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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이야기

  • 작성자 키라미
  • 작성일 2007-11-14
  • 조회수 501

 

안나 이야기

 

“내일모레부터 전국에 눈이 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강원도 지방에는 폭설이 예상되오니”탁, 뉴스는 원래부터 지루한 것이었고 내 인생은 터져버린 풍선 같은 배가 말해주었다. 자꾸만 커지는 가슴에 든 먹이를 먹을 사람이 없다. 잇몸만이 내 살 곁에 닿는 자그마한 입술 그리고 머리로 숨을 쉰다는 신비롭고 작은 생명 때문에 하염없이 목구멍만 건조하고 눈은 습하다. 창문 사이를 배 집고 들어오는 차가운 겨울바람 덕에 더욱 강렬한 한줌의 햇살, 우리 아기 앨범을 들고는 나는 아기에게 조용히 말하였다. “엄마는 차가운 겨울바람이고 우리 아가는 햇살이야, 우리 아가 크면 엄마 원망하겠지? 엄마 얘기 들어볼래? 바람과 해님이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로 내기했는데 해님이 이겼단다. 그러니까 아가는 엄말 이기겠지? 그때까지 잘 자라 야해 응?” “조 하나! 언제까지 그 별이 사진 들고 울 거야?”

정희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속마음까지 다 알고 사는 간담상조. 정희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놓으면서 말문을 열었다. “무슨 일인데 왜 왔어?” “학교, 학교 좀 와라. 네가 애 낳은 거 나밖에 모르잖아” 갑작스런 정희의 말에 뇌리를 스쳐온 죽이고 싶은 그 남자 “너도 알고 있잖아 내가 강간당해서 애 낳은 거, 어지럽다 학교 가서 선생님한테 자퇴서 빨리 처리해 달라고 전해줘 학교에 나갈 생각만 해도 매스꺼워” 아직도 생각이 난다. 마지막으로 엄마 계신 어딘지도 모르는 세계로 떠나가 버린 아빠를 보내고 울고 있던 날, 검은 몸은 나의 순결을 빼앗고 우리 아기를 주고 떠나버렸다. 검은 남자에게 당한 후부터 전화로 들려오는 그 검은 남자의 목소리, 귓속이 더러워져서 전화를 끊어도 들려오는 전화소리, 코드를 뽑아 보아도 머릿속으로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는 잊으려 애써도 잊을 수가 없다. “애도 참, 애 낳은 애기만 꺼내면 넌 그렇게 눈물바다를 만드니? 그만 울어 네 아기는 요기서 찾을 수 없어 미국에 있데” “응?” “미국에 있다니까! 알고 보니까 네가 입양시킨 그 한국인 아줌마가 미국에 있는 부부한테 팔았다는데 그 큰 미국에서 애를 어떻게 찼느냐?” 덜컥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우리 아기 같은 한국에 있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견뎌 왔는데 세상이 너무 무섭다. “우리 아기 미국에서 어떻게 살아 조금 크면 놀림 받는 거 아니야?” “야, 너 내 대답 듣고 또 눈시울 붉히지 마! 미국이 아무리 평등 평등해도 확연하게 다르면 놀림거리 될 수도 있지, 야! 울면 어떻게 ” 난 너무 분하고 억울하다. 더더욱 그 검은 남자를 죽이고 또 죽이고 싶어서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우리 기분전환 하자! 어디 갈래?” “아기 보러 가자 우리 아기!” “야, 그건 무리야” 나는 강한 한 줌 햇살의 엄마이다. 아무것도 나를 막을 수 없다. 내가 괴성 같은 소리로 아기를 불러 대니까 날 못이긴 정희가 산부인과로 가자고 내 손목을 잡고 일어났다. “마침 잘됐다. 우리 작은 숙모 애 낳았거든 아기 용품 선물로 줄려고 하는데 네가 좀 골라봐” 작고 앙증맞은 아기 신발, 우리 별이가 신으면 잘 어울릴 텐데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어디서 엄마를 볼지도 모르는 별이 생각에 침으로 대신하여 울분한 마음을 삼켜버렸다. 정희네 작은 숙모 아기의 선물은 내가 처음에 보았던 별 이에게 어울릴 거라는 신발로 정해졌다. 정희가 돈이 모자라서 반이 넘게 내가 보태 주었는데 아깝지가 않았다. 아기를 마음에 품은 엄마는 모든 아기를 자기 아기처럼 하는 그런 마음이 있다. 정희 사촌 아기 이름은 밝을 명 자에 먼저 선해서 명선이 라고 한다. 세상을 먼저 밝히라는 뜻인데 우리 별이는 산, 들. 하늘같이 자연에서 따온 이름이어서 의미는 없지만 내 나름대로 의미는 별이가 스타가 돼서 엄마랑 다시 만나자는 뜻이 있다. 신발은 명선이의 발에도 어울렸고 명선이가 내게 고마운지 아까 잡은 새끼 손가락을 놓아주지 않았다. 난 행복했다. 명선이의 살 곁에서 느껴지는 별이의 숨결, 몽글몽글한 내 가슴에 들어 있는 먹이를 명선이에게 주고 싶지만 이미 명선이의 먹이가 들어 있는 엄마라는 사람이 있다. 우리 별이는 커서 ‘엄마 젖비린내난다’ 라는 말 대신 ‘우유 비린내 난다’라고 말을 들을지도 모른다. 난 명선이의 손끝에 내 젖비린내를 담아서 별이에게 보냈다. 명선이가 곤히 잠든 사이에 조심히 손가락을 빼고는 병원 밖을 나섰다. “하아, 저녁 바람이 시원하다”당연히 저녁 바람이 시원하겠지 낮에는 강한 햇빛 이기려고 발버둥 치던 바람이니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도시 하늘에는 시커먼 것들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을 별들을 가리고 있다. 시커먼 것은 검은 남자이고 별은 우리 아기라고 생각하니 입을 뿌드득 갈게 했는데 반짝거리는 조그만 별을 보고 이내 마음을 풀었다. 나는 도심 속 작은 별에 이름을 붙였다. 별이라고 “ 진짜 오염됐긴 오염됐나 보다 별이 안 보여! 사람들이 별 볼일 없다고 하잖아? 그래서 별이 없어진 지도 몰라 있어도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정희의 말에 나는 마음껏 웃어 보였다. 정희는 어리둥절 해져서 있다가 하늘의 별을 발견하고는 따라 웃었다. 말 그대로 아름다운 밤이다.



18살 엄마는 학교도 나와서 집에서만 뒹굴 거리다가 결국에는 폭주의 길로 빠져버린다. 바람을 가르는 느낌, 온몸을 꽁꽁 싸매던 괴로움과 불안함 나는 이 폭주를 통해 모두 다 버릴 수 있었다. 아직 정희에게는 폭주를 뛴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나만의 고귀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다. 사춘기 때의 추억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 흔한 반항은 한 적이 없었다. 더 늙기 전에, 아기가 나를 찾아오기 전에 자유를 한번 만끽해 보자는 식으로 나는 그렇게 세상과 덤비게 되었다. 남자 주장 2명과 여자 팀원 8명으로 구성된 작은 우리 폭주족은 그 이름도 찬란한 핑크모토파이다. 남자 주장이 2명이라고 하지만 남자 주장 1명은 어태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조 안나 이번엔 오토바이를 네가 한번 몰아봐” 조 안나, 내 이름은 조 하나이다. 자유의 세계에서는 그냥 내 평범한 이름을 버리고 싶었다. “제가요?” “그래, 네가 몰아봐 어제 처음치고는 잘하는데 고속도로 진입하지 말고 한번 몰아봐” 걱정스러웠지만 난 이미 세상과 덤벼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내가 “오케이! 한번 뛰어보자!”라고 말하니까 팀원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요란한 시동으로 거리를 종횡무진 하였다. 그러다가 경찰서를 지날 때가 되었다. 선택은 2가지이다. 시장 길로 들어서서 가던지 혹은 경찰서 길로 가서 클랙슨을 울려서 경찰들을 위협하던지, 세상에 덤빌 준비가 됐다고 마음은 정해졌지만 아직 이른 것 같았다. 결국, 첫 번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았지만 결국 나의 소심한 결정에 무너지고 말았다. 술도 담배도 핑크모토에서 다 해본 나지만 경찰과의 대면의 용기는 없나 보다. “안나야 네가 경찰서 길로 들어가 보지 않아서 그래 경찰 따위에 대해서 대담해야지만 진정한 폭주족이지”진정한 폭주족이라 한 번도 폭주족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다만, 세상에 맞설 뿐이다. “생맥주 한잔 사줘요.” “그래, 대신 내일도 네가 앞장설 거니까 경찰서 길로 한번 가봐 ” 나는 시원한 생맥주 거품에 취해서 몽롱해 졌다. “일턴 요기야 요기!” 나는 일턴 이라는 말에 잠이 확 깼다. 아직 한 번도 안 본 남자 주장 1명이다. 얼굴을 선글라스로 가리고 있어서 잘 안 보였다. 옆에 있던 언니가 내 어깨 위에 팔을 올리면서 “신입회원! 귀엽지?”라고 말하였다. 나는 귀엽다는 말에 쑥스러워서 괜히 얼굴이 빨개졌다. “귀엽네, 얼굴도 빨개지고” 나는 도리질을 하면서 술기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턴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남자 주장은 내게 무척 친절했다. 난 우리 아빠 같은 편안함에 그의 가슴께에 머리도 비벼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마음 편하게 폭주를 뛸 수 있어서 경찰서 길로 들어가는 처음 도전은 성공하였다. 모두 나를 축하해 주었고 일턴은 내게 입맞춤을 하였다.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설령 그와 친하지 않더라도 핑크모토 폭주 팀에서는 그런 것 즈음은 가볍게 넘어가야 한다. 나는 그와 그렇게 친해졌지만 그의 이름조차 모르고 그가 선글라스를 한 번도 벗은 적이 없어서 눈도 못 보았다. 답답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지만 폭주를 뛰면서 답답한 마음을 풀어보곤 하였다. 이제는 핑크모토에 있는 이유가 바뀌었다. 난 경찰서로 간 그날 세상에 덤비었다. 난 일턴이라는 그 남자를 사랑한다.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 계속 핑크모토에 남아있기로 하였다.


폭주 뛴 지 거의 3개월이 다 됐지만 정희는 내가 폭주 뛰는지 아직 모른다. 내 일이라면 스토커 같이 알아차리는 정희이지만 개도 어쩔 수 없는 학생이다.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나를 24시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희가 시험이 끝난 오늘만 빼고 말이다. “와, 이 상쾌한 기분, 날아갈 것 같아 그렇지 않느냐?” 나는 더 이상 지루한 시험이나 보는 고등학생이 아니었다. 정희는 미안한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폭주 뛴다는 말을 하면 정희는 날뛰면서 나를 계속 감시할 것이다. “그냥 집안에서 죽치고 있었지!” “야, 넌 내가 없으면 밖에는 잘 안 나가니 왜?” 나는 웃겨서 피식 거리고 빠지는 배꼽을 겨우 집어넣었다. “쇼핑하자!” 오랜만의 쇼핑이다. 돈만 있다면 여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쇼핑일 것이다. 나는 돈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도 좋아하는 것이 쇼핑이다. “아기용품 파는데 안 들려?” 예전에는 정희랑 같이 쇼핑을 갔을 때별이 생각이 나서 아기용품을 파는 가게에 들렸지만 폭주를 뛰면서 별이의 생각보다 일턴이라는 남자 생각을 더 많이하게 돼서 아기용품 가게에는 가지 않았다. 당분간 별이 생각을 잊고 살 것이다. 정희도 그냥 좋아하는 눈치였다. 내가 그 가게 가서 아기용품 하나를 들면 그 세 별이 생각나서 거기서 계속 울다가 시간이 다 가니까 “띠리리 띠리리” 일턴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정희가 듣지 못하게 조용히 통화를 하였다. “안나? 나야! 일턴” “네, 무슨 일이에요?” “오늘 폭주도 네가 앞장서라고” “죄송해요. 오늘 친구랑 쇼핑하기로 해서요. 새벽에도 안돼요. 친구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간 데요.” “그래? 알았어 그럼 다음에 앞장서봐 한번 성공했으니까 두 번째는 쉬울 거야 그럼 안녕” 일턴이 내게 앞장서라고 말한 것은 처음이다. 아주 기쁘다. 하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정희와 함께 있어야 한다. “누구야? 방금 전화” “아무도 아니야 ” “아무도 아니긴 남자야? 남자지? 여우 같은 계집애 벌써 남자 생겼니?” 난 남자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서 두 손을 정희 얼굴 앞에 대고 흔들어 댔다. 나와 일턴의 통화를 꼬투리로 정희는 밤새도록 그 통화 이야기만 하였다. 나는 통화한 사람이 아무도 아니라고 했지만 정희는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였다. “그 남자랑 결혼해서 다이아몬드 반지 끼면 예쁠 것 같아 하나 네 손이 예쁘잖아, 히히히” “그런 전화 아니래도” 겉으로는 화가 난 척해도 실제로 정희 말처럼 일턴과 그렇게 되고 싶어서 마음은 좋아서 터질 것만 같았다. 서서히 강간의 쓰라린 아픔은 잊혀지고 있었다. 폭주를 뛰면서 사랑도 하면서....... 하지만, 나는 곧 아픔을 다시 겪게 되었다. 교회에서의 크리스마스 종이 유난히 크게 울리던 그 시간 우리 핑크 모토는 폭주를 달리다가 맴버 한 명이 빙판길에 미끄러져 팔목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있었다. 떼 지어 몰려다니는 우리들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우리는 207번 병동으로 갔다. 병실이 크지 않았지만 환자 2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 2개가 있었고 가습기가 내 코로 스며들었다. “왔군요! 고마워요. 브레이크만 좀 더 빨리 밟았다면 이런 사고는 없었을 텐데, 방심해서 그래요.” “희연이 잘못이 아니야 내가 리드를 못해서 그렇지 하하” 일턴의 말 한마디에 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크리스마스의 밤은 깊어가고 핑크 모토로부터 받는 나의 행복은 커졌다. 하지만, 일턴이 벗지 않던 선글라스를 벗음으로 인해서 난 살이 떨리고 심장이 멈추는 것을 알았다. 일턴의 눈빛은 내가 강간 당할 때 강간범이랑 똑같은 눈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일턴이 강간범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은 일턴의 이 한 마디 때문이다. “안나, 오늘 우리 집에서 밤새도록 놀아 볼래? 후후” 음흉한 미소를 띠면서 내 무릎을 간질거리면서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 마치 그때와의 섬뜩한 느낌과 비슷해서 난 일턴이 그 강간범이라고 확신했다. 난 그 순간 바로 병원의 옥상으로 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눈을 꼭 감고 이곳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 사람은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머릿속에 더 잘 박힌다고 하였다. 난 일턴의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인상 깊다. 참을 수 없는 배신감, 치욕, 분노 그리고 아기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감정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나는 하나의 깃털처럼 서서히 땅으로 떨어졌다. 쿵하고 나는 새로 공사한 아스팔트 바닥에 흥건한 피만 남겨 놓았다. “아가야, 천국에서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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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라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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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rt in my life

 1. 그들의 새 신곡을 알람 소리로 맞추고 나서 제 시각에 딱 맞춰 일어나는 것,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비몽사몽 잠결이지만 표면이 매끄러운 브로마이드를 쓱 하고 만진다. ‘끄 아’ 힘찬 기지개 그들도 지금 이렇게 기지개를 키고 있으려나? ‘일. 이. 삼’ 기지개를 켰지만 다시금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쿵’ 생각났다. 오늘은 친구와 만나 새 신곡 앨범을 사러 가는 날이다. 혹시 몰라 그들을 만날지도 어서 꾸며야 해. ‘착 착 착 착’ 로션이 부드럽게 내 얼굴을 감쌌다. 트랙 1번 “따다 다다 예예예~ 따다 다다 예예예~” 그들의 목소리에 맞추어 내 어깨는 조금씩 리듬을 탔다. 시간은 오전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음악 소리에 묻혀 전화벨이 잘 들리지 않았나 보다. 아임 럭키 럭키 럭키 우먼! 가까스로 잘 오지 않는 버스를 잡아탔다. ‘빨리빨리 운전사 아저씨 속도 좀 내라고요!!’ 난 백 밀러에 잔뜩 눈을 찌푸리며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얼마나 찌푸렸을까? 버스는 00서 점 앞에 멈춰 섰다. 후다닥 내리는데 구두 굽이 하수구 구멍에 끼었다. “어! 초율 아!” “아! 민아 야! 윽, 도와줘” 난 민아의 도움으로 하수구에서 내 구두 굽을 빼내었다. “이년아 너 때문에 미치겠어. 이번 새 앨범 사려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줄 서고 있어. 한정판인데 우리 살 수 있을까?” 한. 정. 판 내 뇌리를 스치는 따끔한 세 글자 한정판이라는 말에는 사족을 못 쓰는 나이다. “으~으 이번 앨범 절 때 놓치고 싶지 않아!민아 야 어서 가자 ”전자 계산대에 246/500이라고 써져 있었다. 이 매장에서는 한정판 앨범 500장을 파는데 246장 남았다는 뜻이다. 내 앞에는 셀 수도 없이 많은 머릿수가 있었다. ‘제발, 내가 이번 앨범 사려고 피똥 싸게 모은 돈이란 말이야! 제발 나까지 팔리지 마라’전자 계산대가 6/500을 나타내었을 때 드디어 내 차례가 됐다. 나는 기쁨을 금치 못해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웃으며 “한정판 앨범 주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지금 무역회사 해외 영업직에서 일하고 있다. 3년이라는 긴 공백 기간. ‘백조’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았는데 그들이 해외진출로 영어공부를 한다고 따라서 같이 공부한 것이 이렇게 깨끗한 사무실에 앉아있는 나를 만들어 준 것이다. 눈 감고 눈뜨고 하는 지루한 내 인생을 리듬과 행복으로 채워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들 덕분에 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이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나를 위해 춤을 춘다. 그들이 곁에 없지만, 그들과 같은 하늘 아래에 있다. 그들의 숨결이 담긴 공기를 나는 크게 들이마신다. 그들 덕분에 나의 하루하루는 감격의 나날들이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민아: 초율 안녕? -하로: 그거 아세요? 다음 달이 데뷔 10주년 인 거 -초율: 진짜! 어떻게 너무 좋아! -하로; 초율 님! 저도 아주 기대하고 있어요. 내. 한. 콘 해외 팬으로서 내한 콘이란 가슴이 두근거리게 기쁘고 떨리는 일이었다. 내가 그들을 좋아하기 전 그들이 첫 번째 내한 콘을 하였고

  • 키라미
  • 2008-04-18
설부화용 소녀들

 1. 담임선생님께서 출산 휴가를 받게 되어서 우리 반에는 임시 선생님께서 오시게 되었다. 27살의 젊디젊은 선생님은 검은색 뿔테 안경을 낀 도도한 외모와는 달리 정말 친절하시고 누구라도 그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을 정도로 활발한 선생님이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하는 우리 반 만의 프로젝트는 임시 선생님을 더 좋아하게 하는지 모른다. “영화 같은 거 막 모여서 하는 거 귀찮고 선화 사정 알잖아? 선화 엄마가 선화 특목고 가야 한다고 요새 학원 바쁜 것 그러니까 교환 일기나 쓰자고 선생님이 아무거나 좋다고 하셨잖아”라고 다빈이가 다시 말하여서 나는 ‘패션쇼’ 라고 하던 웅얼거림을 그쳤다. 주동자는 다빈 이였고 다빈이는 오백 원씩 걷어서 교환일기장을 사기로 하였다. 패션쇼를 하지 못하게 되어서 무척 아쉬웠지만 어쩌면 이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돈도 들지 않고 무엇보다 지영이네처럼 작은 것도 갈등이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결국에는 같이 모여서 밤새우는 것보다 좋다고 생각했다. “너 팬 많지 않니? 무엇 하러? 하여간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필기도구만 잔뜩 사요.” “자! 이게 우리 우정이라는 증표야 알았지? ” 라고 말하면서 6개의 팔지를 나를 보라는 듯이 팔지가 천장에 닿을 듯 말 듯하게 높이 세워 올렸다. 그리고는 결국 나를 무시하고는 자기들끼리 가버렸다. 서럽지만 상관없다. 나도 설부화용 아이들과의 우정을 교환일기장과 팬으로 증명할 수 있으니까 조별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의 우리 반 자리 배치는 6명씩 앉을 수 있는 책상 배열 ‘ㅠ' 자로 해 놓았다. “교환일기는 민주 너부터 쓰고 선화 대신에 교환일기 좀 써줘 왜 그런지 알지?” 3. 대리일기를 쓴다는 것은 수학시험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다. 또 내가 대리일기를 써주는 사람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 머리가 빠질 것이다. 반에서 성적이 중하위권 정도 되는 아이가 어떻게 전교에서 노는 아이의 일기를 쓸 수 있겠는가? 최대한 문장력을 발휘해서 써보아도 결국 허탕이다. 다시 팬을 잡고 일기를 쓰려고 하지만 짜증 나서 집어치웠다. “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 나는 그 배달원이 누구인지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설부화용의 주동자 최, 다, 빈 난 알 수 있었다. 그 애가 저번에 나와 마주쳤을 때 토끼 눈이 된 이유를 알았다. 다빈이는 그렇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다. 다빈이가 짱개 자장면집의 배달원이었다니 이렇게 한가한 토요일에 껌이나 찍찍 씹으면서 애들과 놀고 있을 줄 알았는데 4. 이번 달은 죽을 것 같은 달이다. 달력을 빤히 쳐다봐도 아직 3주일이나 남았다. 이제 대리일기 쓸 내용도 모르겠다. 지영이네는 코스프레를 한다면서 의상을 만들고 있었다. 의상이라면 내가 전문인데 갑자기 후회가 밀려왔지만 지영이네 조로 가서 다신 할 수 없었다. “너 우리 설부화용한테 이딴 공주라는 별명 어울리지도 않아” 나는 선화를 보고 두어 번 눈을 깜빡이다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래도 아직 내 편은 남아있다. 여울이가 내 등을 토닥이면서 매점 뒤 설부화용의 아지트라고 하는 곳으

  • 키라미
  • 2007-08-16
나의 도도한 태양

   2. 10살 때 장래 계획을 세워나야지 성공할 수 있다면 난 실패했을 것이다. 중학교 3학년씩이나 된 나에게는 꿈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꿈이 있기는 있다. 무조건 특목고로 진학을 하는 것, 하지만 검사. 의사 . 요리사 같은 그런 직업을 꿈꾼 적이 없었다. 맹목적으로 바로 앞의 미래만 꿈꾸었지 그보다 더 뒤의 미래는 생각하지는 않았다. 나 같은 아이는 나밖에 있지는 않았다. 우리 반 2등인 아이도 그저 최고의 입시 명문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꿈 꿀뿐 그 미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듯하였다. 그런 우리와 대비되는 아이가 우리 반에 한명 있었다. 출석번호 17번 눈치 챘는지 모르겠다. 그 아이는 우리 반 20등 안에도 못 들어가는 그야말로 왕 꼴통이다.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 아이들 부러워한다. 일류 요리사가 꿈인 그 아이는 시험을 그저 그렇게 봐도 부모 에게 혼나는 일이 없고 전문 요리학원에 다니며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갔다. 한식자격증은 초등학교 때 일식은 작년에 따 놓아서 지금 식당을 차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단 하였다. 항상 오만하게 도도한 자태를 풍겨내는 나도 그 애처럼 열정적인 아이가 부러웠다. 그 아이와 친해지고 싶지만 역시 그 애도 한 파의 속해 있으니까 별로 친해지고 싶지 않았다. 나의 선망 대상은 우리 반 1등이다. 그 애도 한 파의 속해있다. 그 애가 속해있는 파는 스터디그룹이 아니었다. 거의 노는 아이들과 붙어 다녔다. 나는 그것으로 분명히 1등자리를 놓칠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성적은 좋아졌다. 너무 분하고 짜증이 났다. 나는 이렇게 쉬는 시간도 아까워서 공부를 하고 이동수업 시간도 아까워서 핸드북을 갖고 다니면서 공부하는데 그 아이가 1등이라니 분하지만 나는 그것을 밖으로 내보내어 내 감정을 표현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 감정을 표현해 내 전달할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얼굴은 꽤 착해 보이니 건드려도 별일 없을 듯하였다. 그래도 아직 그 애와는 친구가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국어 책을 펴서 조용히 읽었다. 학기 초에도 쉬는 시간에도 마구 공부하였는데 그때 마다 깐죽거리며 “공부 안 질려?” 하면서 내 앞에 서성이던 남자반장도 내가 무반응을 보이자 이제 거의 내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도리어 5등인 아이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 애는 토론 대회에서 상을 타왔는데 내 경쟁자이기도 하다. 사실 나는 반장이 내게 다시 와서 깐죽거리기를 바라고 있었다. 나의 존재와 그리고 내가 얼마나 도도하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마음까지 도도해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이제 그 남자 반장에게 느낀 망상을 다 지워 버렸다. 모두 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친구들아 우리 다음에 더욱 힘찬 모습으로 만나자” 하고 수업이 끝났다. 우리 반 끝 인사는 “안녕히 계세요” 가 아닌 무슨 유치원에서 할 것 같은 인사법이다. 너무 평범한 것을 싫어하는 나지만 그렇게 유치하게 튀는 것은 싫다. 그래서 가끔씩만 인사하고 입모양만 내는 때가 많았다. 예전 같으면 수련회에 대해서 흥분 했을

  • 키라미
  • 200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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