리만 있으면 돼요!"

 

"크크크 너도 쫓겨났냐 가자 막걸리는 오늘 내가 쏜다!"

 

"오~ 김반장님 기분좋으신가벼 가자고 하하하"

 

 

여러명의 사내들이 사라져가는 동안 비는 계속 내렸다. 그들을 계속 적시며 무더운 여름을 씻어버리려는듯 비는 하염없이 내렸다. 그들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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