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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10월 4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김보영
  • 작성일 2014-10-27
  • 조회수 253

마지막 저녁식사 – 이새

부모님이 이혼하게 된 집안에서 화려하게 차려진 최후의 만찬을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밥을 먹는 모습만 보는데도 많이 슬퍼요.

단지 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이야기를 그대로 두고 그것이 이혼 전의 마지막 저녁식사라는 것을 결말에 두고 반전을 주었다면 어쩌면 하나의 맺음이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그저 하나의 예시고, 그 외에도 방법은 많습니다.

이 장면 자체만으로는 제가 감히 무슨 평을 할 것도 없이 완전합니다.

 

그것 – 난니

난니님의 소설에 결말이 생겨난 것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이제 다음 단계가 필요한 듯해요. 그 결말에는 설득력이 필요해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주인공에게 변화가 온다는 것은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해결까지 이르는 경로가 없다면 독자는 그 결말을 믿지 못해요.

주인공이 어느날 이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할 궁리를 한다면 그것도 변화입니다. 혹은 좀더 이 성향이 심해져서 부모님이 걱정할 정도로 이상해졌다면 그것도 변화입니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능한 결말은, 주희의 말을 듣고 불편한 생각에 빠지며 하루를 끝내는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마음의 변화는 그리 간단히 오지 않아요. 변화가 올 때엔 보통 세상이 한 번 바닥까지 무너질 때죠.

물론 사람이 말 한마디로 변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엔 이미 쌓이고 쌓인 수많은 다른 일들이 마음을 역치까지 끌어올렸기 때문일 거예요. 독자가 그 과정을 볼 수 없었다면 역시 따라와주지 못해요.

주인공의 마음을 바꾸려하기 보다는, 한 번 주인공이 자신의 의지로 목적을 갖고, 상황을 바꾸기 위해 무엇이든 하도록 풀어놓아 주세요. 세상이 바뀌거나 주인공의 마음이 변하는 것보다는 행동하는 것이 쉽고, 그래서 행동은 설득력이 있어요. 일단 행동하기만 했다면 그 후에는 실패해도 됩니다.

엇나감 없는 완벽한 일상의 풍경의 모습은 답답하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런 일상을 내면화한 주인공의 사정 역시 아련히 짐작이 가면서 공감이 갑니다.

 

데자뷰 – 연해

세 이야기가 얽혀 있어요. 주인공은 어린 시절에 아버지의 파산으로 충격을 받은 적이 있고, 그 후 치즈냄새로 연상되는 왕따를 당한 적이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어요. 모두 한 개인에게 재해와 같은 일이고, 또한 쉽지 않은 일이기에 한 소설 안에 풀어내기에는 과합니다. 그들은 모두 다른 이야기예요. 한 이야기에서 하나 이상의 이야기를 하는 건 쉽지 않아요.

실제로 일어난 일은 ‘끔찍해서 차마 볼 수 없다’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화자의 시선은 주인공의 마음만 좁게 들여다봅니다. 주인공은 ‘지금까지 말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서도 여전히 말하지 않았어요. 독자로서는 그저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작가가 주인공에게 깊이 몰입하면 이런 소설이 종종 나오곤 해요. 물론 전혀 몰입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지만요. 너무 몰입하면 독자에게 주인공이 겪은 힘들고 아픈 것들을 잘 보여줄 수가 없어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냉정함과, 너무 멀어지지 않을 동정심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 어렵지만 작가의 첫 마음가짐이 아닐까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세 일 모두 재해와 같은 일이라, 몸에 난 상처처럼 수시로 통증을 유발하는 흉터를 남기곤 합니다. 다시 잘 풀어내었으면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카페인 – 모해

커피는 어른들만 마신다고 하면서, 아직 어른도 아닌데 커피를 마셔대야 하는, 단순하면서도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언제부터가 어른인가’ 하는 것은 사회의 편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종종 해요. 옛날에는 열셋이면 벌써 어른이었는데 말이죠.

단순하게 커피로 대변되지만 많은 것을 내포하는 이야기입니다.

욕심을 좀 부리자면, 이 이야기는 더 풀어낼 수 있었을 거예요. 작가는 ‘커피’가 상징이라는 것을 알아요. 독자도 알지요. 하지만 작가가 ‘커피’가 상징이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이 주인공에게 있어 커피가 당면한 현실이라고 생각해 봐 주세요. 그러면 이야기는 더 풍성해질 수 있을 겁니다. 주인공은 잠과 커피 문제를 해결하려고 뭐든 해 보려 할 거예요.

주인공에게 목적을 주고 움직이게 해 보세요. 그러면 이야기에 힘이 생깁니다.

 

영웅 – LANIAL

작은 우화로군요.

우화라고 해도 다른 모든 소설과 마찬가지로 설득력이 필요합니다. 상징이라고 해도 이야기 안에서는 진실이어야 하고, 진실이라면 좀 더 자연스러울 거예요.

영웅이 나무를 심고 간 것은 아주 오래 전 일인데, 고작 한 세대 전의 어머니들은 어째서 다들 이 전설의 실체를 다 알고 있는 걸까요? 그들이 알고 있다면 다음 세대는 어째서 하나같이 모르나요?

영웅의 후계자는 전쟁을 이끈 사람이 아닐 것이 분명한데, 그렇게 간단히 속을 수 있을지, 또 그렇게 간단히 그 동경이 사라질 수 있을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의문이 많이 들어요. 소년들의 생각이 변할 때에는 어머니의 말 이상의 무엇인가를 직접 보고 체험했기 때문일 거예요. 그랬다면 좀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해요.

 

*

 

작품들에 좋은 면이 있었지만 아쉬운 점이 큰 편이었습니다.

그 중 눈에 띄는 소설은

 

데자뷰 – 연해

카페인 – 모해

였지만 역시 아쉬움이 남아요.

 

지금까지 올리신 소설 중에서도 많이 성장하신 것을 격려하는 의미로

 

카페인 – 모해

 

님께 주장원을 드립니다.

 

*

 

“사람들은 마치 캐릭터가 표현한 어떤 의견들에 대해서 극작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내가 쓴 모든 작품들을 통틀어서 (캐릭터가 말한) 어떤 의견이나 어떤 언표도 나 자신의 것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그런 실수를 피하기 위하여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극본을 쓸 때 가장 중요한 테크닉 중의 하나는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 속에 작가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은 관객이 자기가 지금 어떤 현실을 체험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그럴 때 대사 속에 극작가의 개인적인 의견이 억지로 담겨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큼 나쁜 것은 없다.“

 

- 헨리크 입센

([시나리오 가이드] /한겨례 신문사 : 에서 발췌)

 

 

 

김보영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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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글 마지막 인사

  저는 이것으로 마지막입니다. 원래 작년에 다른 선생님들과 함께 그만두게 될 예정이었는데, 제가 여러분 졸업하시는 것도 보고, 글틴캠프도 가고 싶다고 우겨서 좀 더 있었습니다. 부족하나마 작은 문학의 날 행사로 몇 분 뵙고 가서 기쁘네요. 그간 여러분과 함께 하면서 배운 것이 참 많습니다. 참으로 좋은 글 많이 보았고, 많이 감동받고 마음아파하기도 했고, 미래의 좋은 작가님들 많이 만나 뵈었습니다.   시작할 때도 제가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금은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은 스스로를 가르치셨고, 스스로 성장해가셨습니다. 그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습니다. 평을 받는다는 것이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에 차지 않으실 때도 있으셨을 텐데, 늘 어른스럽게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문학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각자 자신만의 답을 찾아 자신의 길을 가야 하지요. 또한 자신의 답을 믿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답을 존중하며 가야 하지요. 저는 제 생각과 원칙으로 임했지만 그것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새 선생님이 오시면 저와는 또 다른 생각과 원칙으로 평을 하시리라 생각하며, 그것은 또 다른 형태로 여러분의 글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글쓰기는 꼭 작가가 되기 위해서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우리의 마음에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언제 어디서든 계속 글을 쓰시기를 바랍니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작은 문학의 날에 했던 저작권 이야기에서 추가 : : 짧은 시간이라 사실 다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말했듯이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갖지 않고, 아이디어는 서로 오가는 것이고 서로 닮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비슷하다고 작품을 버리거나, 비슷하다며 비난하는 일은 다른 의미로 주의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나 중요해서 저작권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은 문화를 키우는 데에 필요한 기본 바탕이라서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언제나 재생산된다는 것을 믿고, 흔해 보이는 아이디어라도 자신의 진실로 대하며 만들어가세요. 그래서... 아이디어에는 저작권이 없고 표현에는 저작권이 있지만, 사실 둘을 구분하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지요. 그래서 표절을 판단하는 것이 명확하지 않을 때도 종종 있어요. 그러므로 그때에는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피해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의 글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밖에, (한국에서는) 회사에서 쓴 작품은 저작권이 없답니다. 이를테면 게임 회사에서 만든 게임 시나리오나 그림은 회사의 것이지요. 강의나 비평을 위한 인용 역시 허용되고, 법전도 저작권이 없지요. 죽은 지 70년 된 사람의 작품은 저작권이 풀리고요. 그래서 신데렐라나 셜록, 홍길동의 콘텐츠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지요. 그 외의 예외들이 있습니다. 저는 진짜 전문가는 아니니, ^^ 제게 들은 것으로 끝내지 마시고 조금 더 알아보세요. 대학에 가신 분들은 청강해볼

  • 김보영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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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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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 20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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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ANIAL

    다시 글을 읽어보니 글을 쓴 저만 알고있는 소소한 설정들을, 읽으시는 분들도 다 알고 있는 것 마냥 쓴 것 같습니다. 전혀 생각도 못하고 있었던 점 집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글 속에 전반적인 오류는 없는지 잘 검토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2014-10-27 22:40:37
    LAN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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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숨겨진 설정들이 있군요. 궁금하네요. 다음 글을 또 기다리겠습니다.

      • 2014-10-28 03:38:31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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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제 단점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결말처리가 아닌가 싶어요. 흑 또는 백 처럼 잘되거나 못되거나 그렇게 딱딱 결말을 내려고 언제부턴가 노력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반성해야할 것 같습니다. 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2014-10-27 18:26:0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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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보영

      좋은 결말을 내는 건 어떤 작가에게든 쉽지 않을 거예요. 저도 평생 새 글을 쓸 때마다 다시 고민하겠지요. 평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열려있는 작가분들은 금방 크시더라고요. ^^ 계속 기다리겠습니다.

      • 2014-10-28 03:36:44
      김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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