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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패배자가 될꺼야

  • 작성자 아마도생선
  • 작성일 2007-02-03
  • 조회수 2,942

하지만 문은 꼭꼭 걸어 잠겨 있었어. 길 따위는 보이지도 않았다구. 그런데도 아빤 그런 것들이 있다고 믿고 있었어. 그런 게 있다 해도 내겐 애초에 그걸 통과할 힘 따윈 없어. 아빤 자신이 날 하나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해. 아니! 내가 더더욱 그렇다는 걸 알아야해." - [BUG]


갈매기의 꿈

넌 그렇지 않았니? 네가 가고 싶은 길, 네가 가야했던 길, 네가 걸어오던 길.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니? 아무 잘난 것 없이 어른이 된 너를 반갑게 맞이해 줄 그 어떤 이도 이곳엔 없다는 것도. 이래야 하는 것. 저래야 하는 것. 그들이 정해놓은 규칙을 따라 네 팔뚝에 낙인처럼 찍힌 붉은 글씨의 불합격 도장에 눈물 흘린 적은 없었니? 말끔한 차림에 웃음 띤 얼굴. 세상이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즐거운 그들의 안으로 나는 들어갈 수 없을까. 세상의 버그가 날 이렇게 만든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의 버그인걸까. 세상이 날 망가뜨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세상을 병들게 하는가. 넌 조금도 궁금하지 않았니?

나도 가끔은 묻기도 했지. 분함을 참지 못해 울기도 하고, 며칠을 굶은 거지처럼 빌고 매달려 사정도 해봤어. 하지만, 언제나 그의 대답은 똑같아. 나의 이야기는 듣지 못한 듯 엉뚱한 말만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이지. "너에겐 꿈을 이룰 자유가 있어. 아무도 그걸 막을 순 없어" 마치 날개 부러진 갈매기에게 그런 헛소리나 지껄여 대던 새대가리 조나단처럼 말이야. 빌어먹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난 날 수 없다니까. 그리고, 날고 싶지도 않다니까. 새라고 해서 모두 날아야하는 건 아닌거잖아. 모두 하늘을 나는 꿈을 꿔야 하는 것도 아닌 거잖아.

"Choose life. Choose a job. Choose a career. Choose a family. Choose a big fucking television, choose washing machines, cars, compact disk players and electrical tin openers... choose DIY and wondering who the fuck you are on a Sunday morning. Choose sitting on the couch, watching mind-numbing, spirit-crushing game shows, stuffing junk food into your mouth. Choose rotting away at the end of it all, pishing your last in a miserable home, nothing more than an embarrassment to the selfish, fucked-up brats you spawned to replace yourself. Choose your future. Choose life. But why would I want to do a thing like that?" - [Trainspotting]


dear Me

나는 달리고 있었다. 이유도, 목적도 몰랐다. 그저 달리고 있었다. 점점 더 커지는 심장박동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젊음은 너무나 소중하다고... 사람들은 말했지만, 세상에서 젊음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내게 있어 젊음이란 건 거추장스러울 뿐이었다. 난 그저 모든 걸 빨리 끝내고 싶었다. 왠지 인생이란 성의 있게 살수록 손해인 것 같았다.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해있는 문. 그것이 그 시절 내가 원하던 전부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의 노예 중 단 하나도 순순히 빼앗기려 하지 않았다. 하늘이 제아무리 넓고 아름다울지라도 물고기는 그 곳에서 살 수 없다. 나는 벗어나야 했다. 도망쳐야 했다. 정신적 사랑의 육체적 완성이라는 구역질나는 이야기도 들었다. 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한심한 놈들도 보았다. 내가 원한 것은 그저 여자. 암컷의 생식기를 지닌 동물. 그 뿐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반질반질한 얼굴이나 탐스러운 몸매, 사려 깊은 마음이나 말뿐인 교양 같은 것들은 포장지와 같은 것이다. 이런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진짜만을 보고 싶었다. 진실만을 보고 싶었다.

탕!탕!탕! 탕!탕!타-당! 그렇게 난 달리고 있었다. 이유도, 목적도 몰랐다. 그저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목적이 없다고 의미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 나의 스무살 무렵으로부터.

아마도생선
아마도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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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 아마도생선
  • 2007-01-24
호주콜링

호주에서 반가운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많은 시간 보지 못하던 녀석의 전화에 우린 이런 그리고 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았다. 그 녀석은 내 능글 맞음이 6년전과 똑같다고 말해주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깎여 더욱 견고해진 나의 능글맞음은 변함없는 내자신인가 아니면 변해버린 나의 모습인가 하는 상념을 뒤로한 채 실없는 농담을 늘어놓았다. 그녀석은 최근 커다란 파도를 겪었음을 넌즈시 알려왔고 나는 얼마전 나에게 낙지볶음을 사주었던 아이에게 그랬던 것 처럼 내가 할 수있는 말과 하고싶은 말의 교집합을 찾으려 애쓰다 결국엔 다시 농담-끝나지 않을- 을 던졌다. 사람이 진정으로 사람의 내면을 어루만질수있으까 정말 애쓴다면 그것은 일할이푼오리 정도의 성공율을 보일수도 있을 것이다, 나머지 팔할 칠푼 오리정도는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는 것이기에 나는 수없이 고민한다. 모든 세계의 것들은 우주로 연결되어 내 사고의 영역을 벗어난다. 뻗혀버린 철사같은 끈들을 다시 나의 내면 속으로 끌어 담을 숭 있게 나는 눈을 감는다. 즉자존재의 한계를 벗어난 대자존재의 직면에서 타인을 담으려한다. 호손이 주홍글씨에서 말했던 타인의 감정을 속이는 가장 큰죄를 짓지않기 위해서 호주에서 케이블을 타고 온 녀석의 따스히 던져지는 목소리에서 뜨거운 버너불위에 지글거리는 낙지를 입에 넣으며 인상을 찌푸리던 눈물로 심하게 부어있던 녀석의 눈 앞에서도 나는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때론 원고지 백장의 말들을 한마디 빈말로 대신해야하는 그런 날들이 존재한다.

  • 아마도생선
  • 2006-11-25
시작의 시작

   작가 황석영은 그의 작품 [심청]에서 한국의 문명사적 탐색의 시각을 근대사에 적용시켜 근대사의 질곡을 뛰어넘은 차원을 넘어 우리 고전의 인물을 세계사의 물결위에 새롭계실어서 문명사적 문제들을 세계사적 차원에서 보여주고있다. 우리 고유의 것이 세계서의 일렁이는 물결위에서 새로운 형질의 가치를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좁아지고 있고 한국에서 머무른다는 것은 곧 좁은 세계안에 갇혀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 삶의 시작은 경험으로 부터 시작된다. 바람의 딸 한비야가 그러지 않았던가, 한국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세계를 누비며 살라고, 나도 그것에 동의한다. 그러나 그런 삶을 준비하기엔 한국 고등학생이 일상생활 내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이는 곧 사유의 폭의 제한성으로 이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손을 내민 여행의 기회는 삶을 더 넓게 하는 기회와 동의어일 것이다. 동래고의 수학여행은 일본으로 결정되었고 한국을 벗어난 일본이란 새로운 국가에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것과 생경한 언어 사이에서 어떠한 정체성을 획득하는 것, 여행은 결국 자신을 찾는 것이다.  햇볕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좋은 날씨가 머리위로 왔고 배가 바다를 헤쳐가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여객터미널 내의 우리들의 숨소리가 한명도 빠짐없이 그 숨결을 더한 후 우리는 바다를 향하는 배 위로 몸을 실었다. 잠시 후 배는 현해탄의 일렁이는 파도로 그 묵직한 뱃머리를 돌렸다. 배는 파도의 부딫침과 함께 울렁거렸다. 우리의 콧구멍 역시도 무척이나 벌렁거렸으니 이는 새로이 맞닥드리게 될 세계에 대한 설레임과 두려움사이의 오묘한 화학반응에 연유한 현상이었다. 우리들의 벌렁이는 콧구멍의 아래에 위치한 터진 입은 끊임없이 일본에 대한 어줍잖은 지식과 자신의 감정들에 대해서 두서없이 늘어놓았다.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공항으로 향했다면 가질수 없었을 기다림의 기쁨을 우리는 한껏 누렸다. 기다림은 양가적이다. 이 기다림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지만 한편으로 기다림이 촉발시킨 설레임과 흥분의 감정을 누리고 싶어한다. 밤 바다의 파도 소리처럼 깊고 서늘하게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가고있었다. 창밖으로 내려다본 밤의 바다는 전지현의 머릿처럼 검게 찰랑거렸다. 선체에와서 부딫칠때마다 두피처럼 하얀 기포를 생성시키곤 이내 사라지곤했다. 바다의 영원성과 거품의 일시성, 바다가 영원한 동안은 거품 역시도 무한히 많은 순간에 꽃처럼 피어날 것임을 보았다. 이 여행역시 우리의 삶에서 순간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그 순간이 차지할 영원의 가치를 잊진 않겠다고 다짐했다. 파도 위의 배 안에서 잠깐 눈을 붙이자 해가 다시 떠올랐고 우리는 일본 열도에 서있었다. 시모노세키에서 처음 일본임을 알려준것은 여러 가게의 간판들과 오른쪽에 있던 운전석이었다. 버스의 운전석은 우리와 달리 오른쪽에 위치해있었고 차들은 도로의 오른쪽으로 달렸다. 도로의 오른쪽으로 끊임없이 달려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아소산이었다. 평탄한 아소산을 얼마정도 오르다보니 매캐한 유

  • 아마도생선
  • 200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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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확실히 그저 단정하는 투로 말씀하신 건 펜끝의 자유 님의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반응이 나온다면 조금 그렇겠지요. 여하간에 오해 풀었으면 다행입니다.

    • 2007-02-08 23:15:4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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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해있는 문. 그것이 그 시절 내가 원하던 전부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세상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의 노예 중 단 하나도 순순히 빼앗기려 하지 않았다." -본문에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인지요? 구체적으로 글을 써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겠지요.

    • 2007-02-08 20:06:10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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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네! 저도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ㅠㅠ 님글에는 항상 포스가 느껴져..^^

    • 2007-02-08 13:15:1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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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는트레인스포팅에나온대사입니다. 전 펜끝의자유님의 말을 부정적으로 이해했고요, 여긴블로그가아닌데.ㅋㅋ 정도면 비아냥거림으로 받아들여질만하지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예민했다면 사과드리죠. 넷상댓글은 세심한 주의를 요구하는것입니다.

    • 2007-02-07 23:44:2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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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치시네...

    • 2007-02-07 21:55:3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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