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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10월 3주 주장원 발표

  • 작성자 별똥별2호
  • 작성일 2013-10-25
  • 조회수 349

평이 조금 늦어졌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아직도 건강이 좀 안 좋아서요. 궁금해서 계속 사이트를 들락날락했을 누군가에게 미안해집니다.

 

<외계인> '외계인'의 사전적 정의는 '지구 이외 천체에 존재한다고 생각되는 지적인 생명체'입니다. ‘점잖고 다정하신,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어린아이처럼 되어버린 낯선 상황을 블루모니님은 ‘외계인’에 빗대었네요.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블루모니님이 글을 쓸 수 있는 바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의 진짜 할머니는 어딘가에 숨어있을 것이라고 믿는’ 마음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할머니가 생물 교과서를 찢으시는 장면을 ‘수제비 만들 듯 죽죽 찢는다’는 표현을 써서 사실감 있게 잘 나타냈습니다. 글을 잘 쓰려다 보니까 끝부분도 아름답게 만들어야겠다는 강박이 있었나 봅니다. 할머니와 나의 화해가 너무 쉽게 이뤄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결말에서 초등학교 때에 썼던 일기처럼 꼭 마지막에 어떤 교훈이나 다짐이 없어도 됩니다. 내 감정을 충실히 드러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말하는 호랑이, 도깨비에게 혹 파는 영감’이나 할머니가 ‘외계인’이라는 같은 범주의 언어로 표현되었는데요. 그것도 조금 어색합니다. ‘외계인’이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었는데요. 그 단어를 줄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박성우 시인이 시 ‘신나는 악몽’에서 ‘악몽’이라는 말을 직접 쓰지 않고 ‘기말고사 보려고 학교에 갔는데/고릴라가 교실을 비스킷처럼 끊어 먹고 있다’는 상황이나 표현으로 나타낸 것처럼 말입니다. 문장은 잘 읽혔습니다.

 

<무릎에 대하여> aomame님 덕에 무릎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경주, 이병일 시인의 시도 다시 읽게 되었구요. ‘내 왼쪽 무릎에 박힌 별’이라는 소설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무릎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에 대한 aomame님만의 고유한 해석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그들이 바라본 세상에 대한 해석이요. 무릎에는 고유의 냄새가 있다는 표현이 좋았습니다. 언제 aomame님은 무릎의 냄새를 맡나요? 그 뒤에 나온 짧은 시와 연결고리가 있었으면 좀더 자연스런 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글이 너무 빨리 마무리 되어서 아쉬웠습니다. ‘오랫동안 무릎의 냄새를 맡는 사람이고 싶다’는 문장이 글 전체에서 잘 형상화되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소재를 발굴해낸 눈은 좋습니다. 더 깊은 시선이 뒷받침 되었으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소재가 생길 때에 바로 쓰지 말고, 좀 묵혀두었다가 맛있게 익었을 때에 꺼내면 여유가 생깁니다. 김선우 시인의 ‘사물들’이라는 책을 읽어보셔요. aomame님에게 도움될 수 있는 책입니다.

 

요번주 주장원은 블루모니님의 <외계인>입니다. 한때는 나의 부모였고, 전부였고, 내가 의지했던 할머니가 변해버려서 겪게 되는 당황스런 감정을 잘 살렸다는 점에서 격려합니다. 축하합니다.

끝으로 블루모니님의 글을 읽으면서 생각났던 김경주 시인의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의 끝부분이 적어봅니다. ‘얘야, 네가 다 자라면 나는 네 곁에서 길을 잃고 싶구나’

별똥별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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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글 2월 월장원 발표(작품 없음)와 추천 책

2월 월장원은 없습니다.  평만 올립니다. <하굣길> 버스 타고 가는 하굣길, 그것도 어둠이 내리고, 짙은 안개마저 드리워져 있는 집으로 가는 길에 대한 맞봄님의 단상입니다. 맞봄님의 글이 아니었으면 저는 2월평도 못 쓴 채 자책하며 여러분과의 이별을 맞이했을 거 같습니다. 글 올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편의 시를 감상하는 듯 했습니다. 덧붙여서 아쉬운 점 몇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집에 오래 있지 못하는 이 나이에 가끔은 감사하지만’ 이라는 표현이 좀 어색합니다. 비문이지요. 자칫하면 이 나이 때문에 감사하다고 오독도 가능한 문장이거든요. ‘낯선 감상이 일상일 듯하다’는 표현도 바꿔서 ‘일상의 풍경도 낯설게 다가올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떨까요. ‘안개 앞의 나무’라는 표현은 안개 속에서 도드라져 보이는 나무들인 거죠. ‘구부정한 등에 주목받기 두려워하는 우리 무대’라는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려면 앞뒤에 더 많은 설명이 보충되어야 같아요. 물론 학교 다니느라, 학원 다니느라 바쁜 상황, 학생이기에 아직은 무엇이 되었다 라기 보다는, 무엇인가를 꿈꾸는 중인 시간이라는 것은 더 말하지 않아도 짐작 가지만요. 이 글은 산문시로 갔으면 더 적합했을 것 같습니다. 시적인 문장이라서 짤막합니다.  (이 글을 써 놓은 게 맞봄님이 글을 지우시기 전이네요. 평을 했기에 그냥 올립니다.) 2월에는 이 작품만 올라왔네요. 시로 가야할 글이라서 생활글 월장원으로는 뽑지 않겠습니다. (아, 시 게시판을 찾아보니 맞봄님이 시를 쓰셨는데, 제가 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맞봄님, 계속 시를 쓰세요. 문장이 시입니다. <추천 책> 서경식, 정주하 외,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반비출판사 원전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과연 원전의 상처를 극복한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우리에게 준 물음에 대해서 깊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보시기 바랍니다.

  • 별똥별2호
  • 2016-03-15
생활글 1월 월장원 발표 - 없습니다.(작품 없음)

1월. 좀 쓸쓸한 1월이네요. 한 번도 작품이 안 올라온 달이 없었는데...1월엔 아무 작품도 올라오지 않았어요. 무슨 이유인지 저도 의기소침해 지네요. 마치 친한 친구에게 절교 선언 비슷한 말을 들은 거 같은 쓸쓸함이 몰려옵니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 제가 아닙니다. 대신에 좋은 글 하나 소개해 드립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 중의 한 부분입니다. 얼마 전 신영복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분도 ‘처음처럼’이라는 글씨체 아시죠? 그 글씨의 주인공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20년 20개월 동안이나 감옥생활을 하셨습니다. 감옥에서 나오신 이후 여러 책을 집필하시고, 조용히 제자도 키우셨습니다. 제자를 키웠다기보다 그 분을 존경하는 몇몇 분들이 곁을 지켰다는 표현이 옳아요. 저도 저희집에서 거의 2시간 거리지만 용기 내어조문을 드리러 갔었는데요. 거기서 남편 지인과 제 지인 여럿을 만났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만나다니, 우리는 이렇듯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같이 어울리고 살아가는 거 같습니다.   자기의 가장 가까운 사람을 향하여 키우는 ‘부당한 증오’는 비단 여름 잠자리만 고유한 것이 아니라 없이 사는 사람들의 생활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이를 두고 성급한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도덕성의 문제로 받아들여 그 인성을 탓하려 들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내일 온다온다 하던 비 한 줄금 내리고 나면 노염도 더는 버티지 못할 줄 알고 있으며, 머지않아 조석(아침저녁)의 추량(가을의 서늘함)은 우리들끼리 서로 키워 왔던 불행한 증오를 서서히 거두어 가고, 그 상처의 자리에서 이웃들의 ‘따뜻한 가슴’을 깨닫게 해줄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 신영복<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92-93쪽

  • 별똥별2호
  • 2016-02-17
생활글 12월 월장원 발표

 투또우님의 <7번째 눈사람>과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입니다. 저번에 한번 언급했던 대로 두 글 모두 마음 속을 툭 건드리고 갑니다.  축하드립니다. <7번째 눈사람>은 문장이 참 좋습니다. "영원히 느린 사람, 영원한 이방인" 어쩌면 우리는 다른 면에서 투또우님과 비슷한 거 같습니다. 늘볕님의 <꼬맹이의 친구>는 약간의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자신(=나)에 대한 탐구를 끝까지 밀고 나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12월 추천하는 책> 전태일 평전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중간중간 나오는 전태일의 글. 과연 이 글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졸업한 사람의 글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갈수록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지는 이때 같이 읽어봤으면 합니다. 저는 글 쓰는 자리에 늘 있고 싶습니다. 늘 무언가를 잊지 않는 사람, 기억하는 사람, 증언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5년 또 여러분과 함께라서 행복합니다. 늘 감사합니다.^^ 우린 함께 삶을 나누는 사이 맞지요^^

  • 별똥별2호
  • 2016-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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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루모니

    감사합니다!

    • 2013-10-28 00:41:34
    블루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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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한발자국 더 나아가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 2013-10-29 09:48:5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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