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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극

  • 작성자 파란약
  • 작성일 2015-10-31
  • 조회수 629

 

나는 맹렬한 빛을 피해 눈을 감았다. 까마득하게 컴컴했다. 망망한 암흑이다. 무언가 희뜩하니 나타날 것만 같아 나는 소스라치듯 눈을 뜬다.

얼룩진 천막 아래 시린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다. 눈이 부셔 미간을 있는 데로 찌푸린다. 실은 괜한 엄살이다. 조명은 내게 직접 쏘이고 있지도 않았다. 빛은 여기, 관객석이 아니라 저 앞의 무대에 쏟아지고 있다. 찬연한 백색의 빛. 그 아래 대열을 맞춰 선 소녀들. 무대 위 소녀들은 규칙적으로 저글링을 하다 재주를 넘다 바삐도 굴었다. 소녀들이 꾸벅 허리를 굽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진다. 나는 박수를 치지 않았다. 돌연히 손바닥을 마주치는 그 간단한 행위가 너무나도 생소해진 까닭이다. 그 행위는 손자 녀석이 끼고 노는 장난감로봇의 관절처럼 분절되어 보인다. 어째서일까. 분명 관객들 저들 나름의 경의 또는 찬사의 표현일 텐데. 지금 내게는 딱히 뭐라 할 감흥조차 일지 않았다. 나를 잠식시키는 거라곤 오로지 권태뿐이다. 아아, 무료하기 짝이 없는 허무란! 맥없이 바람이 빠지는 풍선 같다. 나는 이것이 내 마지막 의무라도 되는 양 침침한 눈으로 무대를 응시할 따름이었다.

목울대가 간질거린다. 나는 걸쭉한 하품을 뱉었다. 한참을 보아도 서커스는 그저 실망스러울 뿐이다. 전날 밤까지 잔뜩 부풀었던 기대감이 피시시 쪼그라드는 것만 같다. 며칠 전 내가 본 광고 포스터는 이런 경박한 쇼와는 결단코 차원이 달랐다. 호화로운 오색빛깔의 조명. 움푹 함몰된 칼데라처럼 깊숙한 무대. 그 한가운데 웬 청년이 절도 있는 자세를 뽐내고 있었다. 웅장한 포스터 속 청년은 뭔가 단단한 긍지, 그 비스무리 한 것이 반짝였었다. 하지만 오늘 이 서커스는 기이한 반짝임 대신 단조로운 잔재주들의 향연이다. 남들이 보기엔 내가 ‘마지막 공연! 전국 최대 환상적인 퍼포먼스!’ 따위의 광고 포스터 속 화려한 수사어구에 미혹된 양 보일 것이다. 제대로 어벙한 늙은이 같겠구나 싶어 기분이 상했다.

한 무리의 소년들이 무대로 나온다. 봉 위에서 묘기를 부리기 시작한다. 기다란 봉에 매달려 허공을 걷는 양 움직인다. 아등바등하는 꼴이 몇 마리의 미꾸라지를 연상시켰다. 속이 엉킨 매듭처럼 엉망으로 꼬인다. 한낱 재롱이나 보자고 비싼 표 값을 내다니 이런 천치가 또 어디 있담! 서커스는 이제 거의 끝으로 치닫고 있었다. 근처에 앉은 아가씨가 손을 하늘로 쳐올리고 박수를 쳐댄다. 딱딱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내 옆자리의 중년남자는 아까부터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와아. 잘하는구먼! 이 서커스에 감탄할 거리가 있었던가. 내 눈에는 어줍고 영 미욱하고······. 어쩌면 나는 저들과 달리 심사가 뒤틀린, 고루한 노인네인가보다. 찬 좌석에 앉은 탓에 꼬리뼈가 욱신거렸다. 아무래도 그만 나가는 게 낫겠다 싶어 엉거주춤 일어서던 차였다. 웅장한 나팔소리와 함께 허공에 걸린 줄 위로 누군가 나타났다. 그 청년이었다. 광고 포스터 속에 고고를 뽐내던 청년.

청년은 포스터에서보다 마르고 까무잡잡했다. 그렇다고 해서 볼품이 없는 것은 아니라 오히려 인상이 또렷해보였다. 각지고 옹골찬 모습이다. 청년이 줄 위에 올라섰다. 이윽고 춤을 추듯 한들한들 걷기 시작한다. 줄 끝에 다다르자 청년은 조금 더 빠르게 걸었다. 총 세 번을 왕복하고 나서야 그는 줄 가운데에 선다. 나비 같은 행위였다. 나비라. 내가 포스터를 보며 상상했던 모습은 나비가 아니다, 그렇지만······. 나는 발끝부터 찌르르 울리는 전율을 느꼈다.  저것만은 진짜였다. 앞서 어설픈 묘기들과는 달리 이것만은 정제됨 없이 싱싱했다. 나는 청년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얄쌍한 체구에 작은 키. 짙은 눈썹에 무뚝뚝한 눈빛. 나를 쏙 빼닮은 청년이다. 그에게 젊었을 적 내 모습이 겹쳤다. 내가 청년일 적 그 모습이.

 

젊었을 적, 그러니까 막 스물 그 즈음이었다. 나는 어린 줄꾼이었다. 나는 꼬마일 때 허리춤에 오는 줄에 처음 올랐다. 열 몇 살 때는 뛰어도 손이 닿지도 않을 정도로 높은 줄에 올랐다. 나이가 먹을수록 나의 줄은 하늘 가까이 높아져 갔다. 줄이 높아질수록 내 발바닥은 점점 두터워져 꼭 덧신을 신은 모양이 되었다. 나중에는 줄에 있을 때 보다 맨땅에 서있을 때 오히려 살가죽이 아플 지경이었다.

스물. 분명 나는 떫을 만치 어린 사내였다. 허나 나는 숙련된 줄꾼마냥 줄 위를 낭창하게 걸을 수 있었다. 아슬아슬 걷다가 외발뛰기며, 양반다리로 앉기며 별 재주를 다 부릴 줄도 알았다. 나를 가르친 것은 오일장의 곡예단에서 줄을 타는 노인이었다. 곡예단은 이름만 곡예단이지 실상 다 쓰러져가는 장막을 덮어놓은 허름한 임시천막에 불가했다. 단원도 피에로와, 트럼펫 연주자, 마술사, 말놀음하는 사내, 그리고 줄 타는 노인과 나뿐이었다. 그마저도 줄 타는 노인은 너무 늙어서 몇 년 후면 더 줄을 타지 못할 것이다. 노인은 매번 나를 붙잡고 읊조렸다.

‘얘야, 줄타기를 게을리 하지 마라. 넌 내 손주니 내 자리를 물려받는 게 지당한 이치여. 네 아비처럼 읍내로 내뺄 생각이랑 말어. 노동! 우덜은 노동을 해선 제 명에 못 산다. 알겠느냐? 우덜은 광대의 피가 흐른다. 아주 금저리 같지. 네 놈이 어딜 가던 소용이 없단 말이다······. ’

노인은 말이 끝나면 꼭 내 어께를 몇 번이고 두들겼다. 노인의 손은 꼭 솥뚜껑 같아서 꽤나 단단해 보였는데, 역시 내 어께를 두들길 때 그 무게가 새삼 대단했다. 벽돌처럼 묵직했다.

그 묵직한 손아귀는 내가 보기에 줄꾼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균형을 잡기에는 너무 크고 영 거슬려 보였다. 그런 불편쯤 노인은 아랑곳도 않았다. 노인은 그 큼지막한 손을 펄럭거리면서도 줄을 잘만 탔다. 노인의 줄타기는 무슨 양반나리의 행차처럼 점잖았다. 탈춤을 추듯이 사푼사푼 걸었고 풀쩍 뛰어오를 때도 꼭 외발로 뛰었다. 꼭 한 마리의 학 같은 형상이었다. 그는 불같은 성질과 달리 줄 위에선 성급히 구는 법이 없었다. 심지어는 공연을 마치고 내려올 때조차 살금살금 품위 있게 굴었다.

노인은 줄에서 내려만 오면 다시 그 손아귀로 내 어께를, 등허리를 툭툭 두들겼었다. 그것은 묵언의 압박이었다. 나는 몇 번이고 끄덕이며 아무도 없는 무대에, 줄 위에 올랐다. 막상 오르면 줄은 밑에서 본 것보다 더 하염없이 길고 얇았다. 만날 연습한답시고 평지보다 오래 지내는 곳인데도 그랬다. 나는 언제나 선명하게 생경함을 느끼며 발끝을 내딛었다. 팽팽한 줄에 울려 퍼지는 파동. 저 멀리 아득해지는 그 느낌이란. 그것은 누가 뭐래도 진짜였다. 어떤 악몽과는 비견할 수도 없이 기세가 사나운 것이다. 매번 줄 위에서 정강이가 파르르 떨릴 만큼, 발목의 힘줄이 울컥 솟아오를 만큼이나.

 

이 청년도 매번 그 아득한 공포와 맞서는 것일까? 어쩌면 저 청년은 공포 따위를 넘어서 그 너머 어딘가에 하마 도달했는지 모른다. 아니면 여전히 끈덕진 악몽 속에 허둥대고 있거나······. 줄 위에 선 청년이 반동을 주어 뛰어오른다. 찰나에 청년의 표정은 보이지가 않는다. 대신 어딘가 무거운 침묵이 느껴졌다. 청년의 두 다리가 허공으로 번쩍 들린다. 흔들린다. 아주 조금 허우적대는 듯도 하다. 나는 잠시 정신이 아찔했다. 청년은 가볍게 발을 딛었다가 양반다리로 앉는다. 줄이 파도처럼 요동친다. 조명은 여전히 뜨겁게 쏟아졌다. 청년의 얇은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얼굴도 물기로 번들거린다. 청년이 대충 눈가를 훔쳐냈다. 불현듯 그의 다리가 경련처럼 부르르 떨린다. 착각이 아니다. 분명 발목이 한번 흠칫하더니 허벅다리가 뻣뻣해졌다. 죽은 짐승의 몸뚱이가 마지막으로 그러하듯 우뚝 멈추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는 다시 뛰어올랐다, 이를 악물고 힘껏.

 

젊은 나는 세심하고 유연했다. 탱글탱글한 것이 고무공보다 더 했다. 뛰어오르는 몸짓하며 재빠르게 줄 위를 오가는 걸음하며 가볍기가 꼭 깃털뭉치 같았다. 게다가 젊은이 특유의 힘, 두발로 양껏 높이 뛰어오르는 그 힘이란 곡예단 단장도 흡족해할 정도였다.

‘이봐, 김 노인. 자네 손주놈 말이야. 후임자로 아주 제격이야. 어쩜 자네 젊을 적보다 더 잘 타는 것 같다니까?’

단장의 말에 노인은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부드럽고 느린 고갯짓. 노인의 고갯짓은 줄 위에서 춤을 출 때처럼 우아하고 고매했다.

‘틀렸소. 저 애는 한참이나 멀었다구. 곧 이 자리를 물려줘야 할 텐데 아주 큰일이오.’

‘잉? 내 보기엔 잘만 타던걸. 거, 딱히 흠이라도 있나?’

단장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막 줄에서 내려오던 나는 그 발치에서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마른침을 삼키며 노인의 말을 기다렸다.

‘줄 위에서는 연극을 해야 하오. 그런데 저 놈은 연극이 아니란 말여. 저 놈의 눈을 보쇼. 진짜란 말이오. 당신은 알고 있소? 진짜는 늘 끔찍하기 마련인걸. 암, 끔찍하구말구.’

연극? 연극이라니? 알듯 말듯 수수께끼 같은 소리였다. 되짚어 보면 무슨 주문 같기도 했다. 나는 몇 번이고 노인의 말을 입에서 중얼거렸다. 연극, 연극을 해야 해, 진짜는 끔찍하지, 암, 끔찍하구말구우·······. 혼잣말은 흐물흐물 입에서 새어나와 곧 무슨 노랫가락처럼 변모했다. 진짜는 끔찍해, 끔찍, 끔찍해, 진짜는 끔찍······. 나는 모지리처럼 말을 흥얼거렸다. 흥얼거리면서도 그 말이 도통 무슨 소린지는 알 턱은 없었다. 실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열렬히 하다보면 머지않아 노인도 인정해 줄 테다. 나는 매일 오랜 시간을 줄타기 연습을 했다. 사실 그래도 처음 발을 딛을 때의 그 찡한 인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았다. 자기 그릇을 깨트렸을 때처럼 움츠려드는 감각. 당장이라도 곤두박질 칠 것만 같은 현기란 아연하기가 그지없다. 마치 줄 아래 무언가 아귀 같은 아가리를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같은·······. 나는 애써 줄 끝을 바라보며 첫발을 딛곤 했다.

‘틀렸어!’

노인이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노인은 언제나처럼 객석-객석이라기에는 허름한, 실상은 멍석을 깔아놓은 흙바닥-에 앉아 나를 보고 있었다. 노인은 벌떡 일어서서 발을 구르며 외쳤다. 그게 아니야. 넌 틀려먹었다고! 나는 줄 가운데에서 우뚝 섰다. 노인의 두 눈은 도깨비불처럼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저는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만······.’

내 말에 노인은 다시 꽝꽝 발을 굴렀다. 너는 아직 기교를 부릴 때가 아니다. 너는 한참이나 멀었다. 기본동작을 연습하라, 연극, 연극을 하라, 이 모든 것은 완벽한 연극을 위해서·······. 노인의 말은 늘 비슷비슷한 훈계였다. 그리고 내 귀에 남는 것은 딱 한마디뿐이었다. 연극, 연극을 하라. 연극, 연극을······. 언뜻 들으면 조잡한 유행가의 한 소절 같기도 했다. 필히 우스꽝스러운 가사지만 나는 조금도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 대체 연극이란 뭐란 말인가.

‘허나 이런 기교들을 사람들은 퍽이나 좋아합니다. 게다가 기본동작은 당신과 아주 똑같이 했다 자신할 수 있습니다.’

역시나. 노인은 야차 같이 화를 냈다. 너는 그럴듯하게 흉내 낼 뿐이지 줄타기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니, 이건 줄에 난생 올라본 적도 없는 자와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이냐.

‘그럴 바엔 줄에서 내려와라. 영영 떠나라!’

여느 때처럼 바락바락 지른 노인의 악이었다. 잘못했습니다, 하고 훌훌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인지 속이 끓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곧바로 줄에서 내려왔다. 무대를 가로질러 갈 때 노인의 고함이 뒤통수에 닿았다.

‘내 평생 연극을 했어. 나는, 나는 눈을 감고도 줄을 탈 수 있다. 너는 몰라.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연극. 이제는 그 두 글자가 이젠 징글맞게 싫었다. 연극이라니. 나는 연기자도 희극인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다만 나는······. 속이 매스꺼웠다. 눈을 감고 줄을 탄다니. 흥, 그러면 누가 달인이랍시고 알아준다고! 나는 장막을 헤치고 밖으로 나섰다. 바깥 공기가 유난히도 찼다. 왼편에서 불어온 칼바람이 뺨을 긁어내며 지나갔다. 그때 나는 정확히 무슨 생각을 했더라. 한 번도 내게 칭찬 않던 노인을 원망했던가. 아니면 그의 마지막 발악을 비웃었던가. 어찌되었든 나는 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 분명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내 아비도 분명 이렇게 떠났으리라. 겨울바람처럼 세찬 뒷모습으로.

나는 더는 줄을 타지 않았다. 읍내에서 건축 일을 찾았고 공장을 다니는 계집애와 결혼도 했다. 딸아이 하나, 아들도 셋이나 키웠다. 나는 노인이 혐오하던 노동이란 것을 하며 살았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만 항시 정신이 없었다. 흙바닥이 아니라 아직도 줄 위를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 온 세상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렸다. 툭 하면 현기도 일었다. 그러다가 어쩔 땐 눈 깜빡이는 것조차 잊었다. 나는 매번 아차 싶어 이미 양껏 충혈된 눈을 감았다. 감긴 두 눈이 뻑뻑하게 시큰거렸다. 사실 그마저도 까먹는 날이 다반사였다. 내 눈은 언제나 토끼처럼 벌겋게 핏발이 선 채였다. 나는 매일 밤 차츰 침침해지는 눈을 껌벅이며 이불 위에 누웠다. 그러면 줄타기며 곡예단이며 베갯맡에서 아련하게 떠오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눈을 감으면 다 세월처럼 무뎌져 흐려지고 희미해지는 것이었다.

 

서커스가 끝나고 관객들이 물밀려 빠져나갔다. 입구로 빽빽하게 모여든 인파는 조밀한 치어 떼들의 이동과도 같았다. 일말무제한 흐름. 그 한 가운데에 나만 우뚝 굳어있었다. 나는 한참이고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허리춤이 아렸던 것 같다. 아깐 엉덩이가 배겼었던 것도 같았다.  전부 이젠 흐리멍덩할 뿐이다. 갈빗대 아래부터 엉덩이까지 죄다 굳어버린 것 같았다. 화석처럼 단단하게 말이다. 계속 앉아있으면 낭군님 기다리던 여인네처럼 망부석이 될 지도 모른다. 꼬리뼈가 다시금 따끔거린다. 누군가 바늘로 마구 찌르는 것도 같다. 나는 문득 텅 빈 무대 위에 달랑 남은 줄을 보았다.

뭔가 머릿속에서 번뜩거렸다. 부싯돌을 부딪치면 태어나는 짧은 스파크였다. 아주 가늘고 잘은 불씨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로 다가갔다. 허공에 줄은 아직도 튼튼히 매여 있다. 이 줄을 타고 싶었다. 청년이 한 것처럼 천천히 걷다가 조금 더 빠르게·······. 발을 내밀면 그 때의 감정이 그대로일까. 나도 오륙 년 만 더 있으면 곧 그때 노인의 나이였다. 나도 노인처럼 훌쩍 성장했을지도 모르지. 나는 더듬거리며 팔을 뻗었다. 겨우 버둥대며 줄까지 올랐다. 땀이 목덜미를 타고 등허리에 흘렀다. 몸이 눅눅하고 근질거렸다. 나는 땀을 훔쳐내는 대신 밭두렁같이 파인 이마 주름을 벅벅 긁었다. 꼭대기에 올랐을 때는 이미 윗옷이 푹 절어있었다. 나는 한번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꿈결처럼 줄 위에 발을 내밀었다.

나는 줄 끝을 응시하면서 천천히 줄 위로 올랐다. 생각보다 더 어지럽고 줄은 더 많이 흔들렸지만 겨우 걸을 수 있었다. 걷는다. 비록 거북처럼 느릿느릿 굴어야했지만 분명 걷고 있었다. 줄의 요동이 발끝으로 전해질 때마다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이를 앙다물자 짭짜름한 맛이 났다. 살이 찐득거린다. 아마 숱 적은 머리카락까지 땀으로 함빡 젖어있을 테다. 마침내 줄 끝에 도착했다. 다시 반대편으로 걸으려는 차였다.

“거기, 누구에요!”

날카로운 고함이었다. 나는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관객석이었다. 아까 그 청년이다. 빗자루를 들고 서있었다. 뒷정리를 하러 나온 모양이지. 그는 빗자루를 치켜들며 고래고래 목청을 높였다.

“할아버지! 거기 아무나 올라가면 안돼요. 죽을지도 모릅니다. 위험하니 어서 내려오세요!”

죽음. 죽을지도 모른다라. 나는 문득 아래를 한번 내려다보고픈 충동이 일었다. 밑에는 무언가 벌겋고 달달 끓어오르는 것이 아가리를 벌름거리고 있을 테다. 혓바닥을 날름이며 두억시니귀신 같이 끈적끈적한 날숨을 내뱉겠지. 나는 그것을 바로 마주하고 싶은 욕구에 매료당한다. 이래서는 안 되었다. 이 늙은이의 균형 감각으론 차마 버티지 못할 게 뻔하다. 휘청거리다 헛디뎌 죽을지도 모르지.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새겼다. 그러면서 천천히 줄 위에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눈을 감고도 줄을 탈 수 있다!’

문득 노인의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히 들렸다. 아아, 문득 등허리를 타고 짜릿한 감각이 스친다. 알겠다. 알 것도 같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내가 하지 못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노인과 자신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제는·······.

나는 줄 가운데에 우뚝 선다. 그리고 관객석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청년이 이쪽을 노려보고 서있다. 젊은 시절 나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나와 똑같다. 어쩜 저리 똑같은 얼굴을 하고 이쪽을 보고 있나. 똑같이 풋내 나는 얼굴, 파리하게 질린 안색, 지독한 떨림을 품은 눈동자. 나는 줄 위에서 후들거리던 두 다리를 기억한다. 저기, 나비 같던 그가 아까 줄에서 그러했듯이.

“할아버지, 내려오시라니까요. 떨어지겠어요!”

청년이 애절하게 소리를 지른다. 나는 꾸준히 앞만 보고 있다. 저 앞에 젊을 적 내 모습이 어릿거린다. 슬슬 저려오는 다리를 무시하고 줄 위에서 춤을 춘다. 나는 아까의 지리멸렬한 권태에서는 벗어난 지 오래다. 오히려 속이 다 가뿐하다. 부채를 든 것처럼 손을 쩍 벌리고 흠칫흠칫 어께를 흔든다. 겁먹은 소년처럼 벌벌거리다가 총총 걷는다. 그 위로 노인의 모습이 겹친다. 노인의 줄타기는 지독하리만큼 고요하다. 몇 번이고 사푼사푼 걷다가 고고하게 도약한다. 눈을 내리뜨며 완연하게 착지한다. 그는 줄에서 떨어지는 척 장난을 칠 때마저도 은은하게 초연했다. 노인의 호흡에 맞추어 줄이 오르락내리락한다. 낡은 조명이 온난하게 노인을 끌어안는다.

나는 노인의 호흡을 따라 들이쉬고 내쉬기 시작한다. 천천히, 그러나 빠르게. 그러니까, 이건 처음이자 마지막 연극인 셈이다. 나는 무섬증이 일 때 그러하듯이 줄 가운데에서 발로 덜덜 반동을 준다. 텅 빈 속과 달리 얼굴 가죽은 뻣뻣이 긴장시킨다. 발바닥에 줄의 진동이 느껴진다. 잔잔한 울림. 긴 평행선이 펼쳐지는 듯 공허하다. 온 세상이 안온하다. 스르르 저절로 두 눈이 감긴다. 그래, 사실 눈을 뜨고 있을 필요도 없었다. 온몸에서 힘을 뺀다. 그리고 크게 뛰어오른다. 높이, 허공으로······.

까마득하게 컴컴했다. 망망한 암흑이다. 여기에 누구보다 평안한 노인이 있다. 천지가 고요해진다.

 

 

파란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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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1-10
진짜 물고기

  열한시 반 혹은 벌써 열두시 쯤. 늦은 밤이다. 턱을 들자 찬 공기에 코끝이 시려왔다. 나는 천천히 욕조에, 출렁이는 물속에 눕는다. 조금씩 몸을 낮추면서 누르께하게 변색된 흰 타일을, 먼지 낀 환풍기를 보았다. 곰팡이얼룩이 핀 천장을, 마지막으로 희미하게 발하는 전구를 본다. 이윽고 모든 것이 물에 잠긴다. 물속에선 모두가 퍼진 불빛처럼 일렁일 뿐이다. 머리카락이 떠다니는 해초처럼 하느작거린다. 귓가에서 톡톡 물방울 터지는 소리가 스친다. 미지근한 물이 잔잔하게 나체를 감싼다. 판판한 빨래판 같은 갈비뼈 근처에 무언가가 벌렁벌렁했다. ‘아감구멍’이었다. 그것은 양 옆구리에서 넓게 벌어졌다가 이내 오므라들었다. 물을 한껏 머금듯이. 아감구멍, 그것은 물고기의 머리 양쪽에나 있다. 수중생활을 하는 생물이 숨을 쉴 때 물을 내보내는 구멍이다. 나는 물속이 아니라 물 밖에서 사는데도 아감구멍이 있었다. 눈에 보이지만 않을 뿐이지 정말로 있다. 양 겨드랑이 밑 뼈가 우둘투둘 도드라진 그곳에 분명히 뻥 뚫린 구멍이 있었다. 코로 숨을 뱉을 때면 간혹 그 구멍이 저릿했다. 가끔은 공기를 내뱉듯 뻐끔뻐끔하다 미끈하고 작은 소음을 쏟아내기도 했다. 짤막한 외마디 파동. 아마도 괴로운 비명이었을 거다. 제발 다시 고향으로, 물속으로 돌아가게 해달라는 울음소리다. 그렇다. 나는 물고기였다. 비록 하늘하늘한 꼬리지느러미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물고기다. 물속에서만 제대로 호흡할 수 있는 물고기. “머리 벌써 많이 자랐네.” 아침이었다. 엄마의 말끝이 간헐적으로 떨렸다. 나는 식탁에 앉은 채 목까지 흘러내린, 어느새 어께를 간질이는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세심하게 쓸어내린다. 아홉 달인가. 아마 그 정도쯤 흘렀다. 무작정 내버려두었더니 이제는 제법 자라 바깥으로 뻗치기 시작했다. 손을 집어넣자 얇은 가닥들이 수풀처럼 헤쳐진다. 곧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지며 스멀스멀 빠져나갔다. “계속 기를 거니?” 드르륵. 맞은편의 의자가 뒤로 한발 물러난다. 엄마가 의자에 풀썩 주저앉는다. 조금 피곤한 기색의, 탁한 밤색의 눈동자 두 개가 형형하게 마주해왔다. 나는 입에 물었던 숟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방금 숟가락을 따라 입에 들어온 머리카락 한 가닥을 잡아당겼다. 실낱같은 것이 혀끝을 스치며 입술 새로 쑤욱 빠져나온다. 그 끝에 투명한 침이 묻어있었다. “모르겠어요.” 왜인지 갑갑한 성대를 겨우 짜내어 대답했다. 동시에 양 옆구리가 두들겨 팬 듯 아프기 시작했다. 끓는 물을 왈칵 쏟은 듯 화끈거렸다. 추웠다. 닭살이 돋을 만큼 발끝이 바싹 오그라들 만큼 싸늘했다. 숨통이 콱콱 조여 온다. 누가 내 숨구멍을 틀어막았나봐,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니면 내가 호흡하는 법을 그새 까먹었던지······. 문득 옆구리가 꿈틀거렸다. 당장 뭐라도 내보낼 듯이 퍼뜩퍼뜩 요동친다. 아! 그제야 알았다. 내 양 옆구리에는 큼지막한 아가미가 있다는 것을. 내게는 바로 아가미가 있다. 그러니까 코가 아니라 아감구멍으로 숨을 내쉬어야만 하는 나는······. 나는 물고기

  • 파란약
  • 2015-11-30
백설공주 죽이기

  나는 1층 로비에 멈춰 섰다. 멈춰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다. 내 양옆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고갔다. 몇은 밖으로 나가고 남은 몇은 실내에서 뿔뿔이 흩어진다. 그중 여럿은, 그 거대한 인파는 제 2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제 2전시장의 사진전을 보러 온 모양이다. 유구한 물살 같은 흐름. 나는 그것에 아주 넌더리가 났다. 나는 우두커니 서서 애꿎은 하얀 벽만 응시한다. ‘이석’ 벽에는 사진작가의 이름이 선연한 금빛으로 붙어있다. 호사스러운 명패다. 나는 그 세련된 글자를 질투라도 하듯 끈질기게 노려본다. 사람들 중 하나가 내 어께를 툭 치고 지나갔다. 상체가 앞으로 쏠린다. 나는 곧 넘어질 양 비틀거렸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마치 누군가에게 핀잔이라도 한마디 들은 것처럼 걸어 들어갔다. 제 2전시장, 즉 ‘이석’의 사진전으로.     ‘이석’ 30대 유명 사진작가. 그는 키가 큰 사내이며, 유망한 사진작가이며, 내 남고 동창이었다. 이석은 교내사진부의 부원이었다. 교내사진부는 이름만 거창하지 실은 있는 듯 없는 듯 애매모호한 동아리였다. 나름 축제 때면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고, 매년 복도에 사진전시도 했으나 그 뿐이었다. 애초에 존재감 자체가 미미했다. 선생님이며 학생들도 전시물을 보고는, 우리 학교에 사진부가 있었던가, 하고 놀라는 게 다반사였다. 이놈이 저놈 같은 교복 무리들 틈에 섞여있는 흔한 인상의 소년, 내가 보기엔 사진부가 딱 그와 같은 꼴이었다. 영 시시하기 짝이 없었다. 아, 물론 모두가 시시한 것만은 아니다. 이석, 그는 달랐다. 그는 분명 확연히 달랐다. 겉보기에 이석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키가 크고 웃을 때 체셔고양이처럼 허연 이가 잔뜩 드러나는 것 빼곤 지극히 보통이다. 심지어 이석은 남보다 사진을 많이 찍지도 않았다. 대회를 준비할 때나 축제 때를 제외하고는 셔터를 누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물론 늘 카메라를 매고 있기는 했다. 멀대같은 그가 카메라를 덜렁대고 다니는 모습이 꼴사납기도 했지만, 나는 차마 비웃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나는 그가 사진 찍는 모습을 딱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있다. 교내 사진 공모전을 앞뒀을 때였다. 이석과 나는 강당 아래층에 있는 동아리실로 가고 있었다. 막 해가 중턱에 떠 있었다. 다만 날이 흐려서 볕이 영 흐리터분했다. 눅눅한 날씨였다. 사방이 적막했다. 이석이 문득 잔디밭 앞에서 멈춰 섰다. 내가 뭐라 말을 하려고 하자 입술에 검지를 붙였다. 그리고 카메라를 천천히 들었다. 멀리서 뜨듯한 바람이 불었다. 풀이 누웠다. 이석은 하늘을 향해 카메라를 든 채 우뚝 서있었다. 그대로 동상이 되어 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그가 보는 천정을 함께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갑갑한 먹구름만 병풍처럼 잔뜩 끼어있었다. 꼭 너저분한 흙탕물이 고여 있는 것만 같이. 찰칵- 이석이 셔터를 눌렀다. 관자놀이에 송송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곧 주르륵 옆 목을 타고 흘렀다. “저기, 그 사진 말이야. 혹시 보여줄

  • 파란약
  • 201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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