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
- 작성자 차윤
- 작성일 2024-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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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험도 15일이 남았다
아니 단두대에 올라가기 까지 15일이 남았다
시험이 다가오면 믿었던 나도 못 믿게 되고 모두가 나의 적이 된다
시험이 다가오면 남의 불행을 빌어보기도 남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단두대에 올라갈 준비를 한다는 건 악한 나를 마주하는 거다
나는 악한 나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악한 나를 마주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나약한 나는 매 시험이 내 인생을 결정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악해질 수밖에 없다
살아 남으려면,그 많은 사형수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난 그들의 불행을 빌수밖에 없다
어떤 이들은 이런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죽으라고 손가락질을 보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들이 진짜 단두대에 올라가 그 중 몇명만 남기고 다 사형시킨다 하면 악해지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나를 향한 신뢰와 휴식이다
그치만 지금은 그 어떤 것도 누릴 수 없다
쉴 틈 없이 달리고 달려 그들 사이에서 빠져나와야한다
그래야 살 수 있다
이제는 도망치고싶지 않다
도망치는 법으로 살아내고 싶지 않다
이제는 진짜 나를 숨기고 싶지 않다
가짜의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상에는 진짜밖에 존재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아니었다
한살 두살 먹을수록 마음의 주름은 늘어나고
그럴수록 난 현실이라는 거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나는 꽃만이 가득한 거울 겉모습만 보고 자라서 거울 속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동심에서 벗어날수록 세상이라는 벽에 많이 부딪혔다
이제는 나이를 먹지 않아도 주름이 생기는 법을 알게 됐고
더 엄한 단두대에 올라 갈 일은 빨리 오고있었다
지금은 그나마 덜 엄한 단두대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단두대는 단두대다
내 삶이 이런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닌 나의 탓이니까
난 나라는 존재를 외면하고 그저 겉으로만 보이는 나에게 의존했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있었든 모든 일을 다 나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그래야 편했으니까
남을 미워하기 보단 나를 미워하는 게 더 편했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었고
그게 내가 예쁨 받는 법이었다
지금은 나를 미워하는 나보단 남을 미워하는 나만이 남았다
앞으로의 나에게는 도망치는 삶은 없을 거다
어떤 짓을 해서도 살려고 발버둥을 칠 거고
깨진 돌이라도 붙잡을 거다
두번 다시 심해 속으로 들어가고싶지 않다
남은 15일 동안은 악마로 버텨내여 할 것이다
부디 이런 나를 미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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