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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둘째 주 장원

  • 작성자 구름빵
  • 작성일 2006-12-20
  • 조회수 188

 

심사평 (12/11~12/17)


로망의 빛 <꿈과 현실의 상관관계>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는 글입니다. 연예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딸의 꿈은 공무원이 되어 안정적인 생활을 했으면 하는 아버지의 바람과 많이 어긋나 있습니다.


“길게 뻗은 하나의 길에 서 있는 느낌이다. 난 한쪽을 향해 몸을 튼 채, 오른 팔을 그 앞으로 뻗었다. 하지만 내 왼 팔은 내 뒤를 향하고 있었다. 어느 쪽 팔이 맞는 방향일까?” -본문에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최선의 길을 선택하여 갈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차선의 길이 어쩌면 최선의 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히는 글이지만 이야기가 느슨하게 풀어져 있고 다소 장황합니다.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기 때문이지요. 평면적인 구조 보다는 입체적인 틀을 만들어 이야기를 풀어 나갔으면 합니다. 또 불필요한 문장 부호는 쓰지 말아야겠지요.


消雨 <나는 글을 쓴다>

 아주 담담하게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진술하고 있는 글입니다. 어려운 내용 없이 잘 읽히는 글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문장 표현이 여러 군데에서 보입니다.


“나의 점심시간은 늘 도서실과 함께했다.” -본문에서-


 글쓴이의 의도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위 문장은 ‘나’가 주어인데 ‘점심시간’이 주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점심시간을 도서실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 ‘점심시간’이 늘 도서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뜻으로 읽히지요. 그러므로 ‘나는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늘 도서실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로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지요. 문장은 조사 하나만 정확하게 쓰지 않아도 그 뜻이 모호하게 됩니다.


“동아리는 '그리는' 동아리에 들어갔다.

일주일에 한번 놀러오는 친척동생에게 '피아노'를 가르쳐준다.

그리고 나는 글을 쓴다.”  -본문에서-

 

 이 글은 특별하게 튀는 부분도 재치 있는 표현도 유머도 그다지 없습니다. 그러나 진솔한 자기 고백이 느껴집니다. 위에 언급한, 이 글의 마지막 문장은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등과 고민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에도, 피아노를 치는 동안에도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꿈꾸는 고등어 <안녕 랭보 씨>

 랭보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 찬 글입니다. 랭보가 살았던 마을에 가서 공기의 흐름을 맡고 도서관에서 불어로 된 랭보의 책을 자근자근 씹듯이 읽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랭보의 시에  “바람은 저절로 내 맨머리를 씻겨주겠지”라는 표현처럼 랭보가 느꼈던 느낌들을 글쓴이도 생생하게 느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랭보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다고 했는데 그 중에 특히 기억할 만한 구절들이 있었다면 함께 인용하여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 사람’ 또는 ‘이 사람’이라고 지칭했는데 ‘랭보’라고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겠지요. 누군가에게 매료된다는 것은 정말 황홀한 일입니다. 

 

 

 덤으로 시 한 편 소개합니다. 이승하 시인의 시 <천국의 랭보 -여행에의 권유>입니다. 이승하 시인의 고백에 따르자면, 자신이 자살 시도를 3번에서 끝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만난 몇몇 위대한 시인들 때문이었답니다. 그 가운데 랭보가 있었습니다. 시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지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기도 하지만, 영혼으로 교감할 수 있는 글은 한 사람의 생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기만 합니다.

 

세상이 나로부터 등 돌린 것을 알았을 때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세상으로부터 등돌려버리는 것


에라, 가야겠다

내가 읽던 책과 잡스런 글 써놓은 노트 전부 불질러버리고

걸어서, 저 알프스 산맥을 걸어서 넘어 가야겠다

제기랄, 세상이 이렇게 매몰찼던 걸 진즉에 알았더라면

친구 하나쯤은 잘 사귀어놓을 것을

애인 하나쯤은 잘 길들여놓을 것을


증오와 욕설, 이 망할 도시의 온갖 구설수

사람과의 다툼과 눈치 보기가 한없이 지겨워졌을 때

너의 그 따뜻한 엉덩이도 내겐 위안이 될 수 없었지

내가 내 남근을 하룻밤 불끈 세워

창조할 수 있는 생명이 없는데

詩는 무엇 말라비틀어진 것인가

밤에 피었다 아침에 시드는 저 숱한

거리의 여인들이 지니고 있는 자궁처럼

멍청한 애늙은이 너의 유혹을 뿌리치고

취한 배에 몸을 실어 머나먼 서인도제도로

침묵하는 호수와 우울한 숲이 있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로

사막의 선인장이 비를 기다리는 이집트로

공사판의 십장이 되어 키프로스 섬으로

무기 밀매상이 되어 예멘의 항구도시 아덴으로

우와, 백인이 단 한명도 발 들여놓지 않은

에디오피아의 오지 오가덴 지방으로!


저 길,

가고 싶은 지금 즉시 가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산 주검이 아니면 죽은 목숨인 것을

나는 이제껏 지옥에서 사계절을 났으나

지글지글 들끓는 내 마음 같은 적도의 태양

선명한 북반구의 별자리들과 몰약 같이 황홀한 오로라

뱃길을 가로막고 쉬어가라 유혹하는 저 자옥한 해무(海霧)가

다 내 것이다…… 나의 것, 나의 천국!

                                                        이승하, <천국의 랭보 -여행에의 권유>전문


  이상 세 편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작품 수가 많지 않네요. 이번 주 장원은 消雨 <나는 글을 쓴다> 입니다. 자칫 감정이 과잉으로 흘러 목소리 톤이 높아 질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글쓴이가 마지막까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담담하게 풀어가고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구름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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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

김영근(구름빵)입니다. ‘글틴’시작부터 지금까지 생활글 게시판을 맡아왔습니다. 여러 해를 거치는 동안 참 많은 글이 올라왔고 그 글들을 읽으면서 웃고 울었던 기억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얼굴 한번 보지 못했지만 글로 기억되는 사람도 있고 글을 통해 궁금증이 일었던 학생들은 ‘문장캠프’를 통해 만나보기도 했습니다. 학교와 집,  학업과 진로,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들을 내보이고,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드러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럼에도 진솔하게 자기고백을 하고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쪼록 글을 쓰는 행위가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심사평을 달면서 조심스러웠던 부분도 그런 것이었어요.  자신의 얘기를 용기 내어 했는데, 심사평을 좋지 않게 받았을 때의 글쓴이 심정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렇지만 좋은 소리만 들려주는 것이 글 쓴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에 작품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고 쓴 소리도 많이 했어요.  그 정도는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고 믿었고요.  앞으로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되던 그렇지 않던 간에 우리는 ‘글틴’에서의 추억을 함께 공유한 사람들이에요.  오랫동안 행복한 기억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무쪼록 새로 오신 선생님과 함께 새 마음으로 힘차게 달려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좋을 글 쓰세요.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 구름빵
  • 2013-06-14
5월 셋째주, 넷째 주 (작품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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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빵
  • 2013-06-07
5월 둘째 주 장원

심사평 (5/13~5/19) 문학황제 <아픈 가족> 엄마와 아빠의 갈등 그리고 그 속에서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화자의 모습이 보여요. 그런데 그 아픔과 상처라는 것의 속내를 드러내기 보다는 겉만 훑고 지나간듯했어요. 이 글에 나오는 엄마, 아빠 그리고 글쓴이의 모습과 목소리가 전혀 드러나지 않아요. 그러니까 인물에 대한 나열은 있는데 그 인물을 형상화 하거나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없었어요. 힘든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그 환부의 속까지 훤히 드러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할 거예요. 그래야 글을 쓰고 나서 비로소 가벼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나는 이런 상황에 있고 이래서 힘들다.’라는 말이 읽는 사람으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해보았으면 좋겠어요. 봄가을 <좋아해> “나는 아직 한참 어리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고 해도 그 아이를 통해 처음 배우고 느낀 감정들은 아마 잊지 못할 것 같다.”-본문에서 특별했던 ‘그 아이’에 대한 묘사가 더 있었으면 좋았을 거예요. 이 글만으로는 ‘그 아이’의 모습이 그려지지가 않아요. 또, 특별한 감정을 느꼈던 글쓴이의 마음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어요. 그 아이와 그 아이를 좋아했던 한 소년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면 더 없이 예쁜 글이 되겠지요. ‘좋아해’라는 제목이 상큼했어요. 그 말에 어떤 미사여구를 붙인다면 오히려 지저분해지겠지요. 이번 주 장원은 봄가을<좋아해>입니다. 축하합니다!

  • 구름빵
  • 20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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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불필요한 문장 부호...이것저것 덧붙였더니 오히려 틀린게 되어버렸네요. 다음에 더 열심히, 주의 깊게 써볼게요^^

    • 2006-12-28 19:00:5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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