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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라는 이름으로.

  • 작성자 빈(彬)
  • 작성일 2005-08-24
  • 조회수 277

 

 

             '로즈마리'라는 이름으로.


 

  은은하기도 하고 깊기도 한 향의 로즈마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허브다. 이 로즈마리향은 내 일기장에서 진하게 풍겨져 왔다.

  5학년때 선생님의 소개으로 안네의 일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을 읽으며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유태인이이라는 이유만으로 힘들어 하는 안네는 일기장 케티로부터 힘을 받아 꿋꿋히 버텨가는 모습에 나도 늘 용기를 잃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도 내 일기장 친구를 하나 만들었다. ‘로즈마리’라는 이름으로.

  그날부터 나는 내 하루를 나만의 습작으로 만들어 갔다. 안내가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힘들어 한 것처럼 나도 그땐 왜 그렇게 학원을 가기 싫었는지. 친한 친구가 학원을 가지 않고 학교에 남아서 놀때면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학교를 마치면 바로 학원에 갔다가 머리가 터질만큼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면 무거운 발검으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그것이 너무 싫어서 학원을 가지 않는다고 엄마에게 늘 말했다. 며칠 학원을 가지 않는 날이면 그 다음날은 밀린 것 까지 모두 해야 했으니 매일매일 귀찮고 지겨운 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안네에게 매일 말했다. ‘오늘 또 학원을 갔어~ 내 친구들이 학교에서 잠자리도 하고 술래잡기를 하는 것을 보니 나도 같이 놀로싶어서 학원을 얼마나 가기 싫던지.’하며 나의 마음을 털어 놓았다. 로즈마리는 늘 내 말을 들어주며 함께 나눈 이야기가 많다. 그러고 보면 나도 로즈마리와 함께 안네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였다. 안네는 그때도 용기를 잃지 않은 것처럼 나도 힘들었지만 안네가 되고 싶은 생각에 로즈마리를 보면서 힘을 내었다. 가끔 그림을 그리고 싶을때엔 그림을 그리고 또 로즈마리에게 늘 나의 하루를 들려주었다. 내가 읽은 책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로즈마리는 늘 즐거워 했다. 그렇게 내 일기장에서도 로즈마리 향기가 진하게 나기 시작했다.

   문득 로즈마리 생각에 일기장을 펼쳐 보았다. 어릴 때 쓴 것이라 그런지 군데군데 웃음을 짓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 학원이야기도 친구들 이야기도. 그런데 더욱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바로 진짜 로즈마리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는 초등학생이었기 때문에 로즈마리 곳곳에 선생님의 메모가 조금씩 남아 있던 것이다. 나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머금어 졌다. 어쩌면 진짜 로즈마리는 내 마음속에도 있었지만 진짜로 있었던 것이다. 로즈마리를 넘길때 마다 보이는 보라색 메모에 내 가슴을 뜨거워 졌다.

  로즈마리의 향기는 은은하지만 깊다. 그 깊은 향기는 선생님 옆에서도 깊게 풍겨져 온다. 지금도 그 깊은 향기는 내 콧속을 간지럽힌다.

빈(彬)
빈(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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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어릴 때 쓴 것이라 군데군데 웃음을 짓게 하는 것들이 많았다'라고 했는데 웃음을 짓게 만든 글이 어떤 것이었는지 옮겨 적었다면 좋았을 것입니다. 또한 초등학생때 선생님이 써 주신 보라색 메모 어떤 글귀가 적혀져 있었는 지도 궁금합니다. '가슴이 뜨거울 정도'라고 표현했는데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언급했다면 좀 더 사실감이 느껴졌을 것입니다.

    • 2005-08-30 02:56:1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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