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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소나타

  • 작성자 흡연가
  • 작성일 2007-07-23
  • 조회수 334

 

 

          월광소나타

 

 

 

 

 

 

 

 

 

경기도 ○○시 외곽지역에 위치한 W 가구 공장은 오전 6시부터 기계 돌아가는

소음과 신속하게 움직이는 8개국 50여명의 노동자들의 발소리로 북적북적거렸다

난 그것을 알람삼아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반쯤 감긴 두눈을 비비며 커튼

을 올리고 창밖을 내려보았다. 먼지 낀 방충망 너머 분주한 치나왓이 보였다.

치나왓은 일을 하다 말고 내 시선을 느꼈던 것인지 내방 창문에 눈길을 주었다.

그리곤 나를 향해 손짓하며 싱긋 웃었다. 난 오른 손을 들어 살짝 흔들었다.

치나왓이 다시 고갤 내려 어디론가 달려가자 나도 손을 내리고 커튼을 쳤다.


 

 어지러진 침대 위를 대충 정리하고 터벅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부엌에서 엄마가

분주하게 움직였고 아버진 식탁 앞에 앉아 오늘 자 신문을 구독하셨다. 난 동생

도빈이 옆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도빈인 두꺼운 참고서를 뒤적거리며 아침밥

을 깨작거리다 아버지가 신문을 덥자 자신도 참고서를 치웠다. 어디선가 공장에

서 흘려나오는 매캐한 매연냄새가 스며든것같이 답답했다.

 

 

 " 아버지, 제가 어제 학원 끝나고 집에 오는데 비키인가 하는.. "

 " 그 자식이 왜? "

 " 그놈이 친구 몇명이서 공장안에서 술 마시는걸 봤습니다. "

 " 틀림없어? "

 

 

 확신에 차 고개를 끄덕이는 도빈이를 보고 아버지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숟가락을 딱 놓으며 밥알을 짓씹는 아버지의 두 눈에서 열이 반짝였다. 나는 그

 중 치나왓이 포함되어 있을까 겁이 났다. 비키는 평소 치나왓과 자주 어울렸던

 파키스탄인 노동자였다.


" 내가 너무 풀어줬어. 이 새끼들이 겁도 없이 규율도 없이 말이야. "


젓가락을 든 손이 덜덜 떨렸다. 엄마가 나를 슬쩍 흘기더니 호박전 몇 개를 집어

밥그릇 위에 올려 놓았다. 난 입을 떡 벌리고 밥알과 호박전을 숟가락에 가득 담

아 한입에 삼켰다. 뒷머리에서 미지근한 땀이 목선을 타고 흘렸다. 도빈이는 새

로 산 금테 안경을 손끝으로 한번 들썩거렸다. '치나왓' 나는 속으로 한번 중얼

거렸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왜소한 체구, 하지만 눈망울이 또렷히 빛나는 그의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림과 동시에 그와 늘 같이 한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 부쩍

 가까워진것 같았다.

 

 

 

" 치나왓! "

 


멀리서 낯익은 옷차림의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을 들어 시

계를 보니 밤 11시가 훌쩍 넘었고 이곳은 공장과는 버스를 타고 8 정거장 멀리

떨어진 시내였다. 학원을 마치고 두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발만 구르고 있던 난

그 사내가 점점 발걸음을 재촉할수록 그가 '치나왓'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
치나왓은 익숙한 걸음걸이로 걷고 있지만 어쩐지 평소보다 한결 가벼운 것도 같

다. 난 그저 기다리는 것이 답답해 몇걸음 더 나아가 치나왓을 마중하고 있었다.


" 민정, 왠일이야? "
" 학원끝났어. 치나왓이야 말로 지금 왜 여기 있는거야? "
" 응 어디 갔어. "

 

치나왓은 무슨 말을 덧붙이려다 입을 닫고 수줍게 미소 지었다.

 

 

" 치나왓, 술 취한 거 같애. 얼굴이 발개졌어 "
" 술 안먹었어"
" 먹은 거 같애. 아빠가 혼낼거야, 게다가 밤 늦게 숙소에서 나오면 안되잖아. "

 

그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얼굴에 발그레 돋아났던 귀여운 웃음기가 싹 가신 채

뒷머리에서부터 목선을 타고 식은땀이 흘렸다.

 

" 앞으론 그러지마 "
" 응.  "
" ......, 버스 왔다. 얼른 타자. "

 


버스 안엔 버스기사, 나와 치나왓, 술에 취한 아저씨- 그 뒤에 무거운 짐을 한아

름 든 아줌마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난 치나왓을 끌고 버스 뒷자석에 같이 탔

다. 3년간 제법 친하게 어울렸지만 같은 버스에 탄 것은 처음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공작을 벗어나 같이 있는 날조차 처음이었다.치나왓은 두 손을 가지런

히 모아쥐고 그것을 무릎 위에 포개 앉았다 난 그런 치나왓이 좋았다. 그는 순진

해 보였다. 내가 자람으로써 본능에 따라 어쩔수 없이 접해야만 했던 몇가지 

것들의 상징이 치나왓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그는 순진했다. 남자답지 못하게 손

을 자주 모우는 그가 좋았다.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두어 정거장이 지나자 갑자기

 아까 못내 묻어두었던 궁금증이 밀려올랐다.


" 치나왓, 왜 갑자기 시내에 혼자 갔는 지 얘기해줘. "
" 그냥 가고 싶었어. "
" 어디 갔었던 건데? "

 

치나왓은 잠시 머뭇거렸다. 난 슬쩍 눈을 흘기며 그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러자

치나왓의 커다란 눈망울이 조금 떨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피아노.. "
" 피아노 왜? "
" 피아노 보려.. "

 

치나왓이 히죽 웃었다. 그는 순진한 웃음을 머금다 다시 말을 이었다.

 

" 피아노좋아, 피아노선생님도 좋아. "


나도 모르게 눈이 깜빡여졌다. 눈을 감고 다시 떠보니 그는 좀전에 순진했던 어

린아이가 아닌 소년, 좀 더 자라 앞에 푸를 청(靑)자라도 붙은 듯 부쩍 성숙해진

눈빛을 띄었다 비록 몇분간이라지만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치나왓은 시키지도

않았건만 말을 더욱 덧붙여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 예뻐. 피아노선생님 예뻐. "
" 치나왓 "
" 응 민정. "
" 그, 그 사람도 알아? 치나왓말이야. "
" 왜? "

 

치나왓은 어리둥절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차마 '노동자 치나왓'에 대해 내

가 직접 구술할수 없었다. 나는 치나왓이 외국인이고 노동자이고 그가 방콕의 어

느 가난한 가정에 가장이라는 것을 앎에도 그와 가까이 있을 수 있었다. 그는 내

가 말을 터놓는 몇 안되는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초라하고 별볼일 없었으며 집에

서 방콕이나 해대는 한심한 우리나라 청년들이 무심코 비웃을 수 있는 그런 처지

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난, 그럼에도 치나왓과 가까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

만 내가 이름도 모르는, 단순히 예쁘겠거니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여자가 그걸 이

해할 수 있을까? 난 상상속에서 그녀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하는 치나왓의 비참한

표정을 그렸다. 나의 극단적인 결론은 상심한 치나왓의 서글픈 눈빛이 공장 옆

 사무실 5층 아래를 뚜려지게 보고 있는 것까지 다다랐다.


" 안돼 치나왓. "
" 응? "


난 그의 투박하고 커다란 손바닥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3년간 계속된 고된 노동에 여기저기 상처가 가득했다. 그가 부끄러운 듯 잠시 풀어논 손을 다시 모아쥐

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 치나왓, 피아노 배우고 싶어? "
" 응  "
" 지금 우리집에 피아노가 없어. 아버지가 팔았는데- 나중에, 피아노 사면 내가

알려줄게. 그러니까 치나왓, 시내에 함부로 가면 안돼. 나쁜사람들도 많고... "


차창 밖에 벌써 공장 굴뚝이 솟아나 있었다. 난 잠시 풀어낸 가방을 메고 주춤거

리며 일어섰다. 치나왓은 아직도 단꿈에 깨지 못한 소년처럼 입을 반쯤 벌린채

 웃고 있었다.

 

야간 작업중인지 공장 불은 환히 켜져 있었다. 난 치나왓과 헤어지고 시원스레 걷는 그의 뒷모습을 보다 한숨을 쉬었다. 아버지의 사무실 불이 꺼져 있었다. 난

 힘겹게 몸을 돌려 3층까지 천천히 올라갔다. 2층에서 3층으로 가는 계단 가운데

에 귀신처럼 서 있던 도빈이가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 뭐해. 지금이 몇신데- 12시가 넘었다. "
" 잠이 안와서, 밤마다 갖가지 소음이 창문을 두드리는 데, 난 말야 여기로 이사

 와서 한번도 편하게 자본적이 없어. 누난 정말 좋은 거 같네. "

 

계단 가운데 네모낳게 뚫린 창문 사이로 희미한 달빛이 묶였고 그 안에서 도빈이

의 금테 안경이 살짝 빛났다. 난 고개를 숙이고 난간에 몸을 기대어 천천히 올라

갔다. 내가 3층 문을 열었을때 도빈이는 여전히 그곳에서 멈칫거렸다. 

 

 

 

 

 

 

" 치나왓 어디 갔어? "


공장에 들어서자마자 파키스탄 출신 비키가 마스크를 한 채 사포질을 했다. 몸에

해로운, 가구의 잔재들이 비키의 손끝에서 잘게 부서졌다. 비키는 묵묵부답이었

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비키가 마저 일을 끝마칠때까지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한

산한 일요일 오후, 잔업을 하는 이는 비키뿐이었다. 그는 아주 천천히 마스크를

벗더니 능숙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 인사동. "
" 거긴 왜? "
" 피아노 사러, "


눈 앞에서 그토록 몸에 해롭다는, 화학물품이 뒤덥인 나무조각들이 흩날리는 것

만 같았다. 그제서야 보호안경 속 비키의 커다란 두 눈에 멍이 저민게 눈에 들어

왔다. 치나왓이 돌아오고, 아빠한테 얻어맞고 오래되고 낡은 피아노 를 자랑스레

들여올 때로부터 5시간 전이었다.

 

 

 


" 그게 도야. "


나는 애써 무심히 말을 건넸다.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에게 괜히 화가 났지만 마

냥 무정하게 굴지도 못했다. 피아노를 그만 둔지 몇년이 흐른 지라 나는 간신히

기억을 더듬으며 베토벤의 '월광'을 쳤다. '도'가 뭔지도 모르는 치나왓은 그런

내 모습이 마냥 신기한듯 뚜려지게 쳐다보았다. 난 그것이, 꼭 나쁘지는 않는 기

분이라고 순간 생각했다.

 


" 이게 뭐야. 잘 알아보고 샀어야지, 소리가 안 나는 건반도 있잖아 "
" 몰랐어. "
" 괜찮아, 잘 쓰이지 않는 거니까. 자 쳐봐 이게 '도'야. "

 


나는 몸을 움직여 옆에 오른쪽에 그가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그의 손이 건반위에

올라왔을때 난 무심코 치나왓의 짧고 뭉퉁한 손가락을 더듬었다. 그의 손을 이끌

고 도에 갖다 대었을 때 그는 손을 움찔거리며 쑥쓰럽게 웃었다. 덕분에 내 오른

손에도 약간의 전기가 통했다.


" 그 선생님 어떻게 할꺼야? 피아노선생님 말이야. "
" 좋아해. "
" 그래서, 말할꺼야? "


치나왓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젓고 건반을 또렷히 응시했다. 안도감이 들진

않았다, 치나왓이 그때 나의 말뜻을 알아채린 것일까? 나는 엉뚱한 곳을 '솔'이

라 가리키고 있었다. 치나왓은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이때는, 내가 그

순간이 그와 함께한 시간 중 가장 행복했었다고 떠올리기 한 몇달 전의 일이었다.

 

치나왓은 성실했다.일도 피아노도, 나는 그에게 몇가지 곡을 쳐주었고 그는 특히 '월광'이 좋다며 내게 그것만을 칠수 있게 가르쳐달라 했다.

 

" 나도 그거 좋아. 월광을 들으면 좀 돌아버릴거 같애. 밤에 들으면 특히, 나만

그런지 몰라도.. "

 

그는 어렴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요일 아침부터 아버지가 화가 잔뜩 나 계셨다. 난 TV를 보다 씩씩거리며 현관

문을 박차는 아버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와 동시에 안방문을 여는 어머니가 멍

히 서있다 어리둥절해 있는 날 보며 이렇게 말하셨다

 

" 너 치나왓 알지, 있잖아 태국애. 걔가 방금 전 일하다 손이 잘렸다지 뭐니. "

 

리모콘을 잡고 있는 손이 세차게 떨려 왔다. ' 정말 딱하다' 읊조리며 내 옆에

앉아 채널을 돌리셨다. 치나왓이 아니였다면 나도 한순간 엄청나게 불쌍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다 슬며시 TV화면에 눈길을 돌렸을 것이다. 그러나 치나왓이었

다. 치나왓의 울음소리가 고막에 가득찬것 같다. 머릿속에 뜨거운 게 넘쳐 눈가

가 빨갛게 물들었다. 그게 믿겨졌다면 난 아예 그 자리에서 통곡을 했을지도 모

른다. 하지만 손이 잘린 치나왓은 내게 낯설었고 도무지 인정할수 없는 것이었

다. 피아노도, 오른 손끝에 전기도 모두 무의미했다. 손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었다.


" 어느 쪽 손? "
" 두 손 다 잘렸다는 데, 일년에 몇번씩은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들을때마다 가

  슴이 철렁거려. 불쌍해서 어쩌니, 태국에 동생들이 그렇게 많다는데 "

 


나는 아주 멀쩡히 그날을 보냈다. TV를 보고 세 끼를 챙겨먹고 컴퓨터를 좀 하다

쿵쿵거리는 음악을 틀어 엄마에게 한 소리 듣기도 했다. 치나왓의 불행이 나에게

도 전파 될까  나는 최대한 그의 존재를 부정하려 했다. 조금이라도 솔직해지면

내겐 서글픈 일이었다. 아버지는 집에 들려 몇 가지 서류를 챙기시더니 서둘러

다시 나가셨다. 나는 그 틈에 치나왓의 여권이 껴있는 걸 보았다.


몇일이 지났다. 수요일 쯔음, 경시대회를 준비한다며 몇일 째,밤을 새며 공부를

하고 있을 도빈이가 갑자기 내 방문을 열었다. 라디오에서 최고 인기라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가 흘려나왔다.

 

" 누나, 시끄러워. 시끄럽단 말이야. "
" 알았어. 미안하다 배도빈, 줄일게. "

 

나는 아주 천천히 볼륨을 줄이고 도빈이를 보았다.

 

" 됐지? 가. "
" 누나 그거 알어? "
" 뭘? "

 

가슴이 차다해도 사람이라면 절대 웃으며 말할 수 없던 거였다. 하지만 도빈이는

웃었다.

 

" 어떤 노동자가, 아니다. 치나왓인가 하는 놈이 손 두개가 모조리 날라갔대. 사방에 피가.. 아까 아버지랑 같이 공항 갔대. "
" 알아. "
" 불쌍해. "

 

눈 앞에 흐려와서 고개를 떨구고 주파수를 돌렸다. 도빈이가 나간 후 난 방문을

잠가버리고 라디오도 껐다. 그날 밤 어렵게 잠든 꿈 속에 그가 나타났다. 그는

색이 바랜 낡은 피아노 앞에 다소곳히 앉았다. 그는 손이 없었다. 그의 소매가

선풍기 바람에 나풀거렸다. 그와 내가 함께 앉아 있던 그 공간에 또렷하게, 그래

서 실감나게 느껴졌다. 그는 아무 말도 안하고, 내게 뒷 모습만 보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난 미친 사람처럼 어떤 소리를 들었다. 그는 베토벤의 '월

광'을 연주했다. 손가락이 희고 가는 유명한 피아니스트처럼 멋지게, 그러나 처

절하게 그의 사라진 두 손이 연주했다. 제 1악장으로 시작해 2악장을 거치고  3

악장에 다다랐을 때 그의 손이 갑자기 빨라졌다. 그러자 주위에 잔상이 흐려지며

난 꿈속에서 벗어날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아버지는 아침 식사도중  '그 놈 말

이야 돌려 보냈어 ' 라고 했다.

 

나는 아주 용기를 내어 어젯 밤 꿈속에서 떠올렸던 그 공간에 들어섰다. 피아노

는 여전히 있었지만 그는 없었다. 팔뚝에 소름이 돋았지만 일부러 무심하게 건반

을 두드렸다. 차마 월광을 칠 순 없었다 하나하나씩 건반을 눌렀다. 이윽고 마지

막부분을 눌렀을때 손 끝에서 까칠한 느낌이 났다. 자세히 보니 그곳엔 '내 피아

선생님 민정'이라고 아주 작게 써 있었다. 난 새끼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가렸

다. 건반은 묵묵부답이었다. 아무리 눌려도 소리같은 건 나오지  않았다.

괜찮지가 않았다.

답답해서 미칠 거 같았다.

 

 

 

 

 

 

 

한 말씀 듣고 퇴고를 목적으로 무작정 써내려 갔네요. 윤동주 시인말처럼.. 시를

쓰고 글을 쓰는 건 정말 쉬운것 같습니다. 다만 저는 좋은 글을 못쓸 뿐이지요.

그 전에 썻던 거(2편밖에 안되지만) 퇴고하려구요. 사실 쓰다보니 이게 너무

길어져서 몇가지 부분이 빠졌어요. 원래 사랑얘기하려 한 거 아니고 외국인 노

동자의 비참한 생활 어쩌고.. 얼마전 외국인 노동자에 관한 어떤 책을 봐서.. 그

거 하려 했는데 너무 분수에 넘는 소재더군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

 

따가운 비평이라도 정말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결말이 또 왜이런지 모르겠

습니다 ㅋㅋ 지금' 나는 뼈속까지 상투적이야 ' 라고 자괴감에 빠져 있습니다

맞춤법 확인을 해보니 감당을 못하겠어서 그저 퇴고때로 미루었습니다.

 

 

흡연가
흡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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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가
  • 2007-07-26
돼지가 거울에 비춘 날

           돼지가 우물에 비춘 날         아빠가 엄마를 때릴때면, 보통은 내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잠근 채 귀에다 이어 폰을 꽂고 볼륨을 최대로 맞추지만 오늘같이 좀처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땐 침대 밑에 숨긴 비상금에서 5천원쯔음 꺼내 몇시간가량 집을 나가는 게 상책 이다. 현관에 우뚝 서 단단한 철문을 열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남녀를 향해  ' 지긋지긋해! 제발 그만좀 하라고! ' 라고 소리치며 문을 쾅- 닫아버리고 싶 었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천천히, 행여 쇳소리 조금 집안으로 새어들까봐 조심스레 현관문을 닫고 반바 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른 채 문장아파트 104동을 나섰다. 후덥지근한 여름밤 이라 몇 분 걷지도 않아서 이마에 땀이 맺혔고 쓰윽 그것을 닦아내며 근처 편 의점으로 갔다.  10분여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천원짜리 김밥과 캔 음료수 하나 껌  두개를 골라 계산대 앞에 섰다. 좀 더 에어컨과 함께 하고 싶었지만 나를 힐 끔거리며 주시하는 편의점 알바생의 눈초리가 여름밤 공기보다 무덥고 기분  나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나설 수 밖에 없었다.   검은 봉지를 달랑달랑 흔들며 내가 간 곳은 근처 공원이었다. 도보로 10분쯤 이면 갈수 있는 곳에 크고 화려한 공원이 새로생겼기 때문에 '문장공원'이라 이름 붙은 이곳은 일요일 밤임에도 한적했다. 여기서 번데기며 아이스크림등 군거 질거리를 파는 아줌마들은 울상이겠지만 그녀들은 더 큰 공원으로 옮겨 경쟁 하면 그만이다.    눈에 띄는 아무 벤치에 앉아 김밥과 음료수를 꺼내 다리 위에 올려놓곤 김밥  한개를 하나씩 오물거리며 어린애만한 개 한마리를 묶은 개줄을 꼭 쥔채 산책 을 나온 아저씨와 옆옆 벤치에 다정히 앉아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를 훝어 보았다. '좋을 때다' 애늙은이같이 생각하다 문득 제법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곁눈질로 노려보았다. 못생긴데다 뚱뚱하고 안경잡이인 아빠와 달리 그는 젊고 늘씬했으며 서글서글한 눈매를 지녔다.혹여 그런 그가 바로 옆 그녀와 여러모로 잘 맞아서 결혼을 한다면 분명 보기 좋은 한쌍이 되겠지만 20년이 흘려 그가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에서 숟가락질만 하다 디룩디룩 살이 찐 돼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람이 돼지가 되면 성격이 포악해져서 매일 밥 줘, 뭐 줘 꿀

  • 흡연가
  • 2007-07-07
그리고 내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를 펴들었다. 수업시간에 자주 졸았던 탓에 줄 쳐진 곳 없이 깨끗한 종이를 한장 한장 넘기며 코가 큰 칸트나 하이데거, 울포트따위와 스치듯 마주보다 왜소하고 마른 조선 중기 성리학자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보았다. 공부벌레였던 이 '이' 아저씨와 달리 나는 '이'와 '기'의 차이와 우주의 진리같은 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입시지옥이라 우쭐댈수  있을 정도로 학업성적이 우수하지도  않아도 그렇다고 하라는 대로 하기도 싫다. 창밖에 천둥이 치고 있다.고등학교 2학년이 된다면 윤리를 배우게 될 것이다. 난 대한민국의 바른 국민성을 함양하기 위해 저명한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외우고 또 외우며 중간고사, 그리고 기말고사를 맞이하게 될 테지만 현재로썬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얄팍한 도덕책조차 버겁다. 책상 위에 엎드린 채 오른손으로 휴대폰 폴더를 열어보니 벌써 새벽 2시다. 정확히 16시간 전 난 내 인생에서 손가락으로 뽑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존재에게서 가장 두려운 말을 들었다.어쩌면 손가락 두 어개쯤이 송두리째 날아갈 수 있을 만한 무섭고, 잔인했던 그때 내게 그런 말들을 내뱉은 건 친구 '여민'이었다  " 여민아 어떡해 나 공부 하나도 안했다. 지금 과학 공식 외.. ""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너한테밖에 못 말할거 같애 "1교시 기술 가정 시험이 끝나고 비 내린 시험지를 움켜쥔채 징징대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여민이가 내 손을 잡고 매점 옆 텅 빈 공터로 데려왔다. 한 손에 채 외우지 못한 과학 공식이 적혀진 노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려니 여민이가 가만히 나를 나무 의자에 앉혔다.  " 할말이 뭔데? 시험 망쳐서 그래? 야 괜찮아. 과학이 더 중요해 "" 나 좋아하는 애가 있어. "" 뭐? 누군데? "  여민이는 한껏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수그려뜨렸다. 나는 속으로 '6반 이찬수'만 아니길 바라며 5분 뒤 치룰 과학시험은 안중에도 없이 초조하게 여민이를 바라보았다. 여민이는 느릿느릿 겨우 말했다. " 그런데, 내가 걜를 좋아하면 안돼. 그래서 미치겠어 "" 미치겠으면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 그게 안되니까, 정원아 지금부터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날 이상하게 보거나, 네가 변하지 않았음 좋겠어. "" 너 혹시 걔 스펠링이 L자로 시작하니? " 고개를 젓는 여민이의 희멀건한 얼굴에  다행스런 마음이 들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민이는 예쁜 아이다.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벌써 4번의 고백을 받을만큼 인기가 많은 친군데 만약 쟤가 찬수를 좋아한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으니까, " 나 병신같애. "" 너 도대체 누굴 좋아하길래.. "눈물이 야윈 뺨을 타고 흐르며 여민이가 크게 심호흡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 여자가 좋아졌어.

  • 흡연가
  • 200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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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주제가 독특하네요.재밌었습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이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뭔가 맑고 여운이 남는 분위기예요................ 주 장원 축하축하~

    • 2007-08-03 12:53:0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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