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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니바퀴

  • 작성자 꽃JB
  • 작성일 2006-09-15
  • 조회수 150

 

톱니바퀴

 일요일을 뺀 매일 아침 8시 10분 경 어제와 똑같은 운동화를 신고 가방을 메고 회색 네모난 현관문을 나와 매일 보는 풍경을 플라스틱 보도블록과 함께 걷는다. 걷다보면 나와 같은 유니폼을 입은 또래들이 벌써부터 앞에 가는 게 보인다. 신발을 비롯한 머리끈 하나조차 규정된 색깔 맞추고 단 8시 30분 안에 로봇처럼 학교를 향해 걷는다. 시간이란 예외는 없다. 늦게 일어난 자들이나 오는 도 중 게으름을 피운 자는 지각자란 명부에 이름이 적혀 출석부에 남는다. 출석부에 오르게 되면 점수가 깎인다, 즉 대학에 갈 때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대학. 모든 이들이 바라는 대학에 가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는 것,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색을 사용하는 것, 8시 30분 안에 학교라는 교문을 들여서는 것, 수업은 50분 쉬는 시간은 10분, 나의 적성에 맞든 안 맞든 모든 과목은 다 잘 해야 해, 수업시간엔 이탈해선 안 되고, 학교 건물조차 저녁 9시가 되기 전까지 이탈해선 안 된다. 그래야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어. 라고 우리에겐 각인되어 있다. 대학이란 번지르르한 말만 들어 왔다. 우리 또래 어느 누구도 대학에 대해 잘 모른다. 하지만 모두 좋은 대학을 가려는 건 사실이다. 이건 모순이다. 무언가 잘 못 되어 간다. 분명 무언가 잘 못 되어 간다.

 며칠 전 학교 도서실에서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무심코 뽑아 들었다. 사회에 취미는 없었지만 다가 올 사회 수행평가가 걱정이 나서였기도 했다. 책을 한참 뚫어다 보았다. 한 문장씩 내려 갈수록 심장이 덜컹 거렸다. 자본주의란 아직 청소년인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무서운 용어였다. 내 앞에 있는 책은 진실이고 내가 발 딛는 현실이 모순이라니, 모두 자본주의의 자본주의를 위한 체계였다니! 내가 꾸고 있는 꿈이, 진학하고 싶은 학교가 모두 자본주의가 암기해준 각인이라고 생각하니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일주일 중 일요일을 뺀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까지 일을 한다. 50분 일 하며 10분 동안 휴식을 가지고 1시간의 점심을 먹는 그들의 노동에 사회는 하루하루 돌아간다. 그들의 노동의 대가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게 있다면 부익부 빈익빈이다. 잘사는 사람은 자본주의 사회가 커질수록 더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그에 반대로 더 못살게 된다. 아…… 머리가 아파온다. 나도 자본주의 사회 안에 길러지는 인간이라는 게 두려웠다. 학교는 자본주의를 위한 인재 양성소였다. 대학을 졸업한 사회생활과 다를 게 없었다. 다를 게 있다면 사회생활은 굳이 머리모양이나 신발 색깔의 통일성을 강조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에 뒷받침이 되기 위해 학문을 배우고 엄격한 시간 관리를 배웠다니……. 50분이라는 수업시간에 자리에 가만히 앉아 집중하는 걸 배웠다니……. 비틀거리며 일어선 나는 책을 책꽂이에 세워 꽂지 않고 가지런한 책머리들 위에 올려다 놓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도서실의 풍경은 책을 읽는 몇몇 학생들과 문제집을 푸는 학생들 때문인지 매우 학구적이게 보였다. 그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인문계 고교의 도서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몸은 공포에 질린 듯 떨리며 심장은 요동쳤다. 징그러운 자본주의가 곧 책과 문제집에 정신이 팔려 있는 그들을 집어 삼킬 것만 같았다. 이 책만을 읽고 자본주의에 대해 완전히 이해 한다는 건 아니지만 나의 머릿속에 있는 얄팍하게 자리 잡은 자본주의에 지식이 모든 것을 허황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위해 공부 하는 걸까? 꿈이 있어도 그 꿈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일종의 복권 당첨 같은 게 아닐까?

 야자를 마친 후 평소엔 수학을 배우러 학원에 곧장 갔겠지만 그날은 가지 않았다. 역시나 수업시간이 약간 넘은 후 학원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분명 반대편 수화기에선 내가 학원의 안 간 이유를 물으려 했을 것이다. 저번 같았으면 하루라도 놓치면 못 따라갈 것 같아 꼬박꼬박 들었던 수업이 지금은 아무 소용없게 느껴졌다. 적어도 나는 자본주의의 산물로 쓰이기 싫었다. 차라리 내가 너무 무능해서 자본주의 자체가 날 쓸 수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자퇴를 하기로 생각했다. 매일 반복되던 아침도 학교도 모든 게 내겐 부질없는 짓이라 느껴졌다. 어머니께 상의도 아직 안 했었고 반 친구들에게 내색도 안했지만 나는 나  혼자 이리 저리 계획을 짜고 있었다. 그러던 중 고1 무렵 자퇴를 한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그 친구가 너무 반가웠고 부러웠다. 지금이 어떻든 학교자체를 벗어난 것에 대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해 보인다고 그 곳은 자유지 않냐? 며 친구에게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그녀의 말론 학교를 떠나면 탈선이란 타이틀이 붙는다고 했다. 탈 학생, 탈선, 비행 청소년 그리고 낙오자. 사회경험을 벌써 해본 그녀는 학벌 없인 아무것도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검정고시를 준비한다고 내게 자퇴는 만만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헤어지면서 한마디 더 덧 부쳤다. 우린 결코 자본주의에서 못 벗어난다. 라고……. 그렇다. 나는 자본주의가 무서워 탈출구를 찾는다는 게 아무 생각도 없이 자퇴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 친구는 자본주의의 희생양이었다. 자본주의에서 못 벗어난다. 라는 말이 귓가에 계속 메아리 쳤다.

 그러는 도중 시간은 흘러 새 학기가 되고 또 다시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다. 몇 번씩 자퇴를 생각해 보긴 했지만 생각만으로 무산되기 일쑤였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자본주의에 손바닥 안인 나 자신도 지쳐갔다. 고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쉬는 시간 조차 학업에 매진하는 반 친구들이 보였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그들은 서로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했다. 그야말로 자신 앞의 놓인 문제집과 남들보다 지치지 않을 인내 싸움이었다. 그 중 반에서 항상 1등만 하는, 엘리트라면 엘리트라 할 만한 지현이가 유독 눈에 띄었다. 지현이는 나름대로 문제집에 연필 질을 하고 있었지만 내 눈엔 바보 같았다. 모두 모순덩어리에 살고 있고 나만 진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머리가 빙빙 돌고 헛구역질 까지 났다. 순간 나도 모르게 홧김에 소리를 질렀다.

 “모두가 거짓이야. 모두가 자본주의에 속고 있는 거야. 학교는 자본주의에 맞는 인간배출소라고! 이렇게 공부해서 원하는 대학에 간다고 과연 행복할까? 과연 우린 무엇을 위해 살고 누구를 위해 살까? 결국엔 자본주의를 위해 일하게 될 텐데!!!!! 자본주의는 부익부 빈익빈만 낳을 모순덩어리야!!!!!!!!!!!!!!!!!!!!!!!!”

교실은 조용했다. 책만 보던 눈알들이 모두 날 보고 있었다. 나는 교실 중앙에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씩씩거렸다. 정적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고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은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현이가 일어섰다. 그리고 피곤해 보이는 갈색빛 다크써클 위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보며 나의 말이 맞다. 고 맞장구쳤다. 그러면서 야무지게 덧붙였다.

“자본주의를 완전히 순응한 자는 잘 살고 자본주의에 거부하는 자는 못 살게 돼.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어. 우리 사회가 그렇고 우리나라가 그렇고 전 세계가 그렇기 때문에 못 덤비지, 그게 넌 싫은 거야. 그러니까 우린 어떻게든 살아가야해. 모든 사람이 그러고 너도 몸에 이미 자본주의의 습관이 베였으니까. 물론 나도 자본주의가 싫어. 그래서 나는 자본주의를 이용하려 해. 자본주의에 끌려 다닐 바에 자본주의를 이끌어 갈 상류층이 되고 싶어.”

지현이는 정말 머리가 좋았다. 탈출구만 찾던 나와 달리 자본주의를 이용한다니……. 팔과 다리에 힘이 빠지며 허탈해졌다. 세상을 흔들 것만 같은 내 생각이, 열여덟의 머리론 납득이 안 되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특별한 수도, 방향도 없이 결국은 익숙해져야만 하는 사상이란 것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곧 중간고사의 디데이는 자본주의에 익숙해진 나를 조았고, 나도 또한 다른 친구들과 같이 자습서와 인내심과 싸움하며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몇 주간의 방황이었고 반항이었지만 사회가 변화되고 내 생활이 변화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순간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비록 자본주의의 손아귀에 휘둘리지만 노력하여 언젠간 내가 그 자본주의에 톱니바퀴를 멈추게 하는 어른이 될 것이라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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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점을 아주 콕콕 찝어주세요.

 

 

 

 

 

꽃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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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懷疑]부제:톱니바퀴2일요일을 뺀 매일 아침 8시 20여분 경이면 어제와 똑같은 광경을 본다. 제복을 입은 나와 같은 또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넓은 문을 지나 네모난 건물로 들어간다. 넓은 문 앞에는 매섭게 생긴 어른이 서 있다. 넓은 문을 통과하기 전 우리는 수색을 당한다. 그 어른의 매서운 눈빛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말없이 훑고 내려가면 통과다. 어른은 우리들의 제복의 형태나 꼬부랑거리는 머리카락과 무지개색깔 그리고 게으름뱅이에게 민감했다. 무채색을 좋아하는 어른의 명부엔 오늘도 한 가득 위반자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학교라고 붙여진 네모 건물은 꽤나 엄격했다. 8시 30분 안에 학교라는 교문을 들어서는 것,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색을 사용하는 것, 수업은 50분 쉬는 시간은 10분, 나의 적성에 맞든 안 맞든 모든 과목은 다 잘 해야 해, 수업시간엔 이탈해선 안 되고, 9시가 되기 전 까진 건물 속에만 있어야 돼. 그래야만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어. 라고 우리들에겐 각인되어 있다. 대학이란 번지르르한 말만 들어 왔다. 그 곳은 자유, 그리고 청춘! 하지만 우리 또래 어느 누구 하나 대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모두 좋은 대학을 가려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들의 미래를 위한 것들이었다. 우리들? 과연. 그 좋은 대학이 명단부와 시험지가 잣대가 되어  갈기갈기 나눠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로봇인 마냥 황금을 만들어내는 사회에 종사해야만 하는 것인가. 나도 일부가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평범했다. 평범한 여고생. 예쁘지도 않고 잘 놀지도 못했다. 특별히 잘 하는 것도 없고, 흥미를 갖는 것도 없었다. 날마다 가는 학교는 맹목적이었고, 어느 순간부터 꿈마저 희미해졌다. 매일 보는 친구들과는 아침부터 야자까지 하루 종일 떠들어 댔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도 못했다. 나는 무언가 동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외로운 기러기처럼. 다들 열정과 꿈을 품고 사는데 나의 가슴 속은 차가웠다. 브레이크 없는 고속열차가 목적지 없이 달리는 기분이었다. 헛된 목적지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럴 때면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는 날 수 있을까? 그날도 네모난 창틀에 고개를 올려 하늘을 보고 있었다. 높고 높은 창공. 창공은 파란 물줄기가 되어 얼굴을 향해  뿜어진다. 바람도 따라 머릿결을 쓴다. “또 이러고 있네.” 내 뒤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응. 그냥 답답해서” “무엇이 그렇게 답답한데?” “너도 알잖아. 세상은 돌아가는데 나만 멈춰진 느낌 같은 거. 나 과연 뭐가될까? 뭘 할 수 있을까? 도통 모르겠어. 꽉 막혔어. 그래도 넌 꿈이라도 있잖아.” “맞아. 항상 그 길만 보고 달려왔어. 꿈이란 거 있으면 좋아. 그런데 그 꿈이 안 이뤄지면 더 큰 좌절을 할까봐 두려워 나는.” “나는 꿈 꿀 수 있는 꿈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음. 난 네가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해. 남들과 다른 너만의 개성적인 생각 그리고 글 쓰는 거! 네가 가끔 취미로 써서 보여주는 소설 진짜 재밌게 읽거든.

  • 꽃JB
  • 2007-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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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자본주의의 톱니바퀴를 멈추게 하는 어른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는데 결국 그렇게 하려면 역시나 자본주의의 틀안이 아니면 안되겠지요. 논리적으로는 모순이지요. 문장연습을 조금 더 했으면 좋겠네요.

    • 2006-09-19 21: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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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댓글 고마워요, 마귀님 말대로 전형적인것 같네요.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겠어요. 앙드레님 글 가서 볼게요 ㅎ

    • 2006-09-17 21:37:1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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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아직은.. 잘 이해가 되지않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저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공감해요 전 아직 고1 이지만 내가 공부하는이유? 내가 인생을사는이유? 등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고민하던 중 결국 이번 10월 자퇴를 결정했어요 그게 설령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다 하더라도 일단 전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제 꿈을 위해 자퇴후 예고를가서 미술을 배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죠. 글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만.. 밑에 이런 상황의 제 심정을 써보았어요.. '17세 순진하고 바보같은 소년이 쓴글'

    • 2006-09-15 17: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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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다시 보니 아래 감평은 너무 추상적..이랄까? 뭐 그렇네요...ㄱ-;;; 잘 읽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학업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해주는 글이네요...

    • 2006-09-15 07:21:3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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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몰입되서 봤습니다. 결국 학생으로서라면 공통관심사인 공부인데, 그 학업을 조그마한 틀에 갇혀서 보는게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는 시점이나, 상당히 구조적인 전개가 좋았어요.... 하지만 너무 정형화된 틀에 끼워맞춰진 느낌이랄까요? 서론에서 현대사회를 요약하고, 중간에서 전개하고, 결말에서 남의 시각을 통해 자신의 시각을 재정립하고.... 그래서 중간중간 튀어나온 부분이 더 어색한 느낌이었네요... 음... 저만 그렇게 느끼는건가-_-;;;; 여하튼 좋은 글임엔 분명했습니다. 에헤헷, 저같은놈 신경쓰지 마시고...

    • 2006-09-15 07: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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