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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여자고 남자고

  • 작성자 neo
  • 작성일 2011-06-14
  • 조회수 405

나는 요즘 나의 동생들인 서웅이 서화가 기특하다.

소아암환자들은,  항암치료의 그 독한 약 때문에 머리가 빠지는데,

그냥 숭숭 빠지는 것도 아니고 완전 박박 민 상태가 되는 것이다.

중들이 그렇게 된다면 모를까, 일반인들은 그 충격이 크다.

(진짜 중도 아닌데 당연히 충격이큰 거 아닌감?)

외계인처럼 머리가 밀린 자신을 보면 얼마나 많은 충격과 고통에 휩싸이겠는가.

이게 뭐야, 외계인이야? 좀비야?<나는 전설이다> 의 바이러스 감염자야?

<매트릭스> 에서 나왔어? 라푼젤마냥 치렁치렁하던 나의 탐스러운 머리카락이

다 어디간거지?

아이들의 경우엔 이것이 더 심각하다.

요즘 애들이 애어른이다 세상 물정 다 안다 그래도 애들은 애들이기에 그 

말랑한 정신에 충격이 더 한 것이다.

그런 일 때문에..유니세프 같은 어린이 보호단체에선 소아암환자들을 위해

전부 사람 머리카락으로 만든 가발을 만들어주기로 했는데, 물론

머리카락을 기증받아서다.

오호라, 그렇다면 미용실 같은데서 기증을 잘 하겠구나! 그렇게 말하시는 분이

많더니만..사실은 아니다.

그것도 다 조건이 있다.

첫째, 주로 애들을 위해 가발을 제작하는 것이므로 애들 머리카락이 필요하다.

둘째, 평발만 원한다. 곱슬머리는 가발로 좋지 않다.

셋째, 숱이 많이 안 쳐진 그냥 쭉쭉 긴 머리카락, 잘라내어

25센티미터 이상이 되었을 경우에만 기증 가능하다.

이렇기에 미용실같은데선 못 주고 직접 개인이 길러서 주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나의 부모님은 이 소식을 접하더니만 이 얘길 하셨다.

마침 서웅이 서화는 이발비를 아끼기 위해 머리를 좀 기르고 있었는데, 기왕

기를 거 잘 길러놨다 위의 방식대로 머리카락을 기증하자는 것이다.

긴 머리라 관리하기 힘들겠지만 다 하고나면 머리카락을 기증했다는 증서와 상도

줄 것이고 엄마와 아빠도 상을 주겠으니 어째 안 해 보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결국..둘은 포상에 대한 말에 50%,좋은 일이라기에 마지못해 25%,

자기들 의지 25%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 후 둘은 머리를 기증하여 뿌듯한 일을 하게 되었다..로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머리를 기르는 과정은 저렇게 한 문장으로 표현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쓸 정도보다 더 한 분량이다.

(지금 쓰는 건 그 많은 일의 일부일 뿐이다)

시작할때는 이랬다.

머리를 기르면 금방 끝날거고..그냥 머리만 잘 감고 잘 빗으면 끝일거야.

정말 쉽게 착한 일을 하는거라고.

하지만 막상 시작 한 결과 관리는 더욱 더 힘들었다.

남자애들이라 개인위생에 신경쓰지 않는데다 단 하루라도 빗지 않으면 아주

강력하게 떡이 져서 빗을 때마다 눈물이 나오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며,

여름엔 목 뒤가 머리카락으로 가렵고, 길어져서 묶어야 할 시 그 귀찮음과

고통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머리가 이렇게 느리게 나왔나? 이렇게 느리게 나오는 거 이제 알게됐다.

그랬더니 머리카락 하나만 떨어져서 아까워서 덜덜거리고,

막내동생 서진이가 머리카락을 한 가닥 뽑았을 땐 아주 철렁했고,

서웅이는 섭섭해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걔네들이 너무 딱하니까 얼마 전 봤던 디즈니 사의 애니메이션

를 봤는데  주인공이 21m나 되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액션장면을 찍으니까 영화내용보단 저 머리카락 잘라다

기증이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는 거 아닌가. 

이런 육체적인 고통은 한 몇 주일로 숙달이 조금은 되어 이제는 머리 묶는데도

눈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경지에 도달할 정도로 숙달 되었으나,

아직은 전혀 숙달이 안 된 고통이 있었으니, 바로 정신적 고통이다.

나는 내 동생들이 머리를 기른 후로부터 궁금증이 하나 생겼는데,

사람들은 어째서 머리만 기르면 여자로 보느냐이다.

정말 그랬다. 모르는 사람 아는 사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전부 남자인

내 동생들을 여자애로 보는것이 아닌가.

어디 나갈때, 특히 화장실에 갈 때부터 고통은 시작된다.

애들이 들어서자마자 여자애인줄 알고 놀라 화장실 간판을 확인하는 사람,

같이 따라들어갔다가 놀라서 뛰쳐나오는 아가씨.

"니 여자고 남자고?" 라고 물어보는 아저씨.

"니는 여잔데 왜 남자화장실에 들어왔노?"라는 아줌마..물론 청소부.

"여자화장실은 저쪽이란다."라고 공중 도덕의 오차를 시행하는 청년.

화장실이 아니더라도 식당같은데서도 마찬가지다.

한 종업원이 우리들더러 애들이 많다고 말했겄다.

딸 넷에 아들 하나라고.

아는 사람이, 특히 우리집에서는 더 하다.

분명히 남자 셋에 여자애 둘이었는데, 내가 잘 기억하는데 왜 안 보일까

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임 모 씨.(개인보호를 위해 이름은 밝힐 수 없다)

서웅이와 서화랑 놀려고 이리저리 찾는 양 모 군.

왠 여자애? 하고 보는 교회 집사님 김 모 씨.

머리를 자르라는 부류도 있었다.

그리고..영영 잊혀지질 않을 그 분..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면 기름기가

빠져 못 쓴다고 비웃음의  숨길로 인간의 분노를 최대한 끌어내신

막강한 기술자인 그 분은 동생들과 우리가족 모두에게 확

찬물, 아니 쇳물을 때려붓는 발언을 하셔서 그 분의  안면을

강타할 욕구가 들었을 정도니, 거의 심각한 수준의

히스테리였다.

한두번도 아니고 수차례, 매번 그러니 이것이 바로 정신적 고통이었다.

애들은 울고 화내고 짜증냈고, 소싯적부터 동생관련일에 많이 종사해

본 나도 덩달아 그랬다.

화가 두피를 뚫고 나가 실패한 나로호에까지 다다를 정도로 난 우리는

급기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화를 냈다.

아니 어떻게 머리만 기르면 여자로 보냐고, 그런걸로 치자면 작가 이외수씨나

락 그룹 <부활>의 전기기타 연주자 김태원씨,

가수 김경호씨도 전부 여자인가?라고..

반항을 좀 하니까 그제서야 사람들은 얼굴이 여자애같았다, 목소리가 그렇다

라는 핑계로 때운다.

요즘은 그런 식으로 반항을 쭉 해 오니까 이젠

서웅이 서화 둘이서만 있어도 화장실에 당당히 갈 수 있게 되었다.

아니면 아예 둘의 성(性)에 관련된 말을 할 때는

비록 무례하여도 정신의 고통을 줄이도록, 더 이상 여자라는 편견을 갖지 말라는

배려 아닌 배려를 하게 말을 끊어버리고 바로

"남자에요!" 하고 대들어댄다. 버릇없는 짓이지만..

그래도 당신이 자신이 남자, 성적으로 남자라는 개념이 무너졌을 때,

그 경험을 하는 순간 동의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이 많이 지나가고 지금..서웅이 서화는 이제 그딴 거 우습다는 듯

서서히 이겨내고 있다.

니 여자고 남자고 라는 경상도 지방의 질문을 영화 해리포터 음악에 맞춰서

부르며 갈 수록 머리를 기른 후의 고통을 이겨내고 있다.

그런데..나는 아직도 이겨내지 못한다. 정작 당사자들은 이겨내고 있지만..

먼저 난 누나, 서웅이, 서화 셋다 (막내는 제외)머리를 기르는데

나 혼자 안 기르고 있다는 거다.

곱슬머리라 제대로 자라지 않고 머리가 뜨기만 하며 또 애써

길러서 갖다가 줘 봤자 제대로 만들지도 못 할 거다.

난..그런 이유로 그 고통은 애들한테 떠맡기고 나 혼자 매 달

4000원 씩이나 미용실에 쓰는 사치를 누리며

늘 편하고 짧은 머리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내일도 4000원 쓰러 미용실 가야한다. 젠장..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데도 애들은 날 원망하지 않고 꿋꿋하게 잘 기른다.

비록 여자소리를 듣더라도, 찬물을 끼얹는 소릴 듣더라도

머리카락이 없어 우울증에 시달리는 애들을 위해

그 고통을 꿋꿋하게 이기며 머리를 기른다.

그래서.. 나는 요즘 나의 동생들인 서웅이 서화가 기특하다.

 

  

  

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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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o
  • 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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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o
  • 2017-07-12
어느 홈스쿨러의 독백

누군가 중학교를 졸업했다고 SNS에 사진과 글을 올렸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3년 동안 뭘 했을까? 공부를 했나 효도를 했나 돈을 벌었나? 친구를 만들었나? 나 자신을 잘 돌보았나, 남을 잘 돌보았나? 난 지난 일들을 돌아보며 후회할 수밖에 없다. 나의 학력은 아직 어린아이에 머물러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뿌듯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뿌듯하지 못하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놀기만 했다. 놀 나이가 한참 지났는데 놀기만 했다. 사람들에게 무관심했다. 나는 사람 사귀는 법을 알지 못했다. 나는 너무나 무지하고 미숙했다.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가면 도중에 중학교가 보이곤 했는데, 거기엔 나와 같은 나이의 청소년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그곳이 무척 힘든 곳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갔으면 왕따를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가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저기 있었다면 어땠을까'였다. 내가 저기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보다 공부를 잘했을까 체력이 좋았을까 아니면 훨씬 괴롭고 우울했을까. 저 애들은 행복할까. 나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 내가 저기 갔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나에게 학교는 항상 범접할 수 없는, 베일에 싸인 미지의 장소였다. 전혀 알 수 없는 세계이자 타지였다. 나는 학교 다니는 애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애들을 만났을 때 나는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도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얘기하고 싶었지만 얘기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나는 그들을 자주 만날 수 없었다. 나는 그들이 다니는 학교와 그들의 이야기를 책 또는 영상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학교는 공포와 폭력의 세상으로 표현되었다. 나는 영상물을 볼 때마다 학교에 가지 않은 게 정말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곳은 범죄와 학대로 이루어진 곳이라 생각했다. 내가 학교를 갔으면 무서운 일을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소심해서 친구는커녕 왕따만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왕따를 당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렇게 된 사람들이 훨씬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때 그들은 행복해 보였다. 물론 행복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공부만 강요하는 부모가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왕따 당하는 애들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들도 행복할 때가 있고 불행할 때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행복할 때가 많느냐 불행할 때가 많느냐였다. 내가 저기 있었다면 어울릴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친구도 사귈 수 있었을까. 애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아니면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공부를 못해서 괴로워했을까. 그들의 관심사에 관심을 가져 그들과 관심사를 나눌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학교를 안 간다 해서 친구가 생기지 못하는 걸까. 내가 노력을 안해서일까. 모든 게 그 때문일까. 그곳에 갔으면 나도 지금쯤 졸업을 했을까.   나는 아직 몽정을 하지 못했다. 물론 늦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꿈에서는 아니, 나는 꿈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딜 가나 가족이 따라온다. 가족은 내 인생의 99%다. 내 무의식

  • neo
  • 2017-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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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읽기 쉽고 참 편안한 분위기라 좋아요.

    • 2011-06-18 22:42:5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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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eo

    물어 본 사람들의 실명이나 그 분의 정체를 알고 싶으신 분은 몰래 제 블로그로 오세요.

    • 2011-06-14 15:13:11
    n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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