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 작성자 스핀무브
- 작성일 200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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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28
- 기능반 방학 훈련이 시작되었다.
나는 의자에 앉아있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지만 비가 오는 것은 볼 수 없다. 나는 이곳이 어딘지 알고 있었다. 기능반이라는 동아리였다. 그리고 첫 번째 학기가 끝날 무렵, 즉 방학이 시작될 무렵부터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될 무렵까지-방학 내내-그렇게 계속 앉아있어야 한다는 사실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학생으로서 해야 할 본분이었다.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든 뭐든 간에. 아주 당연한.
나는 군말 없이 그런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기로 결심했다.
-Study. 혹은 훈련.
눈으로 책에 빼곡히 적혀있는 글자들을 하나하나 빠르고 조심스럽게 읽어나간다. 중요한 것은 머릿속 더더욱 깊은 곳에 넣어두고,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뇌의 다른 한편에서는 그 모든 것들을 이해하기위해 끊임없이 조합하고 분해하고 그리고 다시 조합한다. 그런 식으로 나는 ‘공부’라는 것을 조금씩 씹어 삼키며 소화해나간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한건 그런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들은 강한 것인가, 아니면 바보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은 불편한 의자 위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냈다. 그러나 나는 매번 깨닫고 있다. 의자를 갈아 치워버려야 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안락하고 편안한 의자로 대체해야 하다는 사실을.
뭐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그래, 정확히 말하면 느끼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자세라는 것이 다 그러하듯 일단 불편한 상태로 계속 있으면 몸이 뻐근함을 빨리 느낀다. 특히 허리 쪽이 상당히.
“불편해.”
참다못해 처음 튀어나온 말이다. 내가 잘못 앉아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짜증나."
며칠이 조금 더 지났을 때 튀어나온 말이다. 도무지 훈련이라는 것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척추가 휘어버릴 것 같았다. 힘이 들어가지 말아야할 곳에 힘이 들어가고 몸만 더욱 뒤척이게 만들었다. 하지만 참았다.
"젠장."
그러나 조금 더 지나자 욕까지 튀어나왔다. 참았지만 너무 힘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멍청하다. 아니 대단하다.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야? 그 녀석들은 군말 없이 열심히 훈련 중이다. 나는 혼자서 ‘의자’와 계속해서 싸웠다. 자세를 고쳐 잡고 바르게 앉았다. 나도 제대로 내 종목에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고.
그 뒤로 며칠 뒤-
"씨X."
결국 이런 상욕까지 내뱉고 만다.
"이런 X같은 의자. 대체 어떻게 앉아있으라는 거야!"
참을성의 한계다. 머리를 마구 쥐어짠다. 그런 모습을 아이들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못 앉아 있겠어! 괴롭다구!!”
기가 막힌 것은, 나는 그것을 무려 2년간 참아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기가 막힌 것은, 2학년 겨울 방학 때 나는 그곳을 나왔고, 그 하루 뒤에 기능반은 불편한 그 의자를 아주 아주 편한 의자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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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인이 쓴 시에서는 ‘의자’라는 것이 사람들이 남기고간 추억들의 매개물로 표현되었더군요. 하지만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어떤 상황위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가. 안락하고 편한 의자는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고 일 능률을 향상 시키잖아요. 그러나 불편한 의자는 곧 불만을 토로하게 만들죠. 부조리한 사회 위에 있는 서민들이든. 억압받는 학생들이든. 암튼.. 학교에서 기능반이라는 동아리를 했었는데 정말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참다 참다 이걸 소설로 쓰려고 생각했었는데 구상만 해놓고 2년간 안 썼었죠-_-;;
생활글로 그냥 올립니다.
제가 요즘 소설이든 시이든 간에 글을 쓰면서 깨닫고 있는 게 있어요. 그것은 독자들과의 공감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여태까지 저를 위한 글들을 써왔거든요. 그런데 이제야 중요한 걸 배우고 있답니다. 계속 달려야죠. 네, 마라톤은 계속 됩니다.^^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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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구름빵님 댓글 감사합니다.
의자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난 아무 잘못 없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