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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탕의 비늘

  • 작성자 보바리부인
  • 작성일 2012-11-18
  • 조회수 173

 아버지의 머리카락에선 담배 냄새가 났어. 시대에 흠뻑 젖어 뒤뚱뒤뚱 걷는 것이 전형적인 가장의 모습이셨지. 보편의 아이들이 그리 느끼듯 그 존재감이 주는 기개와 위엄은 가히 종교를 능가했어.

나는 꼬마신사 시절부터 새벽잠이 없었어. 새벽 특유의 어스름에 눈을 뜨면 꼬물꼬물 눈을 비비며 골방 너머의 욕탕으로 들어갔어. 웬 욕탕이냐구? 그곳은 단순한 샤워실이 아니야. 아버지의 삶, 우리 여섯 식구들의 아쉬움 그득한 숟가락이었지.

도 외의 어느 후미진 골목, 서민의 애환이 씻기는 작은 사우나. 나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던 거야.

아버지는 자명종 시계처럼 정직하고 철저하신 분이셨어. 새벽 4시, 내 어린 속눈썹이 파르르르르 어둠을 무찌르고 있을 무렵, 아버지는 늘 욕탕의 물을 정수하시기에 여념이 없었지.
 
  "오늘은 할 것이 없어 뿐 데 우야노? 곰방 끝난다 걍 드르가그라"

  "그래두요 아부지."
 
  "아니문 걸레통 뒤지가 노천탕 돌이나 닦아뿌라."
  
 노천탕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홀로 실외에 구비되어 있었는데 노인이 주 고객층인 이 사우나에선 왕따 신세를 면치 못했어. '추운데..' 나는 입술을 비죽 이며 걸레 뭉치를 뒤적거렸어.

그때가 아마 일곱 살이었나 그랬을 거야. 그날의 추위는 정말이지 맹수의 목울대와 같았어.
입김을 허허 불며 탕 가상자리에 엉덩이를 붙였어. 별 너저분한 것도 없는 수정 장식을 뭉기적뭉기적 문대며 입김을 멋들어지게 피어 올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묘하게 비린내가 나는 거야. 어머니가 아침상에 생선을 올리셨나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 나는 이상스런 일에 빡빡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두리번 댔어.
 
  "뭔 냄새지?"
 
  "뭔 냄새지?"
 
  !
 
  척추부터 오소소 돋는 충격 어린 소름에 새우젖만 한 눈을 크게 떴어.
 
  "뭐…뭐야."
 
  "뭐…뭐야."
 
  "으악!"
  
 나는 아버지 품속으로 진작에 닿아있는 걸음아를 쫓아 발버둥치다가 풍덩! 입수하고 만 거야.

그리고 그리고 말이야. 내가 무얼 본줄 아니? 믿을 수 있겠어? 누군들 그때의 나처럼 동그랗게 눈을 뜨고 벌렁 이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는 힘껏 숨을 들이 쉴 수 있을까? 없어. 그럴 순 없어. 나는 단언해.

살랑살랑 인지 사랑사랑 인지 아무렴 어여쁠 최초와의 조우에서.
  
  "…어…어…안녕."
 
  "…어…어…안녕."
  
 우습지만 나는 벙찐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어. 너 역시 내 입술을 따라 말했지.

안녕. 이렇게.

너는 은빛 지느러미를 휘휘 저었어. 그래, 맞아. 너는 인어였던 거야. 내가 본 동화책이 오차없는 선으로 너를 담아내었다면 진실로 그것은 맞아. 너는 필시 인어였어.
용궁인지 그린란드인지 천국 같은 곳을 뒹구는 랩소디 속 공주님 말이야.
 
  "목소리가 구름 같아"
 
  "목소리가 구름 같아"
  
 구름 같다는건 뭘까? 또 그런 목소리는? 나는 묻고 싶어. 내 손에서 놓여난 정답을 되찾고 싶어. 어른의 세계에 발 딪는 다는 건 말이야 내 안에 기거하는 천상의 음유시인을 잠재우는 것과 같아. 아주 지독한 수면제를 목구멍에 털어 넣는 거지. 그것은 꽤나 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어. 어린 날의 나는 너무도 아득한 곳에 고요를 취하고 있음에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어. 그래서 나는 영영 상실감에 뒤틀릴 거야.
분명해. 아주, 아주 오랜 시간.
  
 나는 눈을 깜빡거리기도 했고 새벽녘에 눈을 부비는 것에 배로 힘을 들여 눈가를 부비적거렸어. 에구머니나. 칡흑같이 검은 머리의 너는 건재했지 뭐니.
 
  "어디에서 왔어?"
 
  "어디에서 왔어?"
 
  "정말 인어공주야?"
 
  "정말 인어공주야?"
  
 기껏해야 몇 마디 물었지만 내 입술에만 관심을 두고 따라 하기 바쁜 너를 숨 가쁘게 응시했어. 이내 아버지의 부름을 듣고 새삼 한기를 느끼며 뛰쳐나왔어. 홀딱 젖은 쥐새끼 같은 꼴에 인어를 봤다며 안 쓰던 떼까지 부리니 궁둥이 찜질만 들입다 했지 뭐야. 일곱 살. 서럽고 시린 빙하의 밤을 지새우며 콧잔등에 앉은 비린내를 더듬었던 거야. 고사리 같은 손이었어. 나, 기억해.
여지없이 새벽녘이 왔고 나는 착실한 신문배달원처럼 텅 빈 노천탕에 출근도장을 찍었어. 기적이었을까 꿈이었을까 너는 번복하듯 그 자리에 있었지. 은빛 비늘을 봄 햇발 마냥 흩날리면서 말이야.
우리는 시간에 등을 맞대고 조심스레 교감했어. 아주 고차원적이었다고 생각해. 여전히 묻는 말을 모방하기 급급한 너였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미지의 손길로 나의 까까머리를 쓱쓱 매만져 주곤 했어.

한편, 나는 너에게 인간의 언어를 전파하고 싶어 안달을 부렸어.
 

  "바보. 응 이라고 한마디만 해봐 응! 응! 따라 하지만 말고"
 
  "바보. 응 이라고 한마디만 해봐 응! 응! 따라 하지만 말고"
  
 나는 칭얼거리는 어투로 간절함을 말했던 거야. 물론 돌아오는 건 실망스런 것들뿐이었지만 말이야.
너는 말이 없었지만 수면에 음파를 만들어 크림보다 부드러운 자장가를 노래했지. 그래서 나는 그것이 영원의 고향인 줄 알았어. 자장자장 읊조림이 모빌처럼 흔들리는 너의 세계에 마치 정복자라도 된 양 통통한 배를 두드리며 꿈결로 하프를 연주했던 거야.
그리고 거침없던 음률이 방향감을 상실해 버린 건 순전히 내 탓이었어. 모두 그랬어. 모두.
  
 아버지는 조금 비장한 얼굴로 내 어깨를 붙들고 말씀하셨어.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모두 너를 위한 것이니 그리 알라고. 곧 국민학교에 입학하는 장손에게 본인의 삶과는 판이한 전광판을 제시하셨어. 그 휘황찬란한 인간 자판기 중앙에 떡하니 진열되는 것이 소위 말하는 반듯함일지도 모르겠어. 음. 맞아, 정말 그럴지도 모를 일이야.
나는 꼬맹이라는 유용한 핑계 하에 겁에 질린 표정을 스리슬쩍 지어 보였어. 아버지 또한 질세라
연필 깎아지듯 점차 뾰족해지셨지. 그렇지만 나 알지. 그럼 알다마다.
그 엄격함 이면에 일렁이는 노고 어린 눈동자가 처량맞게 내 정수리로 녹아내렸어. 그것은 꼭 촛농처럼 뜨겁고 진득했어. 어쩌면 말이야 지옥만큼이나 아픈 것일지도 몰라. 
무려 사십 년이야. 살갗처럼 붙어 있던 고향 말이야. 어렸지만 그 걸쭉한 애착이 여린 솜털에까지 삐쭉 삐쭉 미첬어. 아버지의 두 눈이 유리잔보다 더 투명하고 위험해 보여서 나는 조숙한 규수마냥 입을 꾹 다물었어. 예 아부지. 이렇듯 착하게 굴 순 없었지만 말이야.
그래서였을까 나는 한동안 욕탕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어. 그것이 덜 자란 마음에도 조금 비겁하게 보였지만 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리고 너무 어려운 거야. 산수문제보다 무려 열 배쯤 더. 더. 더! 
너무도 자연스럽게 벗어나는 수면상태에 조금 더 깊숙이 나를 가두기 위해 땀을 뻘뻘 흘려가며 공을 찼고 두 살 터울의 여동생에게 큰소리로 책을 읽어줬어. 어머니께선 이제 장가가도 되겠다며 내 등짝을 톡톡톡 두들겨 주셨지만 웬일인지 떨떠름했어. 기쁘지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고.

 서울에서 삼촌 두 분이 이사 일손을 돕기위해 내려오셨고 아버지는 마지막 욕탕청소를 특별할 것 없이 시작하셨어. 그새 몸에 익어버린 것인지 조금 늦게 떠진 두 눈을 원망하며 나는 비몽사몽 중에 노천탕을 향해 걸었어. 아니 달렸달까. 그편이 좀 더 맞아. 심장이 콩콩콩 뛰는 것이 가슴뼈가 뻐근했어.

문을 열었고 한 다섯발자국 쯤 땠나? 응... 그래, 여전하더라고. 너는 언제나 보배 그 자체였어. 나는 그 며칠 새 발 뒤꿈치 쪽에 상처도 났고 몸무게도 조금 늘었는데 너는 어째서였을까. 
나의 고뇌를 읽었는지 너는 그 어느 때보다 광명하며 미소 지었어.
 
  "아직 있었네"
 
  "아직 있었네"
 
  나는 네가 무슨 까닭으로 이곳에 오게 됐는지 왜 하필 내 눈에만 비치는 게 됐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여기는 왜 온 거야?"
 
  "여기는 왜 온 거야?"
 
  너에게 바보라고 비죽 댔지만 사실 진짜 바보는 나 아니겠어?
  나는 아마 끝끝내 너의 존재를 설명할 수 없을 테니.
 
  "나 이제 여기 안 와.. 이곳도 곧 사라질 거야."
 
  "나 이제 여기 안 와.. 이곳도 곧 사라질 거야."
 
  그러니 믿을 수 밖에. 궁둥이 찜질을 당하던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던 나는 그냥 너를
  믿어주면 그만인 거잖아. 그렇지? 너는… 이 세상에 아니다, 내 눈에 하나뿐인
  인어공주님 이잖아. 내 말이 맞지? 그러니까 한마디만 해주면 돼. 딱 한마디만.
 
  "나랑 같이 갈래?"
 
  "나랑 같이 갈래?"
 
  "씨…응 이라고 대답하는 거라니까 응!"
 
  "씨…응 이라고 대답하는 거라니까 응!"
  
 나는 울분을 턱 끝으로 씹으며 되도 않을 억지를 부렸어. 내 눈이 순간 반짝하고 빛을 냈다면 그것은 엄연한 진실일 거야.
 
  "나 데리고 가."
 
  "나 데리고 가."
 
  "정말…? 그래도 될까?"
 
  "정말…? 그래도 될까? "
 
  "……싫어‥내버려둬."
 
  "……싫어‥내버려둬."
  
 말을 잇지 못했어. 너는 구제불능이었고 나는 너를 미워할 수 없다는 역설만이 밀물처럼 남아 차박차박 가슴을 쳐올렸어. 질식할 것만 같았던 나를 알 수 있었을까? 아니 그보다 우리가 우리라는 이름 앞에 작게나마 묻어 나올 수 있는 흔적일랑 맞는것인지 근원의 구령부터가 유령처럼 희끄무레해 졌어. 
절망이었지. 나는 알아. 전부 기억하는걸. 부정할 수 없는 인생 첫 번째 시련이 발톱 끝부터 야금야금 나를 갉아먹으려 했던 거야.
갸르릉 소리를 내는 아픔에 나는 조금 휘청거렸어. 한참을 그렇게 침전하다가 이내 말문을 열었어.
숨을 쉬듯 나직한 목소리로. 물론 내 쪽에서겠지.
 
  "도망쳐."
 
  "도망쳐."
 
  "…사라지지마."
 
  "…"
 
  "절대."
 
  "…"
  
 나는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어. 대답이 없는 기막힌 침묵 새로 '응'이라는 짧은 어음을 듣고야 말았거든. 이럴 줄 알았으면 깐따삐야나 우리 할머니 성함 같은 어려운 말을 가르쳐 줄 걸 그랬어. 수증기를 찢은 너의 한마디가 그렇게 끔찍한 것일 줄은 몰랐는데.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몰랐어. 그 무엇도 말이야.
후에 아버지께 건 내들은 얘긴데 마지막 확인차 노천탕을 문을 열었는데 물기 마른 탕 바닥에 물거품이 잔뜩 끼어 있었다고 해. 색이 아주 예뻤데. 더없이 사랑스러웠데.
아, 물거품이라니.. 나는 어쩌면 좋을까.
앓았어. 아들의 뜻 모를 울음에 어머니는 낯선 환경에 질려버린 거라 대강 짐작했지만 모두 틀렸다는 사실을 나는 은폐시켜버렸던 거야.
서러운 소리는 잦아 들었고 그 모든 치렁치렁함이 간결해질 무렵 나는 어른이 되었어.
회를 보면 토기부터 치미는 곤욕스런 트라우마에 괴롭힘 아닌 괴롭힘을 당했지만 별 다를 건 없었어. 조금만 더 솔직해지자면야 나는 너를 기척 없는 단칸방 안으로 몰아넣은 거야. 네가 나의 동심 안에서 바스라졌다는 건 곧 나 역시 다를 바 없다는 뜻이기도 해. 낙엽도 아니면서 꼭 그런 것 처럼 말이야.
  
  

  *
 
 

 아내가 고3 담임인 탓에 6살 난 아들 녀석은 오로지 내 몫이었다. 눈에 비눗물이 들어간다고 하도 엄살을 부려대서 어르고 달래느라 또 진땀을 뺐다. 콧김을 뿜어 대는 냄비를 못 본채 할 수 없는 노릇이라 허둥지둥 부엌으로 뛰었다. 팬티와 마른 수건 한 장을 더 챙겨 욕실로 가는데 어째 조용한 것이 못내 꺼림직스럽다.
 
  "김현 뭐해?"
 
  "아빠…"
  

 차분한 눈망울로 내 다리에 얼굴을 묻는 꼴에 외려 내가 당황해버렸다.
 
  "아빠아… 나아… 나아…"
 
  "응. 일단 물기부터 마저 닦자."
  
 나는 그 어리광을 조금 알 것도 같아 손끝에 왠지 모를 힘이 실렸다.
그리고 보게 된 것이다. 모찌덕 같은 엉덩이를 타월로 쓸어줌에 첫눈처럼 떨어진 은빛의 무엇을.
 
  '사라지지마. 절대.'
  
  '응'
  
 정말이었구나. 환청인 줄 알았던 파문의 음성은 헛것이 아니었구나.
나는 은색 비늘은 주워들고 엄지손톱을 세워 지그시 눌렀다. 한 아이를 둔 가장의 대답은 우습겠지만 이리 수줍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주길 바란다. 누군가, 그래 누군가는.
어서 오렴. 그렇게 한참을.
 
  "오늘은 현이가 아빠 책 읽어줘."
 
  "흐엑 아빠 책은 너무 어려운데."
 
  "안 어려운 걸로."
 
  "뭐?"
 
  "음……인어공주."
 
  "인어공주?"
 
  "응."
 
  "…그래! 내가 아빠 인어공주 책 읽어줄게. 잘 못 읽는 다고 웃으면 안돼."

  "그럴게."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물거품이 되었다는 거짓말은 넣어두길.

  여전한 당신은 언제나 고맙군요.

  그리고 좋아요. 아주 아주 기쁜겁니다.

  나의 신뢰가 이 삶 모든 욕탕안에 낙하하길 바래봅니다.

  믿습니다. 정말 그래요 나는.

보바리부인
보바리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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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바리부인
  • 201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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