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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월장원

  • 작성자 김선재
  • 작성일 2018-08-04
  • 조회수 742

무더위에 다들 무사하신가요? ㅠ 여러분에게도 처음 겪는 더위겠지만 저에게도 이런 더위는 정말 처음이에요. 극지방도 이상고온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우리가 지구를 너무 괴롭혀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하는 반성까지 들게 하는 나날입니다. 그 반성 끝에 저는 요즘 빨대와 플라스틱 컵 안쓰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어요. 그건 분명 번거로운 일이지만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지 않으면 정말 자연에게 큰 코 다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이번 달에는 총 네 분이 작품을 올려주셨어요. - 최이수안 <신기루>, 혜시태그 <돛대>, 빛낢 <구로동>, M0no <이름 없는 도시>

이번 달에는 다시 인물의 얘기를 해 볼까 해요. 소설에서 인물은 정말 정말 정말 중요하죠. 같은 이야기도 인물이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저는 플롯을 얘기할 때 동화의 예를 많이 드는 편인데, 오늘은 동화의 예를 들어 인물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해요. 백설 공주는 누구나 다 아는 동화일 거예요. 그렇다면 그 백설공주는 어떤 캐릭터를 갖고 있을까요? 제 기억에 의하면 백설공주의 캐릭터는 예쁘고 마음씨가 곱다는 것 정도에요. 그러나 그건 캐릭터라고 하기에는 너무 빈약해요. 백설공주라는 동화가 디즈니사에 의해 여러 버전으로 리메이크 되고 있는 이유는 우선 플롯 때문이기도 하고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의 순서대로 나열되는 이야기이다보니(백설공주) 플롯을 다시 만들기가 수월하고 캐릭터가 흐릿하니 캐릭터를 시대에 맞게 바꾸기도 쉽다는 거죠. 제가 최근에 본 백설공주(영화)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고난을 남의 손에 의해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자기가 직접 맞서 싸우는 캐릭터였던 거 같아요.

 

우리에게 모두 각각의 이름이 주어지듯 캐릭터 또한 각각의 개성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착하고 순수하다,거나 못되고 이기적이다, 정도의 캐릭터로는 이야기를 끌고 가기에 한계가 있다는 말입니다. 소설에서의 인물은 윤리적이거나 도덕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모두가 갖고 있는 욕망이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꿈을 꾸고 같은 상황에서도 각각의 대처법이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은 문제를 직면하지만 어떤 사람은 회피하거나 도망치기도 하죠. 그건 그 사람이 가진 캐릭터에 근거하는 거예요. 또한 그것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것에 나를 비추어 보는 것이 독자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닭고기를 안 먹어요. 먹으면 두드러기가 난다든지 호흡이 곤란해져서 못 먹는 건 아니고 그냥 안 먹는 쪽이죠. 어렸을 때 닭집 옆에 살았는데 그때 닭을 잡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고 어떤 장면들이 너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서 닭고기를 볼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피하게 된 게 습관으로 굳어진 것 같아요. 이처럼 누군가의 캐릭터를 이루는 것은 아무리 작고 사소한 것이라고 할 지라도 '기억(트라우마를 포함해서)'에 의한 경우가 많겠죠. 기억과 경험과 그 인물이 지나온 시간이 캐릭터를 이룹니다.  이런 모든 걸 작품에 다 쓸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작품 속 주인공을 구상할 때 쓰는 자의 머리속에는 구체적인 인물에 대한 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습작 초기에 쓰는 나가 자주 투영되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작품을 쓸 때는 꼭, 인물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연습을 먼저 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작품도 달라질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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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올려주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아쉬웠던 건 인물의 전형성이에요. 하루에 12시간 넘게 공장에서 일하는 여공이나 우연히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갔다 돌아온 인물의 얘기나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인물,  장애를 가진 두 인물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과정을 담은 작품들 모두, 인물에 대한 고민이 다소 아쉬웠어요. 홋카이도와 몽골, 구로동, 다른 차원의 세계 등 공간이 새로워진다고 이야기가 새로워지는 건 아니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어제 저는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라는 단편을 읽었는데 일독을 권합니다. 그리하여 장원은 다음 달로 넘기겠습니다.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바쁘셨을텐데 작품 올려주신 네 분 모두 수고하셨어요.

 

모두들 무더위를 무사히 넘기시길 바라며 다음 달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네 편의 평은 각각의 작품에 단 댓글을 참고해주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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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월장원, 그리고...

안녕하세요. 뜨겁던 여름이 저물어 가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리 오래 전도 아닌데 더위로 잠 못 이루던 날들이 벌써 아득하게 여겨집니다. 다들 여름 잘 보내주고 계신가요? 새 학기를 맞아 모두들 분주한 마음이실테죠. 저도 그래요.^^ 8월에는 14편의,  꽤 많은 작품들을 올려주셨어요. 올라온 한 편 한 편을 읽으며 각각 그 작품을 쓰는 마음들을 함께 읽었습니다. 소설은 시와 달리 물리적으로 꽤 긴 시간을 요구하는 장르라서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을 맺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 시간 동안 인물을 고민하고 사건을 고민하고 플롯과 문장을 신경써야 하는 일들을 잘도 하고 계신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달에 올려주신 여러 편의 작품들을 읽고 간단히 제가 느낀 걸 말씀드릴게요. 소설은 막연한 감성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요. 예를 들면 나는 이상적인 세상을 꿈꾼다,라는 문장을 썼다고 가정해 볼게요. 소설은 한 편의 작품을 통해 그 이상적인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떤 세상인지, 그런 꿈을 꾸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분명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해요. 다들 아시겠지만 "이상"적이라는 말은 분명 존재하는 단어이지만 동시에 모호하기 그지 없는 단어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세계는 다 다른 모습일 거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구체적인 "내(인물)"인 내가 꿈꾸는 구체적인 "이상"이 드러나야 하고 그 이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설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건과 배경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에요. 그걸 잘 하기 위해서는 "인물"에 대한 통찰이 필요합니다. 분명 같은 곳을 응시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20대인 인물과 80대인 인물이 보는 그곳은(같은 상황은) 같으면서 전혀 다를 거니까요. 물론 학업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여러분들의 처지에서 이런 요구는 분명 어려운 요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길 바라는 건 그 때문이에요. 소설은 본질적으로 한 개인의 "삶"을 담을 수 있어야 합니다. 삶이라는 막연한 단어가 여러분 각각의 일상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개별적이고도 특별한 삶이 됩니다. 여러분이 바라보는 세상은 언듯 엇비슷해보이면서도 개성적인 시선이 담기는데, 그건 여러분 개개인이 익명의 다수 중 하나가 아니라 특별하고 개성적인, 단 하나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소설을 쓰고 싶다면 막연히 뭔가를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구에 머물지 말길 바랍니다. 모든 작품에는 그 막연함을 걷어내고 추상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그려보는 시간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 쓴 후에는 제각각 자라난 나뭇가지들을 보기 좋게 정리하는 것과 같은, 퇴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글로 움직이는 일은 어렵고 어려운 일이라서 쉽게 써지는 글은 자주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달에 올려주신 총 14편의 작품들은 제각각 고유한 개성들을 가진 작품들이었지만 위의 문제들을 조금씩 다 갖고 있는 작품

  • 김선재
  • 2018-09-03
6월 월장원

한 달 동안 모두 잘 지내셨나요? 저는 종강과 더불어 사는 곳을 옮기느라 조금 바빴어요. 창밖의 풍경이 변하니 뭔가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6월에는 전달에 비해 꽤 많은 분들이 작품을 올려주셨습니다. 몇 년 전에 쓴 작품을 올려주신 분도 있지만 대부분 바쁜 와중에도 비교적 단편에 어울리는 긴 작품들을 써 주셨네요. 글을 올려주신 모든 분들께 고생했다는 말을 드리고 싶어요. 소설은 정말이지 시간과의 싸움이거든요. 빈 커서가 깜박거리는 텅 빈 화면을 9~10면 씩 채운다는 건 저에게도 무척 힘겨운 일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소설가들을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열심히 먹고 가끔 맨손 체조도 하고, 그러니까 체력을 길러한다는 말입니다. ^^   이번 달에 올려주신 10편의 작품을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다들 글쓰는 실력이나 글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10편의 소설 모두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장을 다루는 솜씨들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어요. 1년 전 제가 처음 글틴에 가입해서 읽던 소설들도 좋았지만 지금은 훨씬 더 소설답게 소설을 쓰고 계신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었습니다.   이번 달 장원은 윤별님의 '플루토 카니발'과 여전사 캣츠걸님의 '세미콜론', 그리고 모로님의 '남자와 여자와 아이와 개' 이 세 작품을 놓고 잠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6월의 장원은 모로님의 '남자와 여자와 아이와 개'로 선정했습니다.   소설은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중심은 인물입니다. 그 인물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냉정하게 인물을 바라보고 그 인물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묘사와 진술을 충실히 이어나가야 합니다. 윤별님의 작품은 작가의 '냉정'면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전사캣츠걸님의 작품은 이야기의 틀은 신선해서 무척 흥미롭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이 다소 평면적으로 그려진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각각의 댓글을 확인해 주시길. 모로님과 더불어 작품을 올려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7월이 되길 바라며 7월에 뵙겠습니다.      

  • 김선재
  • 2018-07-02
5월 월장원

한 달 동안 모두 평안하셨나요? 새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지고 다시 새 꽃이 피는 계절입니다. 어제 작약 두 송이를 선물 받았는데 꽃 선물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었어요. 삶이 계속되어야 하는 것은 늘 삶 속에 숨어 있는 의외성에 있다는, 어디선가 읽은 문장이 떠오르는 밤입니다. 이번 달에는 총 5분이 작품을 올려주셨어요. (많이들 바쁘셨나봐요. ㅠㅠ) 작품을 올려주신 5분 모두 고생하셨다는 말을 전하며 이번 달 총평을 하겠습니다. 단편의 묘미는 압축, 그리고 정교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더 이상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상태. 그런 상태의 글에서 좋은 소설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겠죠. 다섯 작품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든 생각이에요. 예를 들어 볼까요? 화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을 하려고 해요. 수줍음이 많은 그(그녀)는 말로 하는 대신 글로 자신의 말을 전달할 결심을 하죠. 작은 선물과 함께 말이에요. 카드에 뭐라고 쓸까요?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너무 많이 사랑해. 네가 너무 너무 너무 좋아. 영원히 사랑할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 같아. 너를 볼 때마다 숨이 멎을 것 같아. 사랑해 너무 유치한 문장들이라 모두 웃으시거나 혹은 자신이 생각한 문장은 없어 답 없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죠. 그래도 이 중 답을 고르라고 하면 답이 너무 뻔할 겁니다. 7번. 사랑해가 정답이에요. 소설도 마찬가지에요. 슬픈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그 슬픔을 어떻게든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 죽을 거 같다 슬퍼 죽겠다... 등등의 말을 반복적으로 쓰는 것보다 슬프다는 표현을 아예 쓰지 않고 슬픔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예를 들면 인물이 바라보는 풍경이나 사람들의 표정, 타인을 대하는 태도,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는 인물의 행동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또한 단편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에는 반드시 의도가 필요합니다. 수업을 하다보면 간혹 그건 그냥 트뤼거에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단편에서는 가급적 자제해야 합니다. 영화와 문학은 엄연히 다른 장르니까요. 게다가 단편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이 모든 것들이 말처럼 쉽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여러분이 글을 쓰며 겪는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아는(저도 거친 시간들이니까요) 저로서는 매번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잔소리쟁이가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품을 읽다보면 노력한 흔적들이 보이고 달라지는 모습들이 보여서 오늘도 또 잔소리를 하고 맙니다. ㅠㅠ   각설하고 이번 달 장원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무제로 올려주신 29251314님의 글은 정말 감각적이고 가독성이 좋은 작품이었어요. 그러나 위에서 말한 압축에 대한 고려가 좀더 필요한 작품으로 여겨져요. 그래서 이번 달 장원도 다음 달로 넘기겠습니다. 간단히 29251314님의 작품에 쓴 댓글을 소개하며 물러갑니다. 제목은 "무제"입니다. (앞으로는 가급적이면 꼭 제목은 붙여주세요.)  6월에도 좋은 작품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우선 문장에 대

  • 김선재
  • 2018-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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