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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

  • 작성자 차윤
  • 작성일 2024-04-08
  • 조회수 140

이제 시험도 15일이 남았다

아니 단두대에 올라가기 까지 15일이 남았다

시험이 다가오면 믿었던 나도 못 믿게 되고 모두가 나의 적이 된다

시험이 다가오면 남의 불행을 빌어보기도 남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단두대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는 건 악한 나를 마주하는 거다

나는 악한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악한 나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나약한 나는 매 시험이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악해질 수밖에 없다

살아 남으려면,그 많은 사형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난 그들의 불행을 빌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죽으라고 손가락질을 보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진짜 단두대에 올라가 그 중 몇명만 남기고 다 사형시킨다 하면 악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나를 향한 신뢰와 휴식이다

그치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누릴 수 없다

쉴 틈 없이 달리고 달려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와야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이제는 도망치고싶지 않다

도망치는 법으로 살아내고 싶지 않다

이제는 진짜 나를 숨기고 싶지 않다

가짜의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진짜밖에 존재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한살 두살 먹을수록 마음의 주름은 늘어나고

그럴수록 난 현실이라는 거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나는 꽃만이 가득한 거울 겉모습만 보고 자라서 거울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동심에서 벗어날수록 세상이라는 벽에 많이 부딪혔다

이제는 나이를 먹지 않아도 주름이 생기는 법을 알게 됐고

더 엄한 단두대에 올라 갈 일은 빨리 오고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덜 엄한 단두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단두대는 단두대다

내 삶이 이런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나의 탓이니까

난 나라는 존재를 외면하고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나에게 의존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든 모든 일을 다 나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그래야 편했으니까

남을 미워하기 보단 나를 미워하는 게 더 편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그게 내가 예쁨 받는 법이었다

지금은 나를 미워하는 나보단 남을 미워하는 나만이 남았다

앞으로의 나에게는 도망치는 삶은 없을 거다

어떤 짓을 해서도 살려고 발버둥을 칠 거고

깨진 돌이라도 붙잡을 거다

두번 다시 심해 속으로 들어가고싶지 않다

남은 15일 동안은 악마로 버텨내여 할 것이다

부디 이런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차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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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길 위에 서있는 다정

이상하게도 제 다정은 언제나 죄악이였어요내 다정과 사랑을 받은 자들은 온통 제게 등을 돌렸어요제가 나누어준 다정과 사랑들은 화살이 되어 제 심장에 박혔어요왜 내 다정들은 화살이 되는지 왜 내 심장에 박힌 화살들은 빠질 생각을 안 하는지내 다정이 뭐가 그리 죄악이라고내 다정이 뭐가 그리 나빴다고사람들은 저에게 사랑과 다정은 나누는거랬어요좋은 건 나눠야 나중에 복으로 돌아온다고근데 왜 저는 복이 아니라 화살이 되어 돌아온거죠?당신네들의 사랑만 사랑이고 당신네들의 다정만 다정인가요? 내 다정과 사랑은 어디간 거예요?감정은 흐르지 못하고 다른 감정에 묻혀요 그냥 그 뿐이에요시간이라는 길 위에서 우린 한없이 길을 잃어버려요과거의 일인지 미래의 일인지 착각하며 후회와 망상을 해요그러고선 현재를 뭉개버리죠내 다정도 그렇게 뭉개진건가요?길을 잃어버리면 우린 왔던 길을 되돌아가거나,혹은 그 자리에 머물러 사람이 올 때까지 기다리죠하지만 저희가 서있는 시간이란 길은 달라요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갈 수도, 그 자리에 머물 수도 없어요뒤를 돌아보면 돌로 변해버릴지 몰라요우리는 한 번도 시간의 길 위에서 멈춰본 적도 돌아가본 적이 없어서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뿐이에요그래서 우리가 있는 시간이란 길에선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고요날 찾을 수도 없어요 내가 보이지 않나봐요 내 다정처럼그래서 제 다정은 시간과 같아서 멈출 줄 몰라요그래서 제 다정은 후회와 망각을 해요그래서 제 다정은 돌로 변해버려서 꿈쩍도 못해요 그렇게 제 다정은 시간이란 무거운 돌에 짓눌러서 뭉개져요다정은 또 다른 다정을 낳는다는데 제 다정은 악을 낳나봐요그러므로 전 이제 다정을 숨길 거예요 몰래 숨어서 다정을 나누어 줄 거예요

  • 차윤
  • 20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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