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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성 누드 파티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07-01-16
  • 조회수 1,518

 

※ 야해여. 좀 드러운 방향으로 야해여. 비위 약한분 읽고 욕하지 마세염 ㅜㅜㅜ

    (후경님이 읽고 좀 심하다고 그랬어요. 오죽하면. 진짜 자신없음 읽지 마세여;;;)

    문영샘이 "이건 소설이 아니라 야설의 가치도 없는 야설이다."라고 하실지 모르지만

    뭐 그거 아는것도 습작의 결과라면..(뻐끔)

    일단 올려봄더.

 

    사실 캠프 후기를 사소설 형식으로 써보려 했는데....ㄱ-

    갑자기 어제 쓰다가 '경험 안해봤잖아'라는 충고로 포기한 삼류 오덕후의 하루를

    다시 써보고 싶다는 생각에 ㅜㅜㅜㅜㅜㅜ

 

    음, 그냥 순수한 소설적 호기심의 산물로 봐주시길... ㄱ-

    저 변태 아녜여......ㅜㅜ (제목짓는 센스도 ㅇ벗잖아여 ㅜㅜㅜ)



 

휘발성 누드 파티





1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그의 기상시간이 열시라는 사실은 그 자신에게야 굉장히 놀라운 일이었다. 방학만 되면 그는 오전이 없는 하루를 살았다. 대개의 일과가 그랬다. 오후 두 시 쯤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컴퓨터를 틀어 네이버 카페 채팅방에 접속해서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시답잖은 잡담을 한 후에, 엄마의 눈치를 보느라 수학문제집을 푸는 척 하고,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채팅도 하면서 음악도 들으면서 수학문제집도 풀다가 다시 컴퓨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오후도 끝나 있다. 컴퓨터의 트레이는 오전 1시에서 2시를 가리키며, 한 평 남짓한 베란다 밖에는 가로등 불빛 때문에 별로 시커멓지도 않은 어둠이 내려앉는 것이다.

그렇게 12월 말부터, 1월 중순까지 장장 보름간을 똑같은 싸이클에 의거하여 똑같은 삶을 살다 보니 얼마나 무디고, 메말랐겠는가. 그가 가진 모든 것이 말이다. 똑같은 반복이 그에게 상기시킨 사실은 눈을 뜬다는 사실이 고역이라는 것이었다. 방학 초만 해도 그는 10시쯤엔 기상했고, 기상해서 열심히 인터넷 강의를 들었으며, 그 후엔 문제집을 풀었다. 논술특기자 준비를 한다고 신문도 꼬박꼬박 봤었다. 그러나 모든 것에 대한 권태는 언제든 찾아온다. 열의는 식기 마련이고,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어서 모든 결심은 쓸려나가며, 그러다 보면 눈을 뜬다는 사실 자체가 지루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을 떠도, 잠에서 깨어나도 득이 없는 하루. 무엇하나 발전이 없으며 무엇하나 변하는 게 없는.

그 반복의 종지부일 것만 같았다. 끝이 없을 것만 같던 권태에서 그를 꺼내온 특별한 이벤트. 네이버 모 카페의 정모였다.


눈을 떴다. 이불을 걷어내면서 시계를 보았다. 열 시 였다. 머리를 한 번 흔들고, 주위를 의식하고 나자 제일 먼저 부산스러운 아침냄새가 그의 콧속으로 밀려왔다. KBS TV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는 청소년 임신과 낙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구닥다리, 재미없는.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지, 그는 생각하면서 다시 자리에 누우려 했는데 머리를 스쳐가는 기대가 있었다. 며칠 전 밤부터 가슴 한가득 품어오던 기대.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말이다. 그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마, 밥!” 소리치면서 나갔고, 이미 국과 밥이 차려져 있는 상을 발견했다. 그의 어머니가 그에게 말했다.

“어이쿠, 참말로 일찍 일어나네. 그 까페인가에 여자도 잔뜩 껴있나봐, 아들? 미역국 했으니까 밥 말아먹고 가라.”

“그럴 걸. 밥 먹어야겠다. 미역국 맛없는데.”

“음식 가리면 마누라한테 사랑 못 받아.”

그는 밥을 미역국에 퍼 넣었다. 숟가락에 굵게 썰린 깍두기를 얹고, 깍두기 양념으로 들어간 새우젓도 젓가락으로 집어 얹었다. 얇은 미역과 홍합 살과 국물과 밥과 깍두기와 깍두기 양념 새우젓을 입속으로 한 번에 밀어 넣은 뒤에, 그는 혀를 온 입으로 돌돌 말며 꼭꼭 씹어댔다. 깍두기가 씹히면서 카두둑, 카두둑, 하는 소리를 냈다.

삼 분 만에 국과 밥을 모두 비운 뒤에, 그는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벗어던지자 뱃살이 굵직하게 주름진 그의 나신이 드러났다. 허리를 굽히자 뱃살은 다섯 겹을 이뤘다. 오겹살이네, 그는 히히 웃었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었다를 반복하며 그는 뱃살을 오므렸다 폈다 하는 장난을 했다. 온수를 틀어놓고 물이 데워질 때 까지 그는 양치를 했다. 치칵치칵, 그는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에서 자신의 나신을 관찰했다. 너무 굵게 쌍꺼풀이 져서 느끼한 눈, 지나치게 굵은 입술, 턱 밑부터 코 옆까지를 분화구처럼 잔뜩 매운 여드름, 면도를 거른 지 보름이 넘은 코 밑에 가득 들어찬 수염덩이, 양치를 하느라 올린 오른쪽 팔 밑에는 엄청난 양의 겨드랑이털. 그는 히히 웃었다. 이 꼴로 어디 나가기도 좀 그러네, 그는 생각했다.

조금 후면 두터운 겨울옷에 의해 가려질 그의 몸으로 그는 시선을 이동시켰다. 털이 무성한데다 여성의 그것처럼 굵게 부어올라 있어 뭉텅이로 잡히는 젖가슴을 그는 왼 손으로 만졌다. 유두는 비교적 밝은 분홍색이었다. 저의 나신에서 나름의 매력이라고 느끼는 부분을 그는 왼손 검지로 문질러댔다. 그러면서도 치카치카하는 소리의 균등한 반복성은 잃지 않았다. 계속 시야를 내리면서 그는 방금 주목했던 뱃살을 지나쳐, 음모로 무성한 성기를 보았다. 왼손으로 그는 음모를 헤치고 성기를 쥐었다. 포경을 하지 않은 굉장히 조그마한 성기. 그는 그것이 마치 귀여운 인형이라도 되는 듯 손으로 조몰락댔다.

온수를 조금 더 세게 틀어놓았다. 물은 이미 뜨겁게 바뀌어 있었다. 욕실 안은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와, 그의 양치 소리로 가득 매워져 시끄러웠다. 그는 그 소리의 틈새로 자신의 신음성을 섞어냈다. 으아, 아아아아. 그리고 쉬고 있는 왼 손으로 그의 두툼한 젖가슴을 만져댔다. 그의 칫솔이 이를 닦는 균등한 속도를 잃어가고 있었다.

성기는 잘 세워지지 않았다. 그는 상상을 시작했다. 같은 반에 있는 여자 C양. 방학 이후 본 적이 없어서 잘 생각나지는 않지만, 여자는 분명 상당히 섹시했다. 가슴만 해도 반에서 제일 크게 두드러진 것을 겉보기로도 쉽게 판단할 수 있었으며, 허리에 깊숙이 들어간 굴곡과 라인이 깊게 튀어나온 엉덩이가 더욱 매력적인 여자였다. 다만 얼굴은 얼짱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는 정도였는데, 그는 그의 머릿속에서 C양의 얼굴과 Fate/staynight의 세이버를 합성했다.

오빠, 벗겨줘.

그는 머릿속에서 교복을 입은 C양을 하나하나 벗겨나갔다. 마이를 벗기고 그는 몸을 C양에게 바짝 밀착시켰다. C양의 콧김이 그의 목 언저리에 닿는 느낌이 온몸에 소름을 불러일으켰다. 가슴과 가슴을 밀착시키자 물컹한 느낌이 온 몸에 자극되었고, 그 때부터 그의 조그마한 성기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입으로 계속해서 조그마한 신음성을 냈다. 밖에 있는 엄마가 듣지 못하도록 아주 조그마한 신음성을. 끄으으으. 아아아.

근데 왜 내가 C양의 오빠지. 동갑인데, 이상하네. 그는 0.5초 정도의 의문을 품다가 C양의 교복 조끼를 벗기고, 새하얀 블라우스를 벗겼다. F컵은 될 법 한 C양의 브래지어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으음, 오빠. 얼른, 얼른.

얼른 뭐, 직접 말을 해 봐.

그는 상상 속에서 C양을 골리고 있었다. C양의 신음성이 점차로 달아오르고 있었고 그는 자신의 성기를 매만지며 그것을 즐겼다.

아아, 오빠.

오빠 뭐, 헤헤 말을 해보라니까.

오빠 나빠. 얼른, 얼른.


그는 막 그의 손을 C의 봉긋한 가슴으로 가져다 대려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었다. 매만지던 성기에서 정액이 팍 분출되었다. 아직 다 서지도 않았는데, 그는 투덜댔다. 손이 진득했다. 익숙한 조루증이었다.


물에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고, 아랫도리를 머리를 닦은 수건으로 감쌌다. 얇고 흰 수건에는 검은 음모의 실루엣이 비쳤다. 그는 물기가 아직 마르지 않은 몸을 옮겨 욕실의 문을 열었다. 그의 어머니는 혼자 귤을 까먹으면서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를 보고 있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아직도 청소년 성생활에 대해 강연 중이었다. 펀드나 부동산을 소재로 다룬 게 아니라, 그의 어머니는 그다지 큰 관심은 없는 듯싶었다.

“니방에 옷 갔다 놨어. 입어라.”

“오키.”

그는 그의 방으로 들어갔다. 트리플 엑스 라지는 될 듯한 그의 굵은 트렁크 팬티와 300사이즈는 넘어 보이는 양말이 방에 놓여 있었다. 그는 팬티와 양말을 입고, 바지로는 블랙 톤의 리바이스 짝퉁 청바지를 입었으며, 윗옷으로는 진월담월희의 두 메이드 코하쿠와 아스하가 새겨져 있는 셔츠를 착용했다. 거울을 보면서 그는 자신의 패션 스타일이 진정한 아방가르드함의 추구라고 여겼다. 패션쇼에서처럼 혼자서 앞뒤로 워킹을 하다가, 그는 몸을 살짝 돌렸다. 팬티가 흘러나온 정액 탓에 조금 축축한 것만 제외하면 상쾌한 기분으로 그는 집을 나섰다.

겨울은 겨울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시린 냉기가 그의 온몸을 뒤덮었다. 우어어, 춥다. 그는 그의 어머니에게 “문에 붙여놓은 문풍지 밟지 말랬지!”라는 외침을 들으면서 아파트 현관을 넘었다. 이틀 쯤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모양이었다. 복도 난간 위에도 눈이 쌓여 있었고, 4층까지 긴 팔을 뻗은 앙상한 나뭇가지에도 눈이 드문드문 쌓여 있었다. 아래의 주차장 쪽에는 녹지 않은 눈들이 차들을 뒤덮고 있었다. 벤츠가 한 대 보였다. 동네에서는 유명한 차였다. 그의 옆집의 옆집의 옆집의 옆집쯤에 사는 사십대 제비 아저씨가 산 차였는데, 지금은 도망치고 없는 그의 옛 아내가 나불거리고 다닌 말로는 폐차장에서 산 고물 차를 손보고 유지하느라 들어간 비용이 훨씬 많다고 했다. 카드 빛이 얼마일까,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피식 비웃고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 그가 정모에 참석하는 카페는 환상소설을 다루는 문학 카페였다. 그는 자신만만했다. 적어도 회원수가 천 명 남짓한 그 카페에서만큼은 그 자신이 최고의 필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누가 그처럼 해박하겠으며, 누가 그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그는 그렇게 자신을 추켜세웠으나 자만에 빠지진 않았다. 그가 물론 대단한 문사(文士)이긴 했으나, 회원수는 많은 편이 아니더라도 활동률이 엄청난 그 카페에서는 그 말고도 대단한 필력을 가진 성인들이 많기도 했다. 고수(高手)를 뽑는 데에 제일 먼저 그의 머릿속을 스친 두 사람은, 초코케이크와 서울백작. 초코케이크는 비교적 유치한 필명을 쓰는 놈이었는데, 카페에서 가장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가 한번 소설을 올렸다 하면 댓글이 오십 개 이상 달리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는 그가 쓴 소설의 어떤 면이 인기를 끄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가 보기에 초코케이크가 쓰는 소설은 뻔 한 양산형 소설이었다. 물론 그것만은 아니었다. 나름의 놀라운 묘사가 드문드문 눈에 띄기도 했으며, 캐릭터성으로 따지자면야 충분한 질을 지닌 소설이었다. 하지만 캐릭터에 의존하는 게 소위 양판소, 양산형 판타지 소설이 아니고 뭐겠는가.

그는 옹알거리며 지하철에 탑승했다. 혜화역 대학로 민들레영토에서 모이기로 했으니, 한 스무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다. 그리 멀진 않았다. 출근 시간은 비켜간지라 지하철에 그리 많은 사람이 있지는 않았다. 그는 편안하게 앉은 채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폈다. 나스 기노코의 작품이었는데, 그는 나스 기노코 예찬론자였다. 나스 기노코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은 게 사실이었지만 그 사람의 문장은 진실로 그가 보아왔던 어떤 문장보다 아름다웠으며, 그의 소설 속 인물은 하나하나가 생동감 있게 자리를 차지하고 움직이고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더군다나 소설의 끝에서 느껴지는 짠한 여운. 환상소설이 지닐 수 있는 극치였다. 마치 12월 31일의 일몰을 바닷가에서 보는 것 같은 느낌. 일출이 아니라 일몰이었다. 다시는 볼 수 없을 그 해의 마지막 태양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나스 기노코의 소설의 끝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나스 기노코에게 매료되어가고 있었다.


혜화역에 도착해서 그는 핸드폰 폴더를 열었다. 010 3759 3862, 카페 매니저의 전화번호를 누른 후 그는 컬러링을 들었다. 아나타가이타모리, 당신이 있던 숲, 페이트의 엔딩 곡이었다. 음악을 흥얼거리고 있는데 얼마 안 되어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십니까. 카페에서 딜도의 낭만이라는 닉네임 쓰는 사람이올시다.”

“아아, 딜낭님. 반갑습니다. 지금 어디쯤 오셨나요?”

“여기 혜화역인데 방송통신대 앞에서 집결한다고 하셨습니까. 그게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말입니다.”

“혜화역 출구로 가겠습니다. 거기가 몇 번 출구죠?”


2

얼마 안 돼 그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했다. 민들레영토 안이었다. 이미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매니저의 호의로 민들레영토와 저녁식사, 식사 후의 노래방 까지를 오천원만 지불하고 모두 거칠 수 있었다. 고등학생이라는 이유였다.

정모에 참가한 인원의 대부분은 고등학생이었다. 스무 명 정도 모였는데, 대학생이 두 명 있었고, 매니저를 포함한 성인이 두 명이었고, 중학생이 서너명 되는 듯 싶었다. 나머지는 모두 고등학생.

매니저는 민들레영토에서 그를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딜낭님이셔요.” 꽤나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른 회원들이 그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위대한 나스 기노코님의 사도 딜도의 낭만이 왔습니다.”

어딘가에서 중학생 한 명과 대학생 한 명이 소근거렸다. 그는 헛기침을 하면서 카페 매니저에게 다른 사람들의 소개를 부탁했다. 매니저는 차례로 돌아가면서 사람들을 하나씩 소개해 나갔다.

“이쪽의 학생분들은 라슈릴님, 소진님, 엘프의 혼님, 컵라면삼십년님, 그리고 그 분 친구 신라면삼십년님이시구요. 저기 계신 분은 지금 서울산업대 문창과 다니시는 필세계님이십니다.”

“어이구, 반갑습니다. 제가 서울산업대 문창 지망하거든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는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밀었다. 체크무늬의 트렌치코트를 입은 여대생 필세계는 그가 입은 옷을 힐끗 보더니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카페에서 필세계는 주로 순문학을 써 댔는데, 사실 그의 관심 분야는 아니었다. 필세계라는 사람은 카페 정모에 참가한 여자들 중에서 제일 예쁘게 생겼다. 아침에 마스터베이션의 상대가 된 C양의 얼굴이 필세계와 비슷했을 것이다. 그는 다시한번 아랫도리가 팽창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필세계 역시 가슴이 큰 것을 코트 위의 부피로 쉽게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 매니저는 여러 사람을 더 소개해 나갔다.

“저 분이 초코케이크님이십니다. 카페의 전설이시죠. 헤헤.”

그는 평소 안좋게 생각해 온 초코케이크에게 별 관심이 없었다. 그는 남자였는데 대학생으로 보였다. 잘 생긴 것 까진 아니지만 어디가서 훈남 소리 듣게 생기긴 했다.

“그리고 저 분은 서울백작님.”

초코케이크의 바로 옆에 앉은 사람은 서울백작이었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였다. 더군다나 엄청나게 예뻤다. 굳이 설명하자면 임수정을 닮았을까. 서울백작은 그가 카페에서 가장 큰 호감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주로 단편 판타지를 썼으며, 나스 기노코의 필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긴 했지만 깔끔하고 맛깔나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그녀는 카페 비평단장이었는데, 많은 비평을 하지 않으면서도 했다 하면 살벌하게 글을 벗겨대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었다. 그의 단편소설 한 개도 서울백작의 비평 대상이 되었었는데, 열 두 개의 오류를 늘어놓으면서 좔좔좔 까대는 모습이 어찌 그리 멋있었는지, 그는 그 때를 회상했다. 그는 서울백작의 비평에 자신의 항변을 줄줄줄 늘어놓았었으며, 서울백작과 약간의 논쟁을 거친 후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나 소위 ‘발려지다’라는 말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엄청났다. 자신의 모든 밑천을 서울백작은 줄줄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서울백작은 나스 기노코에 대해 그리 큰 호감을 갖지 않은 것도 같았다. 그는 그 모든 게 오히려 좋았다.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존재라는 데에 환희를 느끼는 것이었따. 그리고 그는 서울백작을 나스 기노코의 신봉자로 만들 작정이었다.

그러나 민들레영토에서의 시간은 아무런 득이 없었다. 그가 관심을 갖지 않은 중고등학생들의 잡다한 얘기만 난무했고, 매니저가 그 대화를 주도했다. 한쪽에서는 초코케이크와 서울백작이 저들끼리 소곤거렸으며 필세계가 그 중간에서 뭐라고 거들었다. 그는 그 사이에 끼어보려는 생각도 했으나 그네들이 대화하는 관심사는 그 자신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들은 주로 성석제라던가 한강이라던가 김승옥이라던가 하는 그가 읽지 않은 작가들에 대해서 얘기했는데, 대화 내용은 대체로 고리타분해 보였다. 중간에 가끔 이영도라던가 이우혁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는 그 때만 끼어서 ‘이영도는 우리 문학의 망신이다. 어떻게 그같이 무능한 문장력을 지닌 인간이 판타지 문학의 거두로 올라설 수 있었는지 납득할 수 없다. 일단 그의 소설은 재미가 없잖나.’라고 주장했으며, 이우혁에 대해서는 ‘해박한 것 빼고 말할 게 없는 놈.’이라고 평했다.


민들레영토에서 세 시간을 때우고 나간 뒤, 그들은 근처의 식당에 들어갔다. 저녁을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고 시간대로 따지면야 차라리 점심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앉아서 계속 얘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일념으로 그들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규모가 크지 않은 곳이었는데 이, 삼천원 대에 오므라이스라던가 라면, 비빔밥, 볶음밥 같은 것을 팔고 있었다. 그는 아무도 주문하지 않은 라면을 주문했다.

어차피 오천원 낸 거에서 추가부담 없는 음식값인데 왜 제일 싼 라면을 주문하냐는 누군가의 물음에는, 본좌급은 어디에 가든 면식 말고는 입에 대지 않는다는 말로 대답했다. 모두가 짧게 웃었다.

식사중에 그는 필세계의 옆에 우연히 앉게 되었는데, 밥을 먹던 중에 그녀는 그에게 말꼬리를 올려가며 소근댔다.

“꽤 잘생겼네? 아까 이영도나 이우혁 말할 때 나도 반의 반쯤은 동의했음.”

“어이쿠, 그렇습니까? 이거 비슷한 문학관을 가진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아니 비슷하진 않나요.”

“응, 그렇지. 반말해도 되지, 당연히?”

“예, 물론입니다.”

“헤헤, 너 좀 귀엽다. 카페에 써놓은 글 보니까 딱 봐도 나스 기노코 빠돌이로 보이는데, 맞냐?”

“헉, 어떻게.”

“몰라 묻냐. 길가던 인간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뽑아 마시는걸 갖다가 식품의약학의 마법치환적 상관관계라 주장하는 새끼가 나스 기노코 빠돌이가 아니면 뭐냐. 서울산업대 문창 물었지? 한 가지만 조언할게. 설산 문창 면접때 대머리 교수들이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을 거거든? 제발 나스 기노코라고 대답하지만 마라. 실기에 글 쓸 때도 궤변 늘어놓지 말고.”

“당연하죠. 원래 우리 문학계는 보수적이라 전위적 방법의 문학가나 일문학가를 좋아하지 않더군요.”

“빙신, 박민규가 욕먹냐. 문학동네를 싫어하는 문학가가 얼마나 되냐. 전위적인것과 지랄은 다른거다.”

“예? 그게 누구고 문학동네는 또 뭡니까?”

“됐다, 아가야.”

그는 필세계의 막나가는듯한 말투에 빈정이 상해 있으면서도,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흥미를 느꼈다.

그는 제일 먼저 식사를 마쳤다. 그가 먹는 속도가 빠른 탓도 있었지만 라면이 가장 양이 적은 음식인 까닭이기도 했을 것이다. 옆에 앉아 있는 필세계는 천천히 음식을 삼키면서 계속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 손 크네?”

“네?”

“손좀 줘봐.”

필세계는 자신의 조그만 손과 그의 손을 비교하면서 감탄을 내질렀다. 필세계의 체구는 작은 편이었다. 키는 백육십대가 되지 않아 보였고, 얼굴이나 손등 몸 구석구석 작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랬기에 필세계의 유독 큰 가슴은 그의 조그마한 성기를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었다. 침을 삼키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려 애씀에도 목울대는 계속해서 꿀꺽였다.

“새끼, 아까 하던 얘기나 계속하자. 너 이영도 소설 뭐 읽어봤어?”

“네?”

“이영도 뭐 읽어봤냐고, 새끼야.”

“아, 저 드래곤 라자랑 피마새 정도 읽었습니다만.”

“새끼가, 피마새 읽고 나서도 그딴 개소리가 나오냐? 솔직히 말해서 드래곤 라자는 개념 갖춘 척 쓴 개지랄 소설이야. 양판소의 시발점이지. 근데 피마새는 아니지 않냐? 솔직히 피마새의 무개념함을 니가 어디까지 늘어놓을 수 있는데?”

“피마새의 구성력이나 캐릭터라이즈같은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피마새의 구성과 세계관이 탄탄함에는 이의를 달고 싶지 않으나 문장에서 기교가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문장이 예뻐야 일단 읽는 맛이 나지 않나요?”

“존나 난잡한 문장이 기교가 많고 이쁜 문장이냐? 나스 기노코의 병신같은 문장이?”

“말씀이 심하시군요.”

“일단 독자에게 난독증이 뭔지 몸소 깨닫게 해주는 문장이 좋은 문장이냔 말야. 문장은 하나하나가 주제를 향해 일치의 방향으로 달려야 하는게 정석이거든? 근데 나스 기노코는 존나게 흐려대지 않아? 말하고자 하는게 완전히 없어지잖아. 그딴 문장 읽고 히히덕, 히히덕, 아름답다, 아름답다, 하는게 동방신기 음악듣고 이게 진정한 아카펠라다 하고 소리치는거랑 무슨 차이냐?”

“취향과 다양성의 문제 아닙니까?”

“독자와의 소통의 문제다. 이건 누가 뭐래도 작가가 갖춰야 할 기본이고 의무다, 새끼야.”

“전 나스 기노코를 읽고 나서 충분한 소통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요?”

“뭘 느꼈는데?”

“네?”

필세계는 조금씩 격양되고 있었다. 서울백작과 초코케이크가 그와 필세계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여고생 서울백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필세계님 말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전 나스 기노코의 소설을 읽고 아무런 메시지를 얻지 못했거든요. 그냥 재미와 감동요? 귀여니의 소설에서도 감동은 있잖아요.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감동을 이끌어내냐죠. 어떤 사람들에게 나스 기노코의 소설이 매력적일 수는 있고, 그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자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나스 기노코의 소설은 귀여니 소설과 동급 이상으로 치부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 말에 항변한 것은 초코케이크였다.

“그렇지만 귀여니는 비판받는 명백한 근거가 있잖아요. 소설에서 사용되는 기호로 유착되어 왔던 언어를 탈피했으니까, 그 사람의 소설이 글일지는 몰라도 소설의 자격을 얻긴 힘들다, 뭐 이런 논리도 있고요. 나스 기노코는 뭐가 문제죠? 하나의 글 취향이라고 봐요. 일종의 실험정신이라고 평가될 수도 있는 거구요. 실험소설이었다면 분명 성공한 실험이고요.”

대화는 초코케이크와 서울백작에게 넘어가 있었고, 그는 멀뚱하게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필세계는 다시 조용해진 그의 팔짱을 꼈다.

“아음, 누나 좀 잔다. 말리지 마라.”

그는 자신의 팔에 필세계의 커다란 가슴이 닿자 움찔했다. 필세계는 그의 어깨에 기댄 체, 은근히 손을 뻗쳐 그의 허벅지를 문지르고 있었다. 그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머리털과 눈썹털부터 목털, 있지도 않은 가슴털, 겨드랑이털, 음모의 털까지 한꺼번에 춤추듯 곤두선 느낌이었다.

“음냐, 살 부드럽네. 새끼, 역시 오덕후라 비계가 많구나. 닉네임도 딜도의 낭만이더만. 뭘 아네 이새끼가.”

필세계의 손이 그의 허벅지로부터 무릎, 다시 무릎을 문지르다가 허벅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려 할 때 갑자기 매니저가 소리를 질렀다.

“이제 다들 일어나서 가죠. 다음은 노래방으로, 어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자, 필세계는 그에게 눈을 찡긋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동안 멍하게 그의 몸에서 떨어져 있던 정신을 다시 부여잡고 그는 자리를 털었다. 조금만 더 손이 깊이 들어갔다면 그대로 싸버렸을지도 몰라,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뒤에서 여고생 서울백작과 훈남 대학생 초코케이크는 계속 나스 기노코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그는 추운 거리를 걸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필세계는 계속 그의 옆에 붙어 다녔다.


3

노래방에서 카페 매니저가 잡은 방은 세 개였다. 스무 명이나 되는 대 인원이 들어가려면 두 방 갖고도 모자라다고 판단한 이유일 것이다. 필세계는 그를 끌고 왼 쪽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서울백작과 초코케이크가 왔고, 중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 중고등학생들은 대개 매니저를 따라 오른쪽 방으로 갔고, 이쪽 방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주로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고 나니 애초의 예상과는 달리 방 하나가 완전히 비어버렸다. 애초의 세 방중 두 방만 쓰이게 된 것이다. 매니저가 방이 좁으면 옆 방으로 가라고 말하면서 그와 필세계가 있는 방에서 공지했다. 필세계는 그 말이 끝나자 갑자기 일어나더니 매니저에게 말했다.

“저랑 딜낭이가 갈게요. 딴분들 들이지 말도록 하세염! 둘만의 낭만을 즐기게. 푸히.”

방 안의 모두가 웃었고, “우오오오, 열심히 해 봐.”라며 그와 필세계를 응원했다. 매니저는 절대 누구도 접근시키지 않겠다면서 장난스럽게 호언했다. 그는 알딸딸한 표정으로 필세계의 손에 이끌려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갔다.


방은 퀴퀴했다. 아직 노래를 틀지 않은 조그마한 방은 적당히 어둑했고, 노래방 기기 액정에는 60분이라는 시간만 떠 있었다. 그는 심장이 조금씩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필세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우리 둘만의 시간이네, 푸히.”

“아, 네? 네…….”

“노래 불러.”

“네? 네.”

그는 책을 뒤적거리다가 뭔가를 선곡했다. 페이트 스테이나이트 마지막회의 엔딩인 키미토노아시타, 너와의 내일이었다. 구우세엔쟈나이, 후타리데에아엣타노와, 즈읏토마에카라 키마앗테에타 운메이ㅡ

그는 그렇게 소리내서 읽었다. 자리에서 서서 데면데면한 투로 몸을 흔드는 그에게 필세계는 조소를 보냈다.

“그게 뭐냐! 좀 더 빡시게 불러봐라.”

미치와, 스스무 타비니 토오쿠나루, 다케도 아루쿠요, 코노마마ㅡ 와타시니와 미에루 키미토노 아시타가 키미니모 와카루요 이츠닷테ㅡ소오 카나라즈 마모루요 야쿠소쿠 시타카라.

“워어!”

필세계가 박수를 보냈다. 그는 노래를 모두 마치고 나서 힘없이 터덜터덜 앉았다.

“근데 그 일음좀 안 부르면 안돼냐? 둘만 있는데 좀 로맨틱한걸로 가자구, 응?”

“아? 예…….”

필세계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음 곡의 시작 버튼을 눌렀다. 러브홀릭, 인형의 꿈.

“우와, 너무 간드러지는거 부르는거 아니신가요?”

“뭐 어때. 잘 들어라.”

그댄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 있는데.

“좀 부르시는군요.”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수 있을텐데.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

방의 조명이 돌아가고 있었다. 분위기는 점점 어둑해져갔고, 문득 그는 공기가 눅진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필세계의 노래는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었다. 농도가 진한 발라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노래는 대단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그 노래에 전율했다.

한걸음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가사가 나오는 TV 비디오의 화면이 바뀌었다. 윈드서핑을 하는 비키니 여자의 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간주가 흐르는 동안 필세계는 피식 웃으며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죽이는데?”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작은 인형처럼 그대만을 향해 있는 나. 한걸음 뒤엔 항상 내가 있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 볼 수 없나요. 우워어ㅡ 나를 바라보면 내게 손짓하면 언제나 사랑할텐데.


노래의 클라이맥스에서 필세계는 점점 그를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그는 필세계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TV로 눈을 돌렸다. TV에선 여전히 비키니를 입은 여자가 윈드서핑하는 모습을 몸 하나하나를 비추며 조명하고 있었다. 그의 시야가 필세계의 그림자에 가려져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침을 삼키고 있으며, 쿵쾅거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필세계의 숨소리가 그의 목 언저리에 닿고 있었다.

“왜 그래? 부끄러워? 야겜이나 야동은 더럽게 많이 본 것 처럼 보이는데?”

“하하, 뭘 하시려구요…….”

“존나 순진한 척 하네.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 들어왔나?”


인형의 꿈의 반주가 끝났다. 필세계는 노래방 리모콘으로 새 곡을 시작시켰다. 전혜빈의 2am이 노래방 곳곳에 달린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코러스가 온(on)되어있는 탓인지 중간중간에 전혜빈의 끈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그는 누워버렸다. 그는 고개를 외면했다.

“새끼, 닉네임도 딜도의 낭만인 새끼가 겨우 이 정도에 내숭이냐? 너 혹시 처음인건 아니지?”

“네? 처음인데요.”

“구라 그만 까라. 몇 번이나 했냐?”

그는 주저하며 대답했다.

“진짠데.”

“푸하, 진짜? 이따가 얼마나 잘 박아대나 보자.” 

그는 대답을 않고 침만 삼켰다. 필세계가 그의 배 위에 올라앉아 자켓을 벗어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후렴구의 가장 야릇한 멜로디를 재생시키고 있었다. 필세계는 짙은 녹색의 셔츠도 벗어던졌다. 그는 계속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시야 끄트머리에 필세계의 브래지어가 보였다. 뽕이 들어간 꽃무늬, 라니.

필세계가 그의 바지를 벗겨가기 시작했다. 청바지의 지퍼가 풀려졌고, 그의 성기가 잔뜩 발기되어 트렁크 팬티 위로 불쑥 솟아올라 있었다. 필세계는 그의 속옷마저 벗겼고, 음모를 만져댔다.

“씻고 나왔지? 깨끗하냐?”

“네? 네……. 뭘 하시려고…….”

“몰라 묻냐. 펠라치오 싫어?”

필세계가 막 그의 성기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그는 터뜨려 버리고 말았다.

“씨팔.”

필세계는 휴지를 가방에서 꺼내 얼굴에 튄 것을 닦았다.


4

노래방의 세 번째 룸에서 그와 필세계가 빠져나온 후에, 바톤을 터치한 것은, 초코케이크와 서울백작이었다. 그네들은 나스 기노코의 소설에 대한 토론을 어정쩡하게 이으면서 “집중해서 토론을 해야겠다.”라고 말하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 뒤에 둘이 들어간 방에서는 누구도 노래를 부르지 않는 듯, 비어 있는 노래의 반주소리만 울려퍼졌고, 매니저가 중간에 들러 그들에 대해 말한 바로는 “한창 즐겁게 낭만을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필세계는 그 방에 있었던 유일한 중학생인 라슈릴이라는 아이를 꼬드기기 시작하더니, 결국 초코케이크와 서울백작이 나온 뒤 아무도 없는 방으로 그를 데리고 들어가 버렸다. 노래는 두 시간 반이 넘게 계속되었다.


5

피곤했던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 마자, 당장 자리에 누워버렸다. 잠으로 밤을 지내고 나서 컴퓨터를 켰고, 카페에 들어가자 굉장한 수의 후기가 올라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가장 먼저 눈에 띈 필세계의 후기를 읽었다.



……해서 민들레영토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많은 분들을 만났어요. 카페 분들 참 좋으시더라구요. 이영도나 이우혁 문학에 대한 얘기도 했구요, 한강님의 필체에 대해서도 얘기했었고요. 초코케이크님은 성석제님을 좋아한다 하셨고, 서울백작님은 김훈이 좋다고 하셨어요. 김훈은 책임감있는 문학을 한다던가요. 저도 거기에 대해서는 공감해요. 그의 작품을 읽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되거든요.

식당에서는 어쩌다가 딜도의 낭만님과 나스 기노코에 대한 애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그 얘기가 번져서 서울백작님과 초코케이크님까지 함께하게 되었어요. 저는 나스 기노코에 대해 별로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서울백작님도 그러시더라구요. 초코케이크님과 딜도의 낭만님은 나스 기노코의 문학에 대해 비교적 호감을 가지고 있으셨구요.

저와 딜도의 낭만님은 밥먹느라 얘기에서 빠지게 되었는데, 결국 우리가 시작한 이야기가 서울백작님과 초코케이크님에게로 번져서 그 두 분의 토론 주제가 되어버린 거죠. 우린 잡다한 농담이나 하면서 노래방으로 향했고, 전 딜도의 낭만님을 끌고 비어 있는 방으로 들어갔지요. 딜도의 낭만님 노래가 듣고싶더라구요. 그래서 들어봤는데, 에에, 별로 잘 하시지는 못하시던데요? 푸히. …… 라슈릴님 노래도 개인적으로 들어봤는데 이분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요. 뿅 갔다니까요, 완전. 바이브레이션이 오돌돌돌 덜덜덜 떨린다고 해야 하나요. 푸히, 노래방에 박힌 스피커들이 완전히 온몸을 뒤흔들더라구요. 제 몸 속 깊숙한 곳 까지 와서 폭발하는 느낌요. 라슈릴님 정말 잘하시던데요? …… 여하튼 그래서 저희는 혜화역에서 헤어졌구요. 이번에 참 즐거웠던 정모인 것 같습니다…….


그는 설명하기 어려운 해괴한 표정으로 다른 후기, 초코케이크가 쓴 것을 클릭했다.


……그래서 노래방에 가게 됐고, 저와 서울백작님이 같이 빈 방에 들어갔어요. 서울백작님은 여고생이셨는데 노래부터 다른 모든게 정말 매력적인 분이셨어요. 그리고 그분이랑 노래부르고 나스 기노코 문학 얘기 계속 하다가, 밖으로 나와서 혜화역에서 그분과 헤어지게 됐죠. 다음에 또 개인적인 만남도 갖기로 했구요. 푸하하! 그 후에 어른들만 남아서 술을 마셨고, 2차로 또 노래방에 갔어요. 후후. 굉장히 즐거웠다는, 갔던 분들은 다 아시죠?……


그렇구나. 


그는 카페 채팅방에 들어갔다.

채팅방은 한창 이영도 소설 피를 마시는 새에 대한 이야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그는 그 이야기에 껴서 이영도의 문체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다시 설파하기 시작했다.

 

 

==============================

 

음음, 나스 기노코 수정했어요~근데 이분 남자셨 ㅜㅜ;;

 

 

PS. 예, 리얼리티는 -1- 부분에만 있습니다.

............... 나름 실제 반영이지만

저 이정도로 변태 아녜여??? 넴???????젲발 그냥 올리지 말걸 그랬어 ㅜㅜㅜ

 

 

맛귀 님의 말:
리얼리티가 하나도 없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레몬섬] I have a sweet tooth님의 말:
1은 졸래 리얼하다고 생각했어

[라에드] 나의 빛과 소금 홍철님님의 말:
ㅇㅇ 나두
맛귀 님의 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몬섬] I have a sweet tooth님의 말:
귀맛이다 이건 ^_^ 이라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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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2024년 3월 월 장원 발표

[글틴 소설&수필 게시판 멘토 박서련 작가님이 전달합니다.] 소설 게시판을 찾아주시는 글티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3월… 많이 힘드셨죠! 새학기 증후군이라고 할까요, 평소보다 작품 응모량이 다소 적게 느껴져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글티너들이 작품활동을 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구나 싶은 마음이요. 그럼에도 3월의 소설 게시판을 지켜주신 글티너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소설 쓰는 게 얼마나 좋으면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도 소설을 올려주실까, 여러분의 열정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응모 편수는 많지 않았지만 모두 있는 힘껏 쓴 흔적이 생생한 작품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달 월장원 후보작으로 고려한 작품은 우태님의 , 레니님의 두 편인데요, 많은 고심이 있었습니다만 3월에는 월장원을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우태님의 의 경우 이미 클리셰가 되어버린 변신-벌레 모티프를 능수능란하고 사캐스틱한(‘비꼬는’이라 번역하는 것만으로는 옮기기 힘든 뉘앙스가 있어서 부득이하게 외국어를…) 문장 운용을 통해 개성적으로 살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이 갔어요. 장면마다 인상깊은 사유를 남기며 오랫동안 곱씹게 하는 매력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이 인상적인 장면들의 연쇄가 사건성, 서사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개개의 장면들로 남는듯한 점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레니님의 는 성숙하고 세련된 분위기 형성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사라진 저수지를 탐사하러 온 이인조 다큐멘터리 팀이 받아들이는/받아들여야 하는 진실의 무게가 차분하게 그려져가는 기획이 뚜렷해 좋았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지금의 구조와 분량은 작가가 그리고자 한 기획의 밑그림에 그친 듯합니다. 퇴고로 고칠 수 있을 듯한 사소한 실수들도 아쉬움을 남기고요. 월장원에 선정되거나 그렇지 못하는 것은 모두 한끗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월장원이 있는 여느 달에도, 월장원이 없는 이번 달에도 그건 그대로예요. 좋은 작품과 좋다고 말하기 어려운 작품의 차이도 몇 문단, 몇 문장, 심지어는 몇 단어에 불과할지도 몰라요. 결국은 쓰는 것만큼 고치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이번달에는 월장원을 선정하지 못했지만, 3월 소설 게시판을 빛내준 여러 글티너들에게 사랑과 응원, 감사를 보냅니다. 계속해서 읽고 쓰는 힘을 잃지 않기를, 그래서 다음달 다음다음달에는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마주하기를 기원합니다. (월장원을 선정 못한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서인지 자꾸 말이 길어지네요…!) 변덕스러운 날씨에 건강 상하지 않기를 바라요. 다가오는 체육대회, 현장학습(요즘도 소풍을 이렇게 부르나요?) 등등도 즐거운 경험이 되기를, 중간고사도 글티너 여러분의 의지를 꺾지는 못하기를…! 다음달에 저는 수필 게시판에서 뵙겠습니다. 총총.

  • 관리자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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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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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게시판을 찾아주시는 글티너 여러분 안녕하세요, 박서련입니다. 1월 소설 월장원 소식을 전하러 왔습니다. 저는 지난 한해 수필 게시판을 담당했는데요, 올해부터는 짝수달마다 소설 게시판에도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오래 전 글틴에서 글티너로 활동할 때 (라떼썰이 됩니다만) 주 서식지도 소설 게시판이었던지라 돌아오게(?) 되어서 기쁘네요. 각설하고 1월에 주목했던 월장원 후보작들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금안백 떼뭄 백산화 이중 금안백님의 와 백산화님의 를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화자가 같은 고시원 인부 아저씨들과 인연을 맺으며 겪은 일을 그려낸 작품입니다. 설득력 있는 인물 설정이 서사의 갈등을 흥미롭게 조성해 읽는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전개가 빠르고 가벼우면서도 빈틈이 없습니다. 무게는 절반이지만 강도는 더 높은 신소재 철강 같은 느낌이랄까요? 아쉬운 점을 꼽자면, 빠르고 효과적인 전개를 위해서인지 전형적인 설정에 기댄 부분이 종종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편의상의 전형성을 채택하면 작품에서 다룬 대상에 대한 독자의 편견이 강화될 위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이 작품은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우려에 대해서도 유념해 주셨으면 합니다. 는 청소년기에 마주친 후 단 한 순간도 놓여날 수 없었던 지독한 사랑과 콤플렉스에 대한 소설입니다. 동경이 욕망이 되고, 욕망은 대상에 대한 사랑인지 소유욕인지 구분되지 않는 성숙한 감정선이 인상적입니다. 화자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어서, 바로 이 소설이 화자의 소설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도 매혹적이고요. 단점은 몇몇 디테일에서 발견됩니다. 가령 8세에 전국 문예 대회에서 우승해 공중파 방송에 출연한 인물 설정 등이 서사의 설득력을 저해합니다. 청소년 저자가 주인공을 성인으로 설정했을 때 종종 발견되는 문제점입니다. (물론 성인 습작생—하물며는 기성작가의 경우에도—역시 디테일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까지 주의를 기울인다면 작품의 시선이 한층 깊이 있게 드러나리라 믿습니다. 1월 월장원 선정이 늦어지다 보니 (저의 불찰입니다…ㅠㅠ) 어느덧 새학기 시작을 앞두게 되었네요. 설레는 1학기의 첫 걸음, 힘차게 디디시기를 소망합니다. 2월에 저는 수필 게시판에서, 소설 게시판에서는 다시 김병운 멘토님이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관리자
  •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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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헑! 이런 숨막히게 민망한 순간이! .......................

    • 2007-01-19 12:26:4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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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근데 맛귀야.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작가는 나스가 아닌데?

    • 2007-01-19 01:16: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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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
  • 선율

    =_=.....C양 누구야 흙흙

    • 2007-01-18 13:15:28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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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 /1500
  • 익명

    건희 이건 쨉도 안된다 무슨 야설이야 야설은 ㅉㅉ

    • 2007-01-17 17:22:4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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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고치니까 별로 안 심한듯한 느낌이 들어;;

    • 2007-01-17 10:30:2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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