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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셋째 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별똥별2호
  • 작성일 2013-08-21
  • 조회수 479

이번 주 올라온 글들은 읽으면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져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다들 쓰고 나서 조금은 가벼워지셨나요. 저는 그저 함께 읽으며, 함께 느끼려고 할 뿐입니다.

얼마 전 ‘밤은 선생이다’의 저자 황현산 선생님의 강연회에 다녀왔습니다. 황 선생님의 책에 보면 ‘몽유도원도’ 이야기가 나옵니다. 2분 동안 진품 몽유도원도를 보기 위해서 6-8시간 줄을 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우리에게도 찬란한 희망이라고, 빛이라고 상징되는 몽유도원도가 있지요. 어쩌면 몽유도원도를 보는 짧은 시간 보다 그것을 길게 기다리는 끈기의 시간이, 기다림의 시간이 더 값진 것 일거예요. 그 긴 시간을 함께 잘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번 주 주장원은 세 편입니다. yongha님의 <학교에 없는 나, 글 속에 있는 나>, 비오님의 <하얀 런닝셔츠 바람의 아빠>, YUL님의 <너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세 편 모두 큰 울림을 주며, 솔직함과 진정성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습니다. 뺐다 넣었다 수십 번도 더 하다가 평도 늦어졌습니다.

 

<학교에 없는 나, 글 속에 있는 나> yongha님의 2학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방과 후 교문 밖으로 나오는 yongha님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습니다. 님이 닫힌 세계 안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아빠와 선생님에게 귀 기울이는 세계 안에 있음에 안도합니다. 님이 꿈에 대해서 더 자세히 썼다면, 그것이 입 밖으로 선언되었다면 바깥으로 나가는 게 더 자유롭지 않을까 합니다. 다른 사람이 하고 있지 않은 한 가지를 내가 하고 있다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편이 됩니다. 그런 맥락에서 글쓰기가 yongha님께 힘을 더 실어주었으면 합니다. 님만의 ‘새로운 부리와 발톱’에 대한 이야기도 천천히 듣고 싶습니다. 빠를 필요가 없습니다. 느리더라도 기초를 탄탄히만 하면 됩니다. 18(열여덟)이면 어린 나이죠. 젊은 나이 아니구요. 호호호.

 

<하얀 런닝셔츠 바람의 아빠> ‘더운 공기만 가득 찬 딱딱하고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그가 초인종 누르길 기다리다가 저렇게 잠들어버린 것이었다.’ 어머니와 다르게 말로 표현하지 않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모든 아버지의 표상이 이 문장에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먹먹해졌습니다. 굳이 싸이의 뮤직 비디오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비오님의 아버님의 모든 마음이 충분히 감동으로 전해 옵니다. 싸이의 노래가사보다 멋진 표현이 충분히 글에 나와 있단 말이죠. 호호호. 고모, 할아버지, 아내, 자식 두 명의 무게에 눌려서 아버님은 자신의 꿈은 접으셨겠죠. 가난했던 아버지의 옛날이 좀 더 설명될 줄 알았는데 할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와서 감정의 선이 살짝 끊어집니다. 약간 정리될 필요가 있습니다.

 

<장마> 제이민님의 유일한 낙이 왜 커피 마시기인지가 궁금합니다. ‘수행평가 과제물 안 가져온 것, 교복에 김치국물 묻은 것, 커피 못 마신 것’이 불행이라는 것, 굴레에 집착한 거라는 과정이 조금만 더 섬세하게 서술되었다면 끝부분의 ‘비 맞기’가 더 의미 있는 울림을 주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장마 같은 불행이 내 몸을 젖게 만든다면 들이받아 버리겠다고’ 이 부분에서 성난 황소 같은 힘이 느껴집니다. 무서워라. 호호호. 하지만 이 멋진 문장을 잘 살리지 못한 게 아쉽네요. 사소한 거지만 ‘재출’이 아니라 ‘제출’, ‘과재물’이 아니라 ‘과제물’, ‘속애서’가 아니라 ‘속에서’로 바꿔 주셔요.

 

<밤톨들의 칼날>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학교에서 주최한 '꿈나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서이다’라고 해야 문장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구석구석 길어진 문장이 보입니다. 문장을 짧게 끊어서 쓰다 보면 문장의 힘이 더 길러지고, 문학황제님만이 가진 문장의 색깔도 더 잘 드러납니다. ‘밤톨’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알밤, 낱개의 밤’이라고 나옵니다. 아마 소설 속에서는 다른 상징적 의미로 표현 되었겠지요. 황제님은 소설을 쓰면서 주인공으로 살았죠. 많이 아파하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것, 사소한 것에 천착하면 좋은 글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소재를 잘 택했어요. 줄거리만 들어봐도 지은이의 아픔이 가슴으로 전해져 옵니다. 지은이의 전 부모님이라는 것은 이혼한 두 분을 말하는 거지요. 그 표현은 약간 어색하네요. 소설이 읽고 싶어집니다. 어쨌거나 황제님 덕에 저는 '문학황후' 를 해야겠습니다. 호호호.

 

<너에게 보내는 편지> YUL님 부치지 못한 이 편지를 쓰고 나서 조금은 자유로워지셨나요. ‘동성애자가 이성애자를 좋아한다는 사실’, 이 금기의 사랑이 얼마나 무겁고 힘겨웠을까요. ‘여러 가지 관계에서 벼랑 끝에 내몰린’ 것,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신은 저에게 금기를 주시고/홀로 자유로우신가요./휘어진 느티나무가/저의 집 지붕위에 드리우듯이/ 저로부터 당신은 떠나지 않습니다’ 이성복 시인의 ‘금기’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첫’에서 자유로워진, 더 깊어진  YUL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별똥별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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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콘텐츠

생활글 2월 월장원 발표(작품 없음)와 추천 책

2월 월장원은 없습니다.  평만 올립니다. <하굣길> 버스 타고 가는 하굣길, 그것도 어둠이 내리고, 짙은 안개마저 드리워져 있는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맞봄님의 단상입니다. 맞봄님의 글이 아니었으면 저는 2월평도 못 쓴 채 자책하며 여러분과의 이별을 맞이했을 거 같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 했습니다. 덧붙여서 아쉬운 점 몇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집에 오래 있지 못하는 이 나이에 가끔은 감사하지만’ 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합니다. 비문이지요. 자칫하면 이 나이 때문에 감사하다고 오독도 가능한 문장이거든요. ‘낯선 감상이 일상일 듯하다’는 표현도 바꿔서 ‘일상의 풍경도 낯설게 다가올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떨까요. ‘안개 앞의 나무’라는 표현은 안개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나무들인 거죠. ‘구부정한 등에 주목받기 두려워하는 우리 무대’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앞뒤에 더 많은 설명이 보충되어야 같아요. 물론 학교 다니느라, 학원 다니느라 바쁜 상황, 학생이기에 아직은 무엇이 되었다 라기 보다는, 무엇인가를 꿈꾸는 중인 시간이라는 것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지만요. 이 글은 산문시로 갔으면 더 적합했을 것 같습니다. 시적인 문장이라서 짤막합니다.  (이 글을 써 놓은 게 맞봄님이 글을 지우시기 전이네요. 평을 했기에 그냥 올립니다.) 2월에는 이 작품만 올라왔네요. 시로 가야할 글이라서 생활글 월장원으로는 뽑지 않겠습니다. (아, 시 게시판을 찾아보니 맞봄님이 시를 쓰셨는데, 제가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맞봄님, 계속 시를 쓰세요. 문장이 시입니다. <추천 책> 서경식, 정주하 외,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반비출판사 원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과연 원전의 상처를 극복한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에게 준 물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 별똥별2호
  • 2016-03-15
생활글 1월 월장원 발표 - 없습니다.(작품 없음)

1월. 좀 쓸쓸한 1월이네요. 한 번도 작품이 안 올라온 달이 없었는데...1월엔 아무 작품도 올라오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인지 저도 의기소침해 지네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절교 선언 비슷한 말을 들은 거 같은 쓸쓸함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 제가 아닙니다. 대신에 좋은 글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중의 한 부분입니다. 얼마 전 신영복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분도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 아시죠? 그 글씨의 주인공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20년 20개월 동안이나 감옥생활을 하셨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신 이후 여러 책을 집필하시고, 조용히 제자도 키우셨습니다. 제자를 키웠다기보다 그 분을 존경하는 몇몇 분들이 곁을 지켰다는 표현이 옳아요. 저도 저희집에서 거의 2시간 거리지만 용기 내어조문을 드리러 갔었는데요. 거기서 남편 지인과 제 지인 여럿을 만났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리는 이렇듯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같이 어울리고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아침저녁)의 추량(가을의 서늘함)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 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92-93쪽

  • 별똥별2호
  • 2016-02-17
생활글 12월 월장원 발표

 투또우님의 <7번째 눈사람>과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입니다. 저번에 한번 언급했던 대로 두 글 모두 마음 속을 툭 건드리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7번째 눈사람>은 문장이 참 좋습니다. "영원히 느린 사람, 영원한 이방인" 어쩌면 우리는 다른 면에서 투또우님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는 약간의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나)에 대한 탐구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2월 추천하는 책> 전태일 평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전태일의 글. 과연 이 글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졸업한 사람의 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는 이때 같이 읽어봤으면 합니다. 저는 글 쓰는 자리에 늘 있고 싶습니다. 늘 무언가를 잊지 않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증언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5년 또 여러분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우린 함께 삶을 나누는 사이 맞지요^^

  • 별똥별2호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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