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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이와 시온

  • 작성자 바리스타작가
  • 작성일 2023-09-14
  • 조회수 526


본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가 아니며 전부 가상의 이야기임을 고지 드립니다. (특히 솜이 씨와 시온 씨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입니다)

1장 고난

내가 사는 평생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나 꼽으라고 하면 단연코 이 이야기를 가장 먼저 말하고 싶다.

이 이야기는 바로 솜이라는 아이의 이야기이다솜이는 정말로 예쁜 아이이다길을 다니다가 소속사에서 자신을 캐스팅하려는 경험도 많았고 고백은 수백 번 받아봤을 정도로 매우 예쁜 아이다또 공부도 매우 잘했었다반에서 1등은 받는 건 일도 아닐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그리고 전교 일등 경험도 다수 있었다심지어는 소수 정예 명문고에 충분히 입학할만한 성적이었다. (실제로는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서 좋은 등급을 받기로 했다나는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모두의 이상형일 정도로 완벽한 그녀이지만 모든 힘에는 대가가 있는 법예쁘고 성격 좋은 만큼 솜이는 자주 성희롱도 당했다인스타그램을 하면 처음 보는 사람들이 DM으로 성희롱하기는 일은 늘 상 있는 일이었다. (주로 처음 보는 남성들이 자신의 성기 사진을 보냈다.) 자신을 좋아해서 놀리는지 아니면 그냥 질투가 나서 놀리는지 친구들은 그녀를 많이 놀려 댔다하지만 이번 일은 그런 일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일이다.

사건의 솜이가 고등학교 1학년을 보내고 있을 때에 시작되었다그 시점은 학교가 1학기 기말고사 마치고 모든 학생이 정신줄을 놓고 놀기 시작했을 때이다그중 몇몇 학생들은 정신을 심하게 놓쳤는지 정말로 끔찍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그 계획의 시작은 점심시간에 솜이가 혼자서 공부를 하고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점심시간에 솜이는 다른 학생들이 나가서 놀 때 혼자 남아서 교실에서 공부를 했다그리고 밥을 먹지 않았다다이어트를 하기 때문이다.) 솜이가 점심 시간에 공부를 하고 있을 때 그들 중 한 명이 다가가서 그녀에게 말 거는 것부터 시작했다.

“안녕 네가 솜이니?” 정말로 다정다감하게 학생1은 말을 했다.

“응 왜 그래?” 불행히도 솜이는 학생1을 믿는 듯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학생1이 나름 잘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또 솜이가 최근 10달 동안 연애를 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아 한결 쌤이 널 찾으셔

“엥?”

“선생님이 너가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근데 지금 쌤이 좀 바쁘셔서 나보고 너 데리고 오라고 하셨어.”

“그래?” (이 말을 한 솜이는 아마도 평생을 후회했을 것이다.)

“그래자 그럼 나랑 같이 한결 쌤한테 가자.”

“알았어근데 왜 갑자기 날 불렀지?”

“나도 잘 모르겠네 일단 따라와 봐.”

그렇게 학생1은 솜이를 데리고 학교에서 잘 안 쓰는 어느 한 교실로 대리고 갔다교실에는 학생2와 학생3이 같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솜이는 그 순간 이상함을 느끼고 자신을 데리고 온 학생1을 등지고 도망을 가려고 하지만 그 순간 무언가 둔탁한 물건이 솜이의 머리를 쳤다그렇게 솜이는 힘없이 쓰러졌다다행히 그녀는 의식을 잃지 않았지만불행히도 그 사건에 관한 기억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다하지만 솜이와 다르게 나는 그 사건에 관한 기억이 난다아주 고통스러운 기억이.

우선 그 둔탁한 물건은 소화기였으며 그건 학생2 3이나 학생1이 아닌 뒤에 숨어 있던 또다른 학생4의 행동이었다솜이가 쓰러지자 학생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그녀의 옷을 전부 갈기갈기 찢어버렸다정말로 아무것도 없을 정도로그렇게 솜이를 알몸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강간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솜이는 본능적으로 저항하며 도망가려고 했다화가 난 학생들은 솜이를 마구잡이로 끌어당기고 밀치고 머리채를 잡고 뛰게 하는 등 솜이를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지치게 했다솜이의 온몸은 땀으로 가득했고 숨소리는 매우 거칠었다여기서 그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하지만 그 학생들은 이에 멈추지 않고 솜이를 멋대로 강간하기 시작했다그들은 솜이의 손목옆구리를 피멍이 들 정도로 꽉 잡고는 그녀를 멋대로 강간했다솜이는 그때 본능적으로 떠내려가라 소리 질렀고 결국 목소리가 전부 나가게 된다그때 솜이에게 기회가 찾아왔다학생들이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비켜 이 게이 새끼야내 차례야.” 학생1이 말했다.

“그 뭔 씹소리야 나 아직 안 끝났어.” 학생2가 말했다.

그러자 학생1이 화가 치밀어 올랐는지 학생2의 광대를 강하게 때렸다.

학생2는 광대를 부여잡고 그와 싸우려고 했다그러자 학생3 4는 그들을 말리려고 하고 학생1은 학생2는 서로를 향해 다가가려고 했다그 순간을 솜이는 봤는지 아니면 본능인지 그 틈을 타고 무작정 학교 밖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그녀는 정말로 죽을 기세로 달려갔다얼마나 열심히 달렸는지 그녀는 자신이 알몸 상태인지도 모르고 학생들이 쫓아오는지도 모르고 그냥 달리기만 했다심지어는 넘어져도 바로 일어나서는 계속 달렸다그렇게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학교 관리인을 보고는 살려 달라고 말한다.

“살...려주” 솜이의 목소리는 나오지도 않을 정도로 쉬고 지쳤다.

관리인은 솜이를 도와주고 싶었지만그녀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당황해서 말이 안 나왔다그때 솜이의 불행이 다시 닥쳐왔다학생들이 쫓아온 것이다바로 학생들은 솜이를 잡으러 달려오자 관리인이 몸을 던져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그러자 학생3은 이렇게 말했다.

야 저 새끼 죽이는 놈이 저 년 가지는 거다.”

그러자 학생 1,2,4는 관리인을 미친 듯이 패기 시작하고 학생3은 솜이에게 천천히 달려갔다솜이는 도망가려고 하지만 그녀의 주변은 도움 따위 되지 않는 벽뿐이었다.

학생3은 솜이의 턱을 잡고는 강제로 키스하려고 했다솜이는 그를 있는 힘 없는 힘 다하여 그를 밀치고는 옆으로 지나서 도망을 가려고 했다그런데 학생3은 솜이의 머리채를 잡고는 아주 빠르고 강하게 자기 쪽으로 솜이를 당겼다그렇게 솜이는 하늘로 날아가면서 넘어지게 되였다.

솜이는 순간 ‘…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했다그렇게 솜이의 아름답고 반짝이던 등은 넘어져서 사포 같이 거친 보도블록에 긁혀 피를 흘리며 찢어지고 갈라지며 파손되었다동시에 머리를 바닥으로 강하게 내리 박았다그 순간 솜이는 완전히 정신을 잃게 되었다학생 3명은 관리인을 옆으로 엎드려 눕혀 놓고 머리를 발로 밟아 목과 머리를 부러뜨려 죽였다 그들은 솜이를 잡고 있는 학생3에게로 가서는 같이 다시 강간을 시작했다솜이는 그들이 얼마나 더럽게 강간을 했는지 알지 못할 것이다.


 

2장 심판

솜이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어느 한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그녀의 눈에는 너무나도 밝은 하얀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그리고 솜이는 하얀 천장을 봤다솜이는 순간 놀라 갑자기 일어나려고 했다그러자 옆에 있던 어떤 사람들이 그녀를 조심히 막고 다시 눕히기 시작했다솜이가 옆을 보자 그녀를 눕힌 사람이 간호사라는 걸 솜이는 알게 되었다그리고 솜이는 순간 떠올렸다자신이 병원에 있다는 것을

솜이가 정신을 차리니 그녀는 병실에 있었고 그녀 주위에는 간호사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경찰과 의사 자신의 엄마까지 자그마치 9명의 사람이 그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가 들은 바로는 9명이지만 친구에게 물어보니 15명이 솜이를 둘러싸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경찰 한 명이 솜이에게 물었다.

솜이 양 안녕하세요저희는 경찰입니다저희가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요혹시 이번 사건에 대해서 기억나는 게 있나요?”

하지만 아쉽게도 솜이는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었다그녀가 머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때 아무 말도 안 했다이를 단순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솜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자 옆에 있던 간호사들이 말을 했다.

지금 솜이 상태가 말이 아니에요그러니까 솜이 좀 쉬게 해 주세요.” 간호사 한 명이 말했다.

그래도 사건 경위는 알아야 합니다.” 경찰이 말했다. “재판을 하려면 사건의 경위를 알아야 합니다솜이 괴롭힌 범죄자는 처벌을 받아야 하잖아요솜이가 당했으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솜이를 가한 사람이 처벌을 받게 해야 합니다안 그러면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하지만 이 아이에게 고통이 될 질문은 하지 마세요.” 의사가 말했다. “갑시다어머니 잠시 비켜줍시다.” 간호사들도 의사들도 솜이 어머님도 학생들을 처벌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잠시 경찰들의 진술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다.

솜이야 엄마가 미안해” 솜이의 엄마가 말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솜이는 경찰에게 자신이 겨우겨우 기억하는 걸 전부 진술을 한다자신이 기억하는 소화기를 맞기 전까지의 사건을 최대한 그들에게 진술했다.

그렇게 2주가 지나고 그녀는 4명의 학생의 처벌을 보기 위해 법원으로 가게 된다그렇게 재판이 시작되었다.

본 재판을 시작하기 앞서저는 법 앞에서 공평해질 것을 맹세합니다.” 재판장이 말했다. “재판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재판이 시작되었다변호사는 학생1이 이 사건의 주동자이며 관리인을 죽인 범인이라고 말했다또 학생2는 단순히 솜이와 사귀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그릇된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한 사람이며 학생3은 그저 친구들의 장난에 참여한 것이고 학생 4는 다른 학생들의 강요에 하는 수 없이 가담한 것이라 말했다그리고 솜이를 다치게 한 건 대부분 학생1의 짓이며 처음에 머리를 친 것만 학생4의 행동이라고 했다.

이런 말을 변호사가 했기 때문인지 학생들의 표정은 복잡 미묘했으며변호사의 마음은 좋지만은 않았으며 검사는 분노가 단전에서부터 올라온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재판장은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마음 한편에 어떠한 감정이 있어 보인다.

검사 측은 이 일이 학생1의 소행이 아닌 모두가 계획한 일이라 생각했다하지만 학교 주변에 CCTV가 많이 없고 CCTV가 있다 한들 그 CCTV들은 전부 구식 CCTV라 그런지 그들은 정확히 찍은 것은 없으며 이 때문에 검사들은 변호사의 언변에 굴복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전부 유죄라는 것을 인정하시는 건가요?” 검사가 말했다.

전부 유죄이긴 합니다그러나…” 변호사가 말했다.

그럼 존경하는 재판장님학생1에게 60년 형을학생 2에게는 12년 형을학생 3에게는 3년 집행유예학생 4는 1년 형을 바라는 바입니다.” 검사가 재판장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재판장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의 경위심각성재범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학생1에게는 50년 형을학생2에게는 10년 형을학생3에게는 3년 집행유예를학생4에게는 1년 6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바입니다.” 재판장이 말했다.

검사들은 찜찜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고 변호사는 찜찜해했으며 학생들은 웃기 시작했고 학생1은 슬퍼했다그리고 솜이는 마음 한편에 불편함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피고들이 아직 미성년자라는 점지금 시험이 갓 끝난 학생들이었다는 점제가 받은 편지를 통해 반성을 하고 사죄할 마음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정하겠습니다.” 재판장이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학생1에게는 12년 형을학생 2에게는 5년 형을학생3에게는 1년 집행유예를학생4에게는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합니다.” 재판장이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난리였다재판을 보는 사람들은 학생들과 싸우기 위해서 달려 들고 경찰들은 제지했다검사는 이것은 너무하다며 소리쳤고 변호사는 담담해 보이지만 죄책감을 가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학생1은 얼굴이 펴지면서 기뻐하며 소리를 지르고 나머지 학생은 이럴 줄 알았는지 장난을 치고 있었다그리고 가장 나쁘다고 할 수 있는 학생3은 솜이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 빛은 경멸과 멸시 그리고 알 수 없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사랑에 가까운 그런 눈빛이었다아마도 학생3이 솜이를 그릇된 방식으로 사랑을 했던 것 같다그렇게 솜이의 마음 한편에 있던 불편함은 솜이의 마음이 되었다.

다들 정숙하세요폐회 선언을 하겠습니다.” 재판장이 말했다.

그렇게 짧지만 오랜 시간인 2주라는 시간 동안 지속되어온 이 재판은 막을 내리게 된다.

땅땅 

솜이는 재판이 끝나고도 한참을 법원에 있더니 바로 일어나서는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때를 본 사람들은 솜이가 기도를 했다고 말을 했다하지만 나는 그저 솜이가 힘들어서 쉬는 것 같다솜이는 신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기도는 신을 믿는 사람만 하는 것이다아니면 내가 틀린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솜이가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3장 임신

재판이 끝나고 솜이가 집에 오고 솜이의 엄마는 솜이의 애매모호 하지만 확실히 삭은 표정을 보더니 바로 달려가 솜이를 어깨를 토닥토닥 다독여 줬다그러고 엄마는 말했다.

괜찮아 솜이야괜찮아 울지마.”

하지만 이 말이 솜이를 더 울린 것 같다솜이는 나오지도 않는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고 있었다솜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나는 고민한다평범했던 저 예쁜 한 아이가 무슨 이유로 저렇게 잔혹하고 역겹고 끔찍한 일에 빠졌을까?... 솜이도 마찬가지의 생각을 했을 것이다내가 왜 이런 일에 빠졌을까내가 학생1의 말만 안 들었어도이런 일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그렇게 솜이는 현관에서 한참을 정말 반나절 동안이나 울었다.

그동안 솜이 엄마는 솜이에게 솜이가 평소에도 좋아하는 식혜와 파인애플을 주고는 방으로 들어가서는 평안하게 쉬었다솜이 엄마도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솜이의 고통을 멀리서만 지켜봐야만 하는 입장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부모님은 아이가 잘 성장하도록 적절한 거리에서 도와줘야 하지만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니 솜이와의 관계도 멀어지고 자신의 엄마라는 직업 역시 멀어지기만 하는 것 같을 것이다나 같아도 그런 일이 있다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 것 같다.

솜이가 반나절 동안 펑펑 울더니 일어나서는 파인애플과 식혜를 먹으려고 했다그 순간 솜이는 파인애플에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진하고 먹기 싫을 정도로 강렬한 과일향이 올라왔다과일향이 보통 달콤하고 상쾌한 냄새를 내지만 솜이는 이와 다른 냄새를 맡았다토가 나올 정도로 강렬한 식초 냄새 같았다이를 보고 솜이는 그저 파인애플이 썩었다고 생각하고는 식혜를 마시려고 했더니 식혜는 더 끔찍했다코로만 냄새를 맡았는데도 속이 더부룩해지고 정말로 토가 나오려고 했다그 순간 솜이는 무언가 인지하게 된다.

솜이는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리고는 바로 편의점으로 들어가더니 임신 테스트기 하나를 사서는 집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집에 오자마자 그녀는 화장실로 들어가 변기에 앉은 후 테스트기를 박스를 열고 뚜껑을 뜯은 뒤 소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좀 기다리지만 소변이 나오지 않자솜이는 거실로 나가 물을 마시지만 물을 마시자마자 물에서 나는 썩은 생선 머리에서나 날 법한 비린 맛을 맛보고는 바로 물을 뿜어버린다그걸 닦으려고 솜이가 행주를 들고 바닥에 가자 그녀의 눈에는 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소란 때문인지 솜이 엄마가 깨더니 난리가 난 거실을 보게 된다솜이는 그녀를 애잔하며 슬프고 분노의 눈을 보이기 시작하자.

결국 솜이 엄마는 솜이가 뿜은 물을 닦고 솜이는 다시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누게 된다그리고 테스트기를 소변에 대보고 결과를 기다리기 시작했다그리고 솜이는 확실한 두 개의 선을 보았다짧지만 매우 강렬한 두 개의 선을

시발…” 솜이가 욕을 했다혼자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욕은 안 하던 솜이가

다음날 결국 솜이는 엄마와 함께 병원을 찾아간다솜이 엄마는 병원에서 간호사들과 의사들에게 왜 임신인 것을 알지 못했냐라면서 따지고 있었다.

왜 우리 애가 임신인걸 몰랐어요?’ 엄마가 말했다.

죄송합니다이번에 저희가 받은 임신 테스트기가 전부 불량이네요” 간호사가 말했다.

그건 알겠는데 지금 제 아이가 임신을 했어요이거는 확실하게 문제가 있잖아요.”

저희도 잘 압니다큰 문제이고 저희 측의 실수가 확실한 거.” 의사가 말했다.”

안다고요안다고당신들이 뭘 아는데요?”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저희가 이번에 받은 임신 테스트기가…”

그 말 방금 들었다고요!”

죄송하단 말 말고 할 말이 없네요죄송합니다…”

아하아… 죄송하다죄송하다죄송하다당신들이 미리 발견했으면 착상 전에 피임이라도 했을 거 아니에요지금은 피임도 못하고 진짜 저희 보고 어떡하라는 거예요사회적으로 매장당하라고요?”

죄송합니다…”

당신들 때문에 저랑 솜이는 지금 사회적으로 뒤지는 건데 죄송하다는 말 말고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다그게 맞아요?”

죄송합니다.”

그럼 보상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에요죄송하단 말 그게 다예요?”

그렇게 솜이 엄마는 간호사그리고 의사와 계속적으로 말다툼을 하고 솜이는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았다임신 테스트기를 다시 해보고 임신을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도 다시 해보았다그러나 역시역시 결과는 전부 양성으로 나왔다솜이는 이제 완전히 절망했다누가 그녀의 삶에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까?

이때 나는 고민을 했다과연 나라도 솜이를 보면 도와줄 수 있을까내가 그녀에게 위로를 해줄 수 있을까그 생각을 할 때 나는 이 변수 역시 고려한다바로 솜이가 사는 지역의 특징 중 하나이다그 지역에서 만일 여성이 결혼도 안 한 상태로 아이를 가진다는 것은 그 동내에서 인간 취급도 안 받겠다는 소리이다한마디로 결혼을 해야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소리이다안 그러면 사람들이 흉보고 대놓고 욕을 학기도 하며 돌을 던지기도 한다고 한다다른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관대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특히나 더 민감했다그 이유는 법이 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과거에는 남자 든 여자 든 그 누구든지 간에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낳으면 범죄였지만 지금은 그런 일은 절대 범죄가 아니다.

그냥 낙태를 하면 안 되냐고 물을 수 있다하지만 낙태는 솜이가 사는 나라의 법에 따라 불가능하다낙태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갈 수 있는 심각한 중범죄가 될 수도 있다한마디로 솜이는 현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은 것이다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 생각은 솜이의 불안으로 덮쳐 왔다불상한 솜이피해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지만 오히려 피해를 받게 생겼다.

솜이 엄마도 이 사실을 알기에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엄청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자신의 딸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예민할 수밖에 없다나 역시 내 딸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정도로 혹은 그 이상으로 따졌을 것이다그렇게 15시간 동안 말다툼을 하다 솜이 엄마도 간호사도 의사도 솜이도 지쳐 솜이 엄마는 솜이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

이 사실이 마을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역시나 그들을 흉보기 시작했다솜이 엄마가 잠시 식재료를 사기 위해서 나가면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하고 어린아이들이 놀려 대기도 했다솜이 엄마가 이 정도로 심하게 흉보는데 솜이는 얼마나 심했을까아마 솜이에게는 마을 사람들이 돌을 던졌을 거라는 예기도 있고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들었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그들이 행한 행위가 어찌 되었든 간에 솜이는 이 일로 매우 힘들었다.

현재 상태는 그렇게 17일간 지속되었다. 17일 동안 솜이와 솜이 엄마는 사람들의 멸시와 천대를 받아가면서 살아갔다하지만 이를 솜이 엄마는 참을 수가 없었는지 솜이 엄마는 도망을 쳤다


 

4장 도주

솜이 엄마는 솜이를 버리고 혼자만의 삶을 살기 위해서 솜이 엄마라는 이름을 벗어던지기 위해서 도주를 했다그러고는 솜이에게 한 편지를 두고 간다.

솜이야 엄마야 솜이는 지금 엄마가 사라져서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겠지그렇지만 이건 엄마도 마찬가지야엄마도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운데 엄마는 여기에 힘들기도 하지그래서 엄마는 더 이상 엄마로 사는 게 아니라 나 자신으로 살기로 했어솜이야 내가 미안해그래도 나는 솜이 믿어 잘 해낼 수 있다는 거 믿어솜이는 멋진 아이니까 모든지 잘 해낼 수 있어솜이야 파이팅!” 그리고 편지 뒤에는 엄마가 쓰라고 남긴 엄마 명의의 신용카드가 있었다그리고 그 신용카드에 붙여진 포스트잇에는 이 말이 적혀 있었다. “떠나는 대신 네가 쓸 돈은 내가 낼 게 그러니까 돈 걱정은 하지 마.” (자신의 돈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 나는 생각한다)

솜이는 그 이야기를 보자 황당하고 당황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제3자인 내가 봤을 때 이는 당연한 일이다솜이 엄마는 전에부터 계속 이 상황을 파헤칠 방법만을 찾았다하지만 그 방법은 솜이와 결혼할 남자를 찾는 것 말고는 없었다하지만 누가 지금 솜이와 결혼을 한다고 할까그래서 솜이 엄마는 자신만이라도 살기 위해서 솜이를 버린 것이었기에 나는 솜이 엄마가 솜이를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가 힘들어서 엄마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솜이도 힘든데 왜 솜이 엄마는 솜이를 이해하지 못할까그러고 자신만 생각하고 떠났을까 솜이는 매우 화가 났다혹은 매우 슬퍼했을 수도 있다아니면 너무 화를 내 더 이상 화낼 기색이 없었을 수도 있다또는 그냥 우울해서 누워서 자고만 있었을 수가 있다.

그 일이 있고 솜이는 무려 4일 동안 펑펑 울기만 했다그때 솜이는 우울증이 왔을 거라 생각이 들 정도로 소파에 누워서 울기만 했다배고프면 빵 몇 조각 주워서 먹고 몰 마르면 물 조금 마시고는 계속 울어 대기만 했다처음에는 밤에도 울어서 아래층 사람도 민원을 넣기도 화를 내기도 했지만 너무 울었는지 아래층 사람은 학생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나하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 까지도 했다.

솜이가 그만 울게 된 계기는 나름 단순하다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한 사람이 적은 명언을 본 것이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한참을 찾았지만 그 명언을 만든 사람을 결국 찾지 못했다솜이가 말한 바로 명언은 대략 이러했다.

나에겐 고난이라는 것이 없습니다내가 행복하다면 고난이라는 것이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명언이 솜이 상상에서 만들어낸 거짓 명언이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왜냐하면 이를 찾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나는 이 명언이 진짜로 있는 명언이라고 생각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솜이도 자신의 이 고난을 없애려면 엄마부터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자신이 이 고난 속에서도 잘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인 엄마야 말로 자신의 고난을 없애줄 행복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솜이는 항상 힘든 날이 자신을 찾아왔어도 엄마와 함께 라면 행복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그래서 솜이는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가 자신의 행복인 자신의 엄마를 찾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엄마를 찾아 달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솜이는 자신이 과거에 찍었던 엄마의 사진을 찾아 전단지를 간단하게 워드로 만들고는 집에 있는 프린트기로 100장 정도만 프린트를 하고 밖에서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는 자신의 엄마를 본 적이 있냐고 물어봤다하지만 사람들이 금세 소식을 들은 건지 그 누구도 솜이와 말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전단지를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결국 솜이는 38장 정도만을 나눠주고는 집으로 돌아왔다말이 38 장이지 실제로는 31장 정도는 전봇대에 붙인 것이며 사람들이 받은 것은 7장 정도만 된다사람들은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그녀를 차별적으로 대한 것이다나머지 62장은 솜이가 나중에 사람들에게 전달하기로 기약하며 솜이는 잠에 들었다힘이 들긴 했지만 솜이는 기분이 좋았다곧 자신의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이다그렇게 다음날이 오고 솜이는 다시 일어나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사람을 찾습니다혹시 이런 사람을 보면 저한테 연락을 주세요!”

솜이는 엄청 노력을 했다그러다가 몇몇 사람들이 이를 가져가는 것을 보고는 엄청 큰 희망을 가지고 자신의 행복 자신의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그렇게 남은 모든 전단지를 돌리고 솜이는 집에 돌아왔다그중 42장 정도는 솜이가 붙인 것이고 20장 정도는 사람들이 가져간 것이다.

솜이가 연락을 확인하기 위해서 자신의 이메일을 열자 솜이는 충격을 받게 된다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이메일이 온 것이다솜이는 손가락을 쫙 피고는 온 메일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하지만 하나 같이 쓸 때 없는 광고 메일이거나 욕이 담긴 메일이었다.

미혼모 년이 지 애미 찾으려고 지랄이노

확률 100% 보장!!~~★☆무료복권☆★~~!!”

야 궁금한데 뒤진 사람 왜 찾아?”

안녕하세요그린토피아 골프 이사 ○○○입니다이번 달 8일부터 17일까지 10일간 저희 연간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커피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ㅋ 니 애 대출로 태어나냐?”

안녕하세요솜이 님 혹시 다른 사람이 없다면 저랑…’ (이 메일은 너무 역겨우니 넘어가는 게 맞을 거 같다.)

솜이는 그런 메일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왔다그러고 자신이 가졌던 엄마를 만날 수 있는 희망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 들어왔다그러다가 솜이는 도움이 될 하나의 메일을 발견하게 된다.

그 메일은 무려 솜이 엄마가 직접 보낸 것이다메일은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었으며 안에 내용은 이러했다.

솜이야 내가 나는 내 인생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난다고 했잖아나도 너를 떠나고 싶어서 떠난 게 아니야나도 계속 너랑 있고 싶었고 같이 좋은 집에서 좋은 경치 보고 살고 싶다고 근데 나도 사람인지라 힘든 거는 어쩔 수 없나 봐… 내가 진짜처음 네가 태어났을 때 많이 힘들었지만 엄마가 되었다는 것에 행복했어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달라 내가 엄마여서 고통스럽고 힘들었어그래서 내가 엄마를 포기하고 떠난 거야솜이 엄마는 더 이상 없어제발 네 엄마를 찾지 말아줘 나는 그냥 나야나는 내 인생을 살고 싶어미안해 솜이 너도 네 인생을 살아내 딸로 살았던 인생은 그만 쫓고… 정말 내가 미안해하지만 우리 이제 각자의 삶을 찾자… 너도 좋은 사람 만나서 좋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 그럼 솜이야 잘 있어.”

솜이는 이 편지를 보자마자 슬픔에 빠졌다 자신은 굳게 믿었는데 엄마와 다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자 솜이는 오열하며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 (보통 사람이 삶의 목표를 확실하게 잡았는데 그 목표를 잃어버릴 경우 가장 크게 오열한다고 한다솜이도 사람이니 당연히 이런 말에 크게 오열했을 것이다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힘든 마음일 것이다.)

또 솜이는 나가서 자기가 전단지를 붙여 둔 곳으로 가서 전단지를 보려고 하니 전단지는 온데 간데없었다자신이 붙인 곳 모든 곳을 둘러봤지만 전단지들은 전부 없거나 뜯겨 나갔다이제 더 이상 엄마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 솜이에게 큰 불안과 고난으로 덮쳐왔다희망의 싹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도 없었다.

그렇게 솜이는 다시 히키코모리 마냥 집에 틀어박혀 울면서 인스타그램이나 보는 생활을 했다그렇게 휴대폰만 처다 보는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오게 된다.


 

5장 학교

그 전화는 처음 보는 번호의 전화였다솜이는 이에 대해 수상함을 느끼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나 전화를 건 사람은 이에 멈추지 않고 다시 솜이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결국 솜이는 떨리는 손으로 겨우 전화를 받았다.

누구세요?” 솜이가 경계하듯이 물었다.

솜이야잘 지내니?” 전화 뒤 남성이 말했다.

솜이는 전화 뒤 남성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차렸다솜이가 다니는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었다.

선생님무슨 일이에요?” 누워있던 솜이가 자세를 다시 바로잡으며 물었다.

아 다름 아니라 솜이야 학교에서 네가 최근에 좀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서 우리가 널 배려해서 학교를 최대한 빼 줬는데 오늘 까지만 우리가 빼 줄 수 있을 거 같아그래서 네가 다음 주 월요일에 학교로 다시 와야 해.”

안 가면 안 돼요?”

나도 그래주고 싶은데 솜이야 미안해우리도 규정이 있어서 그러기는 좀 힘들다.”

안 가는 방법이 없어요?”

있기는 하지자퇴를 하거나 퇴학을 당하거나 그 방법 외에는 우리가 해줄 수 있는 방법이 크게 없을 것 같다원하면 부모님 이랑 상의해서 자퇴 신청서를 양식에 맞춰서 우리에게 가지고 오면 우리가 자퇴 처리해 줄 게.”

그때 솜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솜이는 안 그래도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을 해서 어머니 혼자서 자신을 키웠는데 그마저 어머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나버린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그렇게 한동안 솜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여보세요여보세요솜이야여보세요이거 왜 이래?” 선생님은 휴대폰을 귀에서 때고 화면을 보면서 정상적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휴대폰을 귀에 대고 솜이에게 물었다. “솜이야 무슨 일 있니여보세요?”

네 선생님아빠랑 한번 상의해 볼게요.”

솜이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선생님은 당연히 알았을 것이다솜이 부모님은 이혼을 했었고 엄마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선생님 또한 이 마을의 주민이기 때문에 솜이 엄마가 솜이를 버리고 도망을 간걸 어느 정도는 눈치를 챘을 것이다.

솜이는 그런 생각을 해서인지 휴대폰을 던져버렸다그리고 소파에 다시 누워서는 팔로 눈을 가리며 울기 시작했다. (솜이 본인의 말로는 안 울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녀가 안 운 것이 아니라 안 울려고 노력한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 너무 많이 울었던 건지 그녀는 눈물도 나지 않았고 눈이 메말랐는지 세수를 하러 갔다.

그녀는 물로 얼굴을 적시고 폼 클렌징으로 얼굴을 씻어냈다그리고 목에 걸어 두었던 수건을 목에서 빼고 자신의 얼굴에 가져가 물기를 닦아 내렸다그리고 옆에 있던 세면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봤다. (아주 큰 거울은 아니고 손바닥보다 좀 더 큰 손거울이다.) (여기서 나는 솜이가 거울을 본 것이 아니라 솜이를 봤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그 거울에 비친 솜이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그녀가 알던 아리땁고 사랑스러우며 공부를 잘하고 정말 만화에서만 등장할 거 같은 공주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솜이는 자신에게서 예쁨이라는 면을 단 한 점도 찾아낼 수 없었다오직 초췌한 사람이 다크서클과 여드름이 잔뜩 있는 체로 있기만 했다솜이는 순간 생각했다. ‘이게 과연 나일까?’ 그 생각이 들면서 솜이는 거울 속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과거에 있었던 일이 아닌 단순히 자신의 모습을 보고 이게 과연 나일까?’ ‘내가 이런 사람인가?’ ‘이런 사람이 있다면 그냥 죽여버리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결론적으로 최악의 생각을 해버린다. ‘이런 모습이 진짜 나라면 그냥 죽어버리자.’ 솜이는 다시 거울을 보더니 거울이 마음에 안 들어서 화를 내면서 그 거울을 그냥 벽에 던져버렸다얼마나 쌔게 던졌는지 거울은 당연히 박살 나고 깨진 거울의 파편이 튀어 솜이 정강이를 찔러 피나게 했고 다른 거울까지 금이 가게 만들었다.

솜이는 지금 집에서 거울을 죽여버리고 싶었다그래서 거울을 죽일 물건들을 찾기 시작했다집에 있던 식칼밧줄락스커터 칼표백제섬유유연제염색약 등 수많은 물건들을 봤다그리고 그중 가장 마음에 든 표백제를 선택해 컵에 부었다. (솜이네 집에서는 가루형 표백제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루가 날렸고 그 가루에 솜이는 기침을 좀 했다.) 솜이는 컵을 손에 쥔 찰나의 순간에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나는 죽어야 하는 사람인가’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내가 명문고를 안 간 것이 죄일까?’ ‘엄마를 잘못 만난 걸까?’ 솜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아빠는 왜 엄마랑 이혼을 한 걸까?’ ‘애초에 서로 둘이 사랑하긴 한 걸까?’ ‘나는 왜 태어났을까?’ ‘잘 살려고?’ ‘잘 살면 뭐 해 결국 죽는데…’ 이 고민이 솜이의 마음을 일깨웠다.

솜이는 표백제 컵을 잡고 입까지 덴다그리고 그 가루들을 들이마시기 시작했다표백제가 입에 닿자마자 그녀는 이상한 느낌을 느끼고 가루를 전부 뱉어냈다그녀의 입 안에는 마치 누군가 헬스장에서 흘린 땀과 싸구려 수영장에서 쓸법한 위험한 약품의 맛과 깊은 바다에서 흐르는 강에 가면 맡을 수 있을 거 같은 역겨운 맛이 났다전까지 스스로 표백제를 먹고 죽으려고 했던 솜이는 죽으려는 생각을 즉시 버리고 바로 세면대로 달려가서 입을 물로 수십 번 헹구고 양치도 무려 3번이나 했다입에 손가락을 넣어서 토를 하고 가글도 5번이나 하고 혀 클리너로 표백제인지 백태인지 모를 하얀 것들도 전부 벗겨냈다고 했다그러는 와중에 솜이는 너무 크게 소란을 일으켰다다른 집들이 전부 들을 정도로 소란이 컸다솜이 토하는 소리 양치하는 소리물 뱉는 소리우는 소리진짜 많은 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큰 소란이 있었기에 솜이가 입을 다 씻고 모든 표백제를 다 뱉어 내고 나왔을 때 누군가가 솜이 집 초인종을 계속 누르고 있었다윗집 사는 사람이었다솜이는 문을 열고 말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솜이가 말했다.

아니아랫집에서 갑자기 소란이 있길래 걱정돼서 내려왔는데 아무 일 없나요?” 그 윗집 남자가 말했다.

… 아무 일도 없어요.” 솜이는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었다.

그래요정말 아무 일도 없는 거죠?” 남자는 한 번 더 확인을 해보려고 물었다.

네 정말로

그럼 저는 가볼게요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저기…” 솜이가 말했다.

?” 윗집 남자가 물었다.

… 아니에요조심히 가세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윗집 사람이 말했다.


 

6장 절단

그렇게 월요일이 찾아왔다솜이는 학교 갈 준비를 했다그녀는 머리를 감고 씻고 옷을 입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브래지어를 착용하자 솜이는 바로 알았다이 브래지어가 자신의 사이즈보다 작다는 걸분명히 솜이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맞는 사이즈인 걸 확인했지만 지금 착용해 보니 확실하게 조인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솜이는 이 정도 사이즈의 브래지어만 착용했기에 더 큰 사이즈의 브래지어가 없었다그래서 결국 잘 안 입는 회색 브라탑을 착용하고 교복을 입으려고 했다하의는 처음에 입었을 때 허리가 좀 안 맞긴 했지만 다행히도 허리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었다그러나 상의를 입으면 3번째 단추가 민망하게 늘어나 있었다이대로 학교에 가면 민망할 거 같아 솜이는 그냥 안에 하얀 티셔츠를 하나 더 입고 단추를 전부 풀어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었다그리고 솜이가 화장대에 가서 화장을 하려고 봤을 때 그녀의 피부는 정말로 트러블이 심했다눈 밑보조개 이곳저곳에 두드러기처럼 반점이 드러났다그래서 솜이는 꼼꼼하게 화장품으로 트러블을 다 가리고 학교로 바로 갔다.

학교에 갔을 때 분위기는 솜이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나 좋았다복도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복도로 들어서자 솜이의 주변으로는 모세가 홍해 바다를 가른 것처럼 솜이가 복도를 지나자 학생들이 서로 갈라지며 솜이를 한 번씩 쳐다보기 시작했다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솜이의 배를 집중적으로 쳐다봤다여학생들은 솜이의 가슴과 얼굴 쪽을 쳐다보았다마치 회사 한 바닥을 걸어가는 사자처럼 학생들은 솜이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솜이는 숨고 싶었다정말로 숨고 싶을 때 그때 솜이는 자신을 숨겨줄 수 있을 거 같은 친구들을 본다솜이랑 가장 친하면서 동시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자신의 친구 3명이었다그들은 서로 사파이어라고 불으면서 팀처럼 지낸 친구였다.

한 명은 솜이가 무려 유치원생일 때부터 친했던 친구이다그 친구는 솜이와 함께 이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살았으며 각자 6살일 때 처음 만난 사이이다서로의 가족도 친하게 지냈던 사이였다하지만 서로 오래 지난 만큼 잦은 다툼도 있었다서로 절교를 할 수준으로 심각하게 싸운 적도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싸웠을 때마다 솜이는 그녀와 어색하지 않게 적절하게 친구에게 다가가서 다시 친하게 지냈고 지금까지 좋은 생활을 이어 나갔다.

다른 한 명은 솜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만난 친구이다이 친구는 중학교 때 잠시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나중에 돌아왔을 때 솜이랑 어색해질까 걱정했는데 그럼에도 솜이가 이 친구를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대관계를 쌓아 계속 좋은 친구로 지냈다그렇게 서로는 시내 놀러 가서 사진 찍기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왔다.

마지막 한 명은 솜이를 짝사랑했던 중학교 친구이다그 친구는 중학교 1학년 때 솜이를 처음 만나고 첫눈에 반하지만 솜이랑 이미 친해져 버렸다그래서 고백했을 때 어색해지면 어떡하지 걱정을 하다가 나중에 실수로 솜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을 했다솜이는 고백을 거절하지만 솜이는 그런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어색해지지 않도록 노력해 다시 좋은 친구 사이로 지내왔다.

이런 친구들은 솜이라는 좋은 친구가 있어서 정말로 좋았을 것이다관계가 어색해질 수도 있었음에도 솜이가 좋은 방법으로 친구들이 자신을 어색하지 않도록 해줬기 때문이다이런 친구가 나에게도 있었으면 참으로 좋았을 것 같다나를 위해서 어색해지지 않도록 노력해 주는 친구라면 내 간까지도 이식시켜 줄 수도 있다하지만 그 3친구는 아니었나 보다솜이가 그 3명에게 다가가자마자 그들은 솜이는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자리를 피해 떠났다순간 솜이는 매우 당황했다너무나도 당황해 3초 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친구들이 자신을 배신한 걸 알았는데자신은 평생을 지켜주며 살았는데이런 반응 보여주면 세상 그 누구라도 생각이 멈출 것이다.

솜이는 멈춰서 잠시 생각을 했다. ‘내가 인생을 이 정도로 밖에 살지 못했나?’ ‘내 성격이 안 좋았나?’ ‘아냐…’ ‘내가 얼마나 잘해줬는데…’ ‘얼마나 잘해줬는데…’ ‘얼마나…’ ‘잘해줬는데…’ ‘싸워도 최대한 풀어주고… 잠시 멀어져도 다시 친해져 줬는데…’ ‘고백했어도 최대한 존중해 줬는데…’ ‘혹시 그걸 전부 앙심으로 품은 건가?...’ ’사실은 내가 싫은 거였나…?’ ‘싫다면… 싫다고 말해주지… 그래야 기대도 안 하는데…’ ‘싫으면 싫다고 말해주지…’ ‘싫다고 말해주지…’ ‘싫다고…’ ‘싫다고……’ ‘혼자 싫다고…’ ‘나 혼자 있기 싫다고…’ ‘너희가 떠나면 나는 어쩌라고…’ ‘혹시 이거 시험인가?’ ‘내가 한번 따라가야 하나?’ ‘아니겠지?’ ‘아냐 혹시 몰라 한번 따라가 보자!’

그래서 솜이는 다시 그들을 따라갔는데 그들은 솜이가 자기들을 따라오는 걸 알고 솜이를 무시하며 교실로 가버렸다솜이는 자신을 떠나가는 그들의 모습을 그저 울음을 참아가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솜이는 친구들이 자신을 배신해서 매우 화가 났기 때문인지 친구가 전부 떠나가버린 것이 너무 슬펐기 때문인지 눈물을 흘렸다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계속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분명히 학교에 들어올 때까지 만해도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았는데 바로 눈물을 흘린 것이 좀 이상하다.) 그래서 솜이는 자신의 눈물을 다른 학생들에게서 숨기기 위해 화장실로 달려가 숨었다화장실 칸 안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휴지를 몇 장 뽑아 들더니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소리도 나지 않았다마음이 너무 아파왔기 때문이다.

솜이가 화장실에 있을 때 사람 두 명이 화장실에 찾아왔다솜이가 있는 지도 모르고 그냥 들어온 것이다그들은 세면대에서 화장을 고치기 시작했다.

그래가지고 너 우리 학교에 임신했다는 애 봤냐?”

그 솜이?”

응 그 년.”

내 남친이 걔 임신시킨 거라는 데?”

걔 아니야.”

아냐 내 남친이 임신시킨 거야.”

친자 확인했냐?”

아니.”

그럼 어떻게 알아 그걸?”

몰라 걔 말로는 걔가 했데.”

야 그럼 걔가 니 대리모냐?”

대리모?” 그 학생은 마구 웃었다. “야 이번 거 좋았다.”

좋았냐?”

둘은 마구 잡이로 웃어 뎄다솜이는 분하고 눈물이 났다정말로 자신이 필요 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7장 손길

솜이는 지금까지 고통만 받아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솜이에게 있어서 인생의 가장 큰 변화이자 지금의 솜이가 살아가는 이유를 만난 순간이다제목에서 알다시피 이 책은 솜이와 시온을 이야기이다그리고 이 이야기부터 솜이와 시온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솜이는 항상 나를 만나면 자신이 살아있는 이유는 항상 시온이라며 말을 한다그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지금부터 진정한 솜이와 시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솜이가 다시 학교를 간 월요일 그대로이다솜이는 계속 수업을 듣고 있었다첫 교시는 과학 시간이었다솜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피고 그냥 멍 때리며 바라보기만 했다. (성폭행 받기 전의 솜이라면 과학을 미친 듯이 공부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공부를 하기 싫다는 마음이 너무 강했을뿐더러 그냥 삶의 의욕도 없었다.) 다음 교시는 음악이었다하지만 음악실을 가기 싫었는지 솜이는 보건실에 가서는 누워만 있었다. 3교시는 국어 시간이었다이때는 희한하게 솜이는 열심히 공부를 했다. (단순히 좋아하는 과목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이때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다고 한다.)

4교시는 기술 가정이었다. (솜이 말로는 학교에서 1학기에 기술 1년 치 진도를 나가고 2학기에 가정 1년 치 진도를 나갔다고 한다그래서 사실상 가정 시간이다.) 하필 학기 초라 그런지 수업 진도는 임신에 관한 내용이었다임신이라는 말이 나오자 솜이 반 학생들은 키득거리며 비웃었다당연한 말이지만 이 비웃음들은 전부 솜이를 암묵적으로 놀리기 위한 비웃음이다수업 도중 책을 보던 솜이는 한 종이 뭉치를 맞게 된다아프지는 않았지만 솜이의 기분은 매우 더러웠다솜이가 그 종이 뭉치를 펼치자 그 안에는 교과서에서 찢어져 나온 임신 8주 차 사진이었다그 종이 아래에는 이 말이 적혀 있었다.

야 너 언제 이런 사진 찍었냐?’

솜이는 정말 치가 떨리고 화가 났다그래서 솜이는 손에 쥐고 있던 싸구려 플라스틱 볼펜을 꽉 쥐고는 뒤로 돌아 뒤에 있던 친구에게 내팽개쳤다수업을 듣던 학생들 선생님은 모두 그곳으로 시선이 집중되었다.

솜이야 뭐 하는 거니?” 선생님이 물었다.

솜이는 아무 말없이 선생님에게 화난 걸음걸이로 다가가고는 자신이 받은 종이를 보여줬다이걸 보자 선생님은 솜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말을 걸었다.

잠깐 자습해.” 선생님이 말하고는 교실 문을 닫았다. “솜이야 이런 걸 받았다고 해서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친구들은 공부하고 있잖아아니 솔직히 말해서 화가 나고 짜증이 나면 나중에 와서 선생님한테 말하던가 해야지지금은 뭐 하는 거야 진짜애도 다치고!”

솜이는 화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화난 거야 설마야 안에 애들도 다 화났다 지금 애들이 너 때문에 수업도 못하고 이게 뭐야너 오늘 학교 남아서 내 반으로 와 알겠어?”

솜이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는 의미로써 끄덕인 것이 아니라 굳이 내가 그래야 하냐 묻는 의미의 끄덕임 이였다.

점심시간이 되었다솜이는 또 점심을 굶었다단순히 다이어트가 아니라 입덧이 심했기 때문이다며칠 동안 밥을 잘 못 먹은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솜이는 정말 배고팠다하지만 음식을 먹으려고 하면 토를 할 것이 당연했기 때문에 계속 교실에서 기다렸다그렇게 모두가 점심을 먹으러 간 후 5분 정도가 지나자 처음 보는 남학생이 그녀의 반에 들어왔다.

안녕네가 솜이니?” 그 학생이 말했다.

그래무슨 일이야?” 경계를 심하게 하는 투로 솜이가 말했다솜이는 학생1이 전에 처음 자신을 만났을 때 한 말과 그 학생이 자신에게 한 말이 비슷했기 때문에 경계를 심하게 한 것이다.

그 말을 하기 전에 내 소개를 할게 나는 시온이야만나서 반가워!” 시온이 악수를 청하면서 말했다솜이는 그의 악수를 처음에 경계하고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하지만 시온이 악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기다려주는 것을 보고 어색하게나마 악수를 했다

그래만나서 반가워.” 솜이는 시온에 대한 경계를 조금 풀었다.

솜이야 몸은 좀 어때?”

솜이는 감동을 먹었다임신한 자신에게 이렇게 대해준 사람은 처음이기 때문이다다들 솜이가 임신한 걸 보면 흉보고 욕하기만 할 줄 알지 그녀를 걱정해 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안 좋아…”

그렇겠네...”

요즘 따라 더 힘들 더라고… 몸도 마음도 다 안 따라 주는 것 같고…” (이쯤 되니 솜이의 경계는 완전히 없어진 것 같다)

그래원래 임신하면 생리 심하게 할 때보다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더 힘들데...”

그래몰랐어… 그래서 내가 요즘 많이 힘들었던가…” 그때 솜이는 왜 시온이 왔는지를 안 물어봤다는 것을 다시 떠올리고 바로 이유를 물었다. “아 그래서 무슨 일 때문에 왔어?”

아 그게 좀 말하기 민망한데… 혹시… 내가 너 몸조리도 도와주고 아이 낳으면 같이 키워도 될까?”

“? ?” 솜이는 너무 당황했다전혀 예상하지 못한 부탁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일부러 그런 결정을 내릴까?)

그게 그냥… 크게 이유는 없어그냥 너 도와주고 네가 아이를 낳으면 같이 키우고 싶어.”

굳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나도 몰라 그냥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고… 잘 모르겠어 나도 하지만 정말로 도와주고 싶어 너를…”

이후로도 몇 번을 솜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싶은 지 물었고 시온은 이에 계속 그냥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시온은 그냥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그냥은 아니다우선 시온은 솜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많이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당연하게 천대받는데 몸까지 아프니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해 그녀를 도와줘 그녀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또 솜이가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죽든지 솜이가 죽든지 누구 하나는 죽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그래서 그 누구 하나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발 벗고 자신이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솜이는 그의 도움이 많이 좀 당황스러웠다당연히 그 누가 결혼도 안 하고 임신을 한 자신을 좋아할까오히려 자기가 해를 당할 수도 있는데애초에 왜 그런 짓을 할까그러면서 시온이라는 사람을 솜이는 존경의 눈과 멋지다는 생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자신이 직접 도와주기 위해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솜이는 아직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솜이는 좀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시온이라는 사람이 진짜 순전히 자신을 도와주려 하는 사람인지아니면 다른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온 건지를 알아야 했다그리고 만약 시온이 자신을 도와줬을 때 시온에게 생기는 피해도 고려해야 했다. ‘나는 피해를 덜 받으니까 괜찮아가’ 아니라 이러면 시온이도 피해 받는 게 아닐까?’ 고민해야 했다그래서 솜이는 시온에게 말했다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내가 그전에 좀 더 생각을 많이 해 봐야 할 것 같아조금의 시간을 주라.” 솜이가 말했다.

알았어 결정하면 나한테 연락 줘맞다여기 내 전화번호.”

시온은 그렇게 솜이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주고 자신의 반으로 떠났다솜이는 그때부터 시온은 과연 누구일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8장 고뇌

학교가 끝나고 솜이는 기술 가정 선생님을 찾아갔다선생님은 솜이를 보고는 잠시 있으라 말한 뒤 어딘가로 떠나 버렸다솜이는 그 시간 동안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그러기 전에 그녀는 자신이 본 시온을 토대로 시온이라는 사람이 누구인가 생각했다우선 그는 친절하게 자기에게 다가왔으며 하는 말 하나하나가 전부 어떠한 목적이나 다른 이유가 아닌 솜이를 위해주는 듯했다그래서 솜이는 그를 진정으로 자신을 도와줄 사람으로 생각했다마치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의지가 강해 보였고 자신을 버릴 것 같지는 않았다.

생각을 마치자마자 선생님이 찾아왔다그의 손에는 빗자루와 밀대가 있었다.

자 반 전채를 다 쓸고 밀대로 다 닦고 나한테 검사받으러 와책상 아래도 꼼꼼히 쓸어.” 선생님이 말했다

솜이는 반을 쓸기 시작했다그러면서 시온에게 자신이 도움이 될까 아니면 해가 될까 고민을 했다그녀 혼자 이 고통을 부담하기에는 너무나도 컸지만 만약 시온이 그녀를 도와주면 전체적인 고통은 더 컸지만 개인이 받는 고통이 거의 반절이라는 걸 솜이는 생각하게 된다하지만 그때 솜이에게 한 가지 생각이 관통하게 된다.

만약 시온이 도와주는 도중에 나를 버린다면… 그것도 출산 후가 아니라 임신 중이라면… 아니면 아이가 태어난 상태에서… 아이가 좀 자라고 시온은 아빠라 인식한 후라면…’ ‘그때 나랑 아이를 버리면 나랑 아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런 상상은 솜이에게 엄청난 불안을 심어주었다만약 시온이 임신 중에 자신을 떠난다면 솜이는 시온 덕분에 편해진 임신생활이 갑자기 힘들어지면 오히려 자신의 삶이 힘들어질 것이다또 그가 아이가 태어난 상태에서 그녀를 버린다면 그녀는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이 사라졌다는 상실감에 빠져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하고 까먹어서 아이를 유기해 유기죄로 무기징역을 받을 것이다. (생각이 너무 길다고 생각할 수 있다하지만 솜이는 이런 상상까지도 해봤다상상은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또 아이가 시온이를 아빠라 인식한 후 떠나면 어떡할까아이는 시온이 떠났을 때 솜이에게 뭐라고 물을까그럼 솜이는 뭐라고 답해야 할까솜이는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다그러다 보니 솜이는 벌써 반 전체를 빗자루로 쓰는 걸 마쳤다솜이는 자신이 끝난지도 모르고 봤는데 벌써 다 쓸려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그래서 빨리 밀대로 반을 밀고 가기로 한다.

그녀는 밀대를 집고 걸래를 밀대에 부착해서 교실을 밀기 시작했다밀대를 밀며 그녀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만약 그가 진짜로 계속 도와준다면 나한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그가 말한 도움은 무엇일까애초에 나에게 도움이 필요할까솜이는 오랜 고민을 했다이런저런 질문도 하고 답을 해보려고 노력도 했다그러다 보니 솜이는 교실 청소를 끝냈다솜이는 선생님에게 가서 청소를 다했다고 말하고 집으로 갔다.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시온의 도움을 받을까 말까 고민을 했다솜이 집은 학교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그래서 솜이는 오랫동안 걸어가면서 고민을 할 수 있었다집에 반쯤 왔을 때 솜이는 남성 두 명이 큰소리로 얘기하면서 가는 걸 봤다평소라면 솜이는 그들에게 관심도 두지 않고 그냥 자기 갈 길을 가겠지만 이번에는 왠지 그들의 말을 듣고 싶었다그래서 솜이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야 나 이번에 좋아하는 애 생겼다.”

그래누구냐말해!”

왜 너 알지 그 혜원이나 걔 좋아해.”

야 이 새끼야 바로 고백 갈겨 고민하지 말고 그냥 갈겨 망해도 상관없어그냥 고백 갈겨.”

야 그래도 어떻게 그냥 바로 갈기냐그건 아닌 거 같다.”

안 갈기면 더 좋을 거 같지아니야안 갈기면 네가 손해야야 너 윷놀이 알지?”

알지.”

윷을 던져야지 모 아니면 도가 나오지 안 던지면 아무것도 아니잖아그냥 갈기란 말이야 넌 혜원이가 좋다면서 왜 고민인데 좋으면 고민하지 마마음을 믿고 그냥 고백 갈겨 새끼야.” 그 사람은 바로 옆에 친구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렸다.

우리는 그냥 남고생 2명의 대화 내용이라 생각할 수도 있는 둘의 대화는 솜이의 마음속 평화롭고 잔잔한 호숫가로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방울 같았다그 정도로 작지만 큰 충격이었다. ‘나도 그냥 쟤들처럼 그냥 받을까?’ 솜이는 이 고민을 계속했다집을 가는 내내 다른 생각 없이.

솜이가 집에 도착했을 때솜이는 침대에 누워 잠시 고민을 멈추고 쉬고 있었다그때 솜이에게 전화가 한통 왔다솜이네 고모가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솜이는 고모의 전화를 받았다.

고모 무슨 일이야?” (솜이는 평상시에도 고모에게는 반말을 한다고모도 반말을 듣는 게 더 편하다고 한다그리고 고모와 솜이는 5살 정도만 나이 차이가 난다.)

솜이야!! 잘 지내고 있지?”

근데 왜 갑자기 이렇게 전화를 했을까?”

그냥 솜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냥 솔직하게 말할 게 네 소식 들었어.”

들었어?...”

그게.. 솜이 네가 임신했다는 거 듣고 내가 좀 걱정되고 몸조리는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냥 전화해 봤어그래 몸조리는 잘하고 있어?”

아니 하나도 못하고 있어.”

아구 어떡하냐솜아 그럼 우리 집으로 지금 잠깐 올레?”

지금?”

아 내가 맛난 거 해주고 좀 이야기도 나누고 싶어서.”

그래고모가 직접 해주는 거야?” 솜이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어렸을 때부터 고모는 솜이에게 자주 요리를 해주었으며 그 요리는 전부 맛있었고 솜이는 그런 고모의 요리를 좋아했다.

당연하지얼른 와 빨리!”

알았어 끊어!”

그래 끊어.”

솜이는 전화를 끊고 교복 바지와 셔츠를 벗어 던지고 안에 흰 티셔츠도 벗었다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회색 후드티하고 평범한 바지를 입고 고모집을 향해 나갔다.


 

9장 고모

솜이가 고모집에 도착하자 고모는 편한 옷을 입고 솜이를 반겨주고 있었다.

솜이야!!!! 왔어?” 고모가 솜이에게 달려들면서 말했다.

고모 나 왔어!!!!” 솜이가 고모에게 안기면서 말했다.

빨리 들어와 맛있는 거 해 놨어.”

손만 씻고” 솜이는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솜이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고모는 솜이를 식탁으로 데리고 갔다식탁 위에는 잡채간장 갈비흰 쌀밥돼지고기 김치찌개오이소박이 등 수많은 반찬거리들이 있었다솜이는 이를 보자마자 놀라며 물었다.

고모 왜 이리 많이 준비했어?”

뭔 소리야 차린 게 얼마 없는데.”

얼마 없다고아니 설날 아님 추석 때나 먹을 만한 것들이 잔뜩 있는데?”

그냥 했어너 온다고 해서 그리고 나머지는 내가 다 먹으려고식겠다빨리 먹어!.”

알았어.”

솜이는 그렇게 진수성찬을 먹으면서 고모랑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라면 솜이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헛구역질이 나겠지만 며칠 동안 음식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고모 음식이 맛있었는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 맞다고모 나 오늘 재밌는 일 있었다.” 솜이가 말했다.

무슨 일인데?” 고모가 물었다.

아니 학교에서 처음 보는 남자 애가 갑자기 나한테 와서는 갑자기 이것저것 얘기하더니 나를 도와주고 싶고 나중에 내가 애 낳으면 같이 기르고 싶다는데나는 솔직히 도움받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데고모는 어떻게 생각해?”

혹시 그 애가 뭐 이상해 보이거나 나중에 너한테 이상한 짓 할 거 같은 애는 아니지?”

응 아닐 것 같은데 잘 모르겠어… 근데 왠지 모르게 나 도와주다가 중간에 나 버리고 도망갈 거 같아.”

근데 나는 개인적으로 걔가 널 버린다고 해도 일단은 도움을 받는 게 좋을 거 같아혼자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길러 봐서 그런지 혼자 힘으로 아이를 기르려고 하면 진짜 힘들어너도 지금 좀 힘들지?”

많이 힘들지.”

지금도 많이 힘든데 나중 가서 더 힘들 때 진짜 절대로 혼자 할 수가 없어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진짜 다 힘들 더라고.”

어떻게 힘들었어?”

그냥 내 밥 차려줄 사람도 없고… 오늘 하루 너무 힘들게 일하고 나면 그냥… 집에는 나 혼자 뿐이 더라고… 아무도 없어그래서 내가 할머니 집 가서 임신하는 동안 있던 거야.”

그래?”

물론이지 그러니까 옆에 누가 있다는 건 진짜 큰 축복이지그러니까 그 애 빨리 받아줘.”

근데 걔가 만약 떠나버리면 어떡해?”

떠나버리면… 난 걔가 안 떠날 거라고 믿어.”

고모는 걔를 한 번도 안 만나봤잖아그걸 어떻게 믿어?”

왜냐면 그런 말을 할 사람은 내 생각에는 절대로 널 버리지 않을 거야나도 그런 사람을 봤으니까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고모는 솜이의 볼을 잡았다. “내일 가서 좋다고 말해!”

알겠으니까 이거 놔줘.”

알았어.”

그래서 고모는 요즘 뭐 하고 지내?”

아 맞다 내가 너한테 말 안 했는데 나 남자친구 생겼다!”

여기서 나도 말을 안 했지만 고모는 과거 자신의 남자친구의 아이를 가지지만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혼자서 아이를 길러왔다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이를 잘 돌봤지만 여전히 아이의 아버지가 없다는 것에 매우 슬퍼했다그래서 그녀는 최근에 소개팅을 했는데 너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그는 아이가 있는 고모를 이해해 주고 매우 친절하게 고모를 대했다그래서 그녀는 바로 그 남자와 함께 밥도 먹고 영화도 보며 데이트를 했다. (물론 아이는 어린이집에 맡겨 놨다그러다 보니 그 남자와 사귀게 되었고 이제 곧 결혼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 걔랑 결혼도 곧 있으면 하려고” 고모가 말했다.

정말로 와고모 너무 잘 됐다.” 솜이가 말했다. “어떤 사람이야?”

일단 잘 생겼어그리고 마음 씨가 정말로 착해.”

마음 씨가 어떻게 착해?”

일단 내가 애가 있는 걸 알아도 이해해 주고 같이 결혼해서 키우자고 한다정말로 그 사람은 마음 씨가 착하고 날 공감해 주고 이해해 주고 그리고 매너도 좋아나 살면서 진짜 그렇게 매너 좋은 사람을 처음 봤다니까.”

정말정말 좋겠다.”

그 이후로 솜이와 고모는 계속 밥을 먹으면서 얘기를 나누었다그리고 이야기가 끝나자 고모는 설거지를 하고 솜이는 태나 (고모의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있었다그때 태나는 솜이의 배에 다가가더니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고모 이것 좀 봐!”

뭔데?”

태나가 내 뱃속 애랑 이야기하고 있나 봐!”

귀여워… 근데 솜이야 너 애 태명 지었어?”

아니근데 그게 꼭 중요해?”

애한테 이름이라도 지어줘그래야지 나중에 애가 잘 태교 잘돼서 큰데.”

그래그럼 뭘로 지을까?”

… 뭐가 있지?”

생각이 안 나는데…”

예쁜 단어 아무거나 하나 생각해 봐.”

음 사랑이?”

… 그건 너무 흔하지 않나?”

희망이도 좀 흔한가?”

정원은 너무 이름 같고…”

아 나 좋은 거 생각났어올해!”

올해작년 올해 할 때 그 올해?”

응 그 올해.”


 

10장 동거

다음날이 되자 솜이는 고모집에서 일어서 학교 갈 준비를 시작했다회색 티셔츠 한 벌을 입고는 그 위에 교복 와이셔츠를 입고 교복 치마를 입고는 고모와 아침밥으로 간단하게 빵을 먹고 학교로 가기 시작했다.

학교에서의 솜이의 처지는 여전했다아무도 그녀와 말을 걸어주지 않았고 누군가는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도 심한 말을 하기도 하는데 솜이는 항상 그들이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만 알 수가 없었다다들 장난을 치고 나면 아주 재빠르게 도망을 가서 솜이는 누가 자신을 괴롭혔는지 찾아보면 모두 모른 체만 하는 모습을 본다무시하면 된다고 하지만 그러기에는 애들의 장난이 좀 심했다솜이는 항상 이런 일이 있으면 선생한테 가서 이런 일 좀 안 일어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선생은 솜이에게 전화했던 선생님이 아니다전에 있던 선생님은 육아 휴가를 내서 잠시 없고 이 선생이 대체로 있는 것이다.)

선생님 애들이 저를 너무 괴롭혀요!”

어떻게 괴롭히는데?”

제 머리채 댕기고 몰래 등이나 머리 치고 도망가고 그것 말고도 심한 장난 많이 처요.”

장난그래…” 선생은 한숨을 쉬며 자세를 고쳐 잡으며 물었다. “누가 그랬는데자세하게 말해라

그게…”

빨리 말해 지금 선생님 바쁜 거 안 보여?”

그게… 사실… 누가 그랬는지를 모르겠어요.”

애들이 널 괴롭히는데 그게 누구인지를 모르겠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최소한 누구인지 정도는 알 수 있잖아.”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뭐야 솔직히 뒤 돌면 누구인지 다 알 수 있어그걸 모르는 게 말이라고 해아니 최소한 누가 그랬는지를 알아야지얼굴 같은 것도 모르냐야 솔직히 너 성폭행한 애들 몰랐으면 너 걔들 고소할 수 있었어못하잖아선생님이 너를 도와주고 싶은데 모르면 나도 어떻게 못 도와줘요그러니까 대충 어떻게 생긴 애인 지라도 말해봐그 정도는 봤을 거 아니야.”

진짜 못 봤어요다 너무 빨라서…”

하아… 솜이야선생님이 너를 혼내려고 하는 게 아니지?”

…”

그럼 변명을 하지 말고 좀 누가 그랬는지 말하라고.”

학생 대부분이 그랬어요.”

대부분그럼 대부분을 다 혼낼까?”

“…아뇨…”

그렇지그럼 물어보자 왜 학생 대부분이 너한테 장난치는 거 같냐이유가 뭘까?”

제가 임신해서...?”

그렇지그럼 네가 잘못했네그냥 네가 임신 안 하면 되는 거 아니냐피임을 초반에 잘해야지네가 처음에 안 한 게 아니냐솔직히 요즘 어떤 병원이 그 피임을 안 해줘.”

그게 아니라… 아니에요계세요.” 솜이는 자리를 피했다이유를 설명하는 것에도 치쳤다.

야 어디가일로… 아니다 그냥 가라넌 그냥 답이 없다.”

그 이후로도 솜이는 학교 내에서 안 좋은 대우를 받으며 보냈다그리고 점심시간이 되자 시온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솜이야!” 시온이 왼손을 등 뒤로 한 채 그녀에게 오른손으로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안녕!” 솜이 역시 시온을 손을 흔들며 반겨줬다.

솜이야 이거 받아.” 시온은 정성스레 포장한 초콜릿을 그녀에게 건냈다.

이게 뭐야?”

초콜릿이야 좋아할 거 같아서 샀어...”

진짜?” 솜이는 포장을 열어보고 자신이 좋아하는 초콜릿이라는 사실을 알고 매우 기뻐했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 건데정말 고마워!”

그래서… 솜이야 생각은 해봤어?”

물론이지!”

어떻게 생각해?”

나는 네가 나를 도와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

진짜그럼 언제부터 도와주면 괜찮아?”

오늘부터.”

응 오늘부터… 그리고 혹시 괜찮으면 우리 집으로 와줄 수 있어?”

?”

응 지금 우리 집에 아무도 없어서 너무 허전하 더라고… 너무 혼자서 힘들고 지쳐서 죽을 것만 같아… 그래서 말인데 우리 집에 와서 같이 살 수 있어방은 따로 있어.”

“……알았어!”

그래 그럼 오늘 끝나고 나한테 와같이 우리 집으로 가자!”

그래학교 끝나고 보자!”

그래학교 끝나고 봐!”

솜이가 시온을 봤을 때 그녀의 기분은 왠지 모르게 좋았다마치 우울했던 하루에 자신을 반기러 와주는 파란 앵무새같이 시온이 좋았다.

학교가 끝나고 솜이가 학교를 나가고 있을 때 시온은 그녀를 발견하고는 바로 달려갔다.

솜이야!”

시온왔어?”

나 왔어가자.”

솜이는 시온과 함께 자신의 집으로 향해 갔다그리고 집에 도착하자 솜이는 시온에게 자신의 집을 보여줬다.

솜이 네 집은 방이 3개이다하나는 솜이가 쓰는 솜이 방이다여느 집들과는 달리 원래는 안방으로 사용하던 곳을 솜이 네는 솜이가 쓰도록 해주었다다른 하나는 솜이 엄마 방이다솜이 엄마가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뭐가 없는 수준으로 휑한 공간이기도 하다마지막 방은 드레스 룸이다솜이와 솜이 엄마가 자신들의 옷을 놔두던 방이지만 지금은 솜이의 옷만 있다.

솜이는 그중 시온에게 솜이 엄마 방을 사용하도록 해주었다. (어차피 자신은 쓰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며 누군가는 살아야 할 것 같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시온은 곧바로 자신이 가져온 짐을 그곳에 풀고는 자신의 옷들을 가지러 다시 나갔다. (시온이 어디서 사는지는 몰랐도 왠지 제대로 된 곳은 아니었을 것 같다.) 돌아와서 자신의 옷 17벌을 들고 와서는 드레스 룸 안에 옷걸이로 걸어 두었다그 모습을 본 솜이는 미소만 흘러나올 뿐이었다.


 

11장 휴식

동거를 시작하고 시온은 자신이 살던 집을 정리하고 솜이 집에서 완전히 살기 시작했다시온의 집은 그렇게 좋지는 않은 월세 집이었지만 솜이 집은 솜이 엄마가 전에 사두고 아직도 안 팔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둘은 집에서 편안하게 쉴 수가 있었다시온은 솜이가 요리를 잘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래서 시온은 밥을 해주고 같이 학교에 가며 지냈다.

그러다가 솜이와 시온은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가을 방학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오랜만에 솜이랑 시온이는 학업을 잠시 내려 두고는 서로 친해지며 휴식을 취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침이 되었고 솜이는 잠에서 깼다솜이가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자 시온은 부엌에서 솜이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일어났어?” 시온이 솜이에게 물었다.

뭐애?” 솜이가 잠결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말을 했다.

밥 먹자

뭐야?”

미역국콩밥고등어구이양배추 쌈쌈장 집에 있는 걸로만 만들었어.”

맛있겠다.”

그래 빨리 세수하고 와서 먹어.”

알았어.” 그렇게 솜이는 다시 자기 방의 화장실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세수를 하고는 다시 부엌에 나와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솜이 입맛에 음식은 맞았고 솜이의 입덧이 최근에 약해졌기 때문에 (혹은 솜이가 입덧에 익숙해졌기 때문에솜이는 헛구역질을 하지 않고 아주 잘맛있게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나서 솜이는 시온과 함께 놀러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솜이는 말했다.

시온아 지금 같이 나가서 나랑 놀자.”

그럴까?”

응 쉬는 날인데 같이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놀자.”

그러자 지금 준비할 게.”

그래 빨리 준비해!”

이쯤 되어서 우리는 하나 궁금한 점이 생길 것이다솜이는 시온을 만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렇게 좋은 사이로 지낼까솜이의 말로는 자신도 모른다고 한다마법 같은 일이라고 했다하지만 시온은 자신이 솜이랑 친해지는 게 목적이 아니라 솜이를 도와주는 게 목적이다 보니 어색하지 않게 잘 빠르게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하지만 나는 솜이가 최근 주변 친구들도 없고 오로지 시온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다 보니 시온과 같이 빠르게 친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솜이와 시온은 같이 밖으로 나가서 놀기 시작했다그들은 우선 시내로 나가서 영화 한 편을 보기로 했다솜이는 시온에게 『세상이 끝난다면』이라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하지만 시온은 그것 대신 『내일이 있을 거고오늘은 있고어제도 있었고』라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세상이 끝난다면』은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을 때 주인공이 그가 평소에 사랑하던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내용의 영화였다『내일이 있을 거고오늘은 있고어제도 있었고』는 평상시에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며 나르시즘을 보이던 주인공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성숙해진 어른으로서 성장해 나간다는 내용의 영화였다.

시온은 솜이에게 선택권을 주었고 솜이는 잠시 고민을 한 후에 시온에게 『세상이 끝난다면』을 보자고 했다시온은 솜이가 『내일이 있을 거고오늘은 있고어제도 있었고』를 보기를 원했지만 솜이는 『세상이 끝난다면』을 보기를 원하니 시온은 어쩔 수없이 솜이의 의견을 따랐다영화를 다 보고 둘이 나와서는 영화가 재미가 없었다고 말하며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서 영화관 근처에 여러 곳을 둘러보다가 골목에 우연히 들어섰는데 그곳에 맛있는 식당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그 식당의 이름은 다님이었다그들이 그곳에 들어서자 소심한 목소리로 여성분이 그들을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메뉴는 여기 있습니다.”

솜이와 시온은 메뉴를 보기 시작했다메뉴는 고작 3개뿐이었지만 하지만 전부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뿐이었다첫 번째 음식은 제육볶음이다두 번째 음식은 소시지 야채 볶음이었다세 번째 음식은 토스트였다전부 다 다른 음식이었기에 솜이와 시온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3가지 음식을 전부 시켜 보기로 한다가장 먼저 주방장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소시지 야채 볶음을 들고 나왔다맛은 우리가 흔히들 아는 급식에 나오는 소시지 야채 볶음 맛이었다그다음으로는 다시 주방장으로 보이던 한 남성이 제육볶음을 들고 나왔다. (제육볶음은 시온의 말로 아주 옛날에 돈을 아끼려고 대학교에 가서 먹은 대학교 학식의 맛이 좀 나는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음식인 토스트는 둘이서 소시지 야채 볶음과 제육볶음을 다 먹고 난 후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솜이가 토스트가 언제 나오는지 물어보려고 하자 시온은 그녀를 말렸다그러면서 시온은 말을 했다.

잠깐만 기다려봐 곧 나올 거야.”

그리고 잠시를 다시 기다리니 토스트를 들고 그들을 맞이한 여성분이 왔다.

토스트 나왔습니다.”

토스트의 맛은 솜이와 시온 둘 다 좋아하는 맛이 있었다고 한다토스트는 제육볶음과 소시지 야채 볶음과의 조합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토스트 자체는 우리가 아는 웬만한 토스트보다 맛있었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솜이와 시온은 밖으로 나와서 무얼 할까 고민을 했다그러자 솜이는 시온에게 『내일이 있을 거고오늘은 있고어제도 있었고』를 한번 보자고 했다시온은 상당히 놀랐다솜이가 실제로 그걸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그 둘은 곳 바로 가서 영화표를 예매하고는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영화가 점점 절정에 다다르자 솜이와 시온은 서로를 앉으며 울기 시작했다. (영화가 독립영화였기에 영화관 안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둘은 영화가 끝나자 나와서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솜이와 시온은 서로 영화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며 따뜻하고 산뜻한 영화라고 극찬을 하면서 집으로 갔다그렇게 쉬는 날을 만족하며 보낸 둘은 각자 방에서 잠을 취했다.


 

12장 결혼

며칠이 지나고 방학이 왔다방학 도중에 솜이는 청첩장을 받게 된다고모가 결혼을 한 것이다솜이는 당장 시온에게 가서 말을 했다.

시온아시온아우리 결혼식장 가자!”

갑자기 무슨 결혼식장?”

우리 고모가 이번에 결혼한데!”

진짜야 축하한다언제 하신 데?”

이번주 토요일빨리 가고 싶다!”

그리고 토요일이 다가왔다솜이는 고모가 결혼식을 연다는 사실에 좋아 죽으며 빠르게 준비를 했다. (이때 솜이의 배는 한참 불러와 있었기 때문에 솜이는 큰 옷들을 입고 준비를 마쳤다.) 시온도 좀 해진 정장 한 벌을 걸치고는 결혼식장에 갈 준비를 끝마쳤다그리고 둘은 버스를 타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결혼식장에 도착을 했을 때 고모는 사진을 찍고 있었다솜이는 고모를 보자마자 아주 환하게 손을 아주 크게 흔들며 인사를 했다고모는 솜이를 보자마자 사진 찍는 곳으로 오라고 했다솜이는 바로 고모 곁으로 가서 같이 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저 애가 네가 말한 그 시온이야?” 고모가 물었다.

응 쟤가 시온이야그리고 착하고 요리도 잘하고 나 엄청 도와줘.”

진짜 야 너 좋겠다나는 저런 사람이 없었는데잠만 그럼 재는 매일 자기 집에서 네 집으로 와서 너 도와주고 밥 해주는 거야?”

아니 우리 둘이 지금 같이 내 집에서 살고 있어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너무 좋은 생각인데그래서 쟤가 네 남자친구야?”

고모아니거든 그냥 친구야!”

야 그 정도로 친하게 지내면 남자친구지 뭐가 친구야그리고 남자 여자 사이에는 친구 없어!”

아니거든 그냥 친구라고!”

그래 친구야남자친구!”

아니라고

그렇게 둘은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며 이야기를 하고 다른 친척이 오자 같이 사진을 찍다가 그리고 결혼식을 공식적으로 열기 위해 준비를 했다그전에 고모는 솜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던 자신의 남편을 솜이에게 보여주었다.

솜이야 여기가 내가 말한 내 남편이야.” 고모가 남편 분을 데리고 왔다.

안녕하세요.” 솜이가 90도 인사를 했다.

… 그래 안녕…” 남편 분은 소심해 보였다그러자 고모는 눈치를 주면서 옆구리를 찔렀다.

그때 시온이 솜이 곁에 다가왔다그리고 고모와 남편분을 보자 바로 90도로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아 네가 시온이구나진짜 솜이 계속 도와줘서 고마워!” 고모가 환하게 맞이하며 인사를 했다.

아니에요.” 시온은 솜이를 도와주는 것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손사례를 쳤다.

그렇게 그들은 이야기를 조금 더하고는 결혼식을 진행했다솜이와 시온은 신부 측 자리에서 결혼식이 진행되는 과정을 봤다시온은 고모가 부탁으로 태나를 안고 같이 결혼식을 봤다태나는 이번에도 자꾸만 올해랑 이야기를 하듯이 솜이의 배에 다가 입을 대고는 귓속말을 했다무슨 말을 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마도 동생이 태어난다는 사실에 태나는 즐거워했을 것이다그래서 자꾸만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일 수도 있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사회자가 이야기를 하고 이제 신랑이 입장할 차례가 되었다남편 분은 멋있고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고모가 오기를 기다렸다이제는 결혼식의 매인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부 입장의 차례가 다가왔다고모는 솜이의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는 같이 입장을 했다사람들은 그들을 위해 박수를 쳤다솜이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그런데 솜이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솜이는 잘 모르겠지만 고모가 결혼을 한다는 것에 기뻤지만 또한 슬프기도 했다. (솜이 말로는 자신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마음속에 한편에 있는 감정이 흘러나와 자신의 눈물이 된 것처럼 갑작스러우면서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을 했다솔직히 나는 솜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하지만 또한 이해가 동시에 된다그녀가 하는 말은 그냥 말이 아니다왜냐면 그 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기 때문이다솜이의 마음속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눈물에 대한 말 말이다.) 솜이가 눈물을 닦으려고 하자 시온은 솜이의 등을 토닥여주며 속삭였다.

울어도 괜찮아내가 너 곁에 있어그러니까 마음껏 울어도 돼내가 너 곁에 있어 줄게울어도 괜찮아.”

그 말 한마디가 솜이에게는 정말로 선물이었다감동이었고 따뜻한 손길 같았다그러자 솜이는 더 울기 시작했다솜이는 뭔가 자신의 마음에서 무언가 지워지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그때 시온이 솜이에게 말을 했다.

사람이 우는 이유가 다양하게 있어하지만 어떤 사람은 우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더라마음은 감정이라는 물을 담는 컵이야그리고 그 감정이 마음이라는 곳에 담기는데그 감정이 마음에 가득 차고 넘쳐흐르는 걸 사람들은 눈물이라고 한데그리고 그 눈물을 흘려야지 네 마음이 가벼워져물컵은 안 무겁지만 계속 들고 있으면 힘들 자나그러니까 그 물컵을 비워서 덜 힘들게 만들어야지만 네 마음이 편안해질 거야마음껏 비워 그 감정들을…”

그 말들이 솜이를 계속 울게 만들었다그럼에도 결혼식은 계속 진행되었다솜이는 몇 분을 더 울더니 결국에는 마음을 다 비웠는지 결국에는 눈물을 그치고 다시 결혼식을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신랑 신부는 각각 신랑 선서와 신부 선서를 했다그리고 주례자가 그들의 결혼을 축복한다는 말로 결혼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그리고 사람들은 분주하게 식당으로 이동했다식당은 당연히 뷔페였다그러나 솜이는 친척들과 함께 고모의 결혼식 사진을 찍었다시온은 그녀를 기다려 주고 있었다하지만 고모는 시온을 보더니 와서 솜이 곁에서 같이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시온은 이에 응하더니 솜이 옆으로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다그리고 둘은 다정하게 사진을 찍었다.


 

13장 마음

사진을 다 찍고 나서 솜이와 시온은 뷔페로 가서 식사를 했다솜이는 이것저것 담기 시작했다계란 초밥, L.A. 갈비마르게리타 피자프라이드치킨떡볶이순대김말이치즈 김밥참치 김밥 많은 음식을 담았다그리고 자리에 가니 시온이 먼저 밥을 먹고 있었다솜이는 바로 그의 앞자리로 가서 밥을 먹으러 갔다솜이가 밥을 먹으려고 하자 시온은 바로 솜이가 먹는 음식을 보더니 L.A. 갈비와 참치 김밥순대를 가져갔다.

내 김밥

이것들은 네가 지금 먹으면 올해한테 안 좋아나중에 먹자.”

먹고 싶은데…”

그래도 올해가 아프면 안 돼 잖아조금만 참았다가 나중에 내가 잔뜩 사줄 게.”

진짜지?”

당연하지 꼭 사줄 게.”

네가 말했다.”

그래.”

알았어이번만 참을 게.”

그래그리고 이런 정보는 좀 찾아봐 나중에 도움 엄청 될 거야인터넷이 정보가 널리고 널렀는데.”

알았어.” 솜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때 솜이는 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시온을 보는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한 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말로는 다 이루어 표현할 수 없는 그 마음은 마치 마법과도 같았다시온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좋고 매너 있고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시온이 아무리 그녀에게 잔소리하는 것처럼 들려도 솜이는 그저 자신을 걱정해 주기 때문에 하는 말 같이 느껴졌다그리고 시온 앞에서는 최대한 약해 보이고 싶었다왠지 모르게 그에게 기대고 싶었고 시온의 품에 안겨서 잠을 자고 싶었다하지만 솜이는 그러한 감정을 절대로 사랑이라고 인정하지는 않는다. (내 생각엔 솜이가 단순히 시온을 사랑한다고 인정하기 싫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약간 어린 시절의 우리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어렸을 때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둘 다 거부를 하고 아니라며 억지를 부리지만 사실을 서로는 서로를 좋아하는 것을 다 밝혀진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은 것이다.)

글을 쓰며 나는 솜이에게 그것이 사랑이 아니냐며 물어봤다하지만 솜이는 그때 자신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그저 시온이 평소와 다르게 따뜻한 사람 같이 보인다는 것이다자신이 살아온 평생의 인생에 공석으로 있던 아버지의 자리를 조금 채워주는 기분이 들었다그것 만으로 솜이는 시온이 좋았고 그의 앞에서 한없이 약한 것을 드러내어 그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남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어 그들의 보호는 크게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그에게서만큼은 그의 따뜻한 마음 씨를그의 자상한 품을화려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멋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솜이는 그저 그런 시온이 좋았다.

밥을 먹고 있는 도중에 고모가 솜이와 시온에게 찾아왔다그리고 고모는 솜이가 아닌 시온과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솜이는 고모가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시온을 데려가는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을 했다그들은 한참을 이야기를 했고 솜이 역시 한참 동안 그들을 처다 보며 깨작깨작 밥을 먹었다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못했다그들이 아주 멀리 식당 밖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다가 솜이가 음식들을 한 접시를 다 먹고 나니 고모랑 시온은 그때 이야기를 끝내고 시온은 다시 밥을 먹으러 왔다.

고모랑 무슨 이야기했어?” 솜이가 물었다.

고모 분께서 나한테 고맙다고 했어그냥그냥 나도 피해를 받을 수 있던 상황인데 그걸 감수하고 너를 지금까지 잘 캐어 해줘서 고맙다고 했어고모 분이 그러시던데 지금 너 상태를 보니까 엄청 상태가 좋다고 이렇게 잘 캐어 해줘서 고모 분이 그냥 고맙다고 했어그리고 앞으로 더 힘들 수도 있는데 계속 지금처럼 캐어 해 달라고 솜이 잘 돌봐 달라고 해줬어그렇게 그냥 도와줘서 고맙고 캐어 해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데.”

응 나도 좀 늦어도 지금 너한테 말할래.”

뭐를?”

잘 부탁해!”

시온은 그 말을 가만히 듣고는 말했다. “나도잘 부탁해.”

너도 나한테 부탁할 게 있어?”

있어 나름.”

어떤 거?”

네가 건강하게 지내고 너무 몸조리 안 해서 아프거나 하지 않고 귀여운 올해 낳아서 같이 잘 키울 수 있는 게 부탁해.”

진짜?”

응 진짜.”

이럼 내가 미안한데…”

왜 미안해.”

너무 너 신경 안 쓰고 나랑 올해만 생각해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할 필요 없어.”

“…근데 난 미안해.”

괜찮아.”

안 괜찮아.”

나는 네가 나랑 있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괜찮아.”

?”

“……” 시온은 말문이 막혔다. “야 이 김말이 맛있어 보이는데 한 입만 먹어도 되냐?”

말 돌리지 마이유가 뭐야.”

나도 잘 몰라 그냥 괜찮아.”

진짜지?”

당연하지.”

그 뒤로도 솜이와 시온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밥을 먹고 고모를 축하해 주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14장 입원

방학이 끝나고 솜이와 시온은 개학을 하게 되었다학교에서는 솜이와 시온에게 오는 놀림이나 무시경멸의 시선 같은 우려 사항 때문에 새로운 반인 사랑반 수업을 듣도록 결정되었다도움 반 같은 것이지만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도움 반과 다르다왜냐면 솜이와 시온이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반임과 동시에 솜이의 트라우마를 치료해 주기 위한 반이기 때문이다사랑반에서는 주로 기술 가정 선생님이나 사회 선생님 혹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봤던 선생님들이 솜이와 시온을 위해서 사회에 나아가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혹은 임신 전후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었다그리고 위클래스 선생님이 와서 그들의 관계에 관해 상담을 해줄 때도 많았다이걸 특혜나 차별로 볼 수도 있다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건 학교에서 해주는 솜이를 위한 최선의 보호 방책이었다솜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고자 학교에서 그런 반을 만들어준 것이다.

그렇게 평화롭게 다른 사람들의 멸시와 경멸 그리고 따돌림을 피해서 살고 있던 나날이 지나가고 솜이와 시온은 학교에서 상담을 받았고 있었다선생님은 그 둘이 애인 관계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그 둘이 서로를 도와주고 이해해 주는 것에 대해 상담을 해주며 시온에게는 솜이의 현재 상태와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말해주었다.

그래서 솜이의 지금 상태를 보면 조금은 변덕스럽고 자주 삐질 수도 있어 그 점을 이해해 주고 이를 비난하 듯이 말하거나 행동하지 말고 최대한 사랑으로 보듬어 줘야 해근데 이제 나중에는 솜이가 더욱 변덕스러워지고 그게 삶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지자살 충동이나 살인 충동 같이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것들이 있을 거야 그게 만약 너의 판단 하에서 위험하다고 생각이 든다면 바로 네가 그 재지를 가해야 해솜이는 지금도 그렇지만 나중에 가면 더욱 삶의 어려움을 느끼고 불안한 상태가 될 거야그러니까 꼭 솜이 옆에서 같이 함께 있어줘 솜이는 옆에는 누군가 있어줘야 해.” 선생님이 말했다.

시온은 이 말을 맨 정신으로 이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하지만 솜이는 그러지 못했다솜이의 배가 매우 아파왔기 때문이다솜이는 배가 너무 아파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몸에는 땀이 흘러내렸다그리고 솜이는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며 정신을 잃기 시작했다그러자 시온은 바로 그 모습을 보고는 선생님께 구급차를 불러 달라고 했다선생님은 구급차를 부른 후 솜이가 정신을 잃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팔 같은 부위를 주물렀다.

솜이야 내 말 들려솜이야 괜찮아지금 내 말 들리지솜이야 대답 좀 해봐 들리지내 말 들리지솜이야?” 시온은 솜이를 깨우기 위해 팔을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솜이는 정신이 희미 해저만 갔다솜이는 이런 아픔을 처음 느껴봤다. (솜이 말로는 자신의 배를 찢고 누군가가 나오는 듯한 고통이라고 한다.) 결국 솜이는 병원으로 이송되었다의사는 침착하게 그녀의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진통제를 넣어주고는 그녀의 상태를 보기 위해 초음파로 그녀의 뱃속 올해의 상태를 보기 시작했다올해는 거의 다 자란 상태였다이제는 정말로 그 순간이 다가온 것이다출산의 순간이.

여기 애가 거의 다 자란 걸로 보이네요심장도 멀쩡히 뛰고… 에 지금 이제 초음파로 확인해 봤을 때 아기 상태는 너무 좋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시온이 말했다.

그리고 출산일은 대략 일주일 후입니다그때 애가 나올 예정이니 남편 분이신 가요?”

… 아니요.” 솜이가 당황한 듯 헛웃음을 쳤다. “그냥 제 친구예요그냥 친구요.”

…… … 그럼 친구분 오실 거죠?”

!”

그럼 저희한테 연락처 알려주시면 저희가 그때 연락하겠습니다.” 옆에 있던 간호사가 시온에게 가서 말했다.

임산부 분은 입원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입원하시고 친구분은 이제 가봐도 좋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가라는 듯이 손짓을 하면서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시온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솜이가 말했다.

솜이는 병실 침대에 누워있던 상태 그대로 간호사들이 끌고 갔다시온은 그런 그녀의 곁을 따라갔다솜이가 병실에 도착하자 간호사들이 병실 침대를 고정시킨 후에 그녀에게 몇 가지 유의사항을 알려주고는 갔다.

솜이야 내가 지금 집에 가서 필요한 거 가지고 올 건데 필요한 거 있어?”

어 나 음 어차피 밖은 안 나가니까… 빗이랑 속옷들 5개 정도그리고 또 그 내 방에 화장대 위에 내 화장품 파우치 있는데 그것도 가지고 와주라.”

알았어 지금 갈게.”

아 그리고 나 학교에 내 가방도!”

그래 간다.” 시온이 나가려고 하듯이 행동을 취하다가 바로 뒤돌아서서 말했다. “솜이야지금은 상태 괜찮아또 아프거나 하지는 않지?”

응 안 그렇게 까지는 안 아파.”

그래 다행이다이제 갈게

잠만 내가 말한 거 다 기억하지?”

물론!”

말해봐.”

속옷 5가방 맞지?”

화장대 위에 파우치도 들고 와줘야지!”

맞아그래 이제 진짜 갈게.”

.. 잠만!”

?”

초콜릿 하나만 사 와주라.”

” 시온은 미소를 지었다. “알았어.”

빨리 와.”

몇 분이 지나고 솜이가 환자복으로 환복 한 후 시온은 집에서 빗이랑 속옷 5개 화장품 파우치와 솜이의 가방을 들고 왔다.


 

15장 고백

하루가 지나고 시온은 다시 집에서 병원으로 이동해서 솜이가 있는 병실로 왔다그리고 시온은 솜이 옆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솜이는 그것에 반응만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솜이에게는 재미있는 순간이다. (보통 사람들이 반응만 하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야 하는데 그녀는 그저 시온의 말 자체가 재미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솜이는 그 순간 확실하게 알아차렸다자신이 시온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여태까지 그저 시온이 좋은 것이지 사랑한다고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은 지금은 확실하게 알았다자신은 시온과 평생 같이 있고 싶다는 걸 원한다는 것을… 시온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시온이 있었기에 그 시간이 좋았다.

과거에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자신이마치 교수형을 당한 것 같은 자신에게 시온이라는 한 사람으로 인해 구원을 받았던 기분 같이 느껴졌다자신을 구해준 그 사람에게 엄청난 고마움이강렬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마음이사랑 그 이상으로 느껴질 만큼이나 다시 느끼고 싶은 마음이자기 스스로에게도 느낄 정도로 강하게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졌다그저 시온이 내 옆에 있어 준다는 것만으로도 정말로 좋았으며 그가 자신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솜이는 이제야 그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인정했다그리고 솜이는 순간적으로 시온에게 말했다.

시온아.” 솜이가 무의식 중에 말을 했다.

?”

나 너 좋아해.”

?”

?”

순간 솜이와 시온은 둘 다 그 말에 놀랐다솜이는 그저 생각만으로 할 것을 입 밖으로 나와서 놀랐고 시온은 솜이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기에 놀랐다그렇게 순간 정적이 흐르며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그러자 시온도 말을 했다.

… 그래… 나도 너 좋아해.”

시온 역시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처음에는 단순히 누군가를 도와주기 위해서 아이를 키우고 싶었기 때문에 그저 그녀의 임신과 육아를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 역시 계속 그녀와 함께 해온 시간 때문에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하지만 솜이가 여태까지 시온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과는 달리 시온은 솜이를 처음 사랑했을 때부터 자신이 솜이를 사랑한다고 생각을 해왔으며 그 감정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속이지는 않았다다만 그는 솜이와의 관계를 생각해 조심스럽게 말은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간직하기만 하고 있어 왔다.

그니까 아니 그게 사실은 아… 아니 뭐… 그게 그… 내가 그 어 그 그게 말이야 내가 하는 말이 어…” 솜이는 너무 당황했는지 갑자기 말을 어색하면서도 속사포로 내뱉었다.

그런 솜이를 보고 시온은 물을 한 컵 주고는 진정을 시키고 다시금 이야기를 나아갔다.

그게 내가 원래 그런 말을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솜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나는 그냥… 그냥 생각만 했던 거야네가 나 안 좋아하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나 생각하지 말고그냥… 원하면 이런 일 없던 걸로 하자.”

아니야 나 너 진짜로 좋아해진심으로… 너도 나 정말 좋아해?” 시온이 말을 했다.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지?”

물론이지.”

정말로?”

난 네가 정말로 좋아.”

… 나도

그럼 이제 그냥 친구라고 하지 말고 남자친구라고 해줘알겠지?”

알았어.” 솜이는 기분이 너무 좋았는지 미소를 지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솜이와 시온을 서로를 한없이 바라만 보았다그리고는 오랫동안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서로는 서로에게 둘도 없는 사람이 되었다서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은 사랑스러운 그런 관계가 되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그렇게 오늘 하루가 끝나고 솜이와 시온은 서로 저녁 인사를 했다잘 자라고… 그렇게 시온은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솜이는 병실에서 혼자 침대의 윗부분을 올려서 앉은 후 창밖을 보면서 떠나가는 시온의 모습을 지켜보았다비가 내리고 있었다시온은 그 비를 맞으면서 버스 정류장으로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솜이는 그런 그의 모습에 왠지 모를 안타까움과 고마움을 느꼈다.


 

16장 출산

시온은 매일 같이 솜이를 찾아갔으며 함께 하루를 보냈다그렇게 며칠이 지났을까새벽 이슬이 아직 다 맺히지 않은 시간에 집에서 잠을 자던 시온에게 전화 한 통이 급하게 왔다.

여보세요?” 시온이 잠을 깨우면서 전화를 받았다.

성시온 씨 되시나요?” 전화 속 의문의 여성이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지금 유솜이 환자분이 곧 출산할 예정일 것 같아서 급하게 전화드렸어요 지금 오실 수 있나요?”

네 지금 빨리 갈게요.”

시온은 전화를 끊자마자 옷을 대충 입은 후 휴대폰과 카드를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밖에 집에 있던 공유 자전거를 하나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갔다그러면서 시온은 한 손으로 간호사에게 전화를 했다.

네 그지금 솜이 상태는 안 좋은 가요?” 시온은 솜이가 걱정스러운지 이를 물어보았다.

지금은 많이 아파하시고 있습니다.” 간호사는 시온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천천히 말해주었다.

지금 빨리 가야 하나요?”

지금 출산이 임박해서 빨리 와 주셔야 할 거 같아요.”

네 13분 안에 가도록 하겠습니다.”

.”

시온은 더 빠르게 페달을 밟고는 13분 만에 병원에 도착했다시온을 가장 먼저 맞이해 준 사람은 간호사들이었다간호사들은 얼른 그에게 일회용 의료 가운을 주고는 대기실에 잠시 있어 달라고 부탁을 했다의료 가운을 입고 잠시 기다리니 간호사들이 나와서 시온에게 말을 걸었다.

지금 산모분이 아프셔서 빨리 한번 가보 셔야 할 거 같아요.”

네 솜이는 어디 있나요?” 시온이 말했다

여기 있으십니다.”

시온은 간호사와 함께 솜이가 있는 병실로 이동했다그리고 시온은 땀으로 범벅이 된 솜이를 보았다.

솜이야!” 시온이 말했다.

솜이는 아파서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괜찮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해 내가 너 옆에 있어 줄게 걱정하지 마 내가 너 옆에서 같이 있어 줄게.”

고마워…” 솜이는 산통이 왔지만 그렇게 아프지는 않고 참을 만한 것 같았다그래서 꾹 참고 말을 했다.

의사 선생님 오셨습니다환자분은 분만실로 가시고 보호자 분은 대기실에서 대기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간호사가 말을 했다.

혹시… 같이.. 있어도 되나요?” 솜이가 물었다.

네 물론이죠 같이 있으실 건가요?” 간호사가 말했다.

같이… 있어줄 거지?...” 솜이가 시온에게 물어봤다.

당연하지.”

간호사들은 솜이의 병실 침대를 끌고 분만실로 갔다시온도 같이 솜이와 간호사들을 따라서 같이 분만실로 이동했다그리고 간호사들과 의사들은 빠르게 분만 준비를 했다시온은 그 상태에서 정말 뻘쭘하게 서서 그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다그리고 의사는 분만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산모 분 힘주실게요아랫배에 힘주실게요하나 둘!”

솜이는 고통의 소리만 울부짖고 있었다시온은 옆에서 솜이를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솜이는 자신의 골반이 부러지는 듯한 고통과 터질 듯한 배의 고통온몸이 불타는 것만큼 아픈 고통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었다오로지 울부짖는 것 말고는 할 것이 없을 정도로 아팠다정말로 너무 아팠지만 하지만 옆에 시온이 있어 준 덕분인가 솜이는 마음이 한결 좋았다그래도 누군가는 있어준다는 것이 이보다 좋을 수는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그래서 고모가 도움을 준다고 하면 무조건 받으라고 한 것 같았다그 후로 솜이는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그러더니 눈을 뜨고 다시 기억이 났을 때에는 이미 솜이는 출산을 했다올해는 힘차게 울고 있었고 간호사들은 탯줄을 자르고 시온은 솜이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의사는 급하게 다른 산모가 출산 임박이라는 사실을 듣고는 뛰쳐나갔고 간호사들은 솜이에게 올해를 보여주었다.

팔다리 모두 정상적 있습니다.” 간호사가 말했다.

네가 올해구나…” 솜이가 말했다. (나는 이 말이 정말로 인상 깊고 마음에 와닿았다처음 태어난 아이에게 네가 올해구나’ 하는 말은 나에게 있어서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차원의 말과도 같아 보이는 말이다.)

시온은 솜이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수고했어정말로 잘했어

솜이는 하염없이 웃기 시작했다아픈 고통도 다 사라진 것 같고 마음은 홀가분했다시온도 그런 솜이를 보고 하염없이 웃었다그러곤 둘은 서로를 보고는 계속 웃기만 했다간호사들도 그런 그들을 보고는 웃어주었다그리고 시온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노래를 틀어주었다솜이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지만 매우 좋다고 생각했다어느 나라 언어인지도 잘 몰랐지만 정말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솜이는 믿었다.


 

17장 퇴학

출산을 한 후 산후조리를 하던 솜이에게 사랑반 담임 선생님이자 위클래스 선생님이 전화를 하셨다.

솜이야 이번에 애 낳았다면서축하해!” 선생님이 아주 기쁜 목소리로 말하셨다.

네 쌤 감사합니다.”

근데 솜이야 좀 안 좋은 소식 하나가 있어…”

?”

지금 이렇게 말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학교 측에서 강제로 진행할 예정이라서 나라도 말해줘야 할 거 같아…”

어떤 소식인데요?”

그게… 학교에서 널 퇴학시키기로 결정했어.”

왜요?”

좀 안 좋은 소식이긴 하지만 우리 학교는 아직까지도 학생이 출산을 하면 퇴학을 시키는 교칙이 있거든…”

지금 학교에서 널 퇴학시키려고 서류를 다 준비하고 있어서 선생님이 지금이라도 너에게 이렇게 전화로라도 알려줘야 할 거 같아서 전화했어.”

도대체 왜 그런데요?”

선생님도 잘 모르겠다나도 지금 엄청 억울해 나도 널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선생님 대부분이 안된다고 하네…”

선생님들의 반응이 어쩐 대요?”

이런 학생이 우리 학교를 다니면 우리 학교가 물든 다네우리 학교 학생들도 널 보고 다 임신한다면 어쩌 자면서… 그러니까 다른 선생님들이 하는 말이 진짜 어이가 없더라고.”

어떤 말인데요?”

아 이 말은 안 했어야 하는데…”

그니까 무슨 말을 했는데요?” 솜이가 매우 화가 난 것 같다.

그래… ‘네가 애초에 임신을 안 했으면 될 것을 왜 임신을 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냐’ …”

“… 끊을 게요…”

“……그래

솜이는 전화를 끊고는 산후조리원 침대 위에서 울기 시작했다너무 화가 났다. (내가 그 한태서 들었을 때는 너무 화가 났다당장이라도 그 말을 한 사람을 찾아가서 죽이고 싶었다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솜이는 그저 울기만 했다소리를 지르면서… 그러자 산후조리사들이 그녀를 보고는 달래기 시작했다솜이는 그들이 무슨 말을 하던 어떻게 위로를 해주든 상관이 없었다너무나도 화가 났기 때문이다그저 솜이는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결국 산후조리원에서는 지금 솜이의 상태에서 산후조리는 물론이거나 와 일상생활도 어려울 것이다고 판단해 시온을 불러서 솜이를 데리고 집으로 가 달라고 부탁했다그 말을 듣자마자 시온은 바로 솜이를 산후조리원에서 데리고 나가 집으로 왔다그렇게 솜이는 4일 동안 지속적으로 울었다시온은 솜이를 달래 보기도 하고 보듬어 주기도 했지만 솜이는 계속 화를 내고 슬퍼했다결국 시온은 학교로 가서 솜이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했다하지만 학교에서는 솜이의 퇴학이 이미 결정되었으며 되돌릴 수도 없다고 했다.

아니 그래도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시온이 말했다.

안 되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거지.”선생이 말했다.

그게 뭐가 해야 하는 건데요?”

선생님들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주요 업무지만 잘 못한 학생을 징계하기도 해야 해…”

솜이가 뭘 잘못했는데요말해보세요!”

애를 낳았잖아.”

그게 솜이 잘못이라고요?”

그치 피임 기구를 쓰던가 낙태를 하던가 지가 알아서 조심했어야지이게 뭐야.”

피임 기구라고요?”

그래 뭔 문제라도 있는가?”

솜이는 성폭행을 당했다고요!”

아 그래성폭행이야성폭행이면 지가 조심했어야지.”

지가 조심하라고요솜이는 피해자라고요!”

난 몰라 이미 결정된 일이야진짜 급하면 낙태를 하든가.”

낙태낙태라고요?”

그래 낙태 왜 문제 있냐?”

낙태는 범죄인 거 몰라요?”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걔가 잘못한 거잖아?”

잘못이요?”

뭐 꼬아꼬우면 너도 나가던가.”

네 꼬아요저도 자퇴할게요이렇게 좆같은 학교는 저는 못 다닐 것 같아요

그래 할 거면 해우리는 안 말릴 게근데 왜 자퇴를 구태여 하냐그냥 남지.”

그냥 서류 주세요.”

그래” 그러고는 선생이 서류 하나를 뽑아주더니 그에게 주고는 이렇게 말을 했다. “자 여기 받아 너 서명하고… 근데 너 솜이랑 마찬가지로 부모님 둘 다 없는데 누가 거기 동의 도장 찍어주냐역시 끼리끼리 모인다고 하더라 사람들은~”

뭐라고 했냐?” 시온의 눈에는 살기가 느껴졌다.

야 넌 선생님한테 반말을 하냐너 지금 문제 있지야 이 새끼야.” 선생도 자세를 고쳐 잡으며 시온에게 물었다. “이래서 부모가 학생을 잘 가르쳐야 한다니까아 근데 너랑 걔는 너희 가르칠 부모가 없지 않나…”

그러자 시온은 당장 선생의 오른쪽 뺨을 향해 주먹을 온 힘을 다해 날렸다얼마나 쌔게 날렸는지 그 선생의 광대뼈는 금이 갔고 시온은 교사 책상 위에 그의 얼굴을 놔두고 처절하게 패기 시작했다선생도 이에 질 세라 그의 얼굴을 잡으면서 시온을 밀어내고 있었다주변에 모든 선생님들은 그들의 싸움을 말리려고 했다하지만 둘이서 너무 처절하고 강렬하게 싸우는 바람에 누구 하나 나서서 그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그러자 체육 선생님이 나와서 그들을 막기 시작하고 둘의 싸움에 틈이 생기자 선생님 몇 분이 시온을 끌고 교무실 밖으로 데리고 나가 그를 진정시켰다하지만 시온은 진정할 생각이 없었다.

시온아 잠깐만 여기서 진짜 잠깐만 진정해 봐 자자자자 잠깐만 진정해 봐.” 영어 선생님이 시온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시온아내 눈 봐진정해지금 뭐 하는 거야네가 선생님을 패면 안 되지 지금 네가 뭘 하고 있는지 잠깐 생각해 봐.” 기술 가정 선생님이 시온의 어깨를 붙잡고 말했다.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냐고!”

저 새끼를 죽이려고...” 시온의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지만 눈에서 살기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새끼라니 시온아 좀만좀만 진정하고 나랑 대화를 해보자.” 영어 선생님이 말했다.

야 이 시발 새끼야” 그 선생이 선생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나와 시온에게 말했다. “나랑 싸워 시발.” 그리고는 다시 선생님들에 의해 끌려갔다.

그래 시발!” 시온이 말했다.

둘 다 진정 좀 하세요!” 국어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들은 선생을 교무실로 끌고 가고 시온을 교무실 밖에서 진정시키며 말을 했다.

시온아 내 말 들리지?” 소란을 듣고 온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는 우리가 널 퇴학 수준으로 처리해 줄 거야근데 여기서 한 번이라도 더 크게 일을 일으키잖아그럼 넌 물론이고 솜이도 안전할 거라고 나는 보장 못해너 이러다가 교도소로 갈 수도 있어너 집에 있는 솜이를 생각해 봐솜이의 아기도한 번만 생각해봐걔들을 생각해서라도 잠깐만 진정해 줘.”

솜이라는 말에 시온의 눈에 살기가 사라지고 눈물이 가득 찼다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시온은 쓰러졌다.

그래 잠시 진정하고 보건실로 가”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시온은 영어 선생님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소금쟁이처럼보건실로 걸어갔다교장 선생님은 선생에게 가서는 이렇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선생님은 내일부터 출근 안 하셔도 됩니다.”

무슨 말이에요잘못은 저 새끼가 먼저 했는데!”

제가 나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그래 내가 니들 나 없이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보자.”

선생님!” 음악 선생님이 큰소리로 말했다.

뭐가 문젠데!”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저 우리 원래 학생들이 저런 애들 때문에 물들 까봐 걱정돼서 그러는 건데뭐가 문제냐고!” 선생이 옆에 있던 소화기를 발로 찼다.

선생님이 문제예요!” 그곳을 지나가던 한 학생이 말을 했다. (나는 이 학생이 누구인가 오랫동안 찾아다닌 결과 그는 그저 솜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친구 없고 조용하고 학교 아니면 다른 곳은 절대로 안 가는 히키코모리 성향의 친구라는 것을 알아냈다그리고 그가 학교를 다닐 때 솜이를 좋아했다는 사실도 알았다.)

너 이 시발 새끼야뭐라고?” 다시 말해다시 말해!”

선생님이 문제라고...” 학생의 말을 선생은 끊었다.

내가 문제라..? 그래 내가 문제라고개새끼야!” 그러자 선생은 그 학생의 배를 때렸다. (배를 맞은 이후에 그는 학교에 오지도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살다가 혈관이 막혀 죽었다는 후문이 있다정확히 왜 혈관이 막혔는지는 모르지만 그의 평소 성향을 보면 그가 왜 죽었는지를 알 수 있을 거 같다이 이야기들은 전부 그의 어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이다.)

공지훈그만하시죠.” 교장 선생님이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다 꺼져난 신경 안 쓴다.” 선생은 그 뒤로도 학교에 오지 않았다하지만 그 누구도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솜이도 시온도 전부 그리워하지 않았다학교는 그냥 아주 잘 운영되었다.


 

18장 진솔

시온은 다행히도 다친 곳이 없었다그래서 아무 일도 없는 양 솜이에게 돌아갔다솜이는 이제 우는 걸 그치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그걸 본 시온은 무언가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저 시온은 솜이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그때 시온을 본 솜이는 먼저 시온에게 말을 걸었다.

나 이제 괜찮아..” 솜이가 말했다

“…” 시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인 걸… 내가 조심 안 해서 임신한 거지 누굴 탓하겠어…”

솜이야…”

아니야 나 이번에 확실하게 알았어 이건 내 잘못이야확실하게엄마도 그런 애들을 항상 조심하라고 말했는데 학교에서 항상 그런 말을 해줬는데… 내가 조심 못 한 거지…”

솜이야아니ㅇ…” 솜이는 시온이 하는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너도 전에 배웠잖아그런 일이 있으면 싫다고 확실하게 말하고 빠져나와야지… 그걸 내가 안 했고 그건 암묵적인 동의잖아… 내가 허락한 거지 걔들 한태…”

솜이야 내 말 좀 들어봐!”

그냥 가줘 이제……”

무슨 소리야가 달라고?”

그냥나 그만 도와줘도 좋아… 그러니까 가서 네가 원래 살려고 했던 삶을 살아… 그냥 가…”

솜이야!”

가라고그냥 가라고내 겉에 있지 마가라고!” 솜이는 시온을 향해 달려가서 가라며 가슴팍을 치고 밀쳤다. (시온의 말로는 하나도 아프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애처로운 주먹은 자신도 태어나서 처음 본다고 한다.)

솜이야…” 시온은 진정하고 자신을 때리던 솜이를 끌어안았다. “네 탓 아니야.”

내 탓이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탓 아니야니 탓 아니야너 탓 아니야.”

그만해이거 놔!” 솜이는 시온의 품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다하지만 시온은 그녀를 계속 끌어안았다.

니 탓 아니야네 탓 아니야.”

그때 시온의 진심이 통했는지 솜이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을 느꼈다그 감정을 느끼고 솜이는 처음 태어나는 아이 같이 울음을 터트렸다정말로 아이같이 솜이는 펑펑 울어 댔다그러자 시온도 솜이 옆에서 같이 울어 주었다시온의 눈물은 솜이의 어깨 위로 떨어지고 솜이의 눈물은 시온의 가슴에 떨어졌다.

이번 일이 진정되고 솜이는 다시 기분 좋은 시온을 처음 만난 것같이 기분이 좋았다솜이는 시온과 함께 올해를 기르는데 전념을 했다돈이 모자랄 때가 많았지만 솜이에게는 자신의 어머니가 남겨 주신 신용카드가 있었다그리고 시온은 왜 인지 모르겠지만 돈이 꽤나 많았다또 가해자들에게서 솜이는 돈을 받아 냈기 때문에 돈을 다른 가족들과 달리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남의 신용카드를 그렇게 막 쓴다고 뭐라고 할 수는 있다하지만 그 카드는 솜이 어머니가 자신이 떠나는 데신 주고 간 것이다그리고 무엇보다 마음 것 써도 된다고 솜이 어머니는 말해 놨다.)

그렇게 서로 사이좋게 올해를 키우던 솜이와 시온하지만 시온은 그때 올해의 출생 신고를 안 했다는 걸 알고 솜이에게 말을 했다.

솜이야 우리 올해 출생 신고 안 한 거 알지?”

.”

언제 가서 할까?”

우선은 이름부터 제대로 지어주고 하자.”

이름은 우리가 올해로 하기로 했잖아?”

그건 태명이고진짜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그래어떤 이름이 좋은데?”

나는… 좀 평범하지만 좋은 이름이었으면 좋겠어…”

음 현진이?”

…”

좀 남자이름 같은가?”

응 좀 그래.”

그럼 진솔은 어때?”

진솔이?”

!”

좋은데?”

솜이와 시온은 진솔이가 누워 있는 침대로 향해 갔다시온은 진솔이를 쓰다듬어 주었다그리고 솜이는 그런 진솔이를 보며 말했다.

안녕 진솔아!” 솜이가 말했다.


 

19장 질투

어느 날 솜이가 진솔이를 돌보는 모습을 본 시온은 솜이가 아이를 잘 키운다고 느꼈다그리고 시온은 자기가 솜이가 하는 일이 아닌 가정을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지켜내고 경제적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그리고 그중 바로 생각난 것은 직장을 가지는 것이다시온은 돈이 많았고 솜이도 도망간 솜이 엄마한테 받은 돈이 있었다하지만 그 돈들은 금세 사라질 수도 있을뿐더러 솜이나 시온이 번 돈이 아니었다시온은 자신이 벌지 않은 돈보다는 자신이 돈을 벌어야 좋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솜이에게 말했다.

솜이야 나 할 말이 있어.”

응 뭔데?”

나 이제 일을 구하기 시작해야 될 거 같아.”

앵 왜 갑자기우리 돈 계속 있잖아.”

그래도 나중 되면 그 돈이 다 사라질 수도 있는데?”

그런 가?”

그렇지그래서 한번 정식으로 일을 구해보려고.”

그럼 나도 구할까?”

아니 괜찮아 내가 대신 구해볼 게.”

나도 일할 수 있어!”

그건 나도 알아…”

그럼 왜?”

진솔이가 아직 너무 어리 자나엄마의 손길이 가장 필요한 시기야.”

그래그럼 일단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내 손으로 키워야 해?”

엄마 손에서 아이가 커야 해그리고 우리 아직 돈이 있기는 있잖아 아직 너까지 일할 필요는 없어.”

알았어!”

그 뒤로 시온은 한 영화관에서 운 좋게 알바 자리를 찾을 수가 있었다그 뒤로 시온은 매일 9시 30분쯤에 집을 나선 후 6시 30분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시온이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옷을 벗어던지고는 자신을 맞이해 주는 솜이를 한번 안은 뒤에 진솔이에게 가는 것이다그러면 솜이는 시온과 진솔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 밥을 차리고 7시쯤 그들은 밥을 먹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솜이 마음은 불편했다.

항상 자신을 위해 밥을 차려주던 시온의 모습이 사라지고 그냥 일하러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고 자신보다는 진솔에게 더 관심을 쏟는 그의 모습이… 솜이의 아버지와 같았다일을 끝내고 엄마가 해주는 밥 대신 회식에서 밥을 먹고 술에 취하면 엄마보다 자신에게 와서 계속 솜이가 싫다며 아빠는 엄마랑 가서 놀아라고 하지만 자신에게만 와서 같이 놀려고 하는 모습과 똑 닮은 것 같았다.

그런 시온의 모습을 통해 솜이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다최근 들어 시온이 자기보다 진솔이를 더 생각한다는 사실이다맨날 집에 오면 자신이 아닌 진솔이에게 가서 놀고 자신은 매번 밥 먹을 때 아니면 진솔이가 잠에 들고 나서 같이 놀아 준다는 것이다예전에 행복하게 놀았던 그 순간이 전부 무너지는 것 같았다그리고 솜이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왜 그럴까아무리 생각해봐도 솜이는 자신보다 진솔이를 더 생각한다는 사실 외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그 생각이 들자 솜이는 마음이 상했다그래서 솜이는 그날 밤에 시온에게 한번 물었다.

시온아.”

?”

넌 내가 좋아진솔이가 좋아?”

둘 다 너무 좋긴 한데 난 그래도 진솔이가 조금 더 좋아.”

그래알겠어.”

너도 당연히 좋지근데 진솔이는 우리 딸이잖아.”

그래 알았어.”

근데 왜 갑자기?”

아니야 그냥 한번 궁금했어.”

“… 알겠어

…”

…”

솜이는 시온이 잠에 들었다는 걸 알고 울기 시작했다마음이 서려왔다자신보다 진솔이가 더 좋은 시온이 미웠고 자신이 시온에게 받을 사랑까지 전부 다 진솔이가 뺏아간 것 같고 진솔에게 질투심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온은 사실 이때 깨어 있었다그리고 솜이가 삐졌다는 것을 전부 알고 있었다그리고 자신이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녀를 위로해주려고 했지만 그랬다가 솜이를 더 울릴 수 있다는 생각에 그냥 자는 척을 하면서 잠꼬대로 솜이를 끌어안았다.)


 

20장 기억

솜이는 아직도 시온에게 삐진 상태이다여기에 더해 시온은 이번에 큰일이 생겨 그는 영화관에서 잘리게 된다사건은 어느 날 그의 영화관에 그 선생이 찾아온 것이다선생은 영화관에서 표를 사고 있을 때 시온을 봤다그러자 그는 밑도 끝도 없이 시온을 도발하기 시작했다.

야 성시온너네 엄마랑 아빠 뒤졌으니까 이제 네가 스스로 돈 벌어야 하네?”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이 끝난 뒤에 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니야 근데 솜이는 잘 지내고 있냐?”

순간 시온은 그 선생의 입에서 솜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했다왠지 그가 솜이를 향해 공격할 수도 있을 수 있을 거라는 불안감이었다.

닥쳐.”

이야 요즘 알바는 손님한테 닥치라고도 하네 이야 세상 참말로 좋아졌다!”

닥치라고

야 왜 그러는데혹시 솜이도 너네 엄마랑 같이 너랑 애 버리고 도망갈 거 같아서?”

나가” 시온은 이를 갈기 시작했다.

나가뭐 네가 집을 나가냐? … 아니면 솜이가?”

시온은 매우 분노하고 참지 못하고 그 선생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주변 사람들은 전부 그를 말렸고 선생은 역으로 시온의 멱살을 잡고 그가 계단 밑으로 떨어지도록 발로 밀었다다행히 시온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하지만 시온은 그 일로 영화관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다행히도 시온은 큰 처벌을 받지 않았다그리고 선생은 정당하게 법의 판결을 받았다선생은 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해서 아동학대로 15년 형을 구형 받았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집에 오자 솜이는 영화관 매니저에게서 소식을 들은 건지 시온의 가슴을 치기 시작했다.

왜 그랬는데!”

미안해

!”

그 뒤로 시온은 피를 닦아내고 솜이를 위로해 주려고 했다하지만 솜이는 그걸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다음 날 시온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인터넷에 검색을 하고 있었다그동안 솜이는 학교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당연히 세상에 수많은 고통들을 겪기 시작했으며 이 고통을 잠시 뒤덮기 위해서라도 학교에 가봐야 할 거 같았다자신의 행복한 시절이 있던 그 학교로… 그래서 솜이는 잠시 외출한다며 시온에게 진솔이를 맡기고 학교로 향해 나아갔다.

오늘은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다행히 다른 사람들은 없었고 학교는 열려 있었다솜이는 학교에 들어와서 학교를 둘러보기 시작했다맨날 들어오던 정문가끔씩 화장 때문에 선생님한테 걸리면 벌로 서있던 곳도 눈에 들어왔다그렇게 솜이는 천천히 자신이 있었던 반으로 갔다.

반에 가기 전에 그녀는 자신의 사물함을 가장 먼저 봤다그녀의 사물함은 비어 있어야 하는 곳이었다하지만 그곳을 열어보니 그녀는 무수히 많은 책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책에는 해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그리고 그 사물함 뒤편에는 인생내것 사진들이 있었다그 사진 들에는 해리로 추정되는 인물과 솜이가 전에 친하게 지낸 3명이 같이 있었다그걸 보자 솜이의 마음은 정말로 무너지는 것 같았다자신이 누군가에게 대체된다는 사실이 그렇게 야속한 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 같다.

바로 다음에는 반으로 갔다반에서 그녀는 익숙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나무 냄새대리석 냄새칠판 냄새분필 냄새… 수많은 향기가 그녀의 코를 향해 들어왔다그녀는 추억에 젖어 그 냄새를 맡았다왠지 모를 정이 들었다솜이는 좀 더 자세히 반을 둘러봤다가장 먼저 솜이는 자신이 자주 앉던 자리를 봤다그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은 것처럼 보였다솜이는 다시 그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손을 올리고 노트 정리를 하는 시늉을 했다그런데 그 시늉만으로는 뭔가 허전한 기분이었다이번에 솜이는 교탁에 서서 수업을 하는 시늉을 했다모든 것이 커 보이는 책상과 달리 교탁에서는 모든 것이 다 작아 보였다교탁에 선 솜이는 뒤를 돌아 칠판에다가 낙서 하나를 하고 반을 떠나게 된다.

솜이 왔다 감…’

그 후로 솜이는 자신이 갔던 화장실자주 애용한 변기 칸옷 갈아입는 곳도 봤다솜이는 이번에 급식실로 가려고 했다하지만 문이 잠겨 있어 아쉽게도 들어가지는 못했다도서관도 마찬가지자신이 수업 시간 때 꾀병을 부려 자주 쉬로 오는 보건실이라도 가보려고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은 묵묵부답이었다결국 솜이는 돌아가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그때 솜이는 특이한 공간을 발견한다여태까지 자기가 본 적이 없지만 뭔가 익숙한 공간이었다솜이가 성폭행을 당했던 곳이다솜이의 머리에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솜이는 왜 인지 모든 게 기억이 나는 듯했다. (실제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다그냥 몸이 기억하는 일이다.) 그녀는 자신이 갔던 걸로 추정되는 길들을 따라서 계속 달려 나갔다자신이 살려고 갔던 그 길로불행을 피하기 위해 달렸던 그 길로마치 그 길을 달리면서 솜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불행들을 전부 피한다는 생각을 하며 기분이 이상할 만큼이나 나빴다그리고 마침내 경비 아저씨가 죽은 곳에 도착하게 된다사방이 막힌 것 같은 공간도망만 쳐온 자신이 결국 다다른 공간그 공간의 모습에풍경에절경에악몽에 솜이는 빠지게 되었다그리고 그 공간 주변을 둘러보다가 바닥에 있는 하얀 국화목화흰 양귀비그리고 흰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이걸 본 솜이는 이곳이 경비 아저씨가 죽은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 꽃들을 보면서 솜이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자신이 무고한 경비 아저씨를 죽인 것 같았다자신 때문에 죽을 필요가 없는 이 경비 아저씨가… 죽었다그 사실에 솜이는 슬피 울고 있었다그때 옆에서 어떤 사람이 왔다.

네가 솜이니?”

솜이는 깜짝 놀라며 물었다. “누구세요?”

난 그냥 이 학교 경비 아저씨다.”

…”

너 때문에 저 녀석이 죽은 것 같냐?”

“…………”

아니다네가 죽인 거 아니야.”

여태까지 있는 울분이 전부 터지는 것처럼 솜이의 마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누가 죽였는데요제가 피하지만 않았더라면도망치지 않았더라면저 경비 아저씨가 안 죽었을 텐데요지금쯤 살아 있으셨을 걸요아주 잘근데 저 때문에 죽었잖아요!”

네가 죽인 거 아니다.”

그러면 누가 죽인 건데요…” 솜이는 눈물을 터트렸다그 눈물은 목화에 떨어져 목화를 적셨다.

그 학생들이 죽인 거지넌 잘못한 거 없어.”

제가 잘못한 게 없다고요?”

그럼… 너 탓 아니야.”

그 순간 솜이는 그 경비 아저씨의 모습에서 시온을 봤다. “……!”

너 탓 아니야그러니까 안 울어도 괜찮아.”

“…………….. …”

그리고 이거 받아라.” 경비 아저씨는 목화를 솜이에게 주었다. “난 네가 여기에 다시 올 걸 생각했단다그래서 이 목화 한송이 너한테 주려고 오랫동안 기다렸어…”

“……감사합니다.” 솜이는 목화를 받고는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너한테 해 줄 말이 있다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아라.”

…” 집에 돌아온 솜이는 진솔이를 돌보고 있는 시온이 보였다그리고 시온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 솜이는 질문을 한다.


 

21장 시온上

시온아 나 하나 물어볼 거 있어.”

?”

넌 어떤 사람이야?”

“? 무슨 말이야?”

그냥… 네가 궁금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가…”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어?”

누가 나한테 말했어…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라고…”

그래 진짜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말해 줄게때는 옛날부터 유명했던 가수 예림이 알지?”

아니.”

그 체리팝 말이야.”

알아.”

그 사람이 갓 데뷔했을 때야… 그때 한 작은 아이가 태어났어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그 작은 아이를 정말 좋아했고 지키려고 애를 썼지그래서 우리 아버지는 나를 키우기 위해서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했어우리 어머니는 주부로 일하면서 나를 계속 돌봤지어머니는 그때는 정말 좋았던 때라고 했지.”

어떻게?”

… 아버지 사업도 잘돼서 돈도 그럭저럭 많았고 그냥 전체적으로 행복했하셨어어머니와 아버지 둘 분 다 자신의 역할을 잘하셨고… 내가 있어서 더욱 행복해하셨어…”

근데 어떻게 된 거야?”

그게… 우리 아버지의 사업을 뺏겼어…”

뺏기다니무슨 말이야?”

다른 사람이 우리 아버지의 사업의 가능성을 보고 자신이 그 사업을 빼앗아 갔어우리 삶이 그렇게 한순간에 힘들어졌 데 어머니 말로는 그때 아버지의 성격도 변하기 시작했 데술을 잘 마시지도 담배를 피우지도 않던 아버지가 갑자기 술을 마시고 담배도 피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사람도 많이 달라지면서 어머니는 무서워했어… 내가 아는 사람이 맞는가의심이 가기 시작했데그런데도 아직 어머니는 아버지와 같이 살고 나를 기르려고 했어그렇게 몇 년이 지나고 나는 6살이 되었지… 아버지는 그때부터 나와 어머니한테 욕하고 때리며 학대했어...”

“… 진짜?”

난 아버지가 술집에 가서 돌아오지 않기를 빌었어 매일매일 그땐 신이라는 것도 몰랐을 나이인데 그냥 빌었어누군가 내 목소리를 들었으면 하고 내 소원을 이뤄줬으면 하고나는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도록 빌었어하지만 그 누구도 내가 비는 소원을 듣지 않았나 봐매일 아버지는 집에 와서 어머니를 때리고 나를 때리고 물건을 던졌어그 사람은 매번 우리에게 큰소리로 욕했어…”

술병이 쨍그랑 소리를 내며 깨진다. “이런 씨발개 같은 년이 개기냐야 씨발 새끼야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시온의 아버지가 외쳤다. “네가 사람이냐고!” 시온의 아버지는 시온의 어머니에게 발길질을 했다. “시발 그냥 개새끼지

시온의 어머니는 넘어지면서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그곳에는 깨진 술병이 있었다하지만 시온의 어머니는 아프다는 소리놀라는 소리 하나 하지 않았다그냥 피만 흘릴 뿐이었다.

반면 시온은 엄청 놀라 소리를 질렀다. “… 엄마!”

그리고 어머니의 손에 있던 유리 조각을 빨리 빼고 어머니의 손을 소독하고 지혈했다하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아프단 소리 하나 안 했다그리고 아버지는 그냥 그 광경을 무시하고 티비에서 야구를 맥주와 소주를 마른오징어와 함께 먹으면서 무언가에 중독된 것처럼 허무하게 보고 있었을 뿐이다.

시온은 그 광경에 기가 찼다지금 어머니가 손에서 피를 흘리면서 아파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술을 마시면서 티비를 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기가 차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시온은 주방에서 칼을 들고 그에게 말했다.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뭐라고?” 시온의 아버지가 기가 차서 물었다.

넌 그냥 시.. 발 개새끼야!”

뭐라고다시 한번 말해!!”

… 그냥… 개새끼야!”

아니 난 그냥 개야 개새끼는 너지!”

그리고 시온의 아버지는 시온이 들고 있는 칼을 뺐어 들고는 그를 쓰러트려 무차별적으로 밟기 시작했다고작 6살이던 시온은 아버지의 무력에 힘없이 맞기만 있었다.

…” 시온은 너무 아파서 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가 없었다.

이걸로 뭘 하려고 했는데?” 아버지는 그를 더 강하게 찼다. “찌르려고배려고썰려고넌 아무것도 못해 이 개새끼야.”

피를 흘리고 멍이 들며 다리뼈가 부서졌다그때 시온의 어머니가 미친 듯이 아버지를 향해 달리며 그를 칼로 찔렀다그리고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내 아들 건들지 마!!!!!!!!!!!”

아버지는 등에서부터 피를 많이 흘리기 시작했다시온은 거의 죽어가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다그러자 시온의 어머니는 잘못됐다는 걸 알았다.

… ….. !” 시온의 어머니는 충격을 크게 받아 작은 비명을 질렀다.

솜이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구급차를 부르고 시온은 자신이 들고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구급차는 아버지를 싣고 가고 시온을 들고 자신이 최대한 아버지와는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했다.


 

22장 시온下

시온은 다행히 병원에서 잘 치료를 받았다부러진 뼈도 경합했고 멍도 진정시켰으며 피도 전부 지혈했다그리고 시온의 어머니는 겨우 진정을 했다그 병원은 시온의 이모어머니의 언니가 있던 병원이었다그래서 시온의 아버지가 거기에 와서 시온한테 보복하기란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너네 남편이 너랑 시온이를 계속 학대를 했고 지금 네가 그 사람 등을 찔렀다고?”

” 시온의 어머니가 무언가를 피며 말했다. (시온의 어머니의 지인들은 그것이 담배 혹은 대마라고 말한다하지만 의견이 반으로 갈리는 걸 보아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는 모양이다)

그럼 우선 너는 도망을 치는 것이 맞아.”

무슨 소리야나 도망 안 칠 거야!”

이지영

나 괜찮아 도망 안 가!”

이지영,”

지금 나보고 시온이는 뒤로 하고 도망가라는 거야?”

이지영.”

아니 난 절대 안 가 누가 뭐라 해도!”

이지영!” 이모가 큰소리로 외쳤다. “넌 지금 사람 잘못 건들어 놨어.”

아니 내 남편이 뭐가 문제야?”

너 벌써 까먹은 거야?”

뭘 까먹어 아직 까마귀 고기도 안 먹었는데 나 안 까먹었어아주 잘 기억해

시온 아빠 너 4년 동안 미친 듯이 따라다닌 사람이야.”

그렇지…”

너랑 결혼하려고 4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 너만 따라다닌 미친놈이야 우리가 이사를 가도 따라오고네가 독립해도 따라가고 그냥 어딜 가도 계속 쫓아와서 너한테 구애 한 사람이야.”

그 점이 멋진 사람이지어떻게 사람이 4년을 나를 위해서 사용해그런 사람은 정말 멋진 사람이야.”

그거 정신병이야정신병이라고너 스토킹이라고 들어봤어?”

아니 스토킹그게 뭐야?”

네가 싫다고 4년 동안 말했는데 계속 무섭게 너 쫓아오고 불필요한 사생활까지 침해했잖아그건 정신병이라고제발 정신 좀 차려

그 사람이 좀 과격해도 술만 그만 마시면 괜찮아질 거라고난 믿는다고!”

제발 그 믿음 좀 버려!!!!!!! 너도정신병이야.”

?”

정신과 선생님이 나한테 이번에 스톡홀름 증후군에 대해서 말해줬어꼭 너 같다고!”

스토콜롬그게 뭔데?”

넌 너를 잔인하게 괴롭힌 가해자를 동정하고 있어… 그건 정신병이라고!”

아니난 그렇지 않아 술만 안 마시면 괜찮아질 사람이야가서 사과하고 난 술 좀 끊어 달라고 말하고 그럴 거야그럼 우리 가족이 다시 행복할 수 있을 거야!”

제발 너 죽을 수도 있어… 가지 마…”

아니 난 괜찮아

시온이는!”

잘 살겠지…”

시온이는!!!”

괜찮아 걔는 좋은 아이야…”

네가 걔 엄마야제발… 정신 좀 차려!!”

애는 엄마나… 아빠 없이 자랄 수가 없어.”

그럼 언니가 시온이 엄마 해줘…”

이지영!!! 난 시온이 엄마가 아니야네가 엄마야!”

아니야… 엄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거야…”

이지영!!!!!!! 엄마는 책임감이 있어자신이 낳은자신의자식을키운다고넌 지금 뭐 하는데제발 넌 시온이 엄마란 말이야…”

아마 난 자격이 없나 봐 책임감이 없어… 내가 낳은자식 시온이를 키울 수가 없나 봐… 지금은 그냥 남편이랑 살아야 할 거 같아.”

제발… 지영아…” 이모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애는 너 없이 살 수가 없다고… 나도… 네가 필요해… 그러니까 제발 남아주라… 가지 말고…”

“……………………. 싫어

그래… 그럼 시온이 한 번이라도 보고 가… 마지막으로…” (이모는 시온을 보면 솜이 어머니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온의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시온을 보기 위해서 시온이 입원한 병실로 갔다.

시온아!”

엄마!”

시온아 그…” 시온의 어머니는 잠시 머뭇거렸다. “엄마가 잠시 먼 곳을 가야 할 거 같아

?”

그건… 자세히 말하기 힘들어 그래도 여기 이모가 잠시 널 돌봐 줄 거야…”

시온은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있어엄마가 뭐든지 다 사 줄게

정말로?”

응 진짜!”

그럼 나 이거 사주라!” 시온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어린이 방송에 나오는 한 장난감을 가리켰다.

장난감은 박쥐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시온의 어머니는 그 장난감을 잠시 대형 마트에 가서 사 왔다그리고 병원으로 돌아와서 그 장난감을 시온에게 건네어주고 말했다.

여기 장난감시온아 엄마 없는 동안 잘 지내야 해!”

시온은 장난감을 열어보면서 말했다. “!”

엄마 갈게잘 있어!”

엄마 다녀오세요!”

시온의 어머니는 그 뒤로 시온의 이모에게 가서는 어깨를 토닥였다그러자 이모는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정신 차려 이 년아” 이모가 말했다. “네가 지금 뭐하는지 알고는 있지?”

알고 있어…”

애를 버리는 거야!”

아니 난 그냥 다시 좋은 가정을 위해...”

이지영제발…” 이모는 쓰러지며 이슬 같은 눈물을 흘렸다. “가지 마…”

나 없는 동안은 잘 돌 봐줘.” 시온의 어머니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나갔다. ”응 여보… 지금 가고 있어… 꼭 와줘 할 말이 있어…”

시온의 어머니는 시온의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그 뒤로 그녀의 행적은 완전히… 사라졌다… 잠시 불었다 가는 바람 같이꺼진 불 씨 같이영원히 잠든 사람의 영혼 같이… 그녀는 없어졌다. (사람들의 말로는 그녀는 두 사람이 처음 같이 놀았던 공원에서 시온의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시온의 아버지가 그녀의 목을 조르고 그 근처 나무에 걸어버리는 바람에 죽었다고 한다사람들은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자살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경찰들이 목에 남은 상흔이 누군가 뒤에서 조른 것처럼 보였기에 이를 살해로 인식했다그리고 그들은 유력한 용의자인 시온의 아버지를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고 발견했다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죽은 상태였다사람들의 말로는 죄책감 때문에 자살한 거라고 한다하지만 시온은 그가 감옥에 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라고 믿는다그렇지 않으면 자살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고 시온은 믿는다.) 이모는 시온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도록 온갖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이모도 솜이가 나이가 되고 진실을 알려줄 때가 된 거 같아알려주기로 한다이모는 시온이 그 박쥐 장난감을 버리려고 할 때 바로 말을 걸었다. (자신에게도 소중한 동생의 유품을 시온이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시온아!”

네 이모?”

사실… 너네 어머니 살해 당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에이설마요?”

아니 사실이야.”

“…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너희 아버지도 돌아가셨어…”

이모솔직하게 물어볼게요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 에요그리고 저 그 개새끼한텐 관심 없어요.”

너희 어머니는 너희 가족이 다시 행복했으면 해서… 아버지를 만나러 갔어… 내가 말렸는데… 그래서 죽은 거야너희 아버지 손에… 죽었어… 나도 열심히 말렸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이모 단도직입적으로그냥 말하세요원하는 게 뭐 에요?”

그 장난감 버리 지마… 너한테도 나한테도 의미가 깊은 물건이야

“……… 아니요 버릴 거예요.”

왜 그러는데너희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물건이잖아!”

그렇죠… 하지만 저는 더 이상 아버지랑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가 아닌 걸요…”

그럼…”

전 그냥 제 자신이에요… 아버지랑 어머니 밑에 있지도 않고아이도 아닌 걸요…”

그래도… 네가 그 사람들이랑 보낸 시간들에 대한 유일한 증거가 될 건데… 그래도 버릴 거야정말 의미가 없는 물건이야?”

그래서 어떻게 됐어?” 솜이가 물었다.

그래서… 그냥 버렸어.” 시온이 말했다.

너한테 의미가 없는 물건이었던 거야?”

아니 나한테 의미는 있어…”

그럼 왜버린 거야?”

난 성장하는 사람이야가만히 있는 아이가 아니라.”

그게 버린 거랑 뭔 상관이야?”

그 장난감은 아이들을 위한 거야… 사람이 되어가는 나를 위한 것이 아니야그리고 그 장난감이 가진 내가 스스로 어린 시절에 내가 살아온 삶의 의미로 발목을 잡는 것 같았어내가 더 성장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그런 물건성장하는 나한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물건이라 생각이 들어서 난 그냥 버렸어 그걸.”

그래도 너한테 소중한 거잖아…”

계속 가져서는 할 일이 없더라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어

(내가 시온의 삶에 조금 더 이야기를 보태자면 시온의 어머니는 시온의 아버지가 자신을 위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그 남자의 그런 매력에 빠져 결혼까지 한 것이다아니면 시온의 아버지가 시온의 어머니에게 대마를 주었고 그 대마에 취한 시온의 어머니가 시온의 아버지와 결혼을 한 것 일수도 있다진실은 비밀로 남길 것이다서술자의 특권이니까그리고 시온의 어머니 측 가족에서는 반대가 심했지만 시온의 아버지 측 가족은 그 결혼을 촉진시켰다그럼에도 강경하게 시온의 어머니 측 가족이 반대하자 시온의 어머니는 가족들에게 결혼을 성사시켜주지 않는다면 가족을 버리고 결혼을 할 거라고 강경하게 말했다시온의 어머니의 자매들은 그녀를 극구 말렸으며 시온의 외할머니는 고혈압으로 쓰러져 병원까지 갔다그때 시온의 외할아버지는 어차피 결혼할 거면 너를 잃고 결혼을 하게 할 수는 없다며 결국 결혼을 성사시켜 준다하지만 결혼식에는 시온의 아버지 측 가족과 시온의 외할아버지만 참가하고 다른 가족들은 참가하지 않았다우여곡절에 두 사람의 결혼은 성사가 되었다시온의 아버지는 시온의 어머니 측 가족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엄청 노력을 했다돈도 열심히 벌고 시온의 어머니가 좋아하는 남자가 되기 위해 노력을 엄청 했다그 결과 시온의 어머니 측 가족들도 그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그때 두 사람은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이때 시온의 아버지는 더 잘하기 위해서아이를 위해서 사업을 시작하고 시온의 어머니에게 더 잘해주었다그렇게 시온이 태어났다시온이 태어나고 나서 아버지는 더 열심히 사업을 했으며 자신의 회사를 주식회사로 만드는 등 엄청난 노력을 했다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시온의 아버지는 각서 하나를 제대로 읽지 못해 자신이 가진 모든 주식을 전부 다른 사람에게 양도해버리고 만다결국 그는 알코올에 의존하며 살게 된다하지만 시온의 어머니는 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계속 버티고 그가 돌아오기를 빌었다그래서 아파도 참고무시하고 있었지만 정작 시온이 다치자 그녀는 참을 수 없어 그를 공격한 것이다하지만 이네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사과를 할 겸 다시 돌아와 달라는 말을 하려고 할 때 시온의 아버지는 그녀를 죽였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부모님의 유산은 전부 시온이 받아 뒀다돈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그들도 돈을 번 사람들 인지라 시온이 40년은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었다그 후 시온은 이모 밑에서 자랐는데 사람들은 이모가 결혼도 안 했으면서 애를 가졌다 생각해 그녀와 만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그럼에도 이모는 시온의 모습에서 자신의 죽은 동생의 모습이 생각나 그를 질탄 하거나 미워하지 않았다그리고 진짜 자신의 아들인 것 마냥 길러 주었다이런 일들을 가지고 생활해 온 시온이었기 때문에 지금의 멋진 성격을 가진 시온이 될 수 있었다.)


 

23장 수유

그 뒤로 몇 주가 또 지났다그날 밤은 좀 특이한 날이었다진솔이는 배가 고팠는지 잠에서 깨서 울기 시작했다시온이 일어나서는 젖병에 분유를 탔다매우 피곤했지만 겨우겨우 버티면서 진솔이에게 젖병을 물려주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진솔이는 젖병을 물어보고는 입에서 젖병을 뱉어 내고 더 울기 시작했다.

시온은 진솔이의 기저귀 문제라 착각하고 진솔이의 기저귀를 열어보았다하지만 기저귀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결국 진솔이는 더 크게 울었다그 소리에 솜이도 깨어내고 시온이 들고 있는 진솔이를 향해 걸어갔다그리고 우는 진솔이를 한번 보고 시온을 보며 솜이는 물었다.

얘 왜 계속 울어?” 솜이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 시온이 말했다.

똥 싼 거야?”

아닌 그건 아니야 내가 확인해 봤어.”

그럼?”

잘 모르겠어.”

옷에 까칠까칠한 거 있나?”

그런 가?” 시온은 진솔이의 옷 안에 까칠한 무언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옷을 이곳저곳 만져보았다그러나 손에 느껴지는 까칠한 면은 없었다.

있어?” 솜이가 물었다.

아니” 시온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뭐지?”

“…솜이야 잠만 진솔이 좀 들어주라.”

알겠어.” 솜이는 진솔이를 아주 조심스럽게 받아 내고는 주방 식탁의 의자로 가서 앉았다.

시온은 자신의 노트북을 열고는 검색을 하려고 했다하지만 왜 우는지를 몰랐기에 해결 방법도 몰랐다그때 시온은 진솔이가 젖병을 입에 갔다 데고 뱉은 것을 떠올리기 시작했다그래서 시온은 다시 진솔이에게 가서 젖병을 한번 물려주었다그러자 진솔이는 입에 젖병을 갖다 데고는 이것이 젖병인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처럼 잠시 기다렸다 입에서 젖병을 뱉어 냈다.

젖병이 문제였네…”

?”

진솔이가 젖병을 안 물려고 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잠만 찾아보고 올게.”

시온은 다시 노트북 앞으로 가서 재빠르게 인터넷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아기가 젖병을 안 물어요.’ 그러자 인터넷에는 다양한 대답들이 보였다그리고 시온은 가장 유용해 보이는 정보를 찾았다.

아이가 젖병을 물지 않는 것은 보통 아이가 100일이 지나고 젖병과 어머니의 젖을 구분할 줄 알기 시작할 때 일어납니다아이가 어머니의 젖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젖병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가 젖병과 친해지기 위해서 어머니의 젖과 멀어질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아이를 굶기지 말고 필요할 때는 모유를 수유하고 때에 따라서 젖병과 친해지기 위해 젖병을 안 물어도 젖병을 물게 유도해야 합니다.’

그 이후로도 시온은 여러 자료를 찾아보았다어떻게 해야지 아이가 젖병과 친해질 수 있나요젖병을 아이가 안 물면 교체하는 것이 좋을 까요혼합수유가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까요모유 수유만 하면 엄마에게 어떤 안 좋은 점이 있나요젖병 거부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수많은 질문이 와갔다그리고 지금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솜이야,”

?”

지금 좀 힘들겠지만,”

뭔데 그래?”

지금 진솔이 달래려면 좀 힘들겠지만 네가 지금 모유를 줘야 거 같아.”

솜이는 매우 당황했다여태까지 솜이와 시온은 진솔이에게 젖병으로 수유만 해왔다하지만 지금 와서 모유 수유를 하려고 하니 막상 애매하고 덜컥 겁이 났다.

그거 말고 다른 방법이 없어?”

시온은 방법을 더 찾아보지만 마땅한 자료를 찾아내지 못한다.

없는 거 같아.”

“… 그래?”

지금 좀 힘들겠지만 어쩔 수가 없네… 미안해…”

아니야한번 해보자.”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 진솔이가 계속 울고 있는데빨리 밥 줘야지.”

솜이는 시온에게 가서 잠시 진솔이를 넘겨주고 자신의 가슴을 드러냈다그리고 진솔이에게 자신의 젖을 내어주었다솜이는 젖꼭지가 살짝 아파 왔지만 참고 진솔이가 계속 먹을 수 있도록 버텼다진솔이가 아무리 새게 깨물어도 버텨보았다그 덕분에 다행히도 진솔이는 아주 잘맛있게 모유를 마셨다그렇게 모유 수유가 끝난 후 진솔이는 다행히도 잠에 들었다.

솜이는 다시 진솔이를 거실에 있는 아기 침대에 진솔이를 놔두고 시온의 방에 가서 좋은 밤을 보내라면서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아직도 솜이와 시온은 서로 다른 방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었다이유는 아직 솜이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각자의 방을 아직까지는 유지하자고 했기 때문이다.) 시온도 솜이에게 잘 자라면서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그때 솜이는 시온이 누워있는 위치 위에 바로 잠에 빠져버렸다결국 시온은 솜이를 들어서 솜이의 방으로 가서 침대에 눕혀주고는 이마를 두 번 쓰다듬어 주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와서 여러 가지 검색을 해보기 시작했다.

우선 시온은 진솔이가 젖병과 친해질 수 있는지를 검색해 보았다하지만 아이들은 워낙 변칙적이라무조건적으로 이론이 맞은 건 아니며 아이들에 따라서 젖병을 더 좋아할 수도 엄마의 젖을 더 좋아할 수도 있으며 때론 둘 다 좋아해서 혼합으로 해야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어느 정도 검색을 하고 시온은 다시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나름 괜찮아 보이는 알바를 하나 찾았다.


 

24장 우유

다행히 시온은 운이 좋게도 알바를 찾을 수가 있었다그는 이번에 회전 초밥집에서 알바 한자리를 찾아 그곳에서 일하기로 했다시온은 그곳을 좋아했다가끔 초밥이 남으면 사장님이 그 초밥을 시온에게 주고 신선도가 떨어져 팔 수는 없는 회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시온도 주로 그런 초밥을 들고 집으로 와서 솜이에게 주었다그렇게만딱 이 정도의 삶만 유지하며 행복한 삶을 솜이와 시온이 공유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솜이는 행복한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솜이는 매일 같이 진솔이라 젖병과 친해질 수 있도록 젖병을 입에 가져가주지만 절대로 먹으려고 하지는 않는다그냥 솜이의 모유만 먹으려고 하고 젖병을 바꿔도 절대로 젖병으로 먹으려고 하지 않았다그렇기에 솜이는 매번 아프면서 자신의 젖을 진솔이에게 먹이려고 했다.

하지만 항상 모유가 잘 나오는 것은 아니었다종종 솜이는 모유가 나오지 않아 진솔이가 계속 우는 가운데 혼자서 자신의 유방에 마사지를 하면서 모유가 나와 주기를 계속 바랬다하지만 가끔 그래도 잘 나오지가 않아 솜이도 속상해했던 적이 많았다그러나 이때는 달랐다이때만큼은 솜이는 속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났다.

때는 시온이 어느 하루같이 다시 초밥집으로 가서 알바를 하고 있을 때이다솜이는 집에서 진솔이랑 놀아주고 있다가 진솔이가 잠에 들자 솜이는 전에부터 먹고 싶었던 떡볶이를 시켜서 먹으려고 했다. (이때 솜이는 매우 배가 고파서 빨리 떡볶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진솔이는 솜이가 떡볶이를 시키자마자 갑작스럽게 울기 시작했다.

왜 그래 진솔아똥 쌌어?” 솜이가 진솔이의 기저귀를 확인해 보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배고픈 거야?”

그때 진솔이가 솜이의 말이 맞다는 듯이 울음소리가 약간 달라졌다그제야 진솔이의 말을 알았다는 듯이 솜이는 호응을 해주고 진솔이에게 모유를 주려고 했다하지만 솜이가 몇 시간째 굶고 있기 때문에 모유는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솜이는 매우 당황했다. (진솔이는 좀 까다롭긴 하지만 밥을 하루 종일 먹지는 않고 보통 5~6시간 정도로 진솔이가 밥을 먹어 솜이도 그 사이에 밥을 먹어 진솔이에게 모유를 진솔이가 배고플 때 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약간 달랐다솜이가 음식을 늦게 시켰기도 했고 진솔이가 갑자기 배고파했기 때문이다.)

솜이는 모유가 잘 안 나와 당황을 해 빠르게 유방 마사지를 해보았다소용이 없었다모유는 잘 나오지 않았다솜이는 찬장을 열어 분유를 찾았다그리고 그 분유를 젖병에 타서 진솔이에게 주었다하지만 배고프다고 해서 진솔이는 젖병을 물지 않았다그러면서 진솔이는 계속 울었다.

솜이는 지금 자기가 배고파서 모유가 안 나온다고 생각을 했다. (이때 솜이는 소도 배고프면 우유가 안 나오니 자신도 배가 고프면 모유가 안 나온다고 생각했다.) 솜이는 냉장고를 열었다하지만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우유 말고 아무것도 없었다.

솜이는 당장 우유를 들고 싱크대 앞으로 가서 우유를 벌컥벌컥 마셨다우유 한 병을 거의 다 마셔갈 때 솜이는 너무 빨리 마신 탓인지 우유를 전부 뿜었다재빨리 솜이가 우유를 닦고 있을 때 진솔이는 더 울기 시작했고 냉장고는 문이 제대로 안 닫혀 있어 계속 삑 소리를 냈다그 난장판 속에서 솜이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빨리 해결하기 위해서 솜이는 냉장고 문을 빨리 닫고 진솔이에게 가서 모유 수유를 하려고 했다.

다행히도 이때 모유가 어느 정도는 나왔지만 금세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진솔이는 그 정도의 양으로 만족을 했는지 잠에 들었지만 금세 배고파 깰 것이 분명하기에 솜이는 밥을 먹으려고 했다계란을 깨고 냉동밥을 꺼내 간단하게 둘 다 프라이팬에 볶아서 간장과 참깨를 넣어 계란밥을 해서 밥을 먹으려고 했다.

계란밥을 완성한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여태까지 까먹고 있었던 떡볶이가 온 것이다솜이는 조금 당황스러우며 화가 났지만 어쩔 수가 없었기에 문을 열어 떡볶이를 받았다그런데 받기 전에 배달원은 한 마디를 하게 된다.

네 감사합니…”

저기 잠시만요.”

?”

배달료 있어요.”

?”

배달료 있다고요.”

없다고 했지 않아요앱에서?”

아 그건 앱에서만 그런 거고 실제로는 있어요.”

솜이는 이때 화가 났다하지만 떡볶이를 빨리 받기 위해 솜이는 그냥 배달료를 주기로 한다. “얼마예요?”

“3500원입니다.” 배달원이 목소리를 약간 높여서 말했다하지만 이것은 솜이가 듣기에 자신을 놀리는 듯한 소리 같았다.

카드 결제되죠?” 솜이가 자신의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아뇨현금만 됩니다.”

진짜 화가 난 솜이는 자신의 지갑을 뒤져 1000원 3장과 500원 하나를 찾아내 배달원한테 약간 화를 내듯이 주고 현관문을 매정하게 닫았다.

솜이는 떡볶이와 계란밥을 매우 맛없게 먹었다평상시에 솜이가 매우 좋아하는 음식들이지만 왜 인지 모르게 맛이 없었다하지만 솜이는 계속 먹었다진솔이가 나중에 깼을 때 줄 모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하지만 그 양이 많았는지 솜이는 다 먹지는 못했다그럼에도 솜이는 꾸역꾸역 떡볶이와 계란밥을 다 먹었다다 먹은 후 솜이는 그릇을 전부 치우고 설거지도 했다그때 솜이가 설거지를 하다가 자신의 몸 쪽을 우연히 보게 된다.

우유 범벅으로 되어 있던 솜이의 옷을 솜이는 보게 된다이게 뭐 하는 짓인가 솜이는 오랫동안 고민을 한다그리고 내린 솜이의 결론은 이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어느 정도는 타당한 말 같이 보였다왜냐면 솜이는 억지로 진솔이를 낳은 것이고 올해를 임신했으며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자신의 의지는 하나도 없었다솜이는 그 순간 충동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 없는 일로 만들어버릴까?’

솜이는 이런 삶이 싫었다자신이 없는 자신의 삶자신의 어머니의 도움이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하는 삶억지로 가진 아이를 길러야 하는 삶이 싫었다그리고 그 삶이 좋은 것 마냥 행동하는 가식스러운 시온의 모습도 갑자기 싫어졌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유는 잘 모르지만 답답했다자기 혼자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무도 없었으면… 진솔이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나만 있었으면


 

25장 절정

시온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시온이 신발을 벗고 있을 때 시온은 진솔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시온은 당장 진솔이에게 갔다그리고 시온은 진솔이가 배고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와중에 솜이는 혼자 고구마 말랭이를 먹으며 어떤 드라마를 보고만 있었다이를 보고 시온은 조금 당황을 하며 솜이에게 말을 걸었다.

솜이야?” 시온이 물었다.

솜이는 대답이 없었다.

솜이야진솔이 언제부터 울었어?”

“………… 몰라.”

“… 지금 진솔이가 배가 좀 많이 고픈 거 같거든혹시 잠만…”

아니.”

“… ㅇ왜?”

내가 왜 그 애한테 내 모유를 줘야 하는데?”

솜이야…”

그냥 분유 먹여.”

ㅇ아니 솜이야…”

걔도 이제 혼자 밥 먹을 줄 알 걸?”

걔가 아니라 ㅇ…”

아니 누가 계속 모유 준데나도 힘들고 아픈데 왜 굳이 줘야 하는데 그냥 굶던가 분유 먹던가.”

내 말 좀…”

너 얘잖아 분유 먹…”

내 말 좀 끊지 말아봐!!!” 시온이 엄청 화를 냈다.

“………”

솜이야 진솔이는 너의 아이야아무리 너가 진솔이가 싫다고 하더라도 진솔이의 생물학적 아빠가 혐오스럽다고 하더라도진솔이는 계속 너의 아이로 남아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시온이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 근데 그걸 왜 화를 내면서 말해?”

너가 계속 나 말하려고 하는 ㄷ…”

아니 이걸 말할 거면 좀 침착해서 말해도 괜찮잖아.”

네가 말을 계속 끊었자…”

내가 말을 끊었다고말 끊은 건 넌데?”

아니…”

네가 내 말 끊고 화 내면서 말한 거 잖아.”

근데…”

근데 뭐네가 잘못한 거 맞잖아.”

뭐가 잘못됐는데!?”

봐 또 화내면서 말하잖아.”

아니 네가…”

아니 변명 하지마.”

이건 변명이 아니ㅇ…”

아니 그거 변명이야.”

도대체 뭐가 문젠데나 모르겠어지금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지금 네가 하는 말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왜 진솔이 배고파서 울고 있는데 그냥 내버려 두는지 모르겠어진솔이 지금 진짜 배고파서 계속 울다 지쳐 지금 누워있는데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여태까지 왜 모유를 안 줬는지도 모르겠어진짜 배고픈 사람이 누군데너 혼자만 배 부르자는 것도 아니잖아진짜 배고파서 쓰러질 거 같은 진솔이는 먹지 말라는 듯이 행동하는지 잘 모르겠어솜이야 나 진짜로 네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나 진짜 모르겠어왜 그러는 건데뭐가 좋은 건데뭐가 싫어서 그러는 건데!! 진솔이가 아무리 싫어도아이 기르는 게 그렇게 싫어도모유 주기 싫어도나만 일하고 진솔이 안 기르고 너는 일 안 하고 진솔이를 기르는 게 싫어도 어떡해너의 아이이고네가 낳았어 네가 아니면 기를 사람도 없어이 아이의 생물학적인 아버지가 싫어서 그래그럼 뭐해 그 새끼랑 진솔이랑 아무 상관없어진솔이 아빠는 나고 진솔이 엄마는 너야우리가 관심을 주고 보살펴 줘야 해우리가 없으면 진솔이는 이 세상에서 못 살아간다고!”

솜이는 그때 시온이 기르면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시온이 울면서 진심으로 말하는 모습을 보자 잠시 멈추었다.

이 아이는 네가 없으면 안 돼이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약한 존재야툭하면 떨어져서 죽을 수도뭐 잘못 건들어서 죽을 수도다른 이상한 사람들이 데리고 가서 죽을 수도 혼자 밥 못 먹어서 죽을 수도진짜 별거 아닌 거 같이 느껴지는 감기에 걸려서 죽을 수도그냥 밥 먹다가 체해서 죽을 수도강아지 만졌다가 병 걸려서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약한 아이라고 누가 이 아이를 보호해 주는데… 네가 없으면 뭐가 좋은데… 이러면 뭐가 좋은데…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들고 진솔이도 힘들면 뭐가 좋은 건데모두가 힘들면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냐고솜이야진짜 왜 그러는데!” 시온이 울면서 하소연을 했다.

난 편해…”

왜 그러는데…! 너만그래 우리 셋 다 힘든 거 아니고 너만 편하다고 하자왜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도대체 왜 하는데진솔이를 네가 아니면 누가... 누가 이 약하고 어린아이를 키우냐고그냥 죽게 내버려 두냐고진솔이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했잖아 왜지금 와서 왜 자꾸 이 아이를 피하려고 하냐고 뭐가 문젠데진솔이가 웃으면 같이 웃고 맛있게 밥 먹으면 같이 웃고 정말 좋았잖아진솔이가 아직 걸음마도 못 땠지만… 하지만 걸으려고 노력할 때마다 칭찬해 주면서 박수 치고 같이 좋게 있었잖아이렇게 좋았는데 왜 지금 와서 이러냐고…” 시온의 눈물이 바닥을 쳤다. “진짜 뭐가 좋냐고… 누가 이 아이를 키우냐고!!!”

네가…”

내가그렇게 생각하지 마난 그냥 진솔이랑 솜이랑 같이 사는 사람이야그냥 너희 덜 힘들게 해 주기 위해서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야내가 계속 이럴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 나도 원하면 떠날 수 있어근데 안 그러잖아...”

그럼 얘는 아무도 안 키우는 거네…”

“….?”

그래 이 약한 아이 어차피 죽을 거 그냥 내가 죽일 게.” 솜이는 충동적으로 주방에 가서 식칼을 집어 온다 그리고 진솔이에게 다가온다.

시온은 앉아서 필사적으로 솜이를 막았다솜이가 칼을 든 손을 자신의 손으로 막으려고 했다그러자 솜이는 시온의 손바닥을 칼로 베었다조금은 아팠어도 시온은 아직 솜이를 막을 힘은 있었다그래서 계속 막으려고 했다하지만 솜이는 진솔이를 꼭 죽이려고 했는지 시온의 광대를 칼로 베었다.

시온은 아파서 광대를 부여잡았다솜이는 조금은 미안했는지 잠시 시온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망설이지만 이내 다시 칼을 들고 진솔이를 향해서 다가갔다.

솜이는 진솔이를 죽이려고 했다. (나도 그녀가 진솔이를 죽일 거라고 확신을 했다.) 하지만 솜이는 진솔이의 얼굴을 보더니 칼을 이내 떨어트리고 울기 시작했다. (날 씨도 솜이의 마음을 아는지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는 이 아기 천사에게 칼을 들어서 찔러 죽일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런 사람 중 하나는 솜이었다솜이는 진솔이를 진짜 죽이려고 했다하지만 곤히 자고 있는 그 귀여운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차마 죽일수가 없었다.

(그 뒤로 솜이는 그저 울기만 할 뿐이었다자신의 정말 억울해서 나오는 눈물인지자신이 이런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는 사실이 무서워서 나오는 눈물인지시온을 자신의 손으로 다치게 해서 슬퍼서 나오는 눈물인지왜 내가 이렇게까지 행동했는지 잘 몰라 당황스러워서 나오는 눈물인지아니면 이 귀엽고 예쁜 아이의 얼굴을 봐서 행복해서 나오는 눈물인지 솜이는 알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사실은 하나 알 수 있었다.)

솜이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도망을 가기로 한다진솔이로부터 시온으로부터 도망을 가기로 했다자신이 미안하기 때문인지 솜이는 현관문을 열고 도망을 갔다.


 

26장 아메

비가 흐르고 있었다눈물이 내리고 있었다솜이는 비든 눈물이든 신경 쓰지 않았다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그냥 솜이는 도망을 가고 싶을 뿐이다아무도 없는 곳으로 시온이 든진솔이 든자신의 고모 든자신의 엄마 든자신을 성추행한 학생들이 든자신을 욕한 선생이든상담 선생님이든어떤 사람이든 간에 그 사람에게로부터 도망을 가고 싶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솜이는 가고 싶었다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어서 빨리 가고 싶었다이곳을 피해서 어딘가로 숨고 싶었다하지만 솜이는 갈 수가 없었다발에서 깊은 뿌리가 내린 것처럼솜이는 이곳에 서서 계속 몇 분이 지나도 바보같이 가만히 비만 맞을 수밖에 없었다그때 누군가 솜이의 뒤로 와서 솜이에게 우산을 씌워줬다.

솜이야…” 시온이었다. “나랑... 같이 있어줘

“… 가줘

솜이야… 난 널 사랑해.”

“…”

네가 아무리 내가 싫다고 해도미워한다고 해도원망한다고 해도난 항상 널 사랑해네가 날 칼로 벤다고 해도죽이려고 해도때려죽이려고 해도 난 계속 널 사랑할 거야왜냐면 난 널 믿거든너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난 항상 믿어그리고 난 네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도 믿어…”

시온은 솜이에게 와서 솜이의 뒤로 솜이를 안아주었다솜이는 시온의 손에서 피가 흐르는 걸 봤다그리고 시온의 얼굴에서 피가 떨어지는 걸 느꼈다.

솜이내가 세상에서 봤던 이름 중 가장 아름답고 기억에 남는 이름이 될 거야그리고 그 이름만큼 너는 가장 아름답고 내 기억에 남는 사람이야아무리 네가 스스로 못 생겨졌다고 이상해졌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너가 매우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해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멋진 사람이야난 그렇게 믿어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네가 믿는 것 그 이상으로네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네가 아는 그 이상으로네는 더 멋진 사람이야나는 믿어

그래도…”

괜찮아너가 이것 때문에 화가 나도 울어도 슬퍼해도 괜찮아네가 어떤 사람이든 나는 너를 사랑해.”

내가 진솔이를 죽이려고 했는 걸…”

하지만 진솔이도 너를 사랑해나는 믿어.”

그래도 나는 진솔이를 죽이려고 했어그 짓은 절대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용서받을 수 없어그러니까 너희를 위해서 나는 이만 가볼 게.”

솜이는 시온의 팔을 놓고 도망을 가려고 했다어째서인지 발이 잘 떨어졌고 솜이는 앞으로 달려 나갈 수 있었다솜이가 벗어나려고 하자 시온은 솜이를 더 끌어안았다.

그래 용서 못 받을 수도 있어하지만 이렇게 계속 도망만 칠 거야…?”

“…”

우리 어머니도 너희 어머니도 도망만 다녔어.”

“…”

나도 우리 어머니나 너희 어머니 같이 과거를 버렸고 새로운 삶을 찾으려고 했어.”

…”

하지만 두 분이랑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 하나 있어그게 뭔지 알아?”

“……… 아니

그건 바로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은 거야.”

“…?”

우리 어머니는 아버지가 범죄를 저질렀고 병적인 집착을 가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 사실에게서 항상 도망쳐왔어그러다가 죽게 되었지근데 너희 어머니도 네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 사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머니의 지위를 버리고 자신으로 살겠다고 도망을 쳤지하지만 난 아니었어어머니가 돌아갔다는 사실 아버지가 우리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 그 사실 전부 받아들였어그리고 나는 고아고 보호자는 이모 말고 없다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였어너도 이 사실을 받아줘… 너는 성폭행을 당했고 이 때문에 원치 않은 임신을 했어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임신한 너를 버리고 도망을 치고 친구로 같이 안 지내고 무시도 하고 욕도 하고 차별하고 비난하고 많은 일이 있었지하지만 그게 너야너는 진솔이를 낳았고 나를 만났고 새로운 삶을 얻었어그리고 오늘 진솔이를 죽이려고도 했고 나도 칼로 베었어이게 너야네가 어떤 걸 생각하든 이게 너야하지만 네가 생각을 바꿔서 앞으로 나아가면… 넌 용서받을 수 있어 나는 내 아버지를 용서하지 않아왜냐면 우리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그 사실에서 도망치고 뒤로 물러갔거든하지만 너는 다를 거라고 난 믿어네가 그 사실을 인정하고 생각을 바꿔서 앞으로 나아간다면그러면 나는 널 용서해 줄 수 있어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나 다 너를 용서해 줄 거야그러니까… 제발 나랑 같이 있어줘… 그리고 같이 앞으로 나아가자…”

그건…”

같이 남아줄 거지?”

힘들 거 같아…”

왜 그래…”

내가 나를 용서 못할 거 같아…”

너는 용서 못해도 나는 용서해 줄 거야진솔이도 용서해 줄 거야 그러니까 다시 집으로 돌아와줘… 진솔이는 네가 필요해나도 네가 필요해그러니까 재발 다시 한번만 생각하고 집으로 와줘.”

솜이는 잠시 생각을 했다그리고 결론을 내렸다솜이는 뒤를 돌아서 시온이 들고 있는 우산을 쳐서 옆으로 던지고 시온을 안았다그리고 말했다.

정말로… 내가… 필요해…?”

당연하지

진짜…”

… 그러니까 다시 집으로 와줘.”

“…” 솜이가 고민을 잠시 더 했다.

“…” 시온이 잠시 고민을 더 했다.

솜이는 시온의 품에 안기었다시온은 솜이의 머리를 잡고 이마에 키스를 했다그리고 솜이는 시온의 품에서 오열을 했다너무나도 고맙고감사하고행복하고슬프고미안하고감동적이고선물 같았다.


 

27장 사랑

솜이와 시온은 집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은 물에 빠졌는지 아니면 눈물에 빠졌는지 온몸이 다 젖어 있었으며 그들의 손끝머리끝발끝턱 끝에서 물이 떨어졌다그들은 같이 화장실로 가서 수건을 하나씩 잡아 머리를 털었다솜이가 잠시 수건을 치우자 시온은 솜이의 머리를 향해서 자신이 들고 있던 수건으로 머리를 대신 털어주었다그러자 솜이의 얼굴에는 미묘하지만 아주 환한 미소의 표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말로 행복하다라고 하기보다는 이런 나를 받아줘서 고마워’ 하는 듯한 표정이 보였다그런 그녀의 미소를 본 시온은 그 마음을 알듯이 아니야 괜찮아 돌아와 줘서 고마워라고 말하듯이 미소를 짓고 솜이를 데리고 자고 있는 진솔이에게 갔다.

진솔이 옆에는 젖병이 있었고 진솔이는 그 젖병을 드디어 문 걸로 보였다그리고 진솔이는 배가 많이 불렀는지 잠에 곤히 빠져 잠을 자고 있었다이를 보고 솜이는 시온에게 물었다.

진솔이… 드디어 젖병 문 거야?” 솜이가 감격한 듯이 우물우물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제 물었어.” 시온이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진솔이가 생각을 바꾼 거 같아이걸 보고 나도 생각을 바꿨어사실 나는 원래는 너한테 안 가려고 했어… 떠날 걸 알았으니까.”

“… 그럼 왜 와 준거야?”

진솔이처럼 너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

“…?”

정말로 네가 아무리 화가 나서 도망을 쳤다고 해도 나는 네가 아직 우리를 마음에 두고 있고 떠나고 싶어 하지도 않을 거라고 믿었어그리고 네가 다시 우리한테 오면 생각을 바꾸고 사실을 피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거라고 믿었어.”

믿어줘서 고마워…”

그러니까 너도 나 계속 믿어줄 거지?”

물론이지!”

시온은 솜이를 끌어안았다그리고 솜이는 시온이를 안은 상태에서 끌고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갔다그리고는 솜이는 침대에 자신의 몸을 던져 누웠다시온은 가만히 서있었다아직 솜이가 같이 방을 쓰자고 말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그걸 안 솜이는 말을 했다.

나랑 함께 있어줄래?” 솜이가 말했다.

알았어” 시온이 말했다

시온은 솜이와 같이 솜이 방에 큰 침대에 누웠다그리고 다시 서로를 끌어안았다두 사람은 비바람 부는 차가운 밖과 전혀 다른 느낌의 따뜻함을 느꼈다정말로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듯한 따뜻함이었다.

그 따뜻한 온기에 솜이는 안도감을 느끼며 잠을 잤다시온은 솜이가 자는 걸 보고 조심히 솜이에게 팔을 치우고 밖으로 나갔다밖에 나가서 시온이 본 것은 진솔이가 잠에 깨서 울기 직전의 모습을 하는 것이었다시온은 빠르게 가서 진솔이를 달래서 재웠다그리고 젖병을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젖병을 잠시 소독하고 분유를 타고 따뜻한 물을 넣어서 거품이 생기지 않게 조심조심히 분유를 물과 섞었다그리고 찬물로 식히고 자신의 손목에 한번 분유를 부어 온도를 확인하고는 잠에서 다시 깨서 분유 만드는 시온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진솔이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진솔이를 들고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진솔이는 분유를 매우 잘 마셨다계속 입을 옹알옹알 움직이며 젖병 젖꼭지에서 분유를 꺼내 마시고 있었다시온은 그렇게 귀여운 진솔이를 보며 진짜 자신의 딸 같다고 생각을 했다분명히 자신의 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자신의 딸이라고 착각이 들었다하지만 그건 착각이 아니라는 걸 시온은 금세 알았다진짜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았다시온은 진솔이를 키우고 사랑하고 있었다반면에 진솔이의 유전적 아버지는 진솔이를 사랑하지도 않으며 키우지도 않았다그렇기에 시온만이 진솔이의 진정한 아버지이다.

그런 생각을 한 시온은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자신이 솜이와 진솔이를자신의 가족을 진정한 사랑으로 가꾸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그리고 자신이 이 가족을 지키겠다고진정한 아버지가 되기로 다짐을 했다.


 

28장 솜이

잠을 자던 솜이는 꿈을 꾸었다자신의 인생에 관한 꿈이었다솜이가 태어날 때까지는 솜이의 엄마와 아빠의 사이는 매우 좋아 보였다.

자신의 어머니는 그냥 평범한 주부였고 아버지는 어느 대기업에서 일하는 회사원이었다특별할 거는 크게 없는 가정이었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은 가정이었다어머니와 아버지는 잘 싸우지도 않았고 돈도 나쁘지 않게 들어왔다하지만 어느 순간인가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주 싸우기 시작했다.

솜이가 유치원을 갔다가 오면 어머니는 한숨만 팍팍 쉬고 아버지가 돌아오면 그는 아무 말없이 어머니가 차려준 밥을 먹고는 혼자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거나 회사에서 오는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어느 순간 어머니는 아버지가 잘못한 것을 찾아내고 둘을 언성을 높여 싸우기 시작했다.

평소에 자주 싸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두 사람은 진짜 심하게 싸웠다그릇이 날아가고 맞는 소리 아파서 지르는 비명 욕설이 난무했다솜이는 자신의 침대에서 이불을 꾹 눌러쓰고는 귀를 막으면서 무서워했다깨지는 소리부러지는 소리온갖 소리가 다 들려왔다솜이는 몸을 움츠리며 무서워했다그리고는 아버지는 집 밖으로 나갔다그 뒤로 솜이의 아버지는 다시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 일이 있고 솜이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혼을 했다솜이의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잡았고 아버지는 이혼을 하면서 합의 중에서 솜이를 키우지 않고 양육비를 지원하겠다고 했다그 뒤로 솜이의 어머니는 솜이를 키우며 양육비를 받으며 살아갔다.

솜이 어머니는 솜이가 아버지와 계속 연락을 하지 않으면서 살아가기를 바랐지만 솜이는 그러지 않았다어린 시절 솜이는 엄마 몰래 아빠와 함께 연락을 주고받았다때론 아빠가 먼저 때론 솜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잘 지내는지를 물어보면서 연락을 하다 어느 날 아버지는 솜이에게 충격적인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된다.

바로 솜이의 어머니는 솜이를 아버지가 원했던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키우고 있던 것이다솜이의 아버지는 솜이를 아직도 사랑했다그래서 아직도 솜이를 키우고 싶었다하지만 양육을 포기한 이유는 바로 그가 솜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일을 하면서 솜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일을 포기하던가 다른 사람에게 솜이를 캐어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그러면 자신과 솜이와의 시간이 줄어들고 나중에 솜이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안 솜이의 아버지는 솜이의 어머니에게 돈은 언제든지 줄 테니 제발 솜이를 잘 돌봐 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지만 솜이 어머니는 그러지 않았다솜이 어머니는 일을 안 하면서 받은 돈을 물로 봤는지 전부 남용하기 시작했다자신이 원하는 곳에 쓰고 사람들 만나러 다니면서 쓰고 명품으로 치장을 하느라고 전부 쓰고 다녔다그러면서 솜이는 자연스럽게 남겨지고 혼자서 친구들과 놀고 계속 놀이터에서 놀기만 하였고 집에 오면 엄마가 만들어 두었던 식은 밥을 먹었다.

이 사실은 솜이의 아버지를 화나게 하기 충분했다그래서 솜이의 아버지는 솜이의 어머니를 상대로 이혼 계약 불이행으로 소송을 진행했다하지만 솜이의 어머니는 이미 일을 구하고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승소했다결국 다시 솜이는 솜이 엄마 손에 자라게 되었고 솜이 아버지는 결국 솜이 어머니에게 부탁을 해서 계약을 바꾸게 되었다자신이 돈을 더 주는 대신 자신이 모든 지출을 알 수 있도록 계약을 바꾸고는 솜이 아버지는 돈을 더 벌기 위해서 해외로 떠나기로 했다.

떠나기 전에 솜이의 아빠는 솜이를 잠깐 만나기로 했다솜이는 아빠를 만나서 같이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솜이는 맛있게 그 음식을 먹고 있었고 아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 말들을 남기고 있었다.

솜이야아빠 말 잘 들어.” 솜이의 아빠가 말을 했다.

” 솜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맛있는 밥을 먹으며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아빠가 이제 호주로 가서 일을 할 거야.”

.”

그러니까 이제 아빠랑 연락도 못할 수도 있고 더 이상 못 만날 수도 있어.”

…?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아빠를 더 이상 못 볼 수도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아빠아니야나 아빠 계속 볼 거야.”

미안해 나도 그러고 싶어 솜이야 너랑 계속 있고 싶고 계속 보고 싶은데 어쩔 수가 없어.”

싫다고….” 솜이는 눈물을 흘렸다. “싫어 아빠 나 아빠랑 같이 있고 싶단 말이야… 싫다고.”

미안해 솜이야 밥 맛있게 먹고 이제 아빠는 가봐야 해내일 비행기라서… 미안해… 잘 있어…”

싫어 아빠 가지 마!” 솜이는 아빠의 손을 잡았다.

솜이의 아빠는 솜이 손을 더 꼭 잡고는 말했다. “아빠가 미안해 처음부터 아빠가 너 키워야 하는데… 솜이 엄마 말고 아빠가 곁에 있어줘야 했는데 내가 힘들다고 너 포기해서 미안해… 아빠가 나중에는 꼭 다시 돌아와서 너 결혼하는 것도 보고 애 낳는 것도 봐줄 게 꼭 아빠는 솜이 이번에는 절대로 포기 안 할 거야 약속할 게.” 솜이 아빠는 솜이에게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약속한다고 했다.

솜이는 그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했다솜이는 그렇게 자신의 손을 풀고 아빠가 떠나가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솜이는 눈물이 멈추고 떠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처절해 보이기도 애잔해 보이기도 미안해 보이기도 고마워 보이기도 한 그 모습에 어린 솜이는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리고 지금의 솜이가 한 번 더 눈물을 흘렸다.

솜이는 이 기억이 거의 없었다왜인지는 몰라도 아빠가 엄마랑 이혼을 하고 나랑 더 이상 만날 수가 없다는 사실만은 기억이 나도 왜 만날 수가 없는지를 몰랐다하지만 이 꿈을 꾸고는 솜이는 확실하게 알았다왜 자신의 아버지가 떠났는지 그리고 왜 엄마가 자신을 떠났는지를 둘 다 알게 되었다.


 

29장 미래

솜이는 잠에서 깼다시온은 솜이를 위해서 파스타를 한번 만들고 있었다솜이는 그 모습을 보자 시온에게 달려가 안겼다그리고 시온에게 다시 한번 확신을 얻기 위해서 물었다.

시온아 너는 나랑 평생 함께 있어줄 거지?”

당연하지.”

정말로?” 솜이는 고개를 들어서 시온을 처다 보았다.

당연하지.”

그 뒤로 무슨 일이 있는지는 나한테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둘은 행복하게 가정을 꾸리기 위해 노력을 했고 그에 대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내가 말해줄 수는 있다.

둘은 그 후로 좋은 삶을 이어갔고 둘이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나는 당연히 그 결혼식에 하객으로 갔고 이제부터 이 이야기는 내가 직접 본 이야기이다.

결혼식은 매우 소박했다내 집을 잠시 빌려서 솜이와 시온은 내 집 뒷마당에서 결혼식을 진행했다솜이의 고모 유가영조금은 자란듯한 고모 아들 유태나고모의 남편 정준우사랑반 담임 선생님 무궁화시온의 친구들 장주영곽유리서문동문솜이의 친구 동방신비그리고 주례를 봐주고 사회도 해줄 솜이의 외삼촌이자 선교사인 공현우가 그 자리에 있었다.

현우 씨는 간단하게 결혼식을 마쳤다그리고 나와 시온은 같이 요리를 하면서 여기 참석해 준 모든 사람들에게 밥을 차려주었다나는 양식을 시온이는 한식을 준비했다나는 스테이크파스타피자를 만들었고 시온은 김밥, L.A. 갈비순대떡볶이를 만들었다다들 맛있게 음식을 먹으며 같이 수다를 떨었다그 순간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우리는 모두 순간 당황했다다들 문을 향해 쳐다보고 긴장을 했다나는 그 순간 솜이를 괴롭힌 학생들인가 의심이 들었다하지만 현우 씨는 이를 다르게 봤는지 바로 그곳으로 달려가고는 문을 열어주었다그리고 문 뒤에 있던 사람은 바로 솜이의 아버지 유인성이었다.

아빠!” 솜이가 외치며 인성 씨에게 달려가며 안겼다.

우리 솜이 진짜 많이 컸네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완전 아기였는데.” 인성 씨가 솜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제야 모두들 무슨 일인지를 알아차리고 웃기 시작했다사람들은 인성 씨를 반겼다그리고 다시 수다를 이어갔다나랑 시온도 이제 요리를 전부 마치고 자리에 앉아서 음식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솜이와 시온의 미래 계획도 들고 가영 씨는 태나가 어떻게 잘 자랐는지 말해주고 자신이 임신한 준우 씨의 아이의 이야기도 해주었다주영 씨유리 씨동문 씨는 같이 준비한 축하 노래도 부르고 신비 씨는 솜이가 결혼한다는 사실이 아쉽긴 해도 좋은 사람이 만나서 좋다고 했다궁화 씨는 솜이와 시온의 전 담임으로서 두 사람이 결혼할 걸 알았고 잘 결혼해서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인성 씨는 솜이가 드디어 좋은 가정을 꾸리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현우 씨의 말에 따르면 자신이 평소에 알던 선교사 분이 안식년을 가져 호주로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현우 씨가 혹시 몰라서 인성 씨를 아는지를 물어보았다그러자 그 선교사 분이 알고 호주 가면 만난다고 했다그러자 현우 씨는 가면 혹시 연락처를 받아서 자신에게 줄 수 있는지 물었다선교사 분은 좋다고 했고 그렇게 현우 씨는 인성 씨와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다현우 씨는 솜이가 결혼을 한다고 인성 씨 보고 잠깐 다시 돌아와 달라고 부탁했다인성 씨는 자신의 딸이 보고 싶어 돌아왔던 것이다.

호주에서 이제 일을 정리할 때가 되기도 했고 다시 돌아오라는 본사의 말도 있었기에 정말 운이 좋아 조금 늦기는 했지만 결혼식 날에 인성 씨는 돌아와 솜이의 결혼을 축하해 줄 수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며칠이 지나고 솜이와 시온 인성 씨의 지원으로 신혼여행을 떠나게 되었다그들은 신혼 여행지로 부다페스트를 골랐다이유는 크게 없고 내가 그들에게 부다페스트를 추천했기 때문이다그들은 전부 부다페스트는 정말로 좋은 곳이라고 했다그리고 둘의 신혼여행은 환상적이라고 했다마치 한 곳의 동화 같았으면서도 또 동시에 자신들에게는 큰 감동이었다고 말했다그들이 그곳에 가서 한 것을 전부 들었지만 정확히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나는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그러나 그들의 신혼여행이 마치 한 편의 동화 같기도 한 좋은 이야기였다는 것을 나는 기억할 수가 있었다.

몇 년이 흐르고 시온은 자신이 일하던 초밥 집의 사장님의 도움으로 자신도 일식 요리사가 되고 그 초밥집에서 요리사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솜이는 어떤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대학교를 가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 뒤로 또 몇 년이 지나고 둘은 새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우리는 모두 솜이와 시온을 축하해 주었다새 아이의 태명은 아토라고 한다뜻은 선물 같은 아이라고 선물의 고유어인 아토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그리고 몇 달이 지나서 솜이는 아토를 낳았다아토가 태어났을 때 나는 솜이와 시온에게 이름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솜이와 시온은 그 이름을 쓰기로 했고 그렇게 성나르샤 그것이 그 아이의 이름이 되었다.

유솜이와 성시온은 그들의 아이 유진솔과 성나르샤를 온 맘과 사랑을 다해 길렀고 기르고 있고 기를 것을 다짐했고 아이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행복한 인생을 살게 해 주기로 약속을 한다.


 

30장 서술자

이 이야기를 다 쓰고 나는 솜이와 시온을 우리 집으로 초대했다.

어서 와” 내가 말했다.

야 벌써 이야기를 다 썼어?” 시온이가 나에게 쇼핑백에 든 초밥을 주면서 물었다.

당연하지내가 이름만 작간 줄 알았냐?”

그런 줄 알았는데.” 시온이 말했다

아니거든 야 왜 이렇게 초밥이 많냐?” 내가 말했다.

너 먹으라고.” 시온이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도 많은데 괜찮냐?” 내가 물었다

내가 만든 거야 인건비 없어서 좀 저렴해.” 시온이 말했다.

야 그럼 혹시 지금 우리 이야기를 봐도 될까?” 솜이가 물었다.

당연하지 여기.” 나는 솜이와 시온에게 각각 하나씩 원고를 건네어주며 말을 했다.

우와!” 솜이는 환한 미소를 띠며 감탄했다.

시온은 그냥 만족을 하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앉아서 솜이와 시온은 집중을 해서 그 원고를 읽었고 나는 초밥을 먹기 전에 우동을 만들면서 그들이 이 책을 다 읽기를 기다렸다솜이와 시온은 내가 우동을 다 만들고 초밥과 우동을 먹고 있는 도중에 내가 쓴 이 이야기를 전부 다 읽었다

어때?” 내가 물었다.

너무 좋아!” 솜이가 신나서 말했다. “내 인생 별거 아닌데… 이렇게까지 멋지게 써줘서 고마워!” 솜이는 정말로 이 글에 행복한 미소를 뗬다.

아니야 너 인생이 얼마나 대단한데.” 내가 말했다.

아니야시온이 인생이 더 대단해.” 솜이가 시온을 보면서 말했다.

누구 인생이든 다 대단해그냥 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지.” 시온이 말했다.

그렇지” 내가 대꾸했다.

그래서 솜이가 대단한 거야 이렇게 엄청 잘 그리고 열심히 살았는데.” 시온이 말했다.

아니야 내 인생 별거 없어이렇게 써준 게 훨씬 더 대단해!” 솜이가 말했다.

그렇긴하지야 정말이지 고맙다.” 시온이 말했다. “우리 이야기 별거 아닌데 이렇게까지 멋진 글로 써줘서.”

내가 더 고마워 너희한테 힘들 수도 있고 아플 수도 있는 기억인데 다 떠올려주고 전부 나한테 말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내가 말했다. “너희가 없었으면 이 책은 없었을 거야.”

자자 글 다 쓴 거 축하하러 온 건데 빨리 축하하자.” 시온이 말했다.

야야 잠만그게 사실 이 글은 다 쓴 게 아니야.” 내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럼?” 솜이가 물었다.

우리가 하는 대화까지 글로 써야지 마지막이 돼.” 내가 말했다.”

이것까지 다 담아야 하는 이유가 있어?” 시온이 물었다.

너희들의 마지막으로 한마디가 필요해마지막으로 한 마디씩만 해주라.” 내가 말했다. “이게 이 책의 마무리가 될 거야그러니까 좀 짧게 부탁해.”

음 그럼 나부터 말할 게!” 솜이가 말했다.

그래” 내가 종이와 펜을 들며 말했다.

우선 우리 진솔이랑 나르샤 진짜 아직도 애기인데 아무 탈 없이 아프지 않고 잘 자라서 초등학교도 가고 중학교도 가고 정말로 좋은 딸들로 자랄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고 저랑 시온이는 진짜 아무 탈 없이 서로 좋은 관계를 가져서 계속 결혼 생활 이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세요저희 둘 다 부모님이 그렇게 좋게 흘러가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트라우마가 조금씩 있는데 그거 다 이겨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기도문이야?” 내가 물었다.

… 그런 느낌으로 한말이야그냥 여기에 그런 말을 하면 전부 이뤄질 거 같아.” 솜이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도 좀 짧게 말해줄 수 있어?” 내가 물었다.

…” 솜이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이렇게 별거 없는 제 인생 이야기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았어이제 시온 너 한마디 해줘.” 내가 시온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온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을 꺼냈다.

야 궁금한데 그래서 나한테 얼마 줄 거야?”

아 그건 나중에 물어봐.”

야 유리야 그것도 못 물으면 어떡하냐.”

아 빨리 이야기 끝내야 해 한마디 남겨줘.”

Its the end of the story.

바리스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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