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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화살황금주

  • 작성자 최재혁
  • 작성일 2014-12-30
  • 조회수 134

독화살황금주

 

 

 

1.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

2. 그는 왜 그렇게 거나한 오만에 빠져 이야기했는가?

 

 

 

그 두 가지 답에 대한 이야기가 무게를 실은 건 어떤 날이었다. 어떤 날, 어떤 남자가 술을 마시고 싶었다. 세상에 없는 술을.

그래서 모험을 떠났다. 1번이 해결되었다.

 

그는 밖에서 덜컥거리며 돌아다니는 마차를 보며 헛간 구석에서 생각했다. 내가 마차를 훔쳐 타면 혁명일까, 이렇게. 그는 재빨리 몸을 날려 마차 뒷자리로 탔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그는 몇 마일을 뛰지 않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술에 대한 연구를 하기 위해 어떤 현자를 찾아 갔다. 그는 200년은 더 산 인간으로써 술과 마법에 대해 모든 걸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만나려는 자들도 현자가 나타난 처음에만 북적거렸을 뿐이었다. 애초에 현자를 만난 자들이 현자보다 먼저 늙어죽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줄 서는 일도 없이 그는 현자를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 없는 술, 현자조차 만난 적 없는 술에 대해 물었다. 현자는 세상에 없는 술이 세상에 존재할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현자가 덧붙였다. 세상에 없는 술이 세상에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에 없는 술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다면 그건 이제 세상에 없는 술이 아니기 때문에 절대로 세상에 없는 술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게 되는 것이라서 인간이 더욱 윤택해질 것이다, 수염을 매만지며 현자는 이야기해 주었다. 현자는 그를 보며 허름한 얼굴에, 허름한 복장이라 믿음직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역설이기 때문에 그 반대라고도 말해 주었다.

 

그가 세상에 없는 술을 만들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나던 중, 독에 중독되어 즉사한 어린이의 시체를 보았다. 그래서 그는 강령술로 아이와 이야기를 했다. 왜 죽었냐고 묻자 어린이는 독화살황금개구리 때문에 죽었다고 이야기했다. 만지는 순간 즉사하는 위험한 개구리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는 단 한순간에 그것으로 술을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혼을 천도시킨 다음에 그는 독화살황금개구리를 잡으러 갔다.

 

술을 담을 때 까진 10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5마리를 분해해 증류시켜 술로 만들자 위스키 같은 맛이 났다. 그래서 그는 더 생각하지 않고 창고에 10년 동안 두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술을 한 모금 마셨다. 환상적인 맛이었다. 독이 환상적인 맛이었다. 그래서 죽었던 것이다. 이게 2번에 대한 답이다.

 

그러니까, 거나한 오만에 빠져 이야기했던 것, 내가 거나한 오만에 빠져 지금도 모든 사람을 내려다보는 이유는 내가 죽었었기 때문이다. 독은 사람을 죽이고, 술은 사람을 살리니, 나는 죽었다가 살아난 것이다. 그 때 마침 지나가던 현자가 아니었더라면 이 말을 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죽을 때 날 강령술로 되살릴까 생각했지만 미적인 부분을 감안해 그냥 죽기로 마음먹었는데 현자가 문을 박차고 들어와 날 살려준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천운天運적인 행운과 나의 마법적 소양에 대해 스스로 찬양하고, 술에 대한 미적 탐미에 대해서도 찬양하는 것이다.

 

물론 술은 다 마셔서 없다. 현자와 나는 그 자리에서 서로를 살리는 마법을 계속 사용하며 술을 마셨던 것이다. 독은 사람을 죽이고 술은 사람을 살리기 때문에.

최재혁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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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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