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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5-09-12
  • 조회수 168

안녕하세요, 꿈바라기 이명규 입니다.

 

예전에 지적해주신 것과 그외 내용등을 추가 해보았는데,

 

역시 어렵더군요. 어느정도 이 내용을 읽는 분들이 유추할수있을런지.

 

제목이 확실히 어렵네요. 예전에 올린 글은 삭제 하지 않아도 될까요?

 

제목을 바꿔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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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소개합니다! 저희 서커스의 자랑! 외줄타기의 명수 팟트리!
  내 이름이 불러졌다. 앞에 쳐진 커튼을 힘차게 젖히며 달려나간다. 내 움직임의 궤도엔 덤블링이, 그 덤블링을 밟고 튕겨져 가운데를 가로질러 깔린 외줄에 발을 올린다.
 
 나의 일은,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 이곳 몽블리 서커스에는, 언제나 우리를 구경하러온 사람으로 넘쳐난다. 과연 그들이 우리들 자체를 보고 웃는지, 아니면 우리의 행동을 보고 웃는지, 혹은 우리의 도구로 웃는지. 아니면 전부 다 인지. 알순 없지만 그들은 우리에게서 웃음을 얻고 떠난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 곁을 떠난다. 현실적으로 남는 것은 돈과 한 순간의 웃음이지만, 그것이 서커스의 전부는 아니다.
  이 순간에도, 내가 외줄을 타며 벌이는 행동-일부러 발을 미끄러트린 다거나, 떨어질듯 한발로 일어서 키스를 날린다던지-과, 그에 따라 이어지는 단장의 가식적 행동-비명을 지르거나, 닭살이 돋는다고 구박하거나-을 보고 그들은 웃는다. 웃음이란, 이런 단순한 것에서도 얻을수 있지만, 그 어느 것보다 얻기 힘든 웃음도 있다.
 
 지난 겨울이었을 것이다. 겨울은 서커스에겐 힘든 계절이다. 온갖 동물들, 특히 코끼리나 사자 같이 추위를 모르고 자랐던 동물들은, 난롯불이 따뜻한 천막을 나서려 하지 않는다.
 
 그 힘든 계절에, 어느 여자가 찾아왔었다. 많은 관객들 사이로, 그 겨울, 그나마 따뜻한 남쪽 지방을 찾아 공연을 한 우리는, 수많은 관객중의 숨어있는 그녀를 찾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그날 그녀를 보았다. 외줄에서 무릎만을 걸치고 거꾸로 관객을 바라보는 나에게, 웃음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관객들 사이로, 그녀는 단지 차갑고, 슬픈 눈빛을 나에게 보내었다.
 
 물론 그때는 그녀를 크게 인식할수 없었다. 단지, 어딘가 아픈체로 온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나에게 웃음을 보내는 다른 관객에 대해 더 신경 쓸수 밖에 없었다.
 
 그날의 공연은 매우 성공적으로 끝났고, 늦어진 밤의 추위를 걱정하며 관객들은 떠나갔다. 떠나가는 관객들 사이를 역행해 다가오는 한 그림자가, 도구를 정리중인 우리에게 다가섰다.
  “제 웃음을 찾아주세요.
  그녀가 우리에게 처음 뱉은 말이었다. 처음엔 매우 어리둥절했고,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실종신고는 보안관서 가서 하세요.
 
 우리 모두는 웃어 댔고, 키가 2미터 50센티가 넘는 거인인 야스티 도 미칠듯이 웃어대서 서커스 천막이 흔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웃지 않았다.
  “제 웃음을, 제발 찾아주세요.
  물론 아직까지도 이해가 안가는 말이었다. 나는 다시 장난기가 발동해, 다른 농담을 건넸다.
 
 “그 웃음이란 녀석의 신상정보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이름은 웃음이고, 아, 성이 웃 씨 인건가요? 특이한 성씨를 가지고있군요.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특이점이있나요? 엉덩이의 종기 같은?
  이번에도 우린 배가 터지도록 웃어댔다. 서커스에선 매일 끊이지 않는 웃음이다.
 
 하지만 그녀는 웃지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제발… 제발, 웃음을 찾아주세요…”
  털썩. 그녀가 쓰러졌다. 놀란 우리는 황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의 머리를 만지자, 뜨거운 열이 느껴졌다. 감기에 걸렸나? 그녀를 업고, 우리들이 머무는 숙소로 데려갔다.

 

 천막의 가운데엔 횃불이 놓여있었고, 그 주변을 우리가 빙 둘러 앉았다. 난쟁이인 긴센부터 거인인 야스티까지, 다양한 인간들이 모여있는 이 천막은 초행자에겐 절대 익숙하지 못할 곳이다.
 
 “팟트리. 너 저 여자 아는 사람이냐?
 
 “아니. 전혀 몰라. 누구 아는 사람?
 
 전부 고개를 절래절래.
 
 “웃음을 찾아달라니. 단순히 웃겨 달라는건가.
 
 야스티가 그 육중한 음성을 풀었다.
 
 “웃기는건 내가 아까 충분히 했는데.
 
 “말장난으론 부족한건 아닐까.
 
 “행동은 그전에 수없이 보여줬는데.
 
 이렇게 논쟁이 오가고, 그 열기가 후끈해졌을쯤 그녀가 일어났다. 우리 서커스의 얼마없는 여단원중 최고령자이자 모든 단원에게 어머니로 칭송받는 잔네스가 그녀를 안고있었다. 잔네스의 품에서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고, 고개를 돌려 불가를 응시했다.
 
 “열이 많이 나더군요. 저기 에취풀 차를 끓여 놨으니 먹어요. 에취풀 차가 감기에 좋지요. 그런데, 아가씨의 이름이 뭐지요?
  “쟝느 라고 합니다. 차 감사합니다…”
  잔네스가 앞으로 끌어다 놓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더니, 곧 다시 콜록대었다. 남기지 말고 전부 마시라는 잔네스의 권유에 그녀는 콜록거리며 조금씩 차를 없앴다. 차를 다 마시고는 다시 누워 자라는 잔네스의 말을 사양하고 모포를 두르고 앉았다.
 
 그리고 끔찍한 정적이 흘렀다. 장작이 타는 타닥, 타닥 하는 소리를 제외하곤 아무 소리도 나지않았다. 이 정적을 깬 사람은 호기심으로 가득차 자제력을 잃은 긴센 이었다.
  “저, 아가씨, 아까 말했던 웃음을 찾아 달라는게, 무슨 말이죠?
 
 우리는 무슨 대역죄인을 바라보듯 긴센을 돌아보았다. 긴센은 자신에게 몰리는 여러 개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웃음을… 잃어버렸어요. 찾아주세요.
  결코 적합하고 이해 가능한 대답이 아니다.
  “그 말은 농담이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해달라는 뜻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건 웃음을 찾는게 아니에요. 웃음을 찾는건, 그게 아니에요.
 
 뭔가 이 여자의 말에 확실히 말린듯한 기분을 받았다.
  “웃음을 찾는 방법을 아시나요?
  당연히 예상했던 답이 나왔다.
  “몰라요…”

그녀의 대답에 살짝 흠칫했으나 야스티가 바로 일어나 소리쳤다.
  “그럼 한번 찾아보죠!
 
 그 뒤에, 야스티와, 긴센, 그리고 베르게, 콰이코가 얼마나 난리를 부렸는지 기억도 할수없다. 단지, 거인이 춤을 추고 난쟁이가 곡을 하는 그 난리 덕에 천막이 한번 무너질뻔했고, 야스티가 통나무 밑둥 같은 두팔로 천막을 겨우 버텨 우린 천막에 깔려 죽는 대참사(?)를 피할 수 있었고, 우리가 피한 후 쓰러져 버린 천막을 가리키며 내가 야스티와 다른 녀석들에게 시끄럽게 소리질렀고, 그 덕에 다른 단원은 추위에 떨면서도 한참을 웃을수 있었다는걸 기억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입꼬리 하나 올라가지 않았다.
  그 후, 우리들 중에 가장 이성적이라 볼수있는 잔네스가 결론을 내렸다.
  “지금으로썬 그 답을 찾기 힘들겠네, 아가씨. 오늘은 일단 자고, 내일 마저 찾아보지요.
  그리고 잔네스와 여자단원들은 그녀를 데리고 여자들용 천막으로 걸어갔다. 그 후 우리들-나, 야스티, 긴센, 베르게, 카르히, 콰이코 등등 남겨진 남자단원들-은 쓰러진 천막에 한참 열이 받은 단장에게 와장창 소리가 나도록 깨져야 했고, 새벽 2시가 넘도록 천막을 원상복구 시킨후에야 우리 천막에서 잠을 잘 수 있었다.
 
 “팟트리. 저 여자가 말하는게 대체 무엇이라 생각하나.
  “음, 글쎄. 카르히 씨는 뭔가 집히는거 있어요?
  잠자리를 펴고 누워있는데 카르히 씨가 물었다. 카르히 씨는 아까 그 난리통에서도 그닥 많이 웃지않았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었었다.
 
 “그 여자가 찾는 웃음은 우리가 아는 웃음이 아니라는거.
  “아, 그 웃음이란 녀석이 이복 쌍둥이 동생이 있었나 보군요. 아, 배다른 쌍둥이는 말이 안되지. 그럼 그냥 쌍둥이라고 해두죠.
 
 저쪽에서 피식하는 소리가 들렸다. 야스티, 아직 안 자는군. 그렇게 웃음을 참으려 해봤자, 2미터 50센티의 거구의 몸이 흔들리는게 안보일 것 같으냐.
  “농담은 그만하지. 팟트리.
  “헤에, 그럼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아는 웃음은 하나, 입을 쫙 찢고 눈을 초승달로 만들어서 푸하하하 하고 소리지르는 거라구요.
  카르히 씨도 할말이 없다는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찾을수 있을까. 웃음이란 이름의 실종자는.

  어젯밤 자기전 막노동(천막을 고치는)을 한탓에 아침잠은 너무나 달콤했다. 공연도 없는 날이라 왠만하면 점심때까지 잤겠지만, 야스티의 커다란 종아리에 후두부를 강타 당한후 신경질을 내며 일어났다.
  천막을 나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광합성을 했다. 두 팔을 쫙 벌려 하늘을 향한채 서있는데, 그 여자가 저쪽 통나무를 깔고 앉아 모포를 두르고 있었다.
 
 “잘 주무셨습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그녀는 이쪽을 보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햇빛이 밝지만 왠만하면 다 자고있을 우리 단원들. 그 단원들이 없을때가 이야기하기 편할 것 같다고 생각한 나는 물통을 가지고 통나무로 걸어갔다.
 “저… 아가씨. 어제 얘기 하셨던거, 몇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러세요.
 
 좀 힘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질문을 싫어한다거나 하는건 아닌거 같다. 일단 어떻게 하여 이곳 몽블리 서커스로 오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어제 말씀 하셨던대로, 보안관서도 가보았었고, 교회도, 그 외에도 많은 사람을 만났었죠.
 
 “웃음을 찾기 위해서?
 , 내가 말해도 퍽 웃긴 문장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무 느낌도 없는가 보다.
  “네. 그들은, 전부 당신네들에게 가보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웃음의 프로니까?
 
 끄덕끄덕. 이 시대에서, 우린 웃음을 대변하는 직업에 종사한다. 우릴 찾아오는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돈을 받는다. 하지만 그들은, 웃음을 표현하러 오는 사람들이지, 웃음을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아니다. 웃음은, 찾는다는 개념의 도입이 불가능한 것이다.
 
 “일단 그 웃음이라는 녀석은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찾을 성질의 것은 아니군요.
  역시나 다시 끄덕끄덕. 이 전대 미문의 실종사건은, 어떻게 보안관들이 접근하는 방식의 실종과는 아예 달라야한다. 하지만, 우린 그 방식은 아예 모르지.

, 좀 걸을까요. 이곳에 온지는 얼마 안됐지만, 꽤나 괜찮은 산책로가 있습니다.

그러지요.

일주일 전쯤에 온 이곳에는 공연용 큰 천막 뒤쪽으로 조그만 오솔길이 나있다. 오솔길이라지만 누군가가 살짝 다듬은 돌을 깔아놔서, 걷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 숲으로 이어져 공기도 매우 좋고.

신발사이로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포석의 거친 느낌을 받을 때,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네왔다.

, 묻고 싶은게 있으신가요?

어떻게 말을 꺼내나 고민하다 그녀가 먼저 말을 건네오자 재깍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 아, 예. 있습니다. 여쭤봐도 될까요?

여기서 그녀가 안돼요 라고 말한다면 꽤나 재미있었겠지만, 그녀는 쾌히 승낙했다.

얼마든지요.

하아, 심호흡 하고. 하아,

정확히, 웃음을 왜 찾는건지 이유를 알수있을까요? 뭐, 웃지 못하는건 확실히 좋지 않지만, 이렇게 힘든 여행길을 떠날것까진 없지 않아요? 웃지 않는다고 삶이 불편하거나 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녀는 저쪽 침엽수림 쪽을 보다가 말했다.

저 나무들은 왜 저기에 가만히 있을까요?

?

저 나무가 저기 서있는 이유와 제가 이 여행을 하는 이유는, 같아요.

무슨 소리입니까?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는 몸을 돌려 포석을 밟아 나갔다. 답을 듣기 어려울 것 같아 그냥 그 뒤를 따라 걸었다. 그녀가 몸을 서커스 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곧 우리의 앞에는 큰 호수 하나가 나타났다. 그곳엔 내가 나올적만 해도 자고있던 야스티가 물통 여러 개를 들고 물을 뜨러 와있었다. 야스티는 날 발견하자 숲이 흔들리게 소리쳤다.

? 뭐야, 도와주려고?

후두둑. 나무에 쌓여있던 눈이 쏟아졌다. 말투는 편하지만 소리크기가 이래서야 이미 협박 수준이다.

,어 그런데, 내가 이거 들수있겠냐?

거의 내 몸통 크기와 맘먹을 듯 보이는 물통을 보며 진심어린 우려의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야스티에게 그 진심은 전달되지 못한듯 했다.

괜찮아! 난 평소에 여섯개도 드니까 두개는 문제 없을걸!

이봐, 야스티. 지금 네가 생물분류학에 대한 아주아주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걸 알아?

결국 나는 낑낑대며 양팔에 하나씩 물통을 끼고 기어 오다시피하며 양팔에 물통을 두개씩 끼고 망언-하! 이렇게 하니 한결 수월한데! 등의 것-을 하는 야스티를 따라가야했다.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보면 꽤나 웃길 것 이었겠지만 쟝느 씨는 절대 웃지 않았다. 잠시 이것이 그렇게 진지해 보이나 했으나 이 상황의 해학성은 곧 우리 단원들에 의해 증명 되었다.

차마 야스티 앞에서 웃지는 못하고,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고 참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오히려 내쪽에서 안쓰러움을 느끼게 했다.

지금은 약간 늦은 아침식사 때였고, 몇몇이 우리가 방금 떠온 물을 부어 오트밀을 만들기 시작했다. 곧 오트밀은 부글부글 끓어 좋은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무지막지하게 큰 솥을 매달기 위해 간단한 A자형 텐트를 이루고있는 내 다리통 만한 통나무들에서 애처로움이 가득 묻어났다. 각자의 그릇에 오트밀이 담기자 통나무는 차츰 비명을 줄이며 허리를 폈고, 마침내 오트밀이 3분의 1 정도 남은 솥이 야스티에게로 가자 통나무들도 허리를 펴고 쉴수있었다.

물론 그녀도 같이 먹었다. 언제나 시끄러운 서커스의 식사시간이지만, 모두가 웃는 동안에 묵묵히 오트밀을 떠먹는 쟝느 씨에 모든 단원이 부담을 느껴 우리 서커스 최초라 할 수 있는 조용한 식사시간이 되었다.

조금은 거북한 식사시간이 가고, 며칠간 공연이 없는 우리 서커스는 조용히 낮잠을 가질 것 같았지만 어제 하지못한 쟝느 씨에 대한 질문들 때문에 식사시간보다 시끄러워졌다.

쟝느 씨, 웃음을 찾는다구요? 어젠 바보 같은 야스티가 난리치다 천막을 쓰러뜨렸지만, 오늘은 제가 한번 웃겨드리죠.

야스티가 눈을 부라리는 사이 마르쉬가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앉은 퀴비가 일어나 저쪽 텐트에서 의자 몇 개를 들고왔다. 마르쉬와 퀴비는 우리 몽블리 서커스 유일의 여성 콤비이자 수준급의 의자묘기를 자랑한다.

퀴비가 고른 땅을 골라 의자를 놓았다. 의자 묘기는 중심잡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고른 판이 깔린 서커스 천막으로 가는 것이 좋겠지만, 해가 잘 비치는 낮시간이라 천막 안쪽보다 크게 춥지도 않았고, 만약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면 더 많은 웃음을 끌어낼 수 있기에-물론 안전은 보장 못하겠지만-굳이 장소를 이동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퀴비가 3층으로 쌓은 의자위로 마르쉬가 올라가 눕듯이 앉아서는, 퀴비가 올려준 의자를 발로 돌렸다. 돌리다가 위로 통통 차올리고, 역으로 돌리고, 일부러 떨어뜨리기도 하는 포먼스를 보여줬다. 물론 떨어뜨릴 때 야스티가 야유를 보냈지만, 여러 번 봐왔음에도 입을 쩌억 벌리고 ! 라던지 와아! 라던지의 감탄과 미소를 보냈지만 쟝느, 그녀는 입술이 손톱 만큼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봐. 너희도 안되잖아.

야스티가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마르쉬와 퀴비는 단숨에 아쉬운 표정에서 화난 표정으로 바뀌었다. 순간 야스티가 움찔 했으나 마르쉬와 퀴비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다음에 아스티와 긴센, 알바리의 트리오가 호랑이 부리기에 나섰다. 호랑이는 다른 동물들 보다 추위를 덜타기 때문에 말을 잘 따라 주었다.

불은 붙이지 않았지만 세개의 링을 연속 통과하기도 했고, 긴센의 머리를 호랑이 입에 넣었다 빼기도 했다. 하지만 물론, 그녀는 웃지않았다.

이럴동안에 날이 조금씩 어두워져서, 북부의 추위가 더욱 강렬히 씨이잉 하고 살을 애었다. 어느새 우리 단원들의 장기자랑이 되어버려서, 각 단원들이 자신들의 장기로 쟝느 씨를 웃기려 했다. 추위 때문에 끝내려 했으나 단원들의 열화와 같은 기세에 떠밀려 결국 천막으로 옮겨갔다. 이중 천막의 사이에 화로를 놓아 천막을 덥히고, 도구들과 동물들을 천막 안으로 들여다 놓았다.

 우리의 공연용 중앙 천막이, 자신도 모를사이 실종 수사를 위한 보안관서가 된 것은 퍽 웃기는 일이다. 아무튼, 그 보안관이 이곳이 새 보안관서입니다. 라는 말을 들으면 치를 떨며 기둥목을 발로 차버릴 그 천막에선 온갖 묘기들이 행해지고 있었다.

먼저 잔네스가 코끼리를 동원해 묘기를 부렸다. 겨울이라 우리에서 통 나오질 않던 코끼리가 나오다니. 단, 모포로 잔뜩 둘러 싸놔서 언뜻보면 저게 집채만한 솜뭉치인지 코끼리인지 분간이 어려웠다.

그리고 야스티와 긴센이 길고 굵직한 철봉을 들고나와 야스티의 어깨에 앉혔다. 야스티가 철봉을 바로 잡고, 긴센이 능숙한 솜씨로 철봉을 올랐다. 철봉의 정상에서 훌라후프를 받은 긴센은 한손으로 훌라후프를 돌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더 훌라후프 들이 위로 올려졌고, 긴센이 돌리는 훌라후프의 개수도 똑같이 늘어났다.

물론 나도 줄을 탔다. 보통보다 좀더 탄력이 강한 줄을 달아서, 줄을 밟고 튀어오르는 묘기를 주로 보였다.

그 외에, 우리 단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대부분의 묘기와 재주를 보여주었다. 나는 내 줄타기가 끝나고 무대를 벗어나 그녀가 앉은 벤치의 옆으로 다가갔다.

긴센 씨는 많은걸 할 줄 아시는군요.

. 난쟁이라 키는 작아도 손재주가 좋죠. 잔머리도 좋아서 묘기들도 짜내곤 하죠.

그녀는 가운데 무대를 둥글게 둘러싼 벤치의 한쪽 구석에 앉아 단원들이 하는 묘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표정은 철저한 무표정이었다. 묘기들이 끝날 때 마다 박수를 쳐주었지만 웃거나 하지는 않았다. 정말 웃음이란 것 자체를 모르는 듯이.

우리가 한 것들이 별로 재미 없으셨나 보네요. 다른 것도 보여드릴까요?

, 아직도 남은 것이 있나요?

우리 서커스의 묘기는 스물 댓가지 돼요. 아직 꽤 남았죠.

. 굳이 보여주시진 않아도 될 것 같네요.

결국 이곳에서도 결론을 얻지 못했다는 거지.

하나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 물론이요.

그녀가 이곳에 온후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질문들이지만 그녀는 전혀 싫은 기색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찾는 것을 정확히 알고 계세요?

상당히 기다려왔던 질문이다.

. 웃음이죠.

그 웃음이, 제가 아는 그 하하껄걸 대는 웃음 맞나요?

아마도요.

아마도? 아닐수도 있다는건가?

아마도 라면, 아닐수도 있다는 건가요.

팟트리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는 취미가 있는 사람이다.

제가 아는 웃음은 재미있는 것을 볼 때 나오는 그것, 다른 사람이 우스꽝스런 행동을 취했을 때 나오는 그것, 입을 헤 벌리고 하하 하고 소리지르는 그것 뿐입니다.

다양하네요.

대화중에, 가운데 무대에서 묘기를 부리는 베르게 너머로 카르히 씨가 보였다. 카르히 씨는 가만히 벤치에 앉아 이쪽을 보고있었다. 몸에 비해 비약적으로 큰 귀가 조금씩 미동하는걸 보아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팟트리 씨, 개가 뼈다귀를 보고 침을 흘리지 않는다고, 그 개가 뼈다귀를 모른다고 생각하면 슬퍼할 꺼에요.

이런 날벼락 같은 뜬금없는 소리에 대답해 버렸다.

누가 슬퍼하는데요?

개가요.

그녀는 일어서서, 벤치의 아래로 내려가더니 횡 하고 돌아 천막을 나가버렸다. 나는 당황해서 내가 어떤 잘못을 해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봤다. 하지만 답은 얻지 못하고, 남은건 단원들의 질타 뿐이었다.

우리는 쟝느 씨가 나간 후 바로 도구와 동물들을 치웠다. 늦은 저녁을 먹으려고 스튜를 끓이고 빵을 꺼냈다. 취사용 모닥불에서 그닥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호랑이 우리에서 호랑이가 자꾸 입맛을 다셨다. 모두가 서서히 공포스런 분위기로 빠져들 때 호랑이 조련 담당인 야스티가 생닭을 들고가 호랑이에게 간단한 재주를 시키고는 닭은 던져줬다. 뭐, 야스티의 덩치라면 저런 것 없이 호랑이를 때려 잡을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아무튼 호랑이는 닭 한마리를 열심히 뜯었다. 단원 중 일부는 미련이 남아있는지 쟝느 씨를 보고싶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단원 천막에서 나오지 않았고, 잔네스가 식사를 들고 천막으로 들어가 그녀의 식사를 해결했다.

아직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그럭저럭 듣기 좋은 대답도 원했지만, 우리는 일단 잠을 잤다. 내 생각대로라면 그녀는 내일 떠날 것이므로, 아침 일찍 일어나 그녀를 배웅하기로 모두가 동의했다.

천막에서 모포를 몇겹 깔고 누웠는데, 내 머리맡 쪽에 누워있는 카르히 씨가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팟트리. 그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글쎄, 웃음을 아예 모르는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우리들이 능력 부족 이라는건데, 이렇게 배부르게 먹고 살고있으니 그건 또 아닌거 같구요.

난 다르게 생각한다.

어떻게요?

카르히 씨는 서커스에 오기 전에, 큰 도시에서 유명한 상담가로 이름을 날렸단다.

그녀는 웃음을 아주 잘 안다.

그런 여자가 웃지도 못해요? 말도 안돼요.

이별도 사랑 해본 사람이 한다.

하지만 술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죠. 그리고 먹으면 먹을수록 더 먹게 되는게 술이죠.

별로 비유가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팟트리.

그럼 그 비유는 맞아요? 아니, 맞는거는 둘째 치고, 그녀가 그럴 이유가 대체 뭡니까?

카르히 씨는 얼마간 침묵했다.

웃음을 모르는건 그녀가 아니라, 우리 일지도 모른다.

, 무슨 소리에요?

이후 좀더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야스티의 격렬한 저항에 입을 다물고 잘 수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침엔, 모두가 일어나 있었다. 역시나 그녀는 다시 떠나려했고, 다른 단원들은 그녀를 배웅하는 중이었다. 나는 그녀를 배웅하지 않고 수프를 먹고 있었다. 아직도 어제 카르히 씨가 던진 말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물론 카르히 씨도 천막에서 나오지 않았다.

몇몇 단원들이 나와 카르히 씨에게 어서 오라고 소리쳤지만, 나는 그대로 수프만은 떠먹었다. 단원들도 결국 포기하고, 자기들끼리 배웅했다.
 
 모두의 인사말과 함께, 그녀는 저 남쪽 숲으로 사라져갔다. 우리 서커스는 마을에서 좀 떨어진곳에 자리를 잡았으므로, 숲은 가까웠다.
  수프를 먹는 내내, 수프의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도 내 마음속엔, 그녀에 대한 답답함이 남아있었다.
 
 “이런 우라질!
 
 먹던 수프 그릇을 내팽게치고 그녀가 사라진 방향으로 뛰었다. 다행히 그녀는 천천히 걸어서 그리 멀리 가진 못했고, 숲속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쟝느씨. 이야기 좀 하지요.
 
 “네. 그러세요.
 
 호흡을 가다듬고 기다렸던 말을 쏟아냈다.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남쪽 이쿼디아에 샹베르 서커스가 왔다고 들었어요. 거기로 갈겁니다.
 
 “또 그 웃음 타령입니까?
 
 그녀는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응시했다.
  “웃음을 잃었다는건, 매우 슬픈일이에요.
  “그게 뭔지도, 어떻게 찾는지도 모르잖습니까!

난 아직 카르히 씨의 이론은 안 믿는다.
  “그래서 찾는거에요.
  “뭐요?” 

그녀는 내눈을 바로 보고 말했다.
  “모르기에, 찾는거에요. 웃음이 뭔지, 어떻게 찾는지. 그건 알수 없는거에요. 그러기에 찾죠. 찾으면 알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언제나 같은 곳을 천년만년 흐르는 개울처럼, 아침에 떴다 밤에 지는 해처럼, 언제나 찾기를 되풀이 할겁니까?
  “그래야지요.
  “네?
  “그래야, 변하니까요.

  "무슨?"
  그것을 모른다고, 찾는 방법을 모른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 어떤것도 변하지 않아요."
  그녀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저쪽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녀의 등을 향해 내가할수 있는 소리는 단 하나였다.
 
 “꼭 찾길 빌겠습니다.
   “고마워요. 웃음의 사제여.
 
 그녀는 저쪽을향해, 발을 놀려 사라져갔다.
  그리고 해는, 저쪽 동편에서 조금씩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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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2024년 3월 월 장원 발표

[글틴 소설&수필 게시판 멘토 박서련 작가님이 전달합니다.] 소설 게시판을 찾아주시는 글티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3월… 많이 힘드셨죠! 새학기 증후군이라고 할까요, 평소보다 작품 응모량이 다소 적게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티너들이 작품활동을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구나 싶은 마음이요. 그럼에도 3월의 소설 게시판을 지켜주신 글티너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소설 쓰는 게 얼마나 좋으면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도 소설을 올려주실까, 여러분의 열정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응모 편수는 많지 않았지만 모두 있는 힘껏 쓴 흔적이 생생한 작품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달 월장원 후보작으로 고려한 작품은 우태님의 , 레니님의 두 편인데요, 많은 고심이 있었습니다만 3월에는 월장원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우태님의 의 경우 이미 클리셰가 되어버린 변신-벌레 모티프를 능수능란하고 사캐스틱한(‘비꼬는’이라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옮기기 힘든 뉘앙스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외국어를…) 문장 운용을 통해 개성적으로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어요. 장면마다 인상깊은 사유를 남기며 오랫동안 곱씹게 하는 매력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이 인상적인 장면들의 연쇄가 사건성, 서사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개개의 장면들로 남는듯한 점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레니님의 는 성숙하고 세련된 분위기 형성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사라진 저수지를 탐사하러 온 이인조 다큐멘터리 팀이 받아들이는/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의 무게가 차분하게 그려져가는 기획이 뚜렷해 좋았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지금의 구조와 분량은 작가가 그리고자 한 기획의 밑그림에 그친 듯합니다. 퇴고로 고칠 수 있을 듯한 사소한 실수들도 아쉬움을 남기고요. 월장원에 선정되거나 그렇지 못하는 것은 모두 한끗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월장원이 있는 여느 달에도, 월장원이 없는 이번 달에도 그건 그대로예요. 좋은 작품과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작품의 차이도 몇 문단, 몇 문장, 심지어는 몇 단어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결국은 쓰는 것만큼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이번달에는 월장원을 선정하지 못했지만, 3월 소설 게시판을 빛내준 여러 글티너들에게 사랑과 응원, 감사를 보냅니다. 계속해서 읽고 쓰는 힘을 잃지 않기를, 그래서 다음달 다음다음달에는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마주하기를 기원합니다. (월장원을 선정 못한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인지 자꾸 말이 길어지네요…!)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 상하지 않기를 바라요. 다가오는 체육대회, 현장학습(요즘도 소풍을 이렇게 부르나요?) 등등도 즐거운 경험이 되기를, 중간고사도 글티너 여러분의 의지를 꺾지는 못하기를…! 다음달에 저는 수필 게시판에서 뵙겠습니다. 총총.

  • 관리자
  • 2024-04-18
[소설] 2024년 2월 월 장원 발표

안녕하세요, 김병운입니다. 소설 게시판 2월의 월 장원 발표하겠습니다. 이달에는 28편을 검토했습니다. 간혹 연재물을 올려주시는 글티너분들이 있는데 규정에 따라 연재물은 멘토링과 심사 검토를 하지 않고 있으니 이점 다시 한번 유의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달의 월 장원 후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강완) (김희수) 그리고 장원은 (강완) (김희수) 두 편입니다. 최종적으로 한 편을 고르기 위해 여러 번 읽어보며 고심하였는데요. 두 작품이 모두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판이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어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웠습니다. 두 작품을 함께 묶어서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는 상세한 묘사와 설득력 있는 전개가 돋보였습니다. 학교에서는 폭력의 희생자인 민욱이 집에서는 가해자의 자리에 위치하게 되는 구도 설정이나 집에서 천대 받으며 기르는 황구의 정체가 밝혀지는 후반부 반전이 모두 주제 의식을 향해 있어 응집력 있는 글이 되었습니다. 김희수 님은 이달에만 10편이 넘는 글을 올려주셨는데, 작품간 완성도 편차는 있었지만 어떤 이야기를 쓰든 문장이 안정적이고 섬세해 신뢰가 갔습니다. 는 때로는 넘치게 드러내고 때로는 과감하게 감추는 문장들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보여주는 방식은 특유의 분위기와 긴장감을 만들어냈고, 감정을 억누르는 듯한 서술 역시 정서적 울림이 있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쓰더라도 어떻게 하면 뻔하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다를 수 있을지, 표현 자체에 대한 고민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일교차가 커진 것을 보니 이제 봄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한데요. 글티너분들 모두 건강 유의하시며 새학기에 잘 적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관리자
  • 2024-03-19
[소설] 1월 월 장원 발표

소설 게시판을 찾아주시는 글티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서련입니다. 1월 소설 월장원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저는 지난 한해 수필 게시판을 담당했는데요, 올해부터는 짝수달마다 소설 게시판에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 글틴에서 글티너로 활동할 때 (라떼썰이 됩니다만) 주 서식지도 소설 게시판이었던지라 돌아오게(?) 되어서 기쁘네요. 각설하고 1월에 주목했던 월장원 후보작들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금안백 떼뭄 백산화 이중 금안백님의 와 백산화님의 를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화자가 같은 고시원 인부 아저씨들과 인연을 맺으며 겪은 일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설득력 있는 인물 설정이 서사의 갈등을 흥미롭게 조성해 읽는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전개가 빠르고 가벼우면서도 빈틈이 없습니다. 무게는 절반이지만 강도는 더 높은 신소재 철강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빠르고 효과적인 전개를 위해서인지 전형적인 설정에 기댄 부분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편의상의 전형성을 채택하면 작품에서 다룬 대상에 대한 독자의 편견이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 작품은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우려에 대해서도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는 청소년기에 마주친 후 단 한 순간도 놓여날 수 없었던 지독한 사랑과 콤플렉스에 대한 소설입니다. 동경이 욕망이 되고, 욕망은 대상에 대한 사랑인지 소유욕인지 구분되지 않는 성숙한 감정선이 인상적입니다. 화자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어서, 바로 이 소설이 화자의 소설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도 매혹적이고요. 단점은 몇몇 디테일에서 발견됩니다. 가령 8세에 전국 문예 대회에서 우승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인물 설정 등이 서사의 설득력을 저해합니다. 청소년 저자가 주인공을 성인으로 설정했을 때 종종 발견되는 문제점입니다. (물론 성인 습작생—하물며는 기성작가의 경우에도—역시 디테일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인다면 작품의 시선이 한층 깊이 있게 드러나리라 믿습니다. 1월 월장원 선정이 늦어지다 보니 (저의 불찰입니다…ㅠㅠ) 어느덧 새학기 시작을 앞두게 되었네요. 설레는 1학기의 첫 걸음, 힘차게 디디시기를 소망합니다. 2월에 저는 수필 게시판에서, 소설 게시판에서는 다시 김병운 멘토님이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관리자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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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록불

    굳이 예전 글을 삭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05-09-13 06:53:48
    초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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