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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오래오래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04-27
  • 조회수 176

보고 싶다가끔 생각하는 이 단어에는 애틋함이 묻어있는 것 같다.

 

*

 

사랑이란 게 뭘까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사랑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또는 그런 일.’ 이라고 한다이 정의는 우리가 넓은 의미의 사랑에 대해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하지만 넓은 의미라는 뜻은 좁은 의미를 포함한다는 뜻도 될 수 있을 테니직전 수필인 자주 바쁘고 가끔 슬픈 사람이 되고 싶다에서 언급한 그 친구를나는 사랑한다고 감히 적고 싶다.

 

*

 

그러니까이 글은 내가 조심스럽게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은 친구에 대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다소 전형적일 수 있지만 내게는 너무 소중한.

 

*

 

저번 글에서는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친구와 멀어진 이유에 대해서 적어볼까공교롭게도 그것 또한 내가 그 친구를 사랑했기 때문이다이때 사랑은앞서 말한 넓은 의미의 사랑이 아닌...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또는 그런 일.’

사실 사랑이라고 적기에는 조금 간지럽다나도 늘 좋아한다고만 표현해 왔고사랑은 더 깊은 층위의 것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해서 그 애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겠지만정말 무언가... 다양할 정도로 그 애를 사랑했다. (아이낯간지러워라.)

 

대개의 짝사랑이 그렇듯이 슬픈 결말로 끝이 났고한동안은... 연락조차 끊겼었다친구로 지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는 그 애의 말에 크게 상심했던 기억이 있다다만 그때에도 그 애는 얼마나 다정한 아이였는지잘못을 내가 아닌 제 쪽으로 돌리곤 했다직접 적을 수는 없지만 나는 그 문장에 갇혀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멍청하게도 너는 다정한 위선자일 거라고그래서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끙끙거리면서.

 

*

 

첫눈에 반했다라는 표현이 거의 들어맞을 정도로 그 친구는 첫인상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 사람이다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는 게임을 좋아해’, 말하던 그 모습.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보일까 봐 한참 부정했었지만저번 글에서 적었듯이 시를 쓰게 한 사람꿈을 꾸게 한 사람일기장 한구석에 적어놓았듯, ‘내 세계를 반쯤 만들어 놓은 사람’... 과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문학적인 과장이라고하지만 그 친구 덕에 나는... 취향이 많이 변했다사실 글부터가저번 글에서부터 꾸준히 언급했지만쓸 생각이 없었는데... 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변화가 아니었을까.

 

*

 

어찌 되었든지금 우리는 다시 친구가 되었다아주 우연찮은 기회로.

 

*

 

3월 초였고그때의 나는 작년부터 기획한 동아리를 준비하느라 다른 곳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그 친구와는 항상 못 본 척모르는 사이인 척 지나가기 일쑤였고당연히 그 아이가 나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때도 나는 그 친구가 신경 쓰였다이성적으로 좋아하겠다는 마음은 이미 접은 상태였지만그래도 어떻게 아는 사람을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싶었기 때문에너무 괴로운 나날이었다시간은 흐르는데정말이지 자주 바쁘고 가끔 슬픈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슬퍼지고자 해도 시간이 없었다3이라는 압박감에 이제는 자연스레 취미가 되어버린 글 쓰는 일까지 하지 못하게 되어버렸는데... 교과 공부를 하고 그 외에도 할 일을 하다 보면 슬퍼할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그 정도의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바빴다. (공부를 하고또 공부를 하고...)

 

동아리 홍보지를 붙이고 나서도 신청서를 재깍재깍 확인하지는 못했다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 애는 당연히 신청서를 넣지 않았고 그것이 쭉 지속될 거라고 생각했다복도에서 마주치거나 급식실에서 마주치거나 이동수업에서 마주치거나 방과후에서 마주치거나... (마주칠 곳이 참 많다.) 미묘하게 감도는 어색한 기류를 그 애도 나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에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애의 희망 분야 동아리는... 이미 꽤나 많은 수로 개설이 되어있었다그곳을 놔두고 내가 개설한 동아리에 들어올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에기대는 이미 접어둔 상태였다그런 상상조차 한 적도 없었고...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어느 날 동아리 신청서를 확인해 보니 그 애의 이름이 뿅하고 적혀있었다. (정말 ’ 이라는 소리가 났던 것은 아니다.) 관용 표현처럼 눈을 비비고 다시 화면을 바라보았다진짜였다이게 무슨 일인지... 꿈인지... 생시인지...

 

그 애가 동아리에 들어와서 얻는 이점이 뭐지생기부... 하지만 다른 동아리도 있는데굳이우리 동아리 이름이 멋져서 그런 건가그렇다면 인정이지그래도 나 같으면... 이런 사이로 지내는 사람이 있는 동아리에는 안 들어왔을 것 같은데... 지금 들어와봤자 나랑 할 수 있는 게 디스랩 배틀 밖에 더 있나내가 만든 동아리인 걸 몰라서 들어온 건가알아채고 나서 탈퇴하면 안 되는데. (동아리 인원수가 한 명 한 명이 중요한 상황이니까.)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정말이지잡다한 시간이었다...

 

*

 

방과후에서조심스럽게 다가가 그 친구에게 말했다.

 

혹시 너우리 동아리 들어와도 괜찮을 것 같아불편하지 않겠어?

 

의외의 대답이었다나는 당연히... 너희 동아리였어당장 나가야지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불편하지 않다고네가 괜찮다면 자기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횡설수설하며 나도 말했다생기부 채우기는 좋을 거야동아리 담당 선생님도 좋으시고자습 시간도 많이 줄 거고여러 가지 활동도 많이 할 거고...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동아리는 이름이 멋지니까생기부에 적으면 멋있을 거야그리고...

 

... 다시 친구로 지내는 건 불편하겠지?

 

다시금 말하는 괜찮을 것 같다는 말에 나는 굉장히.............. 괜찮은 마음이 되었다내가 자기를 싫어할까봐 거리를 두었다고 하는 말에 놀라기도 했고내가 너를 어떻게 싫어하겠니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다나는 지금 너에게 너무 감사한걸......

 

그렇게 우리는 다시 친구가 되었다정말 우연찮은 계기였다... 그 애가 동아리에 들어오지 않았거나내가 방과후에서 말을 걸지 않았다면 아직도 어색하게 지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

 

그리하여 지금도 친구로 잘 지내고 있다그럼에도 왜 굳이 사랑하는’ 친구라고 칭하며 이 글을 적는가 하면내 감정을 보다 잘 정리하기 위해서솔직하게 적자면 나는 그 애를 통해 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그동안 적은 글에는 나 자신도 알게 모르게 그 애에 대한 사랑이 담겨있곤 했다이제 그 사랑을 다시 정립하고 싶다조금... 기괴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앞으로도 그 애에 대한 마음은 내 글에 담길 것 같기 때문이다그만큼 그 애와 나의 글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그렇다면 다시 앞서 말한 얘기로 돌아가서제대로 된 정립을 하는 것이... 필요할 것만 같다이하 적을 내용들은 아마 모두 그런 내용일 것이다조심스럽게 오래오래 사랑하고 싶다는 내용.

 

*

 

동아리에서 토론을 하면서도 그런 내용을 말했었다. ‘아가페’.

 

전적인 사랑, ‘나는 네가 무엇을 하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사랑할 거야’. 때로는 신이 인간에게부모가 자식에게 하는 사랑으로 비유되기도 한다나는 그 애를 그렇게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내가 그 애의 신이나 부모가 될 수는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나는 친구로서의 자리에 만족한다.

 

그래도 네가 항상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었으면 좋겠어욕심인 건 알지만 연인의 모습이 아니더라도 오래 네 옆에서 있고 싶다그냥 네가 잘 사는 일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어물론 너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누군가 돕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겠지그냥 옆에 있고 싶다는 소리야...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그 친구를 생각하면.

 

*

 

(많은 내용을 썼다가 지웠다꼭 적지 않더라도 다음 문장을 남기면 설명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

 

나는 그 친구를,

 

조심스럽게 오래오래사랑하고 싶다.

 

보고 싶다.

눈금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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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바쁘고 가끔 슬픈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엔 그렇다. 정작 바쁘게 하는 것이라곤 책을 읽고 탄산수를 마시고, 박하사탕을 씹는 등의…. 지극히 사소한 것들이지만. 책을 최근 들어 많이 빌리고, 샀다. 산문집 9권, 시집 4권, 고전 소설 9권과 현대 소설 1권 (그리고 문제집 1권…?).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읽는 행위에 골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요즈음 글을 쓰면서 어휘력의 한계를 많이 느끼고 있고,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투입되는 활자의 양을 늘려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판단이었을까? 시기상으로는 적절치 못한 것 같다. 나는 고3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다른 고등학생들이 그렇듯 공부에 집중해서 보내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공부를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나가 매일 방과 후(정규 수업이 없는 데 방과 후…. 라는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만은.) 수업을 듣고 그에 따른 과제를 푼다. 하지만 기숙학원에 들어가는 학생이나, 방학 특강을 들으러 10시간 가까이 학원에 갇혀 있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걸 생각하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태도인 것 같다고 스스로 느낀다. 눈앞에 있는 아주 적은 양의 과제를 끝냈다고 만족하는 모습이란…. 조금 어리석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어리석은 건, 제목에서 ‘슬픈’이라는 단어를 넣은 것처럼, 고3치고는 너무 슬퍼하고 있다는 것…. 고3이 되는 것에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다행일 것이다. 내가 고3에게 바라는 인간상이 다소 비인간적임-필요한 곳에만 감정적 에너지를 쓰고, 크게 동요하는 일 없이, 공부를 위해서 생활하는-을 고려한다고 쳐도, 아니, 솔직히 비인간적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든 지금 나는 나 스스로 고3에게 요구하는 기준에 많이 어긋나있다. 공부를 위해서 산다기엔 절대적 공부량이 너무 적고, 다른 취미 생활도 너무 많고, 무엇보다 속상한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마음을 제대로 다잡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이러한 점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6일 전에 쓴 일기 비슷한 것을 보면어쨌든 공부에 힘을 쓰는 것도 에너지가 소비되기에 그걸 사람에게 쓰기는 조금 아깝다(이런 표현이 좋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고 느낀다고 적어놨는데. 그걸 알면서도 하루하루를 슬퍼하면서 보내는 게 맘에 들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적자면, 가장 소중했던 친구와 거리를 두게 되었다…. 정도로 적을 수 있을까. 시간이 조금 흘렀다면 흐른 것 같고 아니라면 아닌, 미적지근한 시간이 흘러서 지금 이렇게 글을 적는 것도 경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 오래 생각하고 서로(물론 멀어진 만큼 그 친구의 생각을 더는 알 수 없겠지만은) 그 일을 성숙하게 바라볼 수 있을 때쯤에 이런 글을 적어야 하지 않나? 싶지만. 경솔함이 이성을 앞선다. 슬픔이 바쁨을 앞서듯이. * 그 친구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말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많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딱 한 가지만 적자면 그 친구는 내가 시를 쓸 수 있

  • 눈금실린더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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