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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프러스 나무

  • 작성자 검은강아지
  • 작성일 2011-01-12
  • 조회수 1,834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프러스라는 나무가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는 엄청 크게 자라는 나무이다. 훗날 나무가 완전히 자랐을 때 서로에게 그늘을 지우지 않을 만큼 어린 묘목부터 뚝 떼어서 심는다고 한다. 나에겐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서로에게 그늘을 지우지 않고 오랫동안 지내고 싶은 친구가 하나 있다. 나는 자라면서 유난히 친구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 늘 친구를 사귀면서도 진짜 친구라고 생각해보지 않았고 커서도 연락하고 지낼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 앞에 거북이를 닮은 친구가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이기 시작했다. 외모가 거북이를 닮은 게 아니라 툭 치면 껍질 속으로 숨어버리는 습성이 닮은 친구.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지만 조용하고 도도해보이고 공부도 잘한다고 소문났고….늘 자기 혼자만 고고한 척 해 보이는 , 나랑은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듯 보이는 그 애가 괜히 미웠다. 어렸을 적부터 알던 사이라 엄마 역시 그 애를 알고 항상 나와 그 애를 비교 하셨다.


[니 친구 ○○좀 봐라, 걘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착하다고 하더라~]


엄마는 늘 입이 닳도록 그 애 칭찬을 하셨고, 나는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그 애에 대해 더 삐뚤어진 생각을 가지게 됐다.


[‥누가 내 친구야!! 난 그런 애랑 친구 한적 없거든!! 걔~ 학교에서는 완전 애들 사이에서 싸가지 없다고 소문났어!! 엄만 잘 알지도 못하면서!!!]


급기야 나는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그 애에 대한 내 삐딱하고 신랄한 생각을 합리화 시키려 했다.


그래서 중학교에 진학하고도 아는 척 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중3 겨울 방학 때, 즉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을 때, 우연히 나간 성당에서 그 애 역시 나와 같은 고등학교에 배정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때마침 성당이 행사기간이라 우연히 정말 우연히 그 애와 행사 중 하나를 같이 하게 되었고, 그게 계기가 돼서 우리는 서로 핸드폰 번호를 교환 했다. 그뿐 이였다. 딱히 연락을 자주 한 것도 아니었고, 그 애는 그냥 내 핸드폰 주소록에 그저 이름 세 글자만 차지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같은 학교에 배정을 받은 상태였지만 오히려 다른 학교에 간다는 성당 친구랑 더 자주 연락을 할 정도로 나는 더 유별나게 그 애에게 무심했다. 그런데 이렇게 못되게 굴던 나에게 변화를 준 사건이 있었다. 내 생일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거의 항상 방학중이여서 아이들과 생일파티는커녕 생일선물조차 기대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성당을 가는 날과 생일이 겹쳐 내 생일 때 그 애와 만나게 되었다. 정말 혹시나 내 생일을 누가 알아줄까 하는 기대감 없이 간 성당에서 마주친 그 애는 한참을 내 앞에서 꼼지락 거리더니 작은 조각케익 하나를 내주었다. 내 얼굴엔 순간 당혹감이 스쳤고 그 애는 정말 순진하게 [안 받을 꺼야?]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았다.


[이게 뭐야?]

[아, 응~ 성당 오다가 그냥 빵집이 보이 길래 샀어. 오늘이 네 생일이라고 해서.]

 

선뜻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거의 떠맡기듯 조각 케익을 쥐어준 그 애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급하게 사느라 편지는 못 썼어~ 미안해~]


아이구야 선물도 황송한데 편지까지?

 

[아‥ 괜찮아…]


또 내가 괜찮다니 울상을 지었던 얼굴을 활짝 웃으며 넌 성격이 좋아서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둥 생일 빵을 맞으라고 등을 퍽퍽 쳐대는 둥 난리를 피웠다. 맞으면서도 웃었다. 오랜만에 눈까지 내린  영하의 날씨였지만 따뜻했다. 집에 와서 받은 조각케익을 가지고 한참을 자랑했다 엄마 아빠 언니….


[엄마!! 봐봐 ○○이가 준거야!!]

[아빠 나 오늘 케익 받았어!!]

[언니 이것 봐! 나 오늘 생일 케익 받았다니까? 쩔지? 맛있겠지? ]


겨우 조각 케익 하나 가지고 그러냐는 언니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나는 전화까지 해가며 은근슬쩍 자랑을 했다.


[여보세요! 응~응! 나 오늘 생일이잖아~ 선물? 아~ 받았지~~ 케익받았어 케익! ]


언니에겐 겨우 조각 케익일 줄 몰라도 나에게는 선물이 아닌 따뜻한 마음 이였다.

그 후로 많은 게 달라졌다. 삐딱하게만 보이던 그 애와는 점점 더 친해 졌고 그 애에 대해 더 많은걸 알게 되었다. 성격이 내성적 이여서 늘 오해를 받고 건들면 거북이 같이 숨어버리는 그 애는 내 친구다. 사이프러스 나무처럼 서로에게 그늘을 지우지 않고 오랫동안 지내고 싶은 가장 친하고 믿을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친구.

곧..생일이 다가 오네여....서..선물좀....ㅋㅋ

검은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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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어? 베디님 진짜요?ㅋㅋㅋㅋㅋ 진짜 주소 적습니다?ㅋㅋㅋㅋ 폰번부르세요 ㅋㅋ

    • 2011-01-14 12:39:0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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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書池

    주소를 입력하시면 보내드리죠 ㅋㅋㅋ 생일이 언제인데요?

    • 2011-01-13 19:15:52
    書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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