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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5월 5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김보영
  • 작성일 2014-06-02
  • 조회수 354

혼자 사는 사람들 – 아토

형제자매가 없는 시대, 혼자 남겨진 외동들을 위해 형제자매를 서비스한다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로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거제도 여자와 동생으로 보내는 생활의 묘사도 재미있어 다음 전개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결말의 사건이 좀 납득이 가지 않아요. ‘담당직원에게 하는 말이 없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이후의 추리와 등장인물들의 반응이 비약이 심합니다. 단순한 오류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이 글을 쓰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거나 혹은 장애가 있어 쓰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지영은 전문가인데, 전화를 해서 물어보거나 주변에 알아보거나, 그 사람의 인적사항이나 다른 정보를 통해 추리할 수도 있었지 않았을까요.

결말과 다른 길을 독자가 쉽게 상상할 수 있다면 설득력은 약해집니다. 지영이 여러 방법을 다 써 본 뒤에 ‘정말로 그 사람은 누구에게도 어떤 할 말도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 좀 더 공감하기 쉬웠을 거예요.

 

저녁 어스름 – 들찬빛

정적이면서도 격렬한 소설입니다. 방 안에서 고독하게 홀로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로, 큰 전개나 사건은 없습니다만 진실한 슬픔이 느껴져, 점점 약해져가고 죽음에 떠밀려가는 사람의 마음을 절절하게 느끼게 합니다.

단지 중간에 등장하는 연인의 이야기는 이 상황과 관련이 없어서, 슬픔을 더하기보다는 사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의 병이 무엇인지 생략한 상황에서 병을 주된 테마로 삼은 것도 설득력을 약하게 합니다. 그러면 단지 슬픈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병을 이용했다는 인상이 생깁니다. 내가 원하는 상황과 감정에 맞는 병을 실제로 찾아내어 소재로 이용했다면 독자는 그 어떤 의심없이 주인공의 감정에 빠져들었을 거예요.

 

수신거부 – 조정치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는 시대의 풍경을, 무심하고 일상적인 폭력과 무례에 노출된 택배기사의 눈을 통해 잘 그려내셨습니다. 중반 이후에 택배기사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폭력에 저항할 수 없는 답답함이 더욱 거대해집니다.

결말에서 택배기사는 (이전에는 탈 수 없어서 고통받은) 엘리베이터에 갇히고 두 번째의 고통을 겪는데, 결말로서는 좀 아까워요. 이렇게 되면 마치 택배기사를 괴롭게 하는 주체가 사람이 아니라 엘리베이터였던 것처럼 생각되니까요.

올라갈 때에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빠르지 않나’ 싶은 기분이 들었던 것처럼, ‘갇힌 엘리베이터에서 과연 나올 수 없을까’에 대해서도 의문이 들어서 위기감이 흐려지기도 합니다.

 

* 현관문이 다시 열리며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참”

: 이 부분은 앞에 나와야 할 문장이 뒤에 나왔어요. ^^

 

눈 속의 하얀 꽃 – 브라더홍

이전 소설에서 영상을 가져온 듯, 눈밭의 풍경이 아름다운 소설입니다.

단지 이전 소설보다 감정이 커지면서 묘사에 불필요한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너무나’라는 말이 반복되고, ‘포근함’ ‘하얀’이 지나치게 많이 반복됩니다. 작가의 마음에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적은 단어 속에서 조급하게 전달하려다 일어난 일인 듯합니다.

풍경에 힘을 들인 것에 비해 모호한 점이 많아서 상황이 많이 헷갈려요. “겨울에도 꽃이 핀다 - 그러니 겨울은 다 갔다”는 남자의 말은 논리가 맞지 않아요. 남자는 겨울에 꽃이 피는 것을 알리고 싶었을까요, 겨울이 갔다고 속이고 싶었을까요? “석호가 엄마를 찾아 연락까지 했다.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했다. 나를 빼닮은 것이 분명하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석호는 아들인데 멀리 떨어져 사는 걸까요? 맛있는 것을 사오라고 할 정도면 같이 사는 걸까요? 나를 빼닮은 것도 몰랐다면 만난 지 오래 된 걸까요? 이미 어른이 되어 결혼한 두 사람을 ‘소녀’, ‘소년’으로 지칭한 것도 헷갈림을 더합니다.

 

빨래하는 날 – 정온

아주 짧은 소설인데도 스릴러의 요소를 잘 갖추고 있어요. 요즘 지하철에서 보는 29초 영화의 훌륭한 각본을 보는 듯합니다. 이곳이 매수에 제한이 있는 게시판이었다면 높은 점수를 받았겠습니다만, 그런 곳은 아니지요. 너무 짧았기에 긴장을 다 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사건으로 치면 흉기는 밝혀졌지만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네요. 무슨 원한? 정말 커피를 못 타서 죽인 건가요!

 

야삼경의 모래시계 – 영너꿈

풍부한 단어, 간결하고도 감각적인 문장, 그럼에도 충실한 전달력, 문장에 관해서는 제가 본받고 싶을 만큼 훌륭합니다.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과 나비의 환상이 독자를 홀리게 하고, 이어서 일어나는 사건이 ‘그것에 정신이 홀려 있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끌고 들어가면서 독자에게 충격을 선사합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짧다는 것이군요. 그리고 제목과 서두에서 주요하게 제기된 모래시계는 주인공의 죄책감과 어머니의 부재를 연상하기에는 거리가 멀어요. 주제와 거리가 먼 소재, 결말과 거리가 먼 서두를 제기했기에 기묘하게도, 모든 상황을 전달했는데도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게 합니다.

 

* 철쭉에는 독이 있어요. 알고 쓰신 걸까요? (물론 죽으려면 엄청 많이 먹어야 하지만) 그래서 아이들이 내 방관 때문에 죽은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급이 없으니 그런 의도는 아니었나봐요.

 

앨리스가 죽었다 – 최재혁

늘 시적인 작품을 쓴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이번에는 좀 더 운문에 가까운 길로 발을 내딛은 소설입니다. 어울리는 방식이군요. 거친 문장도 운문의 형식 안에서 좀 더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는 듯합니다. 계속 실험을 하고 계신 듯해요.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고 이해를 시키려는 이야기도 아닌 듯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몰입하게 되는 점은 저도 신비롭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성은 리델일텐데, 토머스 웨인이 아버지인 사람은 배트맨이죠. 제목에 있는 ‘베인’도 배트맨에 등장하는, 약으로 힘을 얻은 악당일 텐데. 하지만 이 꿈속을 헤매는 듯한 연상의 미로가 어디로 향하는지는 모르겠군요.

 

 

*

 

크게 모자란 작품은 적으면서도 결말을 잘 맺어준 작품도 적은 한 주였습니다. 그래서 주장원을 선정하기가 어렵군요.

시는 감성으로 쓰지만 소설은 체력으로 쓴다고 하지요. 결말에서 글을 쉽게 내던지지 마시고 끝까지 가 주세요.

 

그 중 그래도 결말을 잘 맺어준

 

저녁 어스름 - 들찬빛

수신거부 - 조정치

야삼경의 모래시계 – 영너꿈

 

을 선정합니다.

 

*

*

- 요컨대 나는 성공하는 법은 알려줄 수가 없다. 단, 성공하지 않는 법은 알려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거절당했다는 창피함에 굴복해 자신의 원고를 (혹은 그림이나 노래나 목소리나 춤 동작을) 관 속에, 즉 서랍 속에 넣고 영원히 닫아버리는 것이다.

- 캐스린 스토킷

김보영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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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마지막 인사

  저는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원래 작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그만두게 될 예정이었는데, 제가 여러분 졸업하시는 것도 보고, 글틴캠프도 가고 싶다고 우겨서 좀 더 있었습니다. 부족하나마 작은 문학의 날 행사로 몇 분 뵙고 가서 기쁘네요. 그간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참으로 좋은 글 많이 보았고, 많이 감동받고 마음아파하기도 했고, 미래의 좋은 작가님들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시작할 때도 제가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가르치셨고, 스스로 성장해가셨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평을 받는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차지 않으실 때도 있으셨을 텐데, 늘 어른스럽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학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가야 하지요. 또한 자신의 답을 믿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답을 존중하며 가야 하지요. 저는 제 생각과 원칙으로 임했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새 선생님이 오시면 저와는 또 다른 생각과 원칙으로 평을 하시리라 생각하며,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여러분의 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글쓰기는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우리의 마음에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계속 글을 쓰시기를 바랍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작은 문학의 날에 했던 저작권 이야기에서 추가 : : 짧은 시간이라 사실 다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말했듯이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갖지 않고, 아이디어는 서로 오가는 것이고 서로 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비슷하다고 작품을 버리거나, 비슷하다며 비난하는 일은 다른 의미로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중요해서 저작권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문화를 키우는 데에 필요한 기본 바탕이라서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재생산된다는 것을 믿고, 흔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의 진실로 대하며 만들어가세요. 그래서... 아이디어에는 저작권이 없고 표현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사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요. 그래서 표절을 판단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어요. 그러므로 그때에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피해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밖에,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쓴 작품은 저작권이 없답니다. 이를테면 게임 회사에서 만든 게임 시나리오나 그림은 회사의 것이지요. 강의나 비평을 위한 인용 역시 허용되고, 법전도 저작권이 없지요. 죽은 지 70년 된 사람의 작품은 저작권이 풀리고요. 그래서 신데렐라나 셜록, 홍길동의 콘텐츠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지요. 그 외의 예외들이 있습니다. 저는 진짜 전문가는 아니니, ^^ 제게 들은 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조금 더 알아보세요. 대학에 가신 분들은 청강해볼

  • 김보영
  • 2016-03-01
* 이야기글 2월 월장원 발표

2월의 월장원 후보는 프레티나 – 투또우 Live Forever – 투또우 난생의 기원 – 노송휘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입니다. *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프레티나 – 투또우 두 작품이 특히 좋았어요. 제 월장원 평이 없는 것은, 월장원까지만 와도 저로서는 명확한 논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선택하는 작품이 좋다는 것은 늘 확신해요. 하지만 떨어뜨리는 작품이 좋지 않은 건 아니죠. 모든 공모전이 또 그러하지 않은가 합니다. * 프레티나 – 투또우 를 2월의 월장원으로 선정합니다. 축하드립니다.

  • 김보영
  • 2016-03-01
* 이야기글 2월 4주 우수작 발표

잠자리 대가리 - 탈퇴 회원 (이름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탈퇴하신 걸까요.) 글을 많이 안 써보신 분이 아니면 나이가 많이 어린 분 같습니다. 귀엽게 보기에는 무서운 글이네요. 비현실적인 상상을 한다 해도 논리가 없다면 의미를 갖기 어려워요. 일부러 비현실적으로 썼다는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이곳에는 많은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올라와요. 그것으로 점수를 깎지 않고요. 문장과 전개가 초보자 티가 많이 나서, 하직 뭐라 평가하기에는 이른 단계입니다. 지금 뭘 듣든 잘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전반적인 연습이 많이 필요하니 집에서 많이 써 보세요.   친환경 캠프 - 탈퇴 회원 스마트폰이 없으면 이만한 재난이 일어나는군요. 앞 소설보다는 재미있게 보았어요. 이게 대체 어디까지 가려 그러나, 하면서. 글은 어린데 역시 귀엽게 보기에는 너무 무섭네요. 간혹 요새 어린 분들은 최초의 아이폰이 생겨난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았다는 것을 종종 잊는다는 생각을 해요. 그만큼 스마트폰이 가져온 세상의 변화가 지대하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보면서 지금 세대에게 스마트폰은 공기와 같은 물건일 거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쓰레기 먹는 카멜레온 – 맞봄 문장이나 전개는 연습이 많이 필요한 편이지만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쓰레기를 먹는 카멜레온이라면 확실히 사람도 먹을 것 같아요. 환경을 보호하려면 그게 제일이겠지요. 인간만 없다면 환경이 살아나는 건 순식간이라고 하지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곳은, 방사능으로 가득하기는 해도, 단지 인간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이 무성하게 자라나고 있다고 하지요. 사실 쓰레기를 먹는 생물이라면 있어요. 미생물이라고... 단지 현대문명은 소독으로 그들을 척살하고, 그들의 활동으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쓰레기를 내놓지요. 오염물질을 더 빨리 분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만드는 연구와, 미생물에게 더 쉽게 분해되는 물건을 만드는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단지 경제가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다보니 그 분야의 투자가 필요에 비해 적지요.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을 먹고 죽어가는 새나 거북의 이야기가 많고도 많지요. 어쩌면 상상하신대로 언젠가는 그들을 먹고 사는 동물도 생겨날지 모르겠어요.   내 친구 로빈울새 – 쐐기벌레 오랜만에 다시 읽는 소설입니다. 하지만 이전 소설을 생각하지 않고 이 자체로 다시 읽었어요. 거칠고 산만한 면들이 안정되고, 솟구치는 감정도 다듬어지고, 전체적으로 차분하고 담담하게 슬픔을 관조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외롭고 슬픈 두 사람이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우정을 나눕니다. 로빈의 대화는 짧고도 간단하지만 화자가 위로를 받았으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화자는 마지막 만남에서 로빈의 자살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고 넘어가버렸고... 그를 돕지 못했다는 절망에 빠집니다. 하지만 화자는 자신의 능력 -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힘으로 로빈을 구원합니다. 그 구원이 로빈 뿐 아니라 자신의 구원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같은

  • 김보영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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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합평 감사드립니다ㅎㅎ 합평해주신 부분 신경써서 길게 퇴고해봐야겠어요.

    • 2014-06-03 01:21:2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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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예. 아이디어가 좋아서 재미있게 발전할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해요.

      • 2014-06-03 11:23:29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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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예 커피가 맛없어서 죽인 겁니다.... 그걸 잘 표현하기가 힘드네요..ㅠㅠ

    • 2014-06-03 00:33:0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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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정말이었던 겁니까 ... (믹스커피를 살 것이지!!!)

      • 2014-06-03 11:23:00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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