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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에 대한 사회적 고찰

  • 작성자 라젠시아
  • 작성일 2007-10-12
  • 조회수 314

"자살률 1위라..."
오늘 영어 선생님이 수업중 사담으로 하셨던 이야기를 되새겨본다. OECD국가 중에서 1위라고 했었나, 아니면 전세계에서 1위라고 했었나.
"거기서 우리 세대도 한 몫하고 있다지."
함께 하교하고 있던 영우가 한마디한다.
"아, 그래. 입시 스트레스와 '내일이 안보여요' 같은 비관적 사고에 의한 자살의 비중이 매우 높다더라."
민국이가 거들듯이 말한다.
"옛날에는 그저 자살자들을 보고 '바보같은 놈들'하며 웃어넘겼던 것 같은데, 요즘은 정말 훌륭할 정도로 이해가 되."
한숨을 내쉬며 내가 말한다. 언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몇 번인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주로, 민국이가 앞서 말했던 동기로.
"도대체 언제부터 세상이 이렇게 바뀐걸까..."
"IMF 때문이야."
영우가 탄식하듯 말하자, 민국이가 답한다.
"IMF? 오히려 암울한 경제가 원인이 아니고?"
"...너 그러고도 경제학 선택반 맞냐..."
질책하듯 내가 말한다.
"아니, GDP는 성장하고 있다고 해도 지니 계수°는 커져만 가고, 청년 실업률은 나날히 증가하는데, 또 거기다 이 처참한 교육 현장은 어떻고?"
길 잃은 패잔병 마냥 길게 이어진 학생 '떼'를 가르키며 영우가 묻는다. 고등학교 앞의 거리는 이미 학원으로 학생을 수송하기 위한, 태풍과 장마로 생긴 침수지대도 아랑곳하지 않는 12인승 수륙양용차로 붐비고 있다. 이 수륙양용차들은 지름길을 찾아가는 건지 만들어가는건지, 아무리 늦어도 수업 시작 시간 전까지는 학원에 반드시 도달한다. 또한, 일부 기종은 자동으로 문이 개폐되거나, 의자를 탈부착 할 수 있거나 해서, 얼마든지 내부 인테리어를 개조할 수 있다던가. 어떤 대형 학원은 이런 수륙양용차량들을 10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그 쯤 되면 주차장 2개 정도는 거뜬히 가득차겠지.
"뭐, 그렇다고 해도 청년 실업자들 대부분은 쓸데없이 눈이 높아 고시 준비나 대기업에만 목을 메고 사는 인간들이니 그렇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도 없지."
"그래, 3D업종은 직원이 부족하다잖아?"
"으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이 신음을 내뱉는 영우.
"뭐, 게으름만 피우지 않는다면 부자되는 법은 정말 많지. 특히 한국 지리 선생님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그 일자리들 있잖아.
물론 자세한 것은 가르쳐주지 않으셨지만, 겨울 시즌의 러시아 게잡이로 고용되면 3~4 개월만에 3~4천만원은 벌고 온다고 한다. 또한, 세속과 연을 잠시 끊는 것이 가능하다면 월 700만원 정도에 산속 깊은 유명한 절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된다. 문제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 전자는 높은 파도에 휩쓸려 익사, 후자는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쇠약사.
"어쨌거나, 어째서 IMF인데? 지금은 벗어났잖아?"
"물론, 벗어난지 오래지. 문제는 사람들의 심리야. '평생 직장'을 미덕으로 여겼던 때였거든. 주변 사람들이 짤려도, 자신이 짤릴거라고는 생각치 못했던 사람들이 죄다 구조조정이니 도산이니 뭐니 하면서 무직자로 변해버리니 충격이 심했던 것이지. 그리고 그들 중 대부분은 우리 부모님 세대들."
"그러니까, 부모 세대들이 사회가 무섭다면서 부추긴다는 말이야?"
"그렇지. 사회는 너무 무서운 것도 아니고, 너무 만만한 것도 아니야.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여태까지 조타수만 잡고 있었던 우리들이 선장의 직책까지 맡게 되는 것 뿐이지."
"그게 무서운 거잖아."
"아니야. 별로 무서운 것은 아닌데 기성 세대가 자꾸 부추기다보니 정말로 무섭게 느껴지는거야. 그 자체에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고."
민국이가 손가락을 하나 치켜세우며 영우에게 세세하게 가르친다. 과연 교사 지망생이라고 할까, 안타깝게도 성적은 교대 커트 라인 약간 아래인 듯 하지만. 이 사회가 정말 제대로 돌아간다면 민국이 같은 친구는 충분히 교대에 들어갈 수 있을텐데.
"이건 다른 얘기지만, '자살 바위'라고 알아?"
내가 잠시 다른 화제를 들고 끼어들자, 둘은 모른다며 고개를 젓는다.
"태종대 근처에 있는 곳이라는 데, IMF때 거기서만 수백명이 자살했데. 당시 흉흉한 소문도 돌았는데, 자살 바위에 가면 시체 몇 구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던가? 여하튼 그런 소문들."
"맙소사."
물론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이 붙을 정도면 엄청난 일이 있었던 건 당연지사. 그 만큼 IMF라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크나큰 좌절을 안겨준 것이겠지.
"자살, 자살하니까 생각난 건데, 너희들 혹시 기억나?"
영우가 묻는다. 하지만 목적어를 줘야 될 것 아니냐. 그런 눈초리로 항의하자 영우가 서둘러 설명을 덧붙인다.
"맨 처음, 한 여고생이였나, 입시 때문에 자살했던 사건. 그리고 기사 한 면에 크게 떠오르며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일."
"글쎄..."
민국이는 기억이 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나는 기억나."
많은 어른들이 혀를 차며 자살한 사람을 욕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한다면, 후일, 자살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서. 또한 주변 사람들은 집 값이 떨어진다면서 왜 죽어서까지 폐를 끼치냐고 탓하기까지 했다. 양심이 떨어진 어른들의 진면목을 보여준, 정말 안타까운 일이였다.
"나는 그게 기억나네. 저 아파트 보이지?"
민국이가 두 블록쯤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를 가르키며 말한다.
"저 아파트, 2년전 쯤에는 비쌌데. 그런데 거기에 사는 한 남학생이 뛰어내려 자살을 한거야. 한 밤중에."
"정말?"
"그걸 본 거야?"
나와 영우가 의심 반, 놀라움 반으로 묻는다.
"그래, 나는 그 때 독서실을 갔다온 터라 거리에 인적도 드물었지. 시체는 보지 못했지만, 하얀 천으로 덮힌 건 봤어. 피하고, 하얀 스프레이 그린 인간 그림하고 함께."
"우와."
"꽤나 충격적이였겠네."
"그래, 그런데 호기심이 부동산 매물을 봤는데, 거기 땅 값, 안 내려갔더라."
"호오?"
"어째서?"
"사람 죽은 거 철저하게 숨기려고, 유족들 입막음 단단히 시켰다나 뭐라나."
"그럼 너는 어떻게 안거야?"
의문이 생기는지 영우가 따지고 든다.
"설마 그런 일을 다 숨길수 있을 것 같냐. 결국 나중에 공개되었지. 하지만 그래도 땅 값은 안떨어졌데. 집 내놓은 사람들이 자살한 학생 한 명 때문에 손해볼 수 없다고 부동산 중개사들에게 압력을 넣었나봐. 거기다 자살 사건이 뉴스로 떴지만, 신문 구석에 나왔던 것이 전부라서 그 뒤로 집을 산 사람들은 여기에 자살한 학생이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는 거야. 이웃들은 아예 학생이 살아있었단 사실마저도 없었던 것으로 치부하고 숨기려 했던 것이지. 정말 기가 찬 노릇이야."
민국이는 분개하며 말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이며 함께 분개한다. 정말 돈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존재를 세상에서 지워버려도 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죽으면 끝이라고 하지만, 아스팔트 위에 하얀 스프레이로 묘를 그려주는 것이 전부. 정녕 그 인생은, 그 곳에 위로, 아니, 서투른 동정의 말 한 마디조차 하기 아까울 정도로 값어치 없는 것이였을까? 영우도 비슷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탄식하듯 말한다.
"이제 집단으로 뛰어내리지 않으면 땅 값도 떨어지지 않겠네."
나도 멍하니, 먼 하늘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래, 삼천 궁녀들처럼 말이지."

 

 

 

 

 

 


°지니계수 : 경제학에서 쓰는 용어로, 수치가 높을 수록 소득의 불평등 정도가 높다. 인문계 고등학교 문과생이라면 거의 대부분 알고 있을 듯.

 

 

 

 

 

 

친구에게 제시어를 골라달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동성애'라고 보내더군요.[이 자식...]

...그래서 그냥 제시어 없이 2시간 동안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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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10-12 17:38:2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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