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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우정

  • 작성자 단야
  • 작성일 2011-10-30
  • 조회수 226

"야, 우린 친구지?"
"그럼!"
두 소년이 서로 우정을 다짐하고 있었다. 다음날이였다.

학교에서 두 소년은 문제를 맞춰 사탕을 받았다. 한 소년은 딸기맛, 다른 소년은 오렌지맛이였다. 한 소년이 다른소년에게 말했다.

"야. 너 딸기맛을 오렌지맛보다 더 좋아하잖아. 자. 바꾸자."

다른 소년은 자신의 세세한 취향까지 기억해주고 있는 한 소년에게 감동받은 듯이 고마워라고 말하며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두 소년은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꺼내 서로에게 건넸다.

그때였다. 한 소년의 손은 자신의 사탕을 놓지 않은 채 다른 소년의 사탕을 붙잡았고 다른 소년의 손 역시 자신의 사탕을 놓지 않은 채 한 소년의 사탕을 붙잡았다. 그들은 그렇게 사탕만큼 끈적끈적한 우정으로 이어졌다.

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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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간의 기록

10월 말 이였다. 가을은 절정에 이르렀고 나뭇잎들은 꽃이 되지 못한 설움을 발갛게, 노랗게 피워내는 시기여야만 했다. 그런데 가을은 겨울처럼 추웠다. 아니, 겨울이나 다를 바 없었다. 기온은 영하 1도로 내려갔고, 맛이 간 차가운 바람은 나뭇잎들의 설움 따윈 알 필요도 없다는 듯, 쌀랑쌀랑 때려 땅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었다. 가을과 봄은 겨울과 여름에 흡수되고 있었다. 양극화다. 더 큰 문제는, 꼴에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고 자연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못된 것만 따라 배워요, 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단풍나무가 좌우로 심어진 긴 하굣길을 걸어 내려오는 중이였다. 그는 속으로 뭐 하나 되는 게 없어, 툴툴거리고 있었다. 세상에는 자신과 똑같은, 그러나 상향조정된 자신과 하향 조정된 자신, 비슷한 자신과 나, 내 자신이 넷이나 더 존재한다 생각했다. 그는 상향조정된 그에게 밀리고 치였고, 비슷한 자신과 빼앗기 위해 경쟁했으며 하향 조정된 자신을 놀리고, 밟으며 지내왔다. 그러다 오늘, 문득 회의가 들었다. 대학교 예비순위 20위. 멍했다. 얼굴은 경직된 것처럼 웃는 것도, 정색한 것도 아닌 어딘가에서 굳어버렸고, 세상의 모든 사물이 하나하나 선명하게 들어오며, 그 이상, 보이는 것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듯 선명함은 생각을 빼앗겨버렸다. 귀소본능이라고 자리에 돌아와 앉은 후에도 얼굴은 굳은 얼굴은 풀리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드는 생각, 대학교에 합격한 사람들이나, 예비순위가 높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우등한 인간인가 하는 생각. 거기에 무언가 불공평하다는 생각. 우선 상대와의 대결 종목이 불공평했다는 생각과, 대결하는 도중 정도를 걷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이들이 있어 그것도 불공평했다는 생각. 거기에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누가 나를 여기로 몰아왔는가 하는 생각. 누군가가 필요했다. 이대로 있으면 자기 자신은 추하게 작아지고 세상은 지옥으로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카카오톡에 들어갔으나 연락할 사람은 없다. 아. 있다. 번뜩 든 생각에 여자 친구를 찾고 대화하기를 눌렀으나 보낼 수 없다. 이미 헤어지고 없다. 젠장, 되는 게 없네. 괜히 핸드폰을 꺼내 손만 시렸다. 다들 바쁘다. 톡친구는 250이 넘어가도 지금 나와 톡을 할 친구는 없다. 한다고 해도 이해해 줄 사람 하나 없다. 땅바닥에서 짓이겨진 은행처럼, 자신역시 착륙해야 했던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불시착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그는 계속 걷는다. 걷다보면 낙원이 나타나겠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사이비 교주의 필요성을 느끼며 세뇌를 걸었다. 10월 중순 주제에 입김이 훅훅 났다. 역 지하상가는 따뜻했다. 이 사람의 한숨과 저 사람의 한숨을 먹은 공기는 눅눅하고 슬펐지만, 살아있는 이들의 숨인지라 따뜻했다. 그는 몸이 탁 풀리는 느낌을 받으며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그때 그는 지하상가의 노숙자들이 서로 뭐라 뭐라 하는 욕지거리. 그는 혀를 쯧쯧 차며, 거기서 거기인 것들이 뭔 싸움질이야 생각했다. 몇 걸음 더 걷다

  • 단야
  • 2013-11-24
열 아홉의 10분

나는 오늘도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그러고는 밀려오는 자괴감에 괴로워하나 티조차 낼 수 없다. 여기는 학교, 나는 똑같은 이들에 둘러싸여 있는 많고 많은 잉여자원 중 하나일 뿐이다. 내겐 감정 표현의 자유조차 없다. 그러므로 나는 특별히 튀어서도, 특별히 잘나서도 안 된다. 뭐든 평범해야 하고, 뭐든 비슷해야 한다. 공부를 하려는 욕망도 1등과 꼴등이 비슷하고, 성적도 1등과 꼴등이 비슷하다. 다만 다르다면 네다섯 문제에서 차이가 난다. 이정도면 충분한 평준화가 아닌가. 고등학교는 평준화 정책이후 완전히 평준화가 되었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공책에 선생이 쓰는 글자를 그대로 받아 적다가 무얼 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여기에서. 어제한 생각이 또 든다. 수시에 대학을 넣으려 하는데, 대학도 많고, 과도 많은데 어딜 넣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평범하게 서울에 있는 H대학교 경영학과와 I대학교 경제학과, A대학교 국제통상학과를 넣었다. 문과는 갈만한 과가 많지 않다. 끽해야 경영. 그러나 마음 한켠에서 떨림처럼 오는 자괴감은 막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나는 뭘 했기에 내가 갈 대학과 과조차 정해놓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과를 나와서는 뭘 할까. 막연히 회사원을 꿈꾸고는 있지만 우리 세대에 회사원은 또 하늘의 별따기다. 90%가 대학을 나오고, 그 90%가 화이트칼라 직장을 원한다. 말도 안 된다. 모두가 미래에 대해 막막해 한다. 모든 학생들의 막막함을 구체화 시켜 놓는다면 안개의 도시라는 무진시의 안개는 약과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얌전하다. 기성세대에 외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 같다. 아니, 그냥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선생이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만다. 또 부모가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만다. 자신이라는 주체는 없어지고 선생과 부모라는 객체의 의지만 담긴 것 같다. 리모컨으로 움직이는 깡통로봇 같다. 그 순하다는 양도 목장견이 네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며 몰아야 하는데, 학생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 파블로프의 개는 벨소리에 침을 흘렸다면 학생들은 감점이라는 말도 필요 없이, 눈치 한번이면 조용해진다. 어쩌면 이렇게 훈련이 잘 되어 있는가. 꼭 군대의 축소판 같고, 전체주의의 학습장 같다. 생각을 말자. 나는 아무도 비판할 자격이 없다. 나도 이 중 일부. 허파와 심장을 따로 떼어낸 사람을 생각 할 수 없듯, 나와 학교도, 학생도 마찬가지다. 아니다. 학생은 학교에서 절개되는 순간 죽는다. 그러나 학교는 죽지 않는다. 나는 그만도 못한 존재. 학교는 절대 갑이고 학생은 절대 을이다. 어디서 분필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상념을 멈추고 가만히 선생의 설명을 듣는다. 뭐 이리 설명할 것이 많은지 모른다. 또, 학생들은 책 한가득 적고도 뭐 그리 적을 것이 많은지 모른다. 밖을 내다본다. 나무가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고, 새는 바람을 타고 난다. 저들은 자유로워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잠깐. 내가 학생이고 싶어서 학생이 아니지만 어른들이 너때가 좋은 거라며 부러워하듯, 저들

  • 단야
  • 2013-11-17
촛불

“모두 무기 들어!”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총을 꼬나쥔다. 물을 먹은지 오래되지도 않았건만, 입이 바짝 타들면서 침비린내가 입안 가득히 고인다. 후, 크게 숨을 내쉬어보지만 총을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의 손만 떨리는 것이 아니다. 가슴이, 온 가슴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 듯이 말한다. 정부에서 우리를 빨갱이라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빨갱이가 아니다. 혁명이다. 역사를 거스르는 반인간적인 독재정부는 반드시 타도 되어야 한다. 그는 진동하는 속내의 진폭을 줄여가며 총을 쥔다. 한결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는 창 밖을 본다. 밖에는 온갖 무기로, 국민을 상대로 심지어 탱크까지 동원한 정부군이 다가오고 있다. 저들은 누구의 군대인가. 누가 저들을 정부군이라 부를 수 있는가. 어째서 그들이 정부군인가. 국민에게 총을 쏘는 정부를 정부라 부를 수 있겠는가. 그는 총을 더욱 세게 쥔다. 이곳은 역사적인 곳이다. 또한 이 전투는 혁명이 될 것이고, 우리 광주 시민들은 역사의 현장에 기록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우리 시민군이 있을 것이다. 나는 죽어도 죽지 않는다. 애써 자신에게 위안을 한다. ‘타당! 타다다...’ 정부군쪽에서 먼저 총을 쏘기 시작한다. 그들의 무기와 이들의 무기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k1과 m1. 이 차이는 시민군이 더욱 잘 알고 있었다. 또한 자신들이 모두 죽을 것 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민군은 그 누구도 항복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개인이기 전에 독재에 시달리던 국민이였기에, 그들의 자식들에게는 이 독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고, 그것은 곧 신념이 되어 민주화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정부군이 드디어 사정거리에 닿자, 시민군은 응사하기 시작한다. 정부군의 총탄은 죄없는 시민들의 북부를, 머리를 뚫고 지나간다. 저 탄환 역시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것이겠지. 그는 이 사태가 한편의 희극같다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총을 쏜다. 시민군들의 악받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부군은 콧방귀도 뀌지 않은 채 계속 다가오고 있다. 총 한방, 한방을 정부군에게 먹여보지만 인원도, 병기도, 어느 하나 민주화 된 것이 없다. 옆에 있던 사람의 머리가 풍선처럼 터져 나가고, 어깨에 총을 맞은 이가 신음을 토하는 전장. 전장에 가세한 탱크가 굉음을 내자 도청에는 벼락이 직선로 꽂혀 폭발한다. 더 이상 도청이라 부르기도 참혹한 건물 속에서 시민들은 끊임없이 총을 쏘아대고 있다. 아니, 죽어가면서까지도 총을 쏘고 있다. 하지만 압도적인 화력 앞에서는 모든 것이 하찮다. 군인들의 수는 몇 줄지도 않은 채 도청에 난입하기 시작했고, 이제 더 이상은 전장이 아니다. 그저 일방적인 학살일 뿐. 국민의 군대가 국민을 학살하는, 이곳은 몇 일 전까지만 해도 광주시민들이 살아가던 평화로운 곳 이였을테다. 그는 계속 밀려 위로, 위로 올라간다. 젠장, 나는 꼼짝없이 죽을거야. 죽을거야. 죽을거야. 내 옆에 있던 철호처럼 죽겠지. 배에 총알이 박히고도 살

  • 단야
  • 201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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