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삐에로의눈물

  • 작성자 옥정
  • 작성일 2007-01-20
  • 조회수 181

 

삐에로의 눈물


“어머, 이게 다 뭐래요?”

“아 이거? 행복백화점 어린이날 기념행사 있잖아 거기서 의뢰받았어”

“뭐라구요? 우린 준비 팀이지 진행 팀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하필이면 삐에로라니”


아버진 삐에로였다. 극단홍보나 하고 놀이공원 행사가 있을 땐 간간히 그곳에 나가 일을 하셨다. 종일 광대로 살다 돌아오는 아버지는 피곤에 절어 충혈된 눈빛과 약간 번져 더욱 우스꽝스러운 분장이었다. 노란 천에 땡땡이 무늬 옷을 그대로 입고 와서는 내 앞에서 다양한 묘기를 보여주는 날도 있었다. 통이 큰 바지 속에서 긴 다리가 벌떡벌떡 일어서며 만드는 커다란 동작과 입이 큰 삐에로의 웃음과 슬픈 눈은 묘한 느낌을 주곤 했다. 열린 창으로 제법 차가워진 바람이 들면 삐에로는 웃기도 울기도 하는 눈을 찡긋 하고는 꽃무늬 커튼으로 마술처럼 세상을 가렸다.


“정혜야 아빠가 삐에로라서 좋아??”

“그럼 당연하지이. 난 우리아빠가 삐에로인게 제일 좋아”


엄마가 대신 작성한 아버지의 직업란에 쓰인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극단종사자’

극단종사자?? 극단종사자 …….이건 내가 알고 있던 아빠의 직업이 아니었다. 조금은 그럴듯해진 아버지의 직업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딱 맞는 말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우나 감독, 그러니까 고상한 연극 쪽으로 생각할 게 분명했다. 난 삐에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가정조사서 종이를 말없이 식탁위에 얹어놓고 다음 날 눈을 뜨면, 언제나 그렇듯 극단종사자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마치 삐에로라는 것이 들켜선 안 되는 어떤 것처럼,,,

난 빨간 볼펜으로 극단종사자 위를 두 줄 세 줄 힘주어 그었다. 그리고는 또박또박  삐에로라는 글씨를 곁에 썼다.


“뭐하려구 굳이 삐에로라고 적어 넣었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아버지 직업 말이야”

“그냥”


마음이 후련했다. 바람이 불어왔다. 창을 닫고 낡은 꽃무늬 커튼을 쳤다.


복도에 가득 메워진 의상상자들을 보며 상념에 젖어있는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선배가 나를 불렀다.

“뭘 그렇게 멀뚱멀뚱 서있는거야 나 좀 도와줘 분장을 해본 적이 있어야지 원,”

그의 얼굴에 나는 익숙한 얼굴을 그리기 시작했다. 갈색라이너로 대충의 윤곽을 그린 뒤 흰색 도란으로 선배의 얼굴을 가려나갔다. 환히 미소 짓는 빨간 입술이며, 시커먼 눈두덩이 까지,,,


하굣길 우연히 간이무대위에 서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바쁜 도시인들의 관심을 끌 기위해 엉덩이도 흔들고 바보스런 제스쳐를 취해 눈길을 끌고자 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무표정이었다. 그와 사람들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하나 흐르고 있는 듯 서로의 소리가 달랐다. 키가 큰 삐에로와 쉬이 자리를 뜨는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나는 불안했다. 나에겐 더없이 화려하고 멋있어 보였던 그가 난 부끄럽지 않다고 나름 자부심까지 느꼈는데, 수없이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선 길 잃은 아이같이 작고 초라해 보였다. 아니 울먹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아버지가 처음으로 나를 울게 했다. 길고 깊던 가을이었다.


행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 가슴을 쿵쿵 흔드는 신나는 음악, 삐에로로 꾸민 이들은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에 들떠 있었다.

“저도 이거 꼭 해야 돼요? 그냥 뒷정리 제가 다 할게요! 저 좀 빼주세요”

“다짜고짜 무슨소리야, 하려면 다해야지 잔말 말고 나 분장 끝나면 너두 이리앉아!”

선배의 분장이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다. 내 얼굴이 흰색도란으로 덮어갈수록 죄책의 무게가 나를 짓눌러갔다.


그 후 아버지를 향한 웃음이나 눈길이 사라졌다. 그저 우스꽝스럽고 초라한 사람에 불과한 나의 아버지, 심지어 조잡스런 물건이나 우스개 표정으로 내 비위를 맞추려드는 모습이 비굴하게도 느껴졌다. 그에 대한 실망은 마치 벽돌 하나가 빠지자 대책 없이 무너지는 담벼락 같았다.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받은 가정조사서는 내밀지도 않고‘행사업체종사자’라든가 ‘이벤트회사 직원’등 양심의 벽을 피할 수 있는 한 피해가며 적어 넣었다. 더 이상 삐에로라는 직업란 칸에서 볼 수 없었다.

또 다시 난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 했던 삐에로의 굴레 속에 스스로 갇혀버린 것이다.

“여보 나 그만뒀어”

“무슨 소리예요?”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까 그만 나가라고 하네 어쩌겠어 허허 나가라면 나가야지 사십 넘은 늙은이가 이짓하는 사실 그렇긴 하잖어 걱정 마 대신 다른 일 하나 구해줬어”

“쫒아 내면서 준 일이 어련하겠어, 당신 이 일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고 했으면서 그만두란다고 그렇게 쉽게 그만두면 어떻게 하냐구,,,”


“아빠! 일 바꿨다며? 이번엔 무슨일해? 이번에도 삐에로 같은 건 아니지?”


그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허탈한 듯한 미소만 지을 뿐,,,


그의 반응 따윈 관심 없었다. 난 너무 좋았다. ‘삐에로만 아니면 되! 그럼 난 이 지긋지긋한 삐에로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야!’라는 생각 뿐 이었다.

“너 어제 아버지한테 버릇없이 태도가 그게 뭐였어? 한 번만 더 그래봐 엄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내가 뭘??”

“너 요즘 아버지한테 하는 태도가 그게 뭐냐구! 옛날에는 그렇게 말 잘 듣고 잘 따르더니 요즘은 너한테 아버지라는 게 있긴 있는 거야.”

“엄마 왜 그래? 옛날은 옛날이구 지금은 지금이야 내가 옛날처럼 사탕 빨고 아빠 퍼포먼스나 보는 그런 어린앤 줄 알아?”

“뭐? 말이면 단줄 알아? 네가 어떻게 아빠한테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어? 네가 딸이야?”

“왜 나한테만 그래? 엄마는 내 입장 생각해준 적있냐구 !”

“암만 니 입장이 중요하다고 해도 그렇지 어른 앞에서 할말 못할 말 다해도 되는 거야?” 

문을 박차고 집을 나오면서 엄마한테까지 그렇게 말했어야 했을까 생각하면서도 아빠에 대해 미안한 마음은 없었다.


이제 난 완전히 그가 되었다. 너무나 무거웠다.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듯 장난을 치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형형색색의 가발을 쓴 서로의 모습을 보며 놀리기도 했다. 지극히 즐거운 그들의 공간 속에서 나도 몸에 맞지 않는 무거운 삐에로 의상을 입고 무지개색 가발을 쓰고 거울을 통해 나를 보고 거울 속에 있는 나는 그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렇게 무거웠구나, 이런걸 입고 힘들게 나와 놀아주었구나,,, 바보같이,,,’



“어얼 씨구씨구 돌아간다아 아이고 언니 오빠! 얼음막걸리 한잔만 드시구 가슈!쉬원~한 것이 맛이 좋당께롱”


“새로 개업한 막걸리 집인가보다 정혜야”

“그러게 말이야 시끄러워 죽겠어 광고도 광고지만 너무 시끄러운 거 아냐?”

“어쩌겠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근데 저 각설이하는 사람들 쪽팔리겠다 그치?”

“그래도 저 사람들 때문에 손님끄는거아냐??”

“야 ! 생각을 해봐 저런 거해서 손님 끌면 다 하게? 맛이 좋아야하는거야”



새로운 막걸리 집 개업으로  각설이의 공연이 이어졌고 그로인해 골목 주위가 시끄러웠다.

“야! 다른 춤 춰봐 다른 춤 !”

언제부터 마셔댔는지 벌써 혓바닥이 고부라질 대로 고부라진 아저씨가 삿대질을 하며 외쳤다.

“아이고~ 형님 와그라십니꺼~~ 취하셨습니데이 ~”

“뭐! 취해?? 이놈의 거지들이 어디서!!”

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한 그는 냅다 양은 주전자를 던졌다. 그러잖아도 땀에 번질거리는 세상이 텁텁한 술내를 뿌렸다. 여장을 하고 똥꼬치마를 입은 각설이의 커다란 젖통이 하나 쑤욱 올라붙었다. 순간 빨간 매니큐어가 선명한 두툼한 손이 주먹을 크게 쥐는 것을 보았다.


“미안혀요 ~ 대신 이집 술맛이 장난이 아니잖소! 막걸리 드시고 화 푸이소오 ~”

음악은 점점 빨라지고 북소리도 자꾸 커졌다.


순간, 우두커니 선 내 가슴 저 깊은 곳이 따끔거렸다. 북소리, 앞에서 흔들어대는 사람들에게 눈을 파느라 미처 보지 못한 곳에 세 명의 각설이가 있었다. 한쪽 바짓가랑이를 둥둥 걷어붙이고 누덕누덕 기운 저고리 고름을 반쯤 풀어헤치고 북을 두드리는 손, 난리법석을 피우던 사내가 여전히 삿대질을 해대자 마치 세상 부수듯 모조리 깰 듯 리듬을 타는 북소리, 아버지였다. 일자 눈썹에 주근깨까지 다닥다닥 열린 저 여자, 아버지였다.

난 그 골목을 황급히 친구와 빠져 나오고 싶었고 그 바람에 넘어질 뻔했는데 그때 난 나의 아버지와 눈이 마주치게 되는 게 아닌가하고 걱정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더 이상 난 아버지를 똑바로 바라 볼 수 없었다. 얼굴이 화끈해지고 코끝이 찡해지긴 했지만 울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동정심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원망스러움도 아닌 알 수 없는 감정이 나를 감싸고돌았다

 


그 후 간단한 형식의 인사라면 모를까 자식과 아버지의 사이간의 깊은 정을 통한 대화는 없었고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난 이벤트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이벤트 회사?”

“아버지 같은 그런 일 아냐 차원이 다른 회사라구”

“허허 그래야지, 애비처럼 똑같은 일할라믄 당연히 반대할라켔지.”

“아버지가 반대하기 전에 내가 그런 일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야”

“그래그래,,, 맞다,, 니말이”

아버지의 반대는 참 이상했다. 그때부터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애비처럼’이란 말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애비처럼 애비처럼.


어느덧, 선배는 나의 왼쪽 눈 밑에 엄지손가락만 한 눈물을 그리고 있었다.

“정혜야 넌 삐에로가 왜 눈물을 그리고 있는 줄 아니??”

“글쎄요”

“삐에로는 옛날 군주들의 시중과 비슷한 직업 이였어, 항상 자신의 군주를 즐겁게 해야 하는 중책을 맡고 있었지, 만약 군주가 삐에로가 질려버리거나 화가 났을 땐 옆에 항상 붙어 다니는 삐에로를 죽여 버렸어. 그래서 그들은 겉으로는 항상 웃고 있으며 화려한 의상을 입고 있지만 자신이 언젠간 죽어버릴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 그래서 삐에로의 내면을 나타내기 위해 눈물을 그리는 거래 하루하루 자신의 죽음을 알 수 없는 나날을 보내면서 겉으론 웃고 있지만 얼마나 불행했을까? 어쩌면 자신의 불행한 모습이 겉으로 드러날까 봐 과장된 웃음을 짓고 있는 입술을 그리고 얼굴을 온통 하얗게 가렸는지도 모르지”



‘아, 또 아버지다……. 아버지…….’

아버지에게 있어서 군주는 바로 나였다. 그의 초라한 모습에 질려 내가 떠난 순간부터 이미 아버지의 삐에로는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죽어버린 것이었다. 나이가 사장이 몰아냈다고 믿었던, 아니 등신같이 평생 분칠하고 뒤뚱거리다 버려진 무능한 삐에로라 믿으며 쌓았던 미움의 방죽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야~ 내 이야기가 너무 감동적 이여서 우는 거야? 아직은 울면 안 되지 우리의 꼬마군주들을 만나러 가야 될 시간이잖아 일어서 어서! 감수성이 이렇게 풍부한 줄을 몰랐는데??”


선배는 장난스럽게 내 어깨를 툭툭 치고는 가버렸다.


이제 10분 뒤면 행사가 시작된다. 나는 삐에로가 되어 어린 군주들을 맞이할 것이다.

옥정
옥정

추천 콘텐츠

매장 ,,,, 그리고 첫 비상

                                        매장 ,,,, 그리고 첫 비상- 하지만, 그날의 그 작은 사건이 내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게 될 줄은 몰랐다. 소위 우리들이 말하는 일진 뚱새의 발을 밟았고 그 날 이후 그야말로 난 찍힌참새가 되어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뭘 그렇게 잘못 했기에, 이렇게 당해야 할까? 내 발 아래서 무릎 꿇고 비는, 힘껏 따귀를 후려갈기고 나에게 굽실거리는 장면들을 떠올려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이상하게도 난 현실 그리고 꿈에서 조차 그들에게 굽실거리고 움츠러든 내 모습을 발견할 뿐이었다. "야 너 지금 학교에 이상한 소문 쫙~ 퍼졌어!" “소문이라니?” 친구는 말하기 만망하다는 듯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서 말해봐!” “그게.. 네가 xx품에 안기고 싶다는…….또,AA랑GG랑HH한테도……. 그랬다고,,,” “뭐?? 걔들이 누구야? 난 걔들 얼굴조차 모른다구!” “물론 네가 그럴 애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어! 힘내 네가 아니면 그만이잖아?!” 그제야 난 나를 향해 왜 ‘더러운 년’이라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소문은 나를 ‘더러운 년’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 아이들은 고소하다는 듯 나를 한번 툭 치고는 지나갔다. ‘상실이 말처럼 나만 아니면 되! 문제 될 거 없어!’ 몇 번씩 맘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난 또다른 세상에 입문했다.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희망으로 가득한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나만 왜 이래야 하는 걸까? 오히려 나를 모르는 곳에서 나에 대한 오해의 딱정이들은 단단히 눌러붙어 떼어내기가 힘들었다. 떼려하면 할수록 지쳐가는 건 나 뿐, 아무도 나의 절망을 알지 못했다.

  • 옥정
  • 2006-12-16
동행

 오늘도 그는 눈을 떴다. 사실, 그는 딸이 세상을 떠난 뒤로 딸의 방 즉 초록색 문으로 가길 꺼려했다. 그 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딸이 기지개를 펴며 방문을 열고 자신에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젠 초록색 문은 금지의 구역이 되어있었다. 그 날따라 유난히도 선명해보이는 초록색문을 애써 외면하려는 그의 의지와는 달리 어느새 그는 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열지마 열게되면 넌 지금보다 더 힘들거라구!’ 울부짖는 그를 뒤로 하고 자신의 내면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자신이 그의 의지를 짓눌렀고 결국은 승리했다. 빛바랜 누런 이불보와 간이 책상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액자는 텅 하니 비어있었다. 사진이 들어갈 자리의 빈칸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딸에게 사랑을 주려하지 않았다. 아니, 주려하면 자꾸 부인의 얼굴이 겹쳐 또다시 분노를 일게 했다.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정상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의 몸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고통스러웠다. 마치 올가미가 서서히 목을 죄여오듯 그의 정신을 죄여오고, 한걸음 한걸음 흙 바닥에서 발을 들어올릴 때마다 마치 쇳덩이를 달아 놓은 듯 떨어지지 않았다. 딸애는 플라로이드를 들고 들뜬 표정으로 발을 굴렀다. “아빠 정말 오랜만인거 같아 ~ 아니 처음인가? 오늘 사진도 많이 찍어! 내가 액자도 사놨거든 ㅎㅎ” 그 때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딸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었으니까, 다시는 오지 못할 것 같은 이곳에 그는 발을 붙이고 서 있다. 그는 사진을 액자 속에 넣기 위해 뒷 주머니에 있는 초록색 액자를 꺼내 들었다. 끼워 넣으려는 찰나에 사진은 건 듯 바람이 불어 에우리디케를 잃어버린 동굴 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순간 그는 그 곳에서 사진을 들고 초록색 문으로 들어가는 딸을 보았다. [주간 지역 소식]

  • 옥정
  • 2006-12-16
마케나이데

  병원에 함께 온 엄마는 차례를 대기 중에 우연히 ‘수련’이라는 작은 책자를 보게 되었고 인생 재역전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었는데 그곳에서 유학생 아줌마의 이야기가 나와 있었다. 다행히 엄마와 우리들의 갈등은 크진 않았지만, 엄마와 아빠와의 갈등이 무척 심했다. “엄마 일하는 거 좋아?” “좋지~” “안 피곤해?” “글쎄 하루 종일 서있어서 많이 피곤하긴 해도 엄마가 직접 디스플레이하는거 보고 옷사가는 사람들 때문에 장사 잘되는거 보면 기분은 좋지” 백화점의 고된 일로 인해 엄마는 늦잠을 자기 일쑤였고 종종 날 늦게 깨워 학교에 지각하는 일도 잦아졌다. 그럴수록 엄마에게 쏘는 화살의 촉은 점점 더 뾰족해져만 갔고, 집안일에 소홀해진 대가로 당연히 그런말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백화점? 얘 난 평생 집안일만 했어! 그래도 우리 영주랑 윤주 대학 잘 보내고 그랬다, 지금 네 서방이랑 딸자식들 챙기기에도 바쁜데 백화점은 무슨 백화점이니! 넌 꼭 네 신랑 혼자 밥차려먹고 출근하게 해야겠니?” “죄송해요 시간이 안 맞다보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엄마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면서 나는 뜻밖의 장면을 보게 되었다. 연신 손님에게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이는 엄마의 모습에 나는 화가 더 치밀어 올라 미칠 것 같았다. “생각해보지 뭐, 엄마, 그리고 마케나이데!” “응?? 마케나이데가 뭐야??” “지지말라구, 힘들어도 내생각하면서 견뎌내고 !!” “그래! 마케나이데!!” 성취하기위해 하루하루 힘있게 나아가고 있다.

  • 옥정
  • 2006-11-17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좋은 냄새가 나는 글이라고 생각했어요. 소설이란 이렇게 솔직하게 써야겠죠, 취재, 문장등의 측면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다만 역시, 능숙함이 많이 없네요;; 자세한 평은 록불선생님의 평을 기다리시고, 권해드리고 싶은건 다독(...) 다른 사람들의 작품이 어떻게 장면을 전환하고,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전개하며, 어떤 방식으로 세련되게 상투성에서 벗어나는지를 관찰해보세요. 마음이 있으니까, (피나는)노력만 곁들여진다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라고 주워들은대로 말했습니다(...)

    • 2007-01-25 00:12:45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