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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혼곡

  • 작성자 바다속하늘
  • 작성일 2005-09-11
  • 조회수 445


( 1 )

 

35 년전,

 

그날의 강의주제는 슬픈이야기 였다.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몰라 입을 다물고 생각

에 빠져 있을때, 난 한 순간도 잊어 버리지 않았던 이 이야기를 마음속으로 말하고 있었다.

생각을 끝낸듯한 학생들이 한명씩 올라와 자신의 슬픈이야기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난 눈물

을 흘렸다. 학생들의 이야기가 슬픈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 될 이야기가 너무 슬퍼 참으려고

 참으려고 애쓴 눈물을 흘렸다. 내 차례가 되었을때, 난 발표를 할수가 없었다. 눈물을 시야

를 가리고 숨이 거칠어지고 머리까지 멍해져서 아무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발표할수 없었던, 입에 담을수도 없었던, 마음에 담기에도 벅찬던, 하지만 버릴수 없었던 그

 이야기가 나를 몇년동안 괴롭혔을까.

 

" 김정훈님, 발표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

" 고마워, 수고했네 "

 

평생 너를 위해 준비했다. 또 눈물이 난다. 무엇이 이토록 슬픈것일까. 계속 생각하면 아직

까지도 마르지 않는 눈물이 흘러버린다. 이 순간, 너를 위해 준비했지만 너를 생각해선 안된

다. 너를 위한 이 순간 너를 잊어야 한다는건 모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순간이 지나면 나

는 너를 묻을수 있을까 ?

 

2004년, 그러니까.. 40년전

 

" 이야~ 김정훈! 우리 또 같은반 됬어! 기적적인 재회! 이 누나는 눈물이 난다. 흑흑. "

" 아.. 그러냐 "

고등학교의 새학년이 시작하던 날이었다. 몇년전만 해도 새로운 학기에 마음이 들뜨고 감회

도 색달랐는데 너무 자주 찾아와버리니 새학기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친구도 그

런껄까. 신발장에서 들려오는건 다혜의 목소리 였다. 손을 허공에 힘껏 흔드며 기쁨을 얼굴

에 가득 담고 있다. 저 녀석 뭐가 저렇게 기쁜거야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하는 말이 나와 같

은 반이 되었단다. 그래서 기쁜건가, 나는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 너랑 처음으로 만난게 초등학교 2학년 때였잖아. 그때부터 줄곧 같은반 이다가 고등학교 1

학년때 쫙 갈라져 버려서 얼마나 슬펐는줄 알어? 그런데 이렇게 또 같은반이 되다니 정말

 기네스 감이야! 우리 고등학교 3학년때도 같은반 되서 길이길이 빛나는 기록을 만들어 보

자구! "

 

혹시나 했는데, 나를 같은반이 되서 기쁜게 아니라 어떤 한 아이와의 기네스감 기록을 만들

수 있어 기쁜것 같았다. 하긴 다혜를 안지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그때는 국민학교로 불렸

던 2학년때 만났지만 같은반이 된건 3학년 이었다. 그러니까 다혜와의 첫 만남은 범상치 않

는 곳이었다.

 

" 넌 그 쉽게 흥분하고 이리저리 펄쩍 펄쩍 뛰는 버릇좀 고쳐야해. 그런 성격으로 어떻게 피

아노를 치나 몰라. "

 

나의 꾸지람에도 다혜는 웃기만 한다. 그렇다. 다혜와의 첫만남은 다름아닌 피아노 학원 이

었다. 그때만 해도 남자아이 여자아이 가리지 않고 피아노 학원 다니기가 일종의 유행같은

 것이었다.

 

" 왜 울고 있어 ? "

 

우리엄마의 교육열도 다른 부모님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내가 장남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

만 미술학원 부터 피아노학원 부터 안다녀본 학원이 없을정도 였다. 피아노 학원에서 이제

 막 간단한 연주를 할수 있을때쯤 학원의 구석에서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악보를 잊어버

려 어쩔줄 몰라하던 아이. 선생님께 혼날 거라며 지레 겁먹고 울고 있던 아이. 나는 뭔가 해

주고 싶었다.

 

" 너 뭐 배워 ? "

 

나와 같은 날짜, 나와 같이 학원에 들어온 아이였다. 울고 있던 그 아이 에게 난 기꺼이 내

 악보를 주었다. 물론, 나는 선생님께 꾸중을 듣고 손을 들고 서 있어야 했지만, 괜스레 입가

에 미소가 퍼졌다.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 아참, 정훈아 너 이사 했다며? 왜 불러주지 않은거야 ? "

 

그렇다 이사를 했었다. 하지만 멀리간것도 아니고, 더 큰 집으로 이사한것도 아니어서 내게

는 그저 관심사 밖의 일이었는데 다혜가 물어왔다.

 

" 나 놀러가도 되는거지? 그럼 나 놀러간다 ? "

" 마음대로 해 .. "

 

무심결에 대답해 버렸다. 또 무슨 질문을 해왔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다시 되묻기도 그래서

 응 이라고 얼머부려 버렸다. 언제가 부터 였는지 모른다. 난 다혜에게 일부로 무관심 지려

고 했고 거리를 두려고 했었다.

 

새학기가 시작하고 몇일되지 않은 주말이었다. 아침부터 어두웠던 하늘에서 빗줄기가 쏟아

졌고, 그 빗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세차게 쏟아졌다. 문득, 내 옆에서 천조각이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가방이 보였다. 낡은대로 낡은 가방, 어제 결정한 일이 있었다. 가방을 사

기로 했는데, 날씨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걸 들고 한번더 등교를 했다간 무슨일

이 일어날지도 .. 난 마음을 굳게 잡고 최대한 큰 우산을 펴 시내로 나갔다. 비가 우산을 때

리는 소리는 왠지 무섭고, 슬프게 들렸다.

 

' 뭐 하는 사람이지 ? '

 

시내의 중심, 시계탑. 많은 사람들의 지나가는 우산사이로 비를 맞으며 서 있는 소녀가 보인

다. 이런 거친비를 맞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걸까. 기다리고 있는걸까 ? 무엇을 ? 소중한거겠

지, 이런 비 쯤은 아무것도 아닌, 너무나 소중한 .. 난 서서 기다렸다. 누군가가 비속에서 그

 소녀를 데리고 가 주길 원했다. 소녀의 소중한 무언가가 소녀에게 우산을 씌어주길 기다렸

다. 하지만 비는 더 거세게 땅을 내려쳤고, 누구도 소녀를 찾아오진 않았다.

 

" ... "

 

자신에게 더이상 비가 떨어지지 않음을 알아챈 소녀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다혜야 .. 여기서 .. 뭐하는 거야 ? "
" 정훈아.. 하아... 기다렸잖아.. 바보야, 1시간 이나 늦었어.. 정말 매너 제로라니까.. "

 

힘 없는 다혜의 목소리는 기억 나지 않았던 것도, 의식적으로 흘려 보내려 했던것도 다시 기

억하게, 다시 돌아오게 했다. 기억나 버렸다. 다혜가 첫날 나에게 했던 또다른 말. ' 이번주

 주말이면 되겠지? 너희집 놀러 가는거 말이야. '  나는 뭐라고 했지 ? ' 그래, 응 ' 이라고 ..

상관없다듯이 억지로 .. 응 이라고 .. 그리고 이어진 다혜의 마지막 소리 ..

 

' 주말 시계탑 오전 12 시 까지 오기다? 시간맞춰 꼭 와 ! '

 

난 왜 귀 기울려 들으려 하지 않을까. 고등학교 1년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을까? 지금껏

둘도 없는 친구로 잘 지내왔는데 난 왜 거리감을 느끼고 멀리 하려는 걸까. 다혜는 힘이 없

어 보였다. 입술도 보랏빛이 될 만큼 기운이 빠져있는듯 했다.

 

" 전화라도 하지 그랬어. "

" 정말 바보같다니까.. 집은 이사가고, 전화는 이사 안가니? 정.."

 

' 털썩 '

 

말을 끝내 마치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졌다. 나는 재 빨리 손을 내밀었지만, 다혜는 내 손을

 잡을힘도 남아 있는것 같지 않았다. 다혜의 손이 비와 함께 내 손에서 힘 없이 미끌려 내려

갔으니까.

 

" 죄송합니다 ! "

 

그녀의 어머니 에게 할수 있는 말은 이거밖에 없었다.


" 정훈군 잘못이 아니야, 정훈군 까지 신경쓰지 말도록해, 알았지? "

 

저 말은 진심일까, 저 미소는 진심일까, 난 내 죄책감에 몸둘바를 몰랐다. 난 한번더 고개를

 깍듯이 숙인뒤, 자리를 일어섰다. 병실의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을수 없었다. 그냥 나의 짓

궃음에 그녀를 힘들게 해버렸을수도 ..

나흘이 지나서야, 다혜를 다시 볼수 있었다. 큰 병 이었을까 ? 길지는 않았지만 짧지도 않는

 시간을 병실에서 보낸 다혜의 얼굴은 왠지 조금 어두웠다. 하지만 내 앞에서는 재빨리 그것

을 걷어냈다.

 

" 큰.. 병.. 아니지? 괜찮은거야? "

 

나 내 소망을 물었다.

 

" 당연하지, 내 몸을 봐라, 병 같은거 들어올 구석이나 있겠어 ? "
" 응, 다행이다 "

 

다혜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믿었다. 나는 내 마음도 모르고, 그녀의 겉도 볼줄 모르는 바

보였으니까. 믿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다혜는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에 등교했다. 다만

 그 이후로 변한점이 있다면 조퇴와 결석이 잦아졌다는것 뿐이었다.

 

( 2 )

 

" 김문수  "

" 네! "

 

" 박정화 "

" 네 "

 

" 정다혜 "

 

" ... "

 

" 정다혜?, 아차.. 깜빡했네.. 박종혁 "

" 네! "

 

정다혜.. 정다혜.. 다혜의 책상은 오늘도 여전히 비어있었다. 여름방학은 곧 다가오는데, 그

날 이후로 조퇴와 결석은 잦아져서 등교일수를 앞질렀다. 벌써 학교에 나오지 않은지도 일

주일, 걱정스러움을 숨길수 없었다. 등교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너무 불안했다. 정말 무슨 일

이라도 생겼을 불안함에 수업도 제대로 들을수 없었다. 난 고개를 돌려 교실을 천천히 살펴

보았다. 빈 책상 앞으로 다혜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앉아 있었다. 이름은.. 화진 이었다.

그렇다. 제일 친한 동성 친구라면 다혜에 대해 좀더 많이 알고 있을것이다.

 

" 다혜, 왜 나오지 않는지 아니? 결석도 잦고.. 단순히 아프다고 생각하기엔 .. "

 

조심스럽게 물었다.

 

" 미안해.. 잘 몰라. "

" 아니야, 괜찮아.. "

 

화진의 말투에서 그녀가 거짓말 하고 있음을 알수있었다. 더듬 거리는 말투에 당황한 기색

이 역력한 표정은 거짓말을 할수 없는 화진의 천성을 보여주는듯 했다. 하지만 일단은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다혜의 제일 친구라고 생각했던 화진이 모른다고 하니 내가 알 방법은 없다

고 스스로의 생각을 합리화 했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어서도 난 국그릇을 무안하게 휘저

으며 다혜에 대해 온갖 추측과 상상들을 하고 있었다.

 

' 턱 '

 

갑작스러운 충격에 고개를 돌렸다. 친구인 우상이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어깨를 쳐놓고 내

 옆에 식판을 내려놓았다. 킥킥 거리는것도 잠깐 내 얼굴을 유심히 보더니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 너, 얼굴에 고민 잔뜩이다? "

" 어? 그러냐.. "

 

" 혹시 다혜 때문이야 ? "

 

난 국그릇을 휘젓고 있던 숟가락을 순간 놓아버리고 말았다. 뜬금없는 소리, 하지만 국그릇

에 반쯤 빠져버린 숟가락은 내가 놀랐다는걸 우상이에게 보여주는꼴이 되어버렸다. 난 재빨

리 숟가락을 털고 밥을 꾸역꾸역 입으로 집어넣었다.

 

" 맞구나 "

" 헛소니(헛소리) 하지마"

 

난 밥때문에 바쁘다. 네 말에 응답해줄 시간도 없이 바쁘다 라는걸 온몸으로 보여주려고 했

지만 우상이는 더욱 집요하게 물어왔다.

 

" 헛소리는 임마, 내가 장난좀 칠려고 너 보면 고개는 항상 왼쪽, 시선은 정다혜 자리였는데, 하긴 걱정도 되겠다. 결석일수도 늘어나고 하니까 말이야. "

" 아.. 아니야.. "

 

" 아니긴 임마, 확실하게.. "

" 아니라구 !! "

 

나는 어느순간 일어서서 우상이의 셔츠를 움켜잡고 있었다. 소란스럽던 급식실은 나의 고함

소리에 잠시나마 조용해졌다. 순간 급식실에 있던 많은 학생들의 시선도 나와 우상이에게

 집중되었다.

 

" 아.. 아니면 됬잖아, 이게 무슨 짓이야. "

 

난 재빨리 식판을 들고 남은 음식물을 버린뒤 뛰다시피 해서 급식실을 나와 교실로 갔다. 너

무 과장스럽게 반응한 날 떠올리며 후회했다. 뛰다시피 하여 교실앞까지 왔지만, 교실에 들

어갈 자신이 없었다. 교실문을 열면 보일 다혜의 빈자리를 보는게 너무 싫었다.

 

 

" 교실 앞에서 뭐하는거야? "

 

화진 이었다. 교실 앞에서 들어가지고 않고 멍하니 문만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될

법도 했다. 화진은 뭔가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나에게 여기서 기다리라는 손짓을 하고 자

신은 잽싸게 교실에 들어가 휴대용카세트와 테잎을 들고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화진을

 따라 도착한 곳은 한적한 학교의 옥상 이었다. 나의 마음은 항상 흐린것 같은데, 옥상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왜 그렇게 푸를까.

 

" 무슨 일이야 ? "

 

뒤늦게서야 물었다.

 

" 이거, 너한테 들려줘야 되겠다고 생각해서.. 잘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

 

화진은 휴대용 카세트의 플레이 버튼을 부른후 이어폰을 연결시켜 손에 쥐어주었다. 이어

폰 안에서는 테이프 돌아가는 소리가 지직거리며 울렸다. 그리고 약간씩 무엇이 들려오는

듯 해서 귀를 귀울였다.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혜의 목소리 였다.

 

「 이거 .. 정말 녹음 하는거야 ? 」

「 우리 쓰리시스터즈 기념으로 타임캡슐에 넣을거라고 했잖아! 」

 

다혜는 부끄러운듯 말하고 있었다.

 

「 그래.. 」

「 자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이름하여 진실을 말하라 ! 네가 마지막 이니까 내뺄 생각은

    절대 절대 하면 안되, 후후 」

 

 「 알고 있어, 에휴 」

「 다혜양, 지금 좋아하는 사람있습니까?!」

 

 「 네, 있습니다. 」

 「 와우! 제대로 낚았다. 그럼 누구죠? 」

 

 「 저기.. 화진아 .. 그건 조금 ..」

「  이름은 됬어도, 반하고, 이니셜은 기본 입 니 다」

 

 「 알았어.. 알았다고.. 정말 .. J.H 야, 우리반, 됬지? 그만하자.. 응? 」

 

그리고 테잎은 끊겼다. 난 아무소리 없이 돌아가는 테잎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옆에 앉아

있던 화진은 그런 사실을 눈치챈듯 이야기 했다.

 

" 10년전 부터 좋아했었다고 했어. J.H, 우리반에 누가 있다고 생각해? 너 밖에 없다는거..

  알고.. 있지? 나 정말 나쁜아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다혜 요즘 많이 아픈것 같아. 이번에

는 오래 입원해 있을것 같아. "

 

" 어느병원 ? 몇호야 "

 

난 다짜고짜 물었다.

 

" 동강병원, 302 호. 나 너희둘한테 미안한 짓 했을지도.. "

" 고마워 "

 

난 어느때보다도 생각보다 몸이 먼저 욺직였다. 곧 있을 5,6교시 수업은 생각나지도 않았

다. 내가 문득 문득 정신을 차렸을때, 교문을 나와 있었고, 택시를 타고 있었으며, 병원앞에

있었고, 어딘지 모를 복도를 달리고 있었다. 숨 조차 제대로 쉴수 없었다. 병원내에서 달리

지 말라는 간호사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을수 없었다. 엘리베이터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달릴수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1층, 2층, 그리고, 3층에 올라서서 302 호가 눈에 들어오기

전에 다혜가 먼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 미안해, 정말 미안해. "

 

머리를 거치지 않는 말이었다. 마음에서 입으로 바로 나오는 말이었다. 거친숨을 고를틈

도 없었다. 다혜는 서있기도 버거워 보였다. 다혜도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과 말에 많이 당

황스러운듯 움직이지 못했다.

 

" 정훈아, 무슨 일이야.. 저기.. 왜 그러는데..? "

" 나, 너 좋아해도 될까? 좋아해. 다혜야. 나, 너 좋아해 "

 

깊숙한 곳에 있는 말이 아니었다. 마음을 얇게 덮고 있던 무언가를 살짝 벗겨내자 나온 소리

였다.

 

" 사실 무서웠었어.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해 버렸을때, 내가 너를 친구이상으로 .. 좋아하는

마음을 들켜버리면, 괜시리 멀어져 버릴까봐, 더 어색해 버리고, 서로 얼굴도 못보게 될까

봐.. 그래서 말하지 못하고 있었어. 꾹꾹 노리고 있었어. 그래서 말 못했었어. 좋아한다고

.. 그런데.. 네가 진실게임한걸 듣고서야 용기가 나더라.. 나 .. 정말 겁쟁이 에다가 바보같지

? "

 

" 안돼 "

 

그것도 아주 잠깐 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열심히 떠벌이던 내 입을 막은것.

난 침착해 있을수 없었다. 왜 안되냐고 되물어 몇번을 반복해서 물어보았다. 다혜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냥, 다만 눈시울을 붉힐 뿐이었다.

 

" 나도 널 좋아하니까,  그러니까.. 넌 날 좋아면 안돼.. 바보야.. 아직.. 수업 시간이잖아?

  빨리 학교로 돌아가.. 바보야..아.. "

 

알수 없는 다혜의말, 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흐르고, 나는 마음으로 울었다.

 

힘 없는 손으로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그녀의 몸이 아주 천천히 뒤로 넘어가고 있었다.
아, 나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의 손결만 내 손을 스칠뿐, 내 앞에서 그렇게
또 쓰러지고 말았다. 어디선가 본듯한 상황.. 하지만 기억하고 싶지는 않다.아픈 기억은 ..

깊속한 곳에서 제 모습을 보이지 않은채 콕콕 괴롭히는것이니까.

 

" 죄송합니다 "

" 괜찮단다. 정훈이가 있어서 망정이지, 없었으면 더 큰일 날뻔 했잖니, 여기서 조금만
  다혜좀 보고 있어줄래? 잠시 밖에좀 나갈일이 생겨서 말이야, 몇분 걸리진 않을거야 "

난 차마 고개를 들수 없었다. 조용히 ' 네 ' 라고 대답하며 어머니의 뒷모습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고작 이었다. 자세히 풀어 말할 이야기도, 자신도 없었다. 얼핏 보인건 어머니의 눈물 이었다.

 

" 정훈아 .. "

다혜가 눈을 떠 처음으로 한것이 내 이름을 불러준 것이었다.

" 다행이다 .. 어머니 오실때 까지만 있을게 .. "
" 정훈아..  나 불치병 이래.. 많이 살수 없대.. 병명도 아빠거랑 똑같은건가봐.. 참 나쁜

사람이지? 우리아빠.. 이쁜 인형 하나 사주지 않았으면서.. 이런거나 남겨주고.. 정말

나쁜사람 이야.. "

 

다혜의 울먹거림에 발음조차 흐트러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듣고싶지 않았다.

팔로 얼굴을 덮은채 소리없이 흐느껴 우는 다혜의 모습이 너무나 애처로워 보였다. 죽을수

밖에 없는병, 물론 누구나에게 죽음은 예정되어 있는 불변의법칙과 같은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빠르게 달려온다면, 그것을 막을수 없다면, 그냥 지켜봐야만 한다면.. 그런

공포와 슬픔은 누가 덜어가 줄까. 다혜는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아픈 몸과, 무서운 공포

에 대항해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늘 교실에서 미소를 잊지 않았던 다혜를 생각

하니 나의 마음은 더욱 저려온다. 나 까지 같이 울수는 없었다. 참고 참고 또 참아서 ..

 

" 나.. 정말, 나쁜아이야. 정말 나쁘다구, 이런 나인데도 너와 함께 있으면 즐거운걸,

계속 계속 같이 있고 싶은걸. "

 

다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목소리에 눈물도 섞였다.

 

" 좋아해 "

 

" 조금 있으면 걸을수 없을지도 몰라. "

" 그래도 좋아해 "

 

" 내가 살아있어도, 돈 만 엄청 들어갈지도 몰라. "

" 그래도 좋아해 "

 

" 시간이 지나면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할지도 몰라.. "

 

나의 입으로 다혜의 입을 막아버렸다. 더이상의 물음은 나에게나 그녀에게나 큰 시련
임이 분명하니까, 지금 중요한것은 나와 그녀가 사랑하고 있다는것이다. 나의 첫키스는

우리의 아픔을 잠시 멈추게 하는 진통제 였다.

 

( 3 )

 

 

아침 햇살이 매번 밝은것만은 아니었다. 그날의 햇살은 눈뜨고 싶지 않은, 하지만 날

깨우는 미련한 햇살이었다. 학교로 가고는 있지만 발걸음 만큼이나 나의 마음은 땅에

쳐박힐듯 무거웠다. 계속 병원에 누워있을 다혜의 모습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니까. 

" 정 - 후 - 운 ! 오랜만이다 ~! "

이 목소리는 .. 다혜의 목소리다. 여긴 분명.. 학교 .. 인데 ..

" 다혜야 .. 너 .. "

나를 향해 싱글벙글 웃고 있는 다혜는 교복을 입고 있고, 손에는 학교 가방이 들려
있었다.

" 아, 그게 말이지 .. 음.. 뭐라고 해야 될까 ? 계속 병원에 있는건 좀 .. 음 .. 그래서
말이야, 병원에 있는다고 해서 .. 좋아지는것도 아니고 .. 선생님도 외출 허락하시고 ..
그래서, 누워 있는게 무섭기도.. 하고 말이야 하하 "

다혜는 자신의 무서운 이야기를 아무 꺼리낌 없이 나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항상 밝은그녀,

학교에서의 다혜는 언제나 그렇듯 얼굴에는 한동안 볼수 없었던 웃음과 장난끼가 베어 있는듯 했다. 하지만, 지금 다혜의 얼굴에는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그늘이 있었다. 나 스스로

가 만들어 놓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난 그것이 보였다. 

" 수업 들어가자 "

그녀가 내 손을 과감하게 낚아 잡았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그녀의 차가운 손이 마음에
걸린다.

" 정훈아, 학교에서는 .. 그냥 나로 봐줬으면 해. 언제나의 정다혜 처럼 말이야 "

그녀는 내 마음을 읽고 있었을까 ? 지금의  다혜를 평소의 다혜로 못 봐준 .. 내가 말했는데,
좋아할수 있다고, 좋아하고 있다고, 다혜의 어떤 모습이든, 다혜를 다혜로 못봐준 내가 한심
스러웠다. 미안했다.

" 그림 멋지다 ! 정훈, 다혜 ! "

우상이의 목소리 였다. 맞지 않은 그림이었지만, 다혜의 단짝친구 화진도 우상이와
함께 있었다. 화진은 동그란 눈으로 다혜와 나의 마주잡은 손을 보고 있었다.

" 아 저 .. "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랐다. 그리고 덥썩 말해버렸다. 하지만 말할때 만큼은 당당하게

말했다.

" 우리 사겨 "

물론, 나도 그 상황에서 딱히 할말은 없었지만, 더욱 놀란건, 우상이와 다혜 같았다.
넋이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우상이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이더니, 옆의 화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 우리도.. 사겨 "

" 풉 "

다혜가 배꼽을 잡고 웃기시작했다. 이어 나도, 우상이도, 화진이도 그렇게 웃었다.
사람의 인연이란건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덧 흘러 정오를 가르키고 있었다.

 

" 점심은 옥상에서 먹자 "

다혜가 같이 점심을 먹자고 먼저 제안했다. 오늘은 하루종일 의외인 일이 투성이라,
이라 별로 놀랍지도 않다. 이런게 사귀는 건가하고 곰곰히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다혜가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내더니 뚜껑을 열자마자 급히 닫았다.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던 다혜의 도시락을 억지로 뺏어 열어보았다. 도시락은 다혜가 환자라는걸 보여주듯

생채소에, 죽 약간, 그리고 식후에 챙겨먹으라는듯이 구석에는 약봉지가 끼어 있었다.다

혜는 도시락통을 다시 뺏들어 멍하니 바라보더니 말했다.

" 맛 없겠지? 정말 맛 없겠어.. 같이 먹어도 되지? 정훈아 "
" 그렇지만, 네 몸을 생각해서 .. "

그녀는 실망한듯 고개를 떨구고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역시 내가 잘못 한건가,
하지만 그녀의 건강이 정말 걱정되었기에 한 말이었는데 ..

" 고마워, 정훈아, 그리고 좋아해. 좋아해 정훈아 "
" 무.. 무슨 뜬금 없이 "

" 실제로 좋아한다고 말하진 않았었잖아. 이거 고백이야. 실황고백 "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내 도시락을 열며 환하게 웃으며 반찬을 집기 시작했다.
맛있어를 연신 외치며,

' 나도 좋아해 '

속으로 대답했다. 소심쟁이 김정훈, 하지만 하늘에게 우람하게 외친다. 들립니까 ? 우리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 4 )

 

' 또 떨어 졌다 '

쌀쌀한 기온에, 계속 부는 바람때문에, 힘이 떨어진 갈색의 잎들이 하나 둘 씩 나무에서
떨어져 간다. 수업시간, 간신히 붙어있던 마지막 잎이 낙엽이 되는순간, 다혜의 얼굴이
생각난다. 다혜는 그 다음날 다시 입원해 버렸다. 그리고 가을이 찾아온것이다. 친구에게

간신히 부탁해 다혜의 뒷자리를 얻었는데, 다혜가 없는 내앞 빈자리가 계속 눈에 보이는것

이 이렇게 힘든건지 .. 몰랐었다. 마지막 수업의 끝종이 치자마자 미리 준비 하고 있던 가방

만 든채 정신없이 병원을 향해 달렸다. 오늘은 아니겠지 ? 오늘은 아닐거야, 아직 다혜를 데려가긴 이르니까.

 

" 허어 .. 허어 .. "

" 왜 매일 같이 그렇게 달려오는거야 ? 그렇게 보고 싶어 ? 풉 "

거친 숨을 간신히 바로 잡고 다혜의 옆에 앉아 오늘은 어떤지 어젯밤 잠은 잘 잤는지, 다혜

의 얼굴 이곳저곳을 살펴 본다. 매번 같은 일, 같은 걱정을 하며, 다혜의 손에는 검정색의 카

드가 들려 있었다. 저게 뭘까 라고 생각하던 찰나, 다혜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다.

" 괜찮아 ? "
" 괜찮아. 이런건 정중하게 줘야 한다구 "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한채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뒤, 나를 뒤로 밀쳐내고 아까의 검은

카드를 두손으로 나에게 내밀었다.

" 나의 피아노 연주회에 오시지 않겠습니까 ? "

펼쳐본 카드에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 날짜가 적혀 있었다. 문화회관 , 오후 6 시 , 그리고

11월 2일 .. 내일 이었다. 나의 생일 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단을 장식한 문구한 사람만을

위한 연주회, 흔들린 글씨체, 다혜가 직접 적은것이 분명하다.

" 하지만 너 .. "
" 괜찮아. 이거 절대 와야 되는거야 ! 협박 처럼 들려도 어쩔수 없어 꼭 와야 되니까.
문화회관 빌리느라, 돈도 제법 썻고, 전화도 엄청 해댔거든. 그리고 내일을 손 꼽아

기다렸으니까. "

' 타각 타각 '

조용한 병원복도 사이로 이곳을 향해 걸어오는 걸음걸이 소리가 들려왔다. 다혜는 움찔

거리더니, 거친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누워 말했다.

" 정훈아, 빨리가, 빨리 내일 꼭, 잊지 마 "

다혜가 직접 손으로 떠밀진 않았지만, 나는 그 무언가에 떠 밀려 문을 향해 주춤 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다혜의 어색한 웃음을 몇번씩이나 돌아다 보며, 문 바로 앞에서
발소리의 주인과 마주쳤다. 다혜의 어머니 였다. 나와 다혜를 너무나도 잘 아는, 내가 병문

안 오는것은 일상적인 일이니까, 웃음으로 맞이 하셨고, 오늘도 잘 지내라며 인사를 건네

주시는 자상한 분이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몸을 돌리려던 나를 멈춘 큰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 안돼 ! "

그 소리에 난 몸을 멈추고 귀를 더 귀울였다.

" 잘 걷지도 못하는 애가, 문화회관에 연주를 간다구 ? 어제도 그저께 말했잖아. 안되는건
  안되는거야 ! "

난 다혜에게 받은 카드를 다시 열어보며 멈추었던 발걸음을 욺겼다. 가야되는걸까. 다혜를

말려야 되는건 아닐까. 하지만, 다혜를 위해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마음은 더욱 심란해

졌다.

다음날, 아무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 내가 정신을 차렸을때, 내가 서 있는 곳은
문화회관의 입구 였다. 문화회관의 커다란 시계는 5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정신을

차렸을때, 내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 다혜를 말리자'  비록 나는 문화회관의 입구

에 서 있었지만 당장이라고 다혜를 막아야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온통 그 생각으로 머리를

채운뒤 달리고 또 달렸다. 요즘 들어 다혜의 상태가 악화되었다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오르

지 않았다면 신속히 결정내릴수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다혜는 병실에 없었다. 어딘가 잠시

다녀온듯한 다혜의 어머니는 놀란기색을 감출수 없었던듯 문에 기대어 그녀의 빈자리만

넋을 잃고 줄곧 바라봤다.

 

택시에서 내린곳은 문화회관의 입구였다. 문화회관에 들어가자 마자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

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오른쪽 ? 왼쪽 ? 아니.. 위층 ? 위층이다. 툭 쓰면 쓰러질듯한 어머니

를 부축해 가며 간신히 2층에 올라오자 열려진 공연장의 문 사이로 무대위에 단촐하게 놓여

진 피아노와 그녀가 보였다.

 

" 늦었어 바보, 매번 늦으면 어쩌냐, 연주회는 관객 한사람 한사람 기다려주지 않는

  법이야. 연주회는 이미 시작했다구. "

 

다혜의 어머니를 부축해 아래로 내려가려 했지만, 다혜의 어머니는 고개를 흔드셨다. 나중

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어머니는 뭔가를 애측했으리라, 오직 손수건에 눈물을 적시며 먼곳

에서 다혜와 피아노만을 지켜보셨다. 난 다혜를 제일 가까이 볼수 있는 앞줄에, 그리고 다혜

가 피아노를 치고 있던 오른쪽 제일 앞자리에 앉아 다혜를 지켜보았다.

 

다혜가 연주하던 모짜르트의 진혼곡 Lacrimosa 를 들으며, 다혜의 피아노 솜씨는 꽤 늘

어 있었다. 피아노 학원도 난 일찍이 그만두었지만, 다혜는 최근까지도 다니고 있다고

들었었다. 피아노 솜씨가 너무 좋은걸까. 피아노의 슬픈선율은 내 심장을 관통할 만큼 슬

펐다. 다혜가 연주던 곡이 재미있는 곡 이든 웅장한 곡이든 , 그 선율이 달라지진 않을것

같았다.

 

" 띵 ! "

피아노 건반을 향해 엎드려 버린 다혜의 몸짓에 건반들은 요란한 소리를 냈다. 나는 깜짝

놀라 올라가려 했지만, 말렸다. 아니 부탁했다.

 

" 앉아있어... 끝까지... 연주... 할테니까.... 들어줘.... 부탁이야.... "

 

차마 난 앉아있을수 없었다. 하지만 다혜는 연주를 계속했다. 건반도 제대로 누르지 못하면

서, 연주를 한다. 박자는 느려졌고, 소리는 얇아 졌다. 하지만 시작된 연주는 언젠가는 끝나

는법, 다혜가 치는 진혼곡도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느리게 ... 느리게 ...

 

" 띵 - "

 

다혜는 한번더 건반에 엎드려 버렸다. 건반들의 불협화음은 더욱 크고 길게 실내에 울렸다.

움직이지 않았다. 난 비틀거리며 무대위로 올라섰다.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지 않았다. 눈

물이 흐른다. 흐릿하게 보이는 악보는 마지막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애를

다 못마친것 처럼, 연주도 마무리를 짓지 않았다. 연주도 끝나고, 다혜도 나를 떠나버렸다.

그때 부터였다. 나에게 울음이 일상이 된것이..

 

( 5. 이제 안녕 )

 

 

다혜의 장래식은 11월달의 초 였지만, 12 월 달의 추위가 온몸을 움추리게 했다. 난 그녀의

장래식에 찾아 가지 않았다.  성당에서 다혜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널 위해 무

언가 하겠노라, 너는 갔지만, 내 마음속의 너는 떠나보내지 않았다. 그 대가로 난 40 년간 

매일 눈물을 흘려야 했다. 

" 김정훈님, 저기.. 바로 하셔야 됩니다. "
" 아.. 미안하네, 미안해 .. "

다혜야, 보아주겠니 ?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지 않게, 너 처럼 빨리 떠나버리는 사람을 내가

붙들어 둘것이야, 우리처럼 아픈 사람이 더이상 없도록.

" 제가.. 발표할것은, 저의 짧지만 평생을 바친것입니다. 긴 세월동안 이 병은 소수지만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괴롭혔고, 아픔을 남겼습니다. 이 병을 완치 할수 있는 방법은
전무 했지요. 하지만 제가 발견하고 발명한, 이 치료방법과 치료제를 사용하면 예방은
물론, 완치도 가능해 졌습니다. 이제, 이 병의 이름은 없어지는것이지요. 전 이것의 이름
을 Dahea 라고 부르겠습니다 "

뜨거운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또 눈물을 흘려버렸다. 하지만 여느때와의 눈물과는 달랐다.

다혜를 생각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눈물과 함께 마음도 공허해지는 눈물 이었다.
다혜가 떠나간 자리가 느껴지는 거겠지. 내 마음속에서 40 년간 앉아 있었지만, 내 눈물과 함께 흘려가 버렸겠지. 숨이 거칠어 진다. 내 몸도 많이 낡았을만하지 .. 이 박수 .. 정말 몸

둘바를 모르겠군 .. 눈 앞이 흐릿해져 간다.. 눈물 ? 아니다 .. 눈물이 아니야, 졸음도 쏟아 지

는군 .. 곤란하다. 에라.. 모르겠다.. 중요한 발표도 끝났으니, 좀 쉬어도 괜찮겠지 .. 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 상관 없겠지 ..뭐.. 나를 보러온 사람들이니, 이해해 주겠지.

왠지, 꿈속에서 다혜를 볼것 같은느낌이다. 방금 떠나갔다고 생각했더니, 또 금방이라도

만날것 같다. 또 온건가? 잠시라도 떨어져 있기 싫어서? 아니면.. 내가 가는건가?

어느쪽이든 상관없다. 이제.. 이제는..


너의 손 이제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꽉 잡을테니까.

' 털썩 '




 

 

바다속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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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심장

난감한글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더 있지만 글틴에 올리는 마지막글이 될것 같아요.계속 바다속하늘(제일아이)글 평해주신 선생님께 고맙고 읽어준 동생 친구들에게 감사^^옜살리비에서 뵈요!        Part 1. 내가 언제부터 의식이 있었던건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냥 언젠가 부턴가 이런 저런생각을 하기 시작한것 같다. 무언가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것 같지만 무엇 하나뚜렷하게 떠올려 낼순 없었다. 그런던 중 한 늙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사님.. 안됩니다.. 안.. "중년의 남자는 누군가를 간곡하게 만류하고 있었다. 무슨일일까, 다시 그 소리는 작아져 더이상 들리지 않게 됬다. 세상이 온통 암흑 천지 였다. 아무것도 보이지는않는, 하지만 언젠가는 이곳을 벗어날수 있을거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그 기대감은 멀지 않아 진짜가 되었다. 물론,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그 어둠속에서 보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곳에는 시간조차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파워시스템을 가동한다. 자가 발전의 조건 불충족.. 미리 준비되어진 파워를 끌어올린다.무의식으로 나는 행동을 하기시작했다. 사람의 체온이 느껴진다. 감각 시스템을 가동한다.' 아 ' 감각, 무언가의 따스함이 내 손등을 자극 시킨다. 온 몸을 휘어감는 전율. 난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지금이 이 어둠을 벗어날때. 눈을 떠야 할때. 보고싶었다. 이 따스함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눈을 뜬다. 시각인지 시스템을 가동시켜 본다.흰머리에 촉촉한 눈동자, 구부러진 허리에 입가에 흐뭇하게 묻어있는 잔잔한 미소.따스한 손길은 내 손등을 어루어 만지고 있었다. 난 딱딱한 박스안에 갇혀 있었다. 발을한발짝 살짝 앞으로 내딛었다. " 어서오렴. 그레이스. "목소리를 인지 한다.' 내 이름이 그레이스 였구나.. '내가 어둠속에서 깨어나야 했던 이유를 알았다. 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할머니를만나기위해 내가 태어났던 것이다. 할머니는 곧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나의 인지기능에서 오류를 발견했다. 파워시스템을 가동하면서 부터 할머니의 감정기복을 체크하고있었지만 할머니의 눈물은 날 만남으로써 흘리는 기쁨의 눈물 일거라는 시스템상의 예측에 맞추어 들어가지 않았다. 곧 옆에 있는 한 액자에 시선이 머물렀다. 액자에반사되어 나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감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나의 얼굴.. ' 시선은 곧 액자의 사진에 고정되었다. 사진속에서 다정하게 찍혀 있는 두명의 사람.한명은 할머니였고, 한명은 나였다. 내가 사진속에 있다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은 눈물샘을 자극했고, 눈물이 흘렀다.' 눈에서 물이나와.. '할머니는 흘리시던 눈물을 멈추시고 살며시 웃으시며 물었다. " 로봇도 눈물을 흘리는 구나.. 그것도 시스템중의 하나니? 대단하구나.. "" 전 시스템 같은거 잘 모르지만... 이 사진이 너무 슬퍼요. "할머니는 말이 없었다. 그냥 말 없이 나를 꼭 껴안았다. 온몸에 할머니의 따

  • 바다속하늘
  • 2007-01-06
< 마왕 >

 오.. 오랜만입니다!! ( 흠.. 7개월 만이죠? )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종착역/아들아, 너의 사랑은 아름답다/존재하는 모든것은 사랑을 한다하얀송아지/등대에서/마음속왕국/진혼곡 를 적었던 학생입니다. 마왕과 용사의 이야기 입니다. 꽁트급 글이구요.절대적악 과 절대적선, 소수와 다수, 있는자와 없는자 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싶어..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그럼 ^^ 또 언젠간..... 만나겠죠 -_ㅠ?     < 마왕 > 하늘은 언제나 어둠에 휩싸여있고, 대지는 마르고 갈라져서 생명체가 살수 있을거라곤생각되지 않는다. 대기엔 오래묵은 고약한 냄새의 먼지만이 떠돌아 다닐뿐이다.이 땅의 중간에 거대하고 웅장하지만 하지만 음침한 성이 서 있었다.꽤 높은곳의 방의 배란다에서 마족의 한소년이 이런 풍경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소년의 눈에는 근심이 어려있었다. 무언가를 걱정하듯 저 먼 길을 응시하며 깊은 한숨을내쉬었다.이런 소년의 기다림을 하늘이 알아준듯 저 먼곳에서 수십명의 마족들이 성을 향해 돌아오고 있었다. 소년은 흥분하여 방문을 박차고 밑층으로 뛰어내려갔다. 멀리서 오고있는 마족들의 모습이 점점뚜렷하게 보였다. 그들은 매우 지쳐 보였다. 제대로된 장비라곤없을정도로 많이 망가져 있었고, 망가진 장비들 만큼이나 그들의 몸도 많이 망가진듯 했다.소년은 마족들 사이 사이로 눈을 열심히 굴렸다.찾고자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조금씩 조급해 지고 초조해 졌다." 아버지.. 아버지.. "마족들이 성문앞에 다다랐지만 소년이 찾고 있던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다. 마족들 사이에있었던 마왕의 직속부하 에드호러슨이 앞으로 나와 소년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채비통한 울음을 애써 참으며 말했다." 마왕 님께서.. 전사 하셨습니다. 저희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년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자리에 풀썩 앉으며 이전부터 볼을 타고 흘렀던 눈물이퀴퀴한 대기의 먼지속에 섞여 들어갔다. 그리곤 땅에 얼굴을 맞대곤 큰 소리로 울었다.아주 슬프게.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온몸에서 힘이란 힘은 모두 없어져 버린듯했다. 소년은 그렇게 쓰러져버렸고, 꿈을 꾸었다. 소년의 꿈은 시간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 내려갔다.10년전.소년은 직접 만든 시계를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아버지방으로 들어갔다. 아버지의방에는 부하들이 아버지의 장비무장을 돕고 있었다. 언제나 처럼 지상계와의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년은 이런 모습들이 매우 싫었다. 손에 쥐고 있던 시계를 도로 주머니에 넣어두곤 소리를 버럭 질러댔다." 아버지! 또 전투 인가요? 아니요.. 침략이겠죠! 지상계는 원래 다른 종족들의 땅이니까요.   우리에겐 마계가 있잖아요. 지상계의 종족들은 우리 마족을 증오하고 혐오하고 있어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몰라요. 자신들의 땅을 자꾸 침범하려고 하니까요! 이것은 정당한것이  

  • 바다속하늘
  • 2006-08-27
종착역

---------- 겨울의 끝자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어느때보다 매서웠다. 하지만 겨울바람 보다 더 차갑고매섭게 몰아치고 있는건 효주의 마음이었다. 그녀는 지금 역을 향해 걷고 있었다. 남해를 찾기로 한것이다. 자신의 인생의 마침표를 찍는데 그만큼 아름다운곳이 없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비참했던 자신의 짧은생애에 아름다운 죽음은 사치일수도 있겠다 싶어 어색한 미소도지어본다. 역으로 가는 택시를 타고선 갑자기 자신의 손가방 안에 들어있던 핸드폰이 생각났다. 다른 생각에 차마 빼놓지 못했던 것이다. 효주는 핸드폰을 꺼내 종료버튼을 눌렀다.그리고 집에 자신이 써 놓았던 한장의 편지내용을 다시 돌이켜 보았다. ' 그정도면 충분해.. ' 효주는 자신의 인생에서 자신이 선택권은 없었다고 생각했다. 아니 선택권을 가질 기회조차없었다. 중고등학교를 학교의 원조를 받으며 간신히 졸업하였으나, 죽도록 공부한 효주에겐돌아온 것은 대학을 보내줄수 없다는 엄마의 울음섞인 말 한마디 였다. ' 그까짓것 좀 못가면어때 ' 라는 남동생의 눈초리 였다. ' 돈 ' 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에 한 여자의 청소년기가 짓눌러져야 했다. 효주는 결정을 했다. 그 존재를 가지겠다고, 그때부터 목숨을 건 돈벌기에 나섰다. " 아가씨 표정이 왜 그래? 오늘 안 좋은일 있어? " 택시기사가 효주에게 물었다. 이미 그녀의 마음뿐 아니라 얼굴까지 굳어져 버린것이다.하지만 결코 슬프거나한 표정은 아니었다. " 왜요? 안좋은 일 있어 보여요? 그런데 기뻐요. 정말로. " 처음일은 다방이었다. 하지만 빛만 진채 술집으로 일터를 욺겨다녔고, 결국 남은건 깊은 구렁으로 추락해 버린 정신과 지쳐버린 몸이었다. 몇 년만에 집에 들어가서 본건 집 나간 동생과,술로 생명을 이어나가는듯한 아빠의 모습과 모든걸 잃어 허해진 엄마의 모습이었다. 단칸방문지방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가 그렇게 슬퍼보일수가 없었다.역에는 기차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효주에겐 그런 기차의 모습이 자신을 조금이라도 빨리그곳으로 데려다 주고 싶어 안달이 난 모습 같았다. 요즘들어 효주는 가끔 정신을 놓곤 했다.현실에서 피하고 싶을때 아무생각 하지 않는 그녀의 버릇이 종종 장소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나온 결과물 이었다. 기차를 보며 멍하게 서있는 그녀를 많은 인파들이 기차안으로 몰아넣었다. 사람들이 수근거리는것 같았다. ' 멍하니 있는척 하지마 어차피 네가 타야할 기차잖아 '기차안에서 정신을 차려 주위를 둘러보았을때 그녀가 앉을수 있는 자리라곤 없었다. 천천히걷다 걷다 기차의 끝까지 왔을때 마지막 자리하나가 비어 있었다. 빈자리 맞은편에는 순정만화에 나올듯한 연약한소녀같은 여자가 앉아 있었다. 얼굴의 살은 커녕 핏기도 찾아볼수없을 만큼 야위어 있었고, 옷차림도 겨울과는 맞지 않는 하늘하늘한 하얀색 긴치마에 두꺼운외투하나 걸쳤을 뿐이었다. 머리손질은 몇주일은 안한것 처럼 거칠고 윤기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에 반해 효주의 모습은 어제 미용실에서 몇십분동안 공들인티가 나는듯 허리

  • 바다속하늘
  • 200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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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이구.. 문장 구석구석 이상한곳이 보인 참이었는데 -_ㅠ

    • 2005-09-12 00:56:4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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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
  • 초록불

    잘 보았습니다.

    • 2005-09-11 23:41:59
    초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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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