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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측정기

  • 작성자 나라꾸
  • 작성일 2010-03-29
  • 조회수 144

 어느 고등학교에 한 과학 선생님이 있었다. 그는 학창 시절, 인문계를 지향했다가 무언가를 깨달아 자연계로 고개를 돌려 성공한 사례다.

 그러한 계기가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 가을. 그는 별로 꿈은 없지만, 어찌어찌 살다 보니까 인문계 고등학생이 되었고, 어찌어찌 공부를 열심히 해서 그럭저럭 상위권에 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그저 어찌어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의 삶이 그저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허망하고 슬펐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며 낙엽이란 주제로 교내 시 백일장을 열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거의 모든 학생이 당황했지만, 시 백일장이란 난관을 잘 빠져나간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 어떤 아이들은 낙엽과 관련된 노랫말을 베껴 시라고 써내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자신들의 문학적 재능을 한껏 뽐내듯이 화려하고 유려한 문장들로 빼곡히 채운 시를 써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백지에 도대체 무엇을 채워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나가는 시간에 따라 그는 갈수록 초조해져만 갔다. 정말로 쓸 게 없어 슬펐다. 문득 자신의 인생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 내가 18년 동안 이다지도 아무 생각 없이 살아왔던가?' 절망에 빠진 그는 백지란 현실에서 잠시 눈을 돌려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하늘하늘 떨어지는 붉은 단풍잎들이 노을과 어우러져 서글픈 풍경을 연출했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슬퍼졌다. 이유 없는 슬픔. 무의미한 슬픔. 무의미한......

 이 풍경이 어쩐지 자신의 인생과 닮았구나...... 생각한 순간 그에게 갑자기 영감이 떠올랐다. 이 순간 자신이 동양의 이태백이나, 서양의 랭보와 같은 거장이 된 것만 같았다. 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모든 영감을 쏟아부어 시를 썼다.

 

제목: 나의 인생

나의 인생은

낙엽을 닮아

슬프다.

 그는 시간 내에 시를 다 써 뿌듯했다. 자신이 이런 명작을 쓸 줄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시상식 날, 그는 상을 받지 못했다. 금상은커녕 은상도, 동상도 받지 못했다. 그게 너무 억울했다. 도대체 저 녀석들은 어떤 시를 썼기에 나도 받지 못한 상을 탔단 말인가? 정말 진심으로 그때의 나보다 더 훌륭한 시를 썼단 말인가? 그는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시를 판단했는지 궁금했다. 시는 시험점수처럼 점수로 판단할 수도 없고, 게임처럼 승부가 나는 것도 아니므로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명히 선생님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시에 상을 준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맞는 것 같았다. 그래서 3학년으로 올라가지 직전, 그는 시를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이과로 지망했다.

 그는 열심히 공부해 과학 선생님이 되었고, 그 후 시와 시에 필요한 과학자료들을 공부했다. 그러다가 그는 벤야민의 논문을 만나게 된다.

 벤야민은 좋은 예술 작품에선 '아우라'가 나온다고 했다. 아우라는 대상과 교감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신비함 내지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것으로, 대개 작품을 쉽사리 볼 수 없거나 가까이할 수 없을 때 느껴진다고 한다. 그는 이 논문을 바탕으로 하여 과학적으로 아우라를 연구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그는 드디어 아우라를 측정할 수 있는 문학측정기를 완성했다. 그는 문학측정기로 어떤 시를 실험해볼까 하다 교과서에 나온 시들의 아우라를 측정해 보았다. 그는 on 버튼을 누르고 시들을 스캔하고 기록했다.

연못

이용악 - 1938Au

홀로와 더불어

구상 - 1998Au

이해인 - 1989Au

이 시들과 비교하기 위해 자신이 시 백일장에 썼던 시를 스캔했다.

나의 인생

김지섭 - 20Au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그때 쓴 시가 보잘 것 없었고, 그때 심사했던 선생님들도 자신의 생각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한 것이란 걸. 하지만 분명 심사원도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가진 가치관이나 생각이 달라, 객관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분명히 몇 주 후 치러질 시 백일장에서도 남들보다 잘 쓰고도 손해 보는 학생이 생길 것 이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번 백일장은 최초로 문학측정기를 써, 가장 객관적으로 시를 평가한 시 백일장이 될 것이다.

 몇 주 후

 국어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쓴 공부를 주제로 한 시들을 평가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대부분의 시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장난삼아 쓴 시거나, 계산과 흉내로 뒤범벅된 거짓의 시였다. 이런 시들을 평가하자니 눈만 피로했다. 국어선생님들은 그저 빨리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때였다.

 "문 좀 열어 주세요."

 국어선생님 한 분이 무슨 일인가 해서 문을 열어주었다.

 과학선생님이었다. 상자를 들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게 생긴 물건들과 국어교과서 하나가 들어 있었다.

 "선생님들. 이번 시 백일장에 처음으로 문학측정기를 써보지 않겠습니까?"

 국어선생님들은 갑자기 쳐들어와 뜬금없는 말을 하는 과학선생님을 쳐다봤다.

 "문학측정기라고요? 그건 뭡니까?"

 "말 그대로 문학을 가장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국어선생님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런 게 정말로 있다면 자신들이 여기서 고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 됩니까?"

 "네, 말이 됩니다. 벤야민의 말에 따르면 좋은 예술작품에선 '아우라'가 나온다고 합니다. 아우라란 대상과 교감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신비함 내지 살아 숨 쉬는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실제로 좋은 작품일수록 아우라 수치가 높습니다. 그리고 문학 측정기는 아우라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국어선생님들은 과학선생님이 그럴듯한 이론을 제시해서 놀랐다. 하지만, 말론 못하는 게 없는 법이다.

 "특허 신청은 했습니까?"

 "아뇨. 시간이 없어서 못했습니다."

 "우리가 특허도 안 받은 물건을 어떻게 믿습니까?"

 "실험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과학선생님은 학생들의 시가 널려진 책상에 상자를 내려놓고 문학측정기와 국어교과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잘 보세요."

 과학선생님은 on 버튼을 누르고 국어교과서를 펼쳐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란 시를 스캔했다. 이시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로써 뉴 잉글랜드 지방의 풍물을 전통적 수법으로 소박하게 표현하면서 서정적 신비감을 띠는 것이 특징인 시였다.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

로버트 프로스트 - 1991Au

 "이번엔 다른 시를 측정해보도록 하죠."

 과학 선생님은 학생 작품 중 아무시나 집어 스캔했다.

공부하는 혁명가

김택용 - 420Au

 "어떻습니까? 시의 대가인 로버트 프로스트와 이 학생의 작품을 비교해볼 때 확실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 정도면 믿을 수 있겠습니까?"

 "몇 작품을 더 해보시죠." 말하며 입상후보에 오른 이영호 학생의 작품과 입상후보에서 떨어진 이제동 학생의 작품을 과학선생님에게 주었다. 과학선생님은 두 작품을 스캔했다.

폭군을 만드는 공부

이제동 - 196Au

최종공부병기

이영호 - 288Au

 100Au 정도의 차이. 이 정도면 충분히 객관성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지루한 작업을 빨리 끝 맞추고 집에 가고 싶은 국어선생님들은 과학선생님이 발명한 문학측정기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 하더라도 과학선생님에게 책임을 돌리면 그만이다.

 과학선생님은 국어선생님의 수만큼 문학측정기를 나누어 주었다. 선생님들은 시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세상을 구할 영웅이라고 칭송하는 사이비 기운이 물씬 풍기는 작품

공부하는 사령관

송병구 - 174Au

공부하는 자신을 미친 전사라고 표현한 불평불만이 가득한 시

광전사

변형태 - 414Au

힘든 공부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는 모습을 대인배라고 표현한 작품

대인배

김준영 - 323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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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백일장은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채점해야 할 시도 몇 작품 남지 않았다. 시간은 저번의 시 백일장보다 몇 배 더 줄어들었다. 내일 당장 시상식을 해도 될 정도다. 국어선생님들이 빨리 집에서 쉴 생각을 하며 행복해하고 있을 그때, 문제가 터져버렸다.

 "......과학선생님?"

 "네?"

 "시험이란 작품이 10000Au를 받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방안에 있던 모든 선생님이 경악했다. 시의 대가들도 2000Au를 못 넘었는데 어떻게 2000Au를 훌쩍 넘어 10000Au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10000Au를 받은 시답게 비범한 시였다. 우선 이 시를 쓴 학생은 세속(?)에 관심이 없는지 학년, 반, 번호,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내용 또한 짧고 굵었다.

 

제목: 시험

또 봐?

 과학선생님은 국어선생님들에게 맞아 죽을뻔했다. 과학선생님은 즉시 문학측정기를 싸들고 자연계로 도망쳤다.

 

나라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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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꾸
  • 200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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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라꾸
  • 2009-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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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초공감이네요..ㅜ 시험- 또 봐? 이렇게 시크한 시는 첨이예요 ㅋㅋㅋ

    • 2010-04-03 21:54:4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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